〈 14화 〉그레이프 (5)
“하아...하아...하아….”
짐승처럼 울어대던 그레이프는 결국 새벽이 다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무섭지만...내 침대는 이미 중앙의 철제 프레임이 살짝 꺾여 이상한 형태가 되어있었고, 침대 다리도 바닥을 파고들어 가며 약간 찌그러져 있었다.
한 번에 이렇게 된 건 아니고, 일정한 충격이 지속적으로 전해진 탓인 것 같았다.
나도 허리가 무척 뻐근하다.
“오, 오늘 일은 비밀로….”
그렇지만 그레이프 같은 몸매의 여자가...심지어 외모도 엄청나고 마법소녀이기까지 한 여자가 눈앞에서 정액이 가득 담아진 보지를 닦지도 않은 채 엉망이 된 머리를 손으로 살짝 빗어대며 일어나는 건 남자로서 달성감과 만족감이 들게 한다.
아프지만 만족스럽다.
그레이프는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쾌감에 절여진 채 움찔거리고 비틀거리며 단정하게 개 놓은 옷 앞으로 다가가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너무 커서 입는 게 불편해 보인다. 위로 쭈욱 올린 팬티는 그레이프의 골반이 크게 벌어진 탓에 V자로 휘어지기까지 한다.
그 희귀하다는 래피드의 수영복 화보 사진 중 유출된 한 장에서도 저런 모습은 봤지만...실제로 저란 광경을 보는 건 처음이다.
그레이프는 조용히 옷을 입고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지 계속해서 움찔거리며 벽에 손을 대고 멍하니 서 있다가 내 쪽을 보면서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그, 그러면...저, 저는 이만….”
“와...진짜 섹스 했으니까 이젠 볼일 없어서 가는 거예요?”
“어?! 아, 아뇨...그, 그런건…?”
“팬한테 진짜 너무하네...섹스 처음이라면서...아무리 봐도 그냥 섹스한 지 오래돼서 너무 굶주려서 한번 따먹고 버리는 것 같은데.”
“읏, 윽, 으….”
“그야… ‘팬이니까’ 그레이프한테 안 좋은 영향은 주고 싶지 않아서 비밀로 할 테지만…’팬으로서’ 실망이네요...그냥 팬은 하룻밤 딜도 대용이다. 이거죠…?”
“아, 아니에요...아아아아...아, 아닌데에...아아아아아 내가 대체 왜….”
“적어도 섹스 끝난 후에는 필로토크라도 조금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피, 필로토크…? 그게 뭐에요…?”
“섹스 후에 섹스가 어땠는지에 대한 얘기 같은걸 하는...진짜 섹스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네, 네에….”
뭐랄까...생각보다 귀엽다.
몸매 좋은 늘씬한 미녀가 섹스도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데다가 혼란스러워해서 얌전해지는 모습은 그레이프가 확실히 인기가 많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결국 그레이프는 조용히 다시 침대로 다가왔고, 그레이프와 나는 중앙이 패어 들어가며 기울어진 침대에 나란히 앉아 서로 어깨를 맞대게 되었다.
나는 무척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그레이프의 상기된 옆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싶었던 섹스는 만족했어요?”
“그, 그렇게 하고싶었다니….”
“꼬셨잖아요? 집까지 찾아오기까지 하고. 내가 억지로 끌고 올 수도 없는데.”
“아으으으으으, 그, 그렇지만...그건...그렇지만...아아아...나 대체 왜애….”
재미있다.
그레이프는 상위권의 강력한 마법소녀다. 평범한 남자가 아무리 끌고 가려고 해봤자 그레이프 본인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끌려가지 않는다.
이미 이것부터 그레이프의 머릿속에서는 그레이프가 스스로 섹스하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증거가 되어버린다.
최면에 의한 것이지만 그런 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기억을 잃으라는 최면을 제대로 걸지는 않았지만...아무래도 최면 상황의 기억은 저절로 흐릿하게 변하는 것 같다.
나는 재미삼아 그레이프를 좀 더 자극했다.
“그래서, 팬하고 비밀 섹스는 기분 좋았어?”
“아아아아...패, 팬하고 그러면...안되는데...나 마법소녀인데….”
“좋았어?”
“...으, 으으으으...네에….”
그레이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마법소녀를 따먹었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아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으며 손끝으로 탄탄한 배를 살짝 눌러줬다.
“앗….”
“다음에 또 따먹고 싶다.”
“아, 아, 안돼요...진짜로...오, 오늘은 죄송해요….”
“기분 좋았다면서? 아...역시 난 그냥 하룻밤만 따먹고 버리는 편리한 팬인 거지?”
“으읏...으읏...하아아...하아….”
역시 그레이프는 이런 말에 흥분한다.
대체 얼마나 변태인 건가 싶지만...성욕에 미친 음란한 년 취급할수록 더 흥분하는 게 느껴진다.
“아, 안돼요...그래도...죄송해요….”
하지만 그래도 마법소녀로서 안되는 선이라는 게 확실히 있는 모양이다.
원래는 그렇게 엉덩이가 가볍진 않은 것 같다. 하긴...저렇게 큰데 가벼울 리가 없지.
나는 결국 이번에는 이 정도로 할까 하고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다른 걸 요구했다.
“하아...알았어, ‘팬이니까’ 그레이프한테 억지로 그런 걸 요구할 순 없지.”
“죄, 죄송해요...마법소녀니까, 연애는….”
“연애? 연애대상으로 봐 주지도 않잖아? 그러면 이렇게 막 침대 망가뜨릴 정도로 섹스해대겠어?”
“그건...하아, 그, 우린...그런 사이가 아니지만...마, 맞지만...아아아...대체 왜...침대, 벼, 변상할게요…저기, 연락처...라도....”
“줘도 괜찮아?”
“그, 그게...이건 회사원일 때 연락처니까….”
굉장히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나는 그레이프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마법소녀와 연락처를 교환했다는 사실에 히죽히죽 웃으려는 걸 애써 참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진짜 근데 너무하네.”
“네?”
“그렇잖아. ‘팬인데’ 사인도 안 해주고 악수도 안 해주고 사진도 안 찍어주고...그냥 생체딜도로만 써대고 비밀로 하세요, 잘 가 세요 라니.”
“아아아아…그, 그건...어? 사, 사인 해주지 않았어요?”
이런, 아까 최면을 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곧바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레이프에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거기에 갑자기 아무것도 안 적어주더니 조용하게 미안한데 섹스하고 싶다고 주소 알려달라고 했잖아요.”
“어? 어...그, 그게...어?”
“와 진짜 너무하네...사인해주는건 별것도 아니구나? 그냥 섹스밖에 생각 못 했던 거네 이건.”
“아아아아...아, 아니에요...아으으….”
그레이프는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대로 기억이 날 리가 없다. 직접 찾아왔다 보니 내가 말한 기억이 진짜인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을테고...놀리다보니 재미있어진다.
“그러면 다른 건 뭐...사인은 사실 사칭할 수도 있는 거고 악수는 기억에만 남으니까...사진 같이 찍죠.”
“사, 사진요? 여기서…?”
“왜요, 마법소녀 그레이프가 하룻밤 따먹어버린 남자 집에서 찍은 사진이 뿌려지기라도 할까 봐?”
“으, 으윽...아으으….”
“하아...그러면 그쪽 비전폰으로 찍고...그 비밀계정에 모자이크해서 올려주세요. 그거 몰래 보면서 추억하게.”
“네에?!”
“그건 평범한 변태 자위 계정이니까 팔로워랑 오프라인 섹스 했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될 건 없다. 마법소녀 그레이프가 아닌 변태 자위 SNS녀의 오프라인 섹스 증명사진이 되는 거니까.
“오, 오프라인 섹스라니….”
“했잖아요?”
“그, 그거언...아아아….”
“그것도 못 해줘요? 와 진짜 너무한다...팬들이 다 그냥 생체딜도로밖에는 안보이죠?”
“해, 해줄게요! 해줄게요…! 아아아….”
결국 그레이프는 포기한 것처럼 내 말을 들어줬고, 그레이프와 나는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일 법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입은 남자와 정장을 제대로 갖춰 입은 여자가 서로 껴안으며 살짝 웃고 있는 사진.
그것만으로 끝내려던 그레이프의 팔을 잡아당겨 자지에 입을 대게 만들어줬다.
“이, 이것도 찍어야 하는 거예요?”
“오프라인 섹스 사진이잖아요?”
“아아아...이런거 정말...상상만 했는데...다른 노출계정들이 하는거 보고...상상만….”
“오늘 팔로워들이 그레이프인 줄도 모르고 자위 엄청 많이 하겠네.”
“으으으으으….”
적당히 꼬셔대자 이미 거절하기 어려워진 그레이프가 자지에 입을 대고 혀로 할짝대는 사진을 찍혀준다.
“여기에 넣는 것도 찍고 싶은데?”
“아, 안돼애...진짜로 더는 위험해요….”
“왜?”
“...저는 마력흡수 한계치가 낮아서...더는...이, 임신할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뭔가 감각적으로 평범한 여자와는 다른 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았고, 더 이상 조르기에는 거부감이 강해 보여서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레이프에게 내 눈앞에서 나와의 사진을 모자이크해서 계정에 올리게 하고 얼굴을 붉히며 부들부들 떠는 그녀를 현관에서 배웅했다.
“그, 그럼...가, 갈게요...아아아...오, 올려버렸어 정말로….”
“다음에 또 하고 싶으면 연락해요.”
“아, 안해요...저기, 혹시...회사 일 하다가 거리에서 만나면...모, 모른척….”
“아, 저 회사 관뒀어요.”
“어? 그, 그렇구나...부럽...아, 아니 힘내세요, 안됐네요….”
그대로 나는 만족스럽게 그레이프를 돌려보내려다가….
뒤늦게 그녀를 내 방으로 부른 이유가 생각났다.
입막음하려고 부른 거였지!
그레이프도 섹스가 잊히지 않는지 멍해져서 나한테 뭔가 물어보려고 했었다는 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다급하게 그녀에게 최면어플을 내밀어 최면상태로 만들었다.
“으으음….”
정액을 텅 비우고 나니 정말 현자라도 된 것처럼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연속으로 걸 수 있을지 조금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다시 최면을 걸어도 문제없는 모양이었다. 머리 위에도 최면에 저항하는 빛이 빛나고 있지는 않았고 초점도 완전히 나가 있다.
나는 곧바로 가장 좋을 것 같은 최면들을 현관 앞에서 멍해져 있는 그레이프에게 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