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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에스더 (4) (9/299)



〈 9화 〉에스더 (4)

에스더는 곧바로 미친 것처럼 양손의 든 불의 검을 쥔  온몸을 회전시키며 래피드에게로 날아갔다.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속도였지만, 아직 몸에 남아있는 전투용 각성제 덕에 흐릿하게라도 볼 수 있었다. 흐릿하게라고 할까, 잔상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슬로우 테리토리 Slow Territory!”

무슨 현상인지 모르겠다. 래피드가 매직 완드를 뻗자 에스더가 날아오던 도중의 공간이 순간 굳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먼지도, 공중에 떠 있는 돌들도 한 공간에서 갑자기 그대로 멈춰버린다.
곧바로 에스더가 불의 검을 한쪽으로 뻗어 쾅! 하고 불을 뿜어내 방향을 틀고 다시 돌진한다. 웃음소리와 함께 애스더가 다시 온몸을 회전시키며 거대한 화염 톱날처럼 변해 래피드에게 날아간다.

“아하하하! 안 들어가면 되지!”
“읏…! 어포인트 리콜 Appoint Recall!”
“오오오오?! 와아아아아!!”

매직 완드를 정확하게 에스더에게 뻗으며 래피드가 마법을 사용했다. 한 곳을 지정하는 듯 쭈욱 뻗어진마력광이 에스더에게 닿자 에스더의 몸이 되감기라도 한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조금 전의 장소로 되돌아간다. 그 장소는 에스더가 방향을 틀기 직전의 장소였고, 그대로 다시 날아가게  에스더가 굳어버린 공간에 뛰어들며 멈춰버린다.
아니, 멈춘 게 아니라 느려졌다. 불의 검이 화륵거리는게 느려져 불의 형태가 선명하게 보인다. 씨익 웃고 있는 에스더의 얼굴, 긴장한 채 매직완드를 뻗고 있는 래피드,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며 래피드가 매직 완드를 들지 않은 손을 에스더를 향해 내밀며 다른 주문을 외운다.

“스페이스 컴프레션 Space Compression!”

허공이 그대로 일그러진다. 에스더가 차원문을 여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차원문을 여는 것이 공간을 찢어내는 느낌이라면 이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구겨서 접는 듯한 모습이다. 공간이 일렁이며 에스더를 조여온다.

“아하하하하! 최고야, 최고야, 최고야아아아아아!!!”
“어?”

그때 갑자기 에스더가 굳어있던 몸을 허공에서 풀듯 떨어져 내리자 래피드가 당황해 손을 내린다. 구겨져 들어오던 공간이 에스더의 몸을 통과한다. 그렇게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대체 이게 뭐지? 래피드가 사용한 마법이 에스더를 느리게 해준 것 같았지만, 그 후의 현상은 눈이 따라가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광기에 젖은 눈으로 웃고 있는 에스더의 한쪽 눈이 점점 검게 물들어간다.

“이클립스 Eclipse.”


점점 환하게 빛나는 듯 불타오르던 그녀의 몸이 검은색으로 변한다. 아니, 검은색으로 변하는 게 아니라…투명해진다. 투명해진 나머지 불의 빛이 일렁이는 그림자만 허공에 남아 검은빛과 밝은 그림자가 뒤섞인다.

“어때~? 신기술이야! 멋있지?”
“스, 스페이샬 랜드 Spacial Rend!”

래피드의 매직 완드가 허공에 그어지자 그대로 공간이 갈라진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일렁이며 쏘아지듯 하나의 선이 순식간에 에스더의 몸까지 날아가 그대로 통과했다.
통과했다.

“아하하하하하!! 다른 것도 보여줄게. 래피드! 자아…먼저 아는 것부터 갈게? 슈팅스타부터 간다~?”

그대로 에스더가 장난스럽게 눈가에 손을 올리고는 손가락을  하고 치며 래피드를 가리켰다.
손가락에서부터 작은 불꽃이 쏘아져 나간다. 타락하기 전 에스더가 주로 사용하던 기술, 이름 그대로 작은 별을 쏘아내는 듯한 마법이다.
그대로 슈팅스타Shooting Star가 에스더의 손에서 쉴  없이 쏘아져 나간다. 손끝에서 마치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별똥별이 허공을 수놓는다.
귀여운 크기에 비해 불꽃이 떨어진 곳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파괴시키고 점점 지면을 망쳐버린다.

“자아, 자아, 자아!”
“디플렉트 배리어 Deflect Barriers!”

일부러 조금 빗맞히며 래피드 주변의 지면을 망가트리고 있다. 래피드는 마법 장벽을 펼쳐 에스더의 슈팅스타를 하나하나 궤도를 조정해 튕겨내며 에스더 주변의 촉수들에게 쏘아냈고, 에스더는 곧바로 뒤를 돌아보더니 갑자기 그대로 멈춰서…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야, 너네…입에 물고 있던 건  어디 갔어?”

쉬이익 쉬이익 하고 화난 듯한 소리를 촉수들이 내자 에스더의 인상이 더 심해진다. 가장 커다란 1번 촉수를 본 에스더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여자들과 그레이프를 보더니 이를 드러내며 입가를 일그러트린 채 황당하다는 듯 말한다.

“너네! 지금 먹던 거 뱉어놓은 거야?! 편식하는 거야 지금?! 그레이프가 얼마나 맛있는데! 왠지 마력이 바로바로 안 돌아온다 했어! 이 도움 안 되는 것들!”
“멀티플 배리어 Multiple Barrier!”
“아이 참!  짜증 나는 거 썼잖아! 다른 건 몰라도 그레이프는 놔주지 말았어야지! 1번 너 나중에 죽었어!”

래피드가 사람들에게 매직완드를 휘둘러 자그마한 방울 같은 걸 쏘아내자 방울들이 그대로 사람들에게 안착해 수많은 방벽들을 만들어냈다.
가장 큰 촉수괴물이 쉬익 쉬익 하고 억울하다는 듯 울어대고, 에스더는 손을 뻗어 주먹을 쥐는 거로 많은 방어벽을 만드는 래피드의 마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촉수들에게 방어벽을 공격하게끔 명령하며 래피드에게 불의 검을 휘둘렀다.

“잠깐…124번?! 124번 어디  거야?!”

그런데 그렇게 배리어들을 공격하게 하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한 듯 에스더가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에스더가 나를 찾고 있다. 나는 곧바로 파괴된 잔해 사이에 숨은 채 입가를 막았지만, 에스더는 곧바로 귀신같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고개를 삐딱하게 꺾으며 말했다.

“거~기 있구나~?”
“사람?! 안돼!”

곧바로 에스더가 래피드도 잊은 것처럼 나를 향해 날아오고,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날아오는 에스더를 보고  뒤가 오싹한 걸 넘어서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꼈다.

“스페이스 폴딩 Space Folding!”

그 순간 먼저 나를 향해 쏘아져 날아오는 에스더를 래피드가 순식간에 추월해 내 앞에 나타났다. 아니, 추월한 게 아니라 원래 래피드가 더 가까웠던 것처럼 한순간에  앞으로 움직였다.
인식과 이해가 따라가질 않는다. 거리 자체가 순간적으로 래피드와  가까워졌던 것 같은 느낌이다.

“배리어 Barrier!”
“아하.”

그대로 나를 등진 래피드가, 잘록한 허리와 엉덩이를 강조해 보여주듯  쪽으로 엉덩이를 살짝 내민 채 앞에 서더니,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주변에 동그란 원형의 장벽을 만들었다.
마법이다. 래피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법. 주변을 보호하는 가장 심플한 마법이면서도 가장 단단한 방어마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스더는…오히려 투명하게 허공이 일렁이는배리어 마법을 보더니 씨익 하고 일그러진 미소를 짓더니, 양손에 든 불의 검을 하나로 합치고는 그대로 커다란 도끼를 내려찍듯 휘둘렀다.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흐으으읏…! 흐으윽…!”
“거북이 래피드~! 빠르게 움직이는 장점을 또 다 버려버렸네~! 샌드백 래피드~! 사람 하나만 두면 너무 이기기 쉬워! 인질 하나면 이길 수 있어! 가성비 최고! 이기기 너무 쉬워!”

화륵, 화륵 하고 거대한 화염의 검이 휘둘러져 배리어를 때릴 때마다 뜨거운열기가 배리어 안으로 새어 들어온다. 래피드의 두 손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며 순식간에 온몸에서 땀이 배어 나온다.
아주 잠깐 사이에, 주변에 배리어로 보호하지 못한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 위기에 빠져버렸다.
이런 래피드의 모습에 반한거지만…이 모습이 모두에게 성녀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지만.
이건…당사자가 되어 보니 알겠다.
위험하다. 이건 정말로…불안하다.
버틸 수 있는 것 맞아?!
진다. 이대로 가면 분명 진다.
래피드가 진다. 빠르고 유동적이게 장거리 마법을 치고 달리기를 반복했다면 분명히 이겼을 상대에게, 나를 지키기 위해서 진다. 모르는 사람을 모두 지키기 위해서 진다.

“아하하하하!! 래피드! 우리 애들이 래피드 따먹어보고 싶었대! 촉수자지 좋아해? 좋아해?! 래피드는 무슨 맛이 날까?! 무슨 맛이야?!”
“괘, 괜찮아요…! 흐으읏…!”

그런상황인데도 래피드는 웃으면서 내 쪽을 뒤돌아봤다. 그러자 눈을 마주치자마자 곧바로 얼굴이 변하며…땀에 젖어 고통스럽게 웃는 얼굴이 더욱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뀐다.

“벼, 병원…가보셨어요…?! 아무 일…없었어요?!”
“네…?”

기억하고 있다.
그저 길에서 한번 만났을 뿐인 나를 기억하고 있다.
걱정스럽게 말하며 몰래 마법을 걸어줬던 나를 기억하고 물어보고는, 자신이 그때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떠올렸는지 당황해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을 피했다가…손을 불태우는 듯한 고통에 인상을 쓰며 비명을 지른다.

“아아아아악!!”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어때? 좋아?! 좋아?!”

배리어가 흔들린다. 그런데도 래피드가 다시 손을 뻗어 일반인인 내 눈에도 선명히 보일 만큼 막대한 양의 마력을 한 번에 쏟아부어 배리어를 다시 단단하게 만드는 게 보인다.
정확하게는 배리어를 단단하게 만드는  아니다. 내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형태를 다시 조절해 없는 마력을 쥐어짜 만들고 있다.

“래피드으으으~!! 왜 걔랑 같이 있는 거야 아아~!!! 걔는 내 거란 말이야! 래피드도  거야! 내가 먹을 거야 아 아아!! 아하하하하하!!”
“괘, 괜찮아요…! 지, 지킬 수 있으니까…!”

죽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는다. 에스더에게 죽는다. 촉수괴물이 되거나, 갈기갈기 찢겨져서 죽는다.

“내가 좋은 데로 데려가 줄게! 돌려줘! 같이 가자! 가자! 가자! 가자! 래피드! 같이 가자아아아!!”
“시끄러워…! 에스더…!”

타락한 마법소녀가  뒤로 에스더의 악랄함은 자자하다. 간부급으로 올라서며 같은 마법소녀들을 능숙하게 농락해대는 에스더의 강함은 상위권 마법소녀가 아니라면 잠시도 버티기 힘들 정도다.
괴수들에게 패배해 결국 구출되지도 못한  끌려가 오염되기 전에도래피드와 육탄전으로는 무조건적으로 이기던 게 에스더다. 이런 근접전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장거리로, 서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싸운다면 무조건 래피드가 이기지만…이런 버티기 싸움이 되면…이미 끝났다.

“내 눈 앞에서는…아무도 못 데려가!”

그런데도, 래피드는 두 손이 점점 색이 변해가는  보일 정도가 되어서도,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할 때가 되어서도….
배리어를펼치며 가장 얇아지는 부분의 마력을 더하기 위해 뻗은 두 손을 내리지 않았다.
이게…이 성녀와 같은 마음씨가…이 희생정신이….
…최면을 걸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러며어어언!! 내가, 못, 가지면!! 같이!! 죽어어어어!!!”

에스더가 광기에 젖은 미소를 지으며 래피드와 나를 한 번에 죽일 생각에 행복하다는 듯 큰 소리로 웃는다. 주변의 촉수들도 점점 약해져 가는 래피드의 마력에 사람들을 보호하던 방벽이 부드러워 지는 게 느껴지는지 입 모양의 촉수에서 군침을 흘리며 기다리고 있다.

“죽으면 시체 가지고 가서 래피드도 나랑 동료로 만들어 줄게!”

단순히 장벽을 두들길 뿐인 행위에 질려버린 건지 에스더가 활짝 웃으며 말하고는 검을 잠시 멈춘다. 하지만 래피드도 나도, 장벽 안에서 에스더가 검을 멈추는 행위가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는 탓에 조금 전보다 더 긴장해버린다.

“노바 Nova.”

마법소녀들이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는 필살의 마법.
붉은 불꽃이 새하얗게 변한다. 푸른 빛이 섞인 고온의 마력이 에스더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불의 검의 색이 변화한다.
에스더의 상징과도 같은 궁극마법. 마력을 순간적으로 폭발시켜 강해진다고 에스더의 뷰튜브 채널에서 설명해 준 적이있는 마법이다.

새하얗게 불타오르는 악마가 된 에스더는 푸른 빛이 섞인 하얀 불의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귀여운 목소리를 내며 활짝 웃었다.

“죽어.”
“하아….”

그때, 이 급박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에스더의 손이 멈칫하고, 공포에 질린  부들부들 떨린다.
캉, 캉 하고 울리는 쇳소리. 바닥에 부딪히는 날카로운 칼날의 하이힐.

[A구역 회사 밀집 지역에 마법소녀 애쉬, 도착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피난을 멈추고…]

"롯드, 형상변환 모드 8번."

잿빛이 섞인 새하얀 롤 머리,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옷이 점점 다가올수록 빛나는 먼지가 되어 사라지며…래피드와 비슷하면서도 훨씬 날카로운 형태의 전투복으로 탈바꿈한다.
 손에 뻗어져 있는그녀의 상징인 마법구, 롯드에서부터 천천히…천천히….
붉은, 죽음의 빛이 뻗어져 나온다.

[승인, 히트 블레이드 가동, 적정온도 달성까지 8초]
“다, 다들 도망쳐!! 다들!! 빨리!”

에스더가 다급하게 외치자 촉수 괴물들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차원문으로 도망친다.  8초, 수많은 촉수괴물이 뛰어드는 모습을 가만히 서서 기다리던 그림자가 8초가 지난 후부터 완전히 붉게 달아오른 빛나는 검날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가속보조."
[영창단축 실행, 실행까지 2, 1, 준비.]

촉수괴물은 체액, 점액질의 촉수 어디에 닿아도 최음효과가 생기며, 닿지 않아도 그 특수한 향만으로도 강한 마취효과, 최음효과를 지닌다.
즉, 촉수괴물로부터 조금의 피해도 얻지 않기 위해선…허공에 떠다니는 냄새마저도  태워버리며 죽여버리는 수밖에는 없다.
말도  되는 말이지만, 이론적으로는 정말로 존재하는 얘기였다.

“가속”
[보조개시]

한순간 주변이 붉은빛으로 물든다. 그리고 빛이 멈춘 후에는 주변에 조개와 오징어를 동시에 굽는 듯한 냄새가 가득해졌다.
초고온의 광선 칼날이 허공에서 수도 없이 휘둘러지며 선이 아닌 한 공간을 그려내 태워 없앤다. 마구잡이로 덧그린 듯한 빛의 덩어리가 허공에 그어지며 칼날 촉수의 체액  방울마저도 남기지 않고 태워 없애버린다.
공중에 퍼지는 야릇한 향기에 고온에  버린 스모키한 향이 스며든다.

“하아아….”

8초 안에 도망치지 못한 촉수괴물들은 지져지고 불타올라 재생도 하지 못하고, 베인 순간에 특유의 발정 체액도 뿜어내지 못한 채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져버렸다.
칼날이 날카롭게 세워져 있는 하이힐이 캉,  하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다가온다. 한숨을 쉬며 짜증이 섞인 표정이, 래피드처럼 커다란 가슴에 가느다란 허리를 가지면서도…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날카롭고 살벌한 느낌의 탄력적이고 사나운 하체를 지닌 그녀가 서서히 다가온다.

“에스더.”
“…뭐, 뭐야…?”
“내가 아직 정신이탈 차단 주문은 아쉽게 쓰질 못하네? 회복이 덜 되어서?”
“…정신이탈 차단 주문?”
“너네 간부급들…하이브에서 재생시켜주지? 정신만 차원문 넘어서…그거, 방해하고…완전히 죽여버리는 거.”

괜히 A 구역이 가장 안전한 구역인 게 아니다.
천천히 다가온 잿빛이 섞인 은발의 마법소녀는 히트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오던 그녀의 상징, 마법보조구 롯드를 휘둘러 빨갛게 타오르던 검날을 없애더니 다시 작게 중얼거리며 마법주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형상변환 모드 2번."
[형상변환 모드 2, 나노단분자 커터.]

순식간에 형태가 변하며 날카로운 검날에서부터 우우우웅 하고 떨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검날이 새하얗게 빛나며 서서히 바닥을 향하고, 지면에 살짝 닿은 것만으로 검날이 닿은 끝 부분이 그대로 깎여나간다.

“래피드.”
“으, 응…?”
“에스더가이클립스 쓰면 내가 어떡하라고 했지?”
“차, 차원문 응용해서 쓰는 차원에 잠깐 걸쳐서 피하는 기술이니까…쉴 새 없이 공격하거나, 진동파를 공간에 날리라고….”
“얘가 간부 중에 가장 약해서 다행이지…얘한테도 지면 어떡해?”
“사, 사람들…위험해서….”
“이, 이클립스를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는 거야?! 이제 막 완성한 기술이라고!”

에스더는 광기 어린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무척 경악하며 말하고 있었고, 래피드는 정말 상황이 맞지 않게도 무척 화가 나 있는 애쉬에게 혼나는 것처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리고 애쉬는 그런 래피드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갑자기 상냥하게 웃었다.

“이런데 혼자 할  있다고 먼저 나간거야?”
“그, 그레이프…신호 끊겼대서…위험하다고….”
“그래서 멋대로 공간이동 했어? 마력 낭비하면서?”
“거,걱정되는걸….”
“하아아아아….”

…뭔가 내가 생각하던 것과 둘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 성녀와 같은 래피드, 괴수학살자, 괴인파괴자, 최종 마도병기, 마법소녀(검사)  애쉬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그보다는 뭔가…유능한 선배와 잘 못 따라오는 후배 같은 느낌이다.

“애쉬이이이!! 죽어…!”
“다음에 와 에스더. 검술 바꿔서 오고.”
“케엑…?!”
“내가 피곤한 건 마법소녀 하나가 아니라 물량공세랑 괴수랑 괴인이거든…괴인화 아직 덜 됐지? 날개도 안 나왔네? 조금만 기다려, 나도 정신이탈 차단주문 빨리 회복해줄게.”
“칵…! 카학…!”
“다음에 봐.”

정말로…황당할 정도로 어이없게 에스더가 죽어버렸다.
애쉬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갑자기 손을 뻗고 있었고, 달려들던 에스더의 목에 새하얗게 진동하는 검날이 박혀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피가 끓어오르듯 검날에서 튀어오르더니…그대로 생크림을 잘라내듯 부드럽게 뭉개지며 에스더의 몸이 날이 흐르는 대로 두 조각이 나 버렸다.

그리고 그 직후, 에스더의 시체에서부터 뭔가  수 없는 검은 빛이 떠오르더니…촉수괴물들이 사라진 차원문으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어?”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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