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에스더 (3)
분명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이상하다.
에스더는 이미 만족한 듯 광기 어린 눈빛으로 날 보며 활짝 웃고 있다. 기분 좋아 보이는 듯한 웃음이다. 촉수들도 기쁜 듯 몸을 흔들며 각자 입 모양 촉수에 물고 있는 여성에게 페니스헤드형 촉수를 뿌곡뿌곡 소리가 나게 잔뜩 쑤셔대고 있다.
…날 저 촉수로 만든다고?
상상도 하기 싫다. 대체 왜…뭣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
“역시~! 내 진정한 팬들은 에스더 퀴즈를 잘 맞춘다니까? 진.정.한 팬들은 말이야…아하하하!”
“저…혹시 진정한 팬이 아니면 어떻게 되나요?”
“팔이랑 다리를 잘라서 열심히 기어가서 살아남으면 살려줘! 그래도 팬은 팬이니까!”
아하,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 이제 이해했다.
애초부터 이 미친년이 날 살려줄 거라고 믿은 것 자체가 잘못이다.
“저…혹시…오늘만 놔 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유성우를 탈퇴하겠다는 거야?”
“아, 아뇨…? 유성우를 탈퇴하다뇨. 그럴 리가 있나요?”
“그렇지? 아하하하! 탈퇴하면 태워버리려고 했어! 별은 원래 불타오를 때 가장 빛나거든!”
미친년…미친년….
불타 죽거나 사지절단 지렁이가 되거나…둘중 하나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았다.
이건 불공평하다. 나도 그레이프처럼 차라리 촉수에 쑤셔지고 싶다. 아니…뒤쪽을 털리고 싶지는 않지만, 여자는 쾌락을 느끼게 해주고 남자는 죽음이라니. 괴수는 차별주의자들뿐이다.
이걸 대체 어떡하면 좋을까.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이미 뭔가 잘못되어버렸다.
“자! 빨리 가자! 오늘은 래피드 안 봐도 만족이야!”
“네?! 래, 래피드를 쓰러트리시는 것 아니었나요?”
“물론 래피드도 따먹고싶지만…그레이프도 잡았고, 데려가서 동료로 만들 상대가 둘이나 있는 걸…? 특히 한 명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이젠 유성군의 일원이 될 거니까 말이야!”
…내 얘기겠지?
오싹한 눈빛과 함께 에스더가 정말로 미련이 없는 듯 파괴활동마저도 멈추고 공간을 찢기 시작한다.
큰일 났다. 차원괴수들이 습격해올 때 나타나는 차원문이다. 전이현상이 나타날 때까진 아직 멀었지만…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끌려가서 촉수가 되어버린다.
파우치 안에 있는 도핑 샘플은 어떨까? 5분 정도는 군인 수준의 체력이 될 수 있다.
그걸로는 절대 도망 못 간다.
옷을 이대로 벗어버리고 도망치면?
주변에 있는 칼날 촉수들과 이빨 촉수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지 않을까?
사실 팬이 아니라고 하면?
…가루가 되겠지?
[A 구역, 그레이프 신호 두절! 래피드, 래피드가 가고 있습니다. 애쉬는 잠시 후 도착할 예정! 래피드가 먼저 가고 있습니다. 주민 여러분들은 방호구역에서 나오지 말아주…!]
“아~래피드, 늦어…귀찮아졌어. 자아, 빨리 갈까?”
정말 나른해 하는 듯한 에스더가 손을 휙 휘두르자 주변의 촉수들이 동시에 움직여 경보용 스피커를 다 부숴버린다. 곧바로 전이를 기다리는 듯 사람들을 최소 하나씩 입 형태의 촉수로 물고 있는 촉수괴물들이 한 곳으로 모여든다.
이대로 가다간 안 된다. 이제, 이제 인생이 피기 시작했는데!
래피드한테 최면을 걸어서 따먹을건데!
래피드가 온다고 하는데…설마 기다리지도 않고 가 버리려 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오기만 하면 살 수 있는데, 지금 온다고 하는데 이대로 촉수괴물이 돼야 한다니!
어…?
잠깐만?
“…어…에스더님?”
“으응~? 뭐야 124번? 혹시 원하는 촉수라도 있어?”
“그게…잠시 이것좀…봐주시겠어요?”
“뭔데? 그…거…언….”
에스더의 눈빛이 점점 흐릿해지며 몽롱한 눈빛으로 변한다.
날카롭고 광기 어린 눈동자가 점점 흐릿해지며…타락하고 오염되기 전의 순진한눈빛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귀여운 인상에 멍한 눈…광기어린 눈이 잠이 든 것처럼 얌전해진다.
“…되네?”
내 손에는 마법소녀 최면어플이 켜져 있는 비전폰이 들려져 있었고, 에스더는 평범한 마법소녀가 아닌 타락한 마법소녀지만…최면에 걸려버렸다.
에스더가 아무 생각도 없이 가만히 있자 주변의 촉수들이 멍하니 멈춰있더니…이상을 느낀 듯 입에 물고 있는 여자들의 보지를 쑤셔대던 걸 멈춘다.
그러고는 천천히 페니스헤드 촉수를 빼내며 내게 말 그대로 촉각을 곤두세우듯 촉수를 세워온다.
위험하다, 에스더가 너무 얌전해져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촉수들이 눈치채고 있다.
에스더는 마법소녀여서 최면이 통했지만, 이대로 가다간 통제 불능이 된 촉수들에게 온몸을 갈기갈기 찢겨져 버리고 만다.
“에, 에스더! 촉수들이 날 공격하지 못하게 해!”
곧바로 최면어플들 내밀며 명령을 내리자 에스더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들어 올리고 휙 하고 바깥으로 파리를 쫓듯 흔든다.
곧바로 촉수들이 쉬이이익 시이이익 하고 불쾌한 소리를 내며 촉수를 반대쪽으로 쭈욱 뻗었다.
나는 여전히 입에 물어져 있는 여자들을 보고…혹시나 싶어 에스더에게 하나 더 명령했다.
“사, 사람들을 풀어줘. 촉수들한테 명령해서 전부 다 풀어주게 해.”
곧바로 에스더가 멍하니 주먹을 앞으로 뻗더니 손에 쥐고 있는 걸 놓는 것처럼 손바닥을 쭈욱 펼친다.
이번엔 조금 전 보다 더 불만이 많아 보이는 불쾌한 소리가 진동한다. 촉수에게도 발성기관이 있는 걸까 싶었지만, 대부분이 스플릿 마우스 형태의 기다린 입 모양 촉수에서 나오는 울음소리였다.
“하아앙…앗…하으으윽….”
“오, 오옥, 오혹…호오오….”
“후힉…히이…후이이…히익….”
점막으로 만들어진 꽃잎처럼 생긴 촉수의 입에서 하나둘씩 여자들이 떨어져나온다.
철퍽철퍽 하며 음액에 잔뜩 절여진 여자들이 입에서 영양분이 섞인 음액들을 토해내며 바들바들 떨고, 쉴 새 없이 절정한다.
내 등 쪽에서 옷을 물고 놔 주지 않던 촉수도 불만스러워하며 내 몸을 놔준다.
“후으으으윽…♡ 오호오오…♡”
그레이프도 철퍽 하고 떨어져 내려 엉덩이를 든 채 움찔움찔 떨어댄다.
에스더는 여전히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고…나는 에스더에게 다시 최면어플을 들이밀며 명령했다.
“이, 이제 돌아가.”
죽으라는 명령을 내려야 하는건가 잠시 고민되었지만, 그런 강한 명령을 내리면 분명 에쉬나 래피드가 그랬던 것처럼 저항력이 일어날 것이다.
세뇌에서 지금 풀어지게 되면 곧바로 난 죽어버릴 게 틀림없다. 너무 강하지 않은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 명령이었다.
하지만 에스더는 이번 명령은 듣지 않았다.
“뭐, 뭐야 왜 안 돌아가? 이유가 뭐야?”
“…지금은, 게이트가…다 안 열렸어….”
“아, 아하….”
당황한 나머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건데 에스더는 내 말을 최면을 통한 질문으로 받아들인 모양인지 순순히 대답해줬다.
차원문이 아직 열리고 있다. 많은 촉수괴물들을 데리고 온 만큼 에스더가 돌아갈 때 사용하는 차원문도 크기가 제법 컸다.
분명 내가 알기로는 간부급은 혼자서 빠르게 퇴각할 수 있고 자신이 혼자 드나드는 차원문은 곧바로 열 수 있는 것으로 알고있지만…에스더는 자신의 촉수군단을 두고 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애쉬에게 아무리 얻어맞아도 살아남은 촉수들은 전부 데리고 돌아간다.
[래피드 A 구역 현장 진입! 잠시 후 도착합니다!]
…갑자기 한가해졌다.
래피드가 오면 아마도 전투가 시작될 테고, 오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에스더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을 것이다.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래피드가 오면 에스더도 자극을 받아서 최면에서 깰 수도 있겠지…? 공격을 받으면 깨려나?
안 깨면 래피드가 이기겠지.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 래피드만 오면….
…조금 있으면 오는 거지?
“에스더, 보지 보여줘….”
“…네.”
그 말은…에스더는 래피드나 애쉬보다도 더 만나기 어려우니까, 에스더의 보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이것뿐이라는 얘기였다.
과거 인기투표 3위 마법소녀의 보지…아니, 이제는 타락한 마법소녀의 보지….
뷰지도장으로서 결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보지다.
나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촬영할 준비를 하며 에스더에게 명령했고, 에스더는 순순히 그곳을 가리고 있던 천 쪼가리나 다름없는 수준의 옷에 손가락을 걸더니, 차렷 자세로 천천히 내렸다.
그대로 자세히 봐 달라는 것처럼,두 다리를 옆으로 살짝 벌리고 서서 두 손으로 그곳을 벌려줬다.
“…미친!”
그리고 나는 에스더의 보지를 보고…정말 상상도 못 한 광경에 사진을 한 장 찰칵하고 찍은 채로 굳어버렸다.
이건 정말 상상도 못했다…타락한 마법소녀의 보지가…이런…이런….
“촉수보지라니!”
빼곡하게 자그마한 촉수들이 모여서 길쭉한 돌기처럼 난 채 보지 앞에서 꿈틀거린다.
무척 무시무시한 광경인데도…점액이 가득해서 야하다.
괴수 특유의 음액이 잔뜩 흘러나오는 게 보인다. 가느다란 촉수 돌기 하나하나가 야릇하게 움직여대는 게 굉장히 무서우면서도 묘한 느낌이 있다.
나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조심조심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보았다.
“우와아아아…이게 에스더 보지…와….”
촉수들이 손가락에 찰싹 달라붙으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손가락을 감싸 조여댄다.
무섭다…인간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감각이다.
설마…촉수보지는 정말 생각도 못했지만…에스더의 주변에 있는 촉수들을 보면 에스더답다는 생각이 든다.
…촉수들의 여왕인 걸까.
무섭다는 생각을 하며…천천히 손을 빼냈다.
손가락에 가득 묻은 점액을 보니 묘하게 두근거린다.
타락한 마법소녀 에스더의 음액….
이거 분명…증명할 수단만 있으면 고가에 팔릴 게 분명하다.
채취할 도구가 없다는 걸 아쉬워하는 그때, 갑자기 내 눈에 에스더의 뿔이 들어왔다.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만져보고 싶었다.
대체 무슨 느낌일까.
천천히 손을 뻗은 나는 에스더의 두 뿔을 잡아 쥐었다.
“햐아아아악…?! 햐아아아…♡”
“헉?!”
그러자 곧바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허리를 뒤로 뻗은 채 다리 사이에서 음액을 뿜어대는 에스더의 모습을 보고 나는 곧바로 손을 떼 버렸다.
방금 그 목소리는 뭐지?
…그게 에스더의 목소리라고?
말도 안 되게 귀여운 목소리다. 타락하기 전에 방송에서나 들리던…귀여운 척이 가득 느껴지지만 그래도 귀엽긴 했던 목소리가 진심으로 터져 나왔다.
이렇게 진심으로 낼 수 있는 목소리였단 말이야?
당황스럽다…역시 타락해도 3위…인기만이 아니라 실력도 겸비했던 에스더라는 마법소녀…무서운 매력이 담긴 목소리였다.
“앗..잠깐…헉!”
뿔에 손을 대고 떼자마자 에스더의 머리에 파직파직 하고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강력한 번개다. 래피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애쉬의 머리에서 빛나던 빛이 떠오를만한 작은 번개가 파직거린다.
애쉬처럼 깔끔하고, 조용하게 쉴 새 없이 빛나는 느낌은 아니지만, 뭔가가 터질 것처럼 불안해 보이는 빛이 파직거린다.
최면이 풀리려고 한다.
“헤에에엑…♡ 헤엑…♡”
“아후으으으, 아으으으응…♡”
나는 곧바로 거대한 촉수 괴물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듯 내려왔고, 점액투성이가 된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떠는 여자들 사이를 지나 도망치려고 했다.
최면이 풀리면 끝장이다. 곧바로 최면을 다시 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면을 다시 걸려고 하기도 전에 에스더가 날 죽여버릴 거다.
아직 완전히풀린 것 같진 않으니 어서 도망가야 했다.
“에스더!!”
그때,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갈색의 폭신폭신한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머리 모양, 보랏빛의 레오타드같은 형태의 쫙 달라붙는 슈트, 에스더보다 확실히 더 큰 가슴, 가는 허리, 커다란 골반…쭉 뻗은 다리…그런데도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상냥해 보이는 몸매에, 자애로운 성녀와 같은 인상의 얼굴….
한 손에는 그녀의 상징이나 다름없게 된 매직완드를 쥐고, 어울리지 않게 사나운 표정으로 보이려는 것처럼 인상을 쓴 채 에스더에게 매직완드를 내밀고 있다.
최초의 마법소녀라 불리는 둘, 그중에서도 각종 보호, 지원마법, 원거리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아름답고도 자애로운 성녀라 불리는 마법소녀.
래피드였다.
“아? 아…아아아아?”
곧바로 에스더의 머리 위의 번개가 파직파직거린다, 뭔가가 깨지는 듯 콰창! 하는 소리가 나며 에스더의 눈빛에 광기가 돌아오고, 그대로 고개를 삐딱하게 옆으로 튼 에스더가 래피드를 웃는 얼굴로 바라보며 한 손을 휘둘렀다.
“아하하하하하!! 래피드으으으!! 안녀어어어엉!!!”
에스더의 양손에 불의 검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