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에스더 (2) [삽화추가]
A구역에는 래피드와 애쉬만 있는 게 아니다. 여러 마법소녀들이 포진해있으며, 그레이프는 그중에서도 상위의 마법소녀였다.
최초의 마법소녀인 애쉬와 래피드 이후 상당히 초기에 나타난 마법소녀로 그녀는 정말 일을 하는 회사원들 사이 어딘가에 섞여 있을 것 같은 발언의 리얼리티 때문에 회사 구역의 땅값이 올라가게 하고 있는 주범이기도 했다. 그 탓에 그녀의 집은 회사보다 훨씬 먼 곳이 되면서 출근시간이 길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는 어딘가 이상한 마법소녀였지만…그 실력만은 진짜였다.
“아하하하하! 뭐야, 뭐야, 겨우 이거야? 마법검 하나 다시 새로 사야 하는 거 아니야?!”
“제작비용이! 얼만데! 그딴,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
“아하하하! 공격마법은 하나도 모르는 그레이프~신체강화밖에 못 쓰는 멍청한 마법소녀 그레이프~숫자 잘못 눌러서 100배 발주해서 사직서 쓸뻔한 그레이프~아하하하!”
“죽여버릴거야!”
다른 마법소녀들처럼 화려한 전투는 아니었지만 그레이프는 마법소녀라기보다는 마법전사처럼 묵직한 맛이 있는 전투를 보여줬다.
돈이 부족해 그나마 적당한 길이와 적당한 양의 재료로 만들 수 있어 주 무기가 되었다고 하는 레이피어를 휘둘러 에스더와 대적하고 있다.
에스더가 공격마법은 하나도 모른다고 했지만, 정말 그 말대로였다. 그레이프의 장기는 얼음마법으로, 검에 얼음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얼음마법을걸어 전투의 열기를 쿨다운시켜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이 특기다. 특히 자잘한 괴수들을 많이 처리해야 할 때 빠른 속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으며 건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괴인의 전투에서도 ‘오래 버티기’ 에는최고의 마법소녀로 꼽힌다.
다만, 상대가 안 좋았다.
“아하하하하! 검술 쓰레기! 재능 쓰레기! 트루비전에서 만들어준 마법검도 쓰레기!”
“꺄아아아악!”
그레이프가 들고있는 그저 단단하고 마력을 넣어서 강도를 높일 수 있을 뿐인 특수한 검과 다르게 에스더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녀의 공격마법을 검의 형태로 ‘고정’ 한…훨씬 더 강력하고 파괴적인 마법이다.
그레이프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마법검이 부서지며 날아갔고, 내가 다니던 회사의 방호 철문을 쾅! 하고 일그러뜨리며 부딪혀 떨어졌다.
“우후후후…그레이프의 보지는 무슨 맛일까~? 자아, 그레이프…신나는 촉수 섹스 시간이야!”
“시, 싫어엇!! 에스더! 멈춰엇!”
“아하하하하! 시민을 지키는 마법소녀가 시민들은 다들 쾌락을 빨려주고 있는데 혼자만 버티는 것도 그렇잖아? 걱정 마~잔뜩 빨아먹고 나서…너도 마신님께 데려다줄게♡”
“싫어어!! 싫어어어…! 촉수자지는 싫….후으으으읏…♡ 하우으으읍!!”
결국, 그녀도 순식간에 패배해 입 모양 촉수에 삼켜져 음액 절임이 되기 시작했다. 칼날 형태의 촉수와 이빨형 촉수가 전투복을 가슴과 보지 주변만 도려내어 버리고 페니스 헤드 촉수가 그녀의 보지에 체액을 퓨웃 하고 쏘아내더니 곧바로 쑤셔대기 시작한다.
“후으으윽! 후으으윽! 후으으으윽…♡”
동굴에 울리는 듯한 억눌린 소리가 촉수에 상체를 삼켜진 그레이프의 입에서 새어 나오고, 에스더는 그녀에게서 흘러내려 오는 쾌감 에너지를 흡수하며 전율에 떨고 있었다.
“하아아아아…♡ 대단해애…이게 마법소녀의 감정 에너지…♡ 일반인하고는 정말 비교도 안돼앳…하아…하아…래피드, 래피드를 따먹고싶어…! 래피드! 당장 나와~♡ 네 감정 에너지를 먹게 해줘! 죽을 때까지 기분 좋게 해줄게!”
희열에 젖어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미친 듯하면서도 무척이나 야릇했다.
그레이프가 촉수에 삼켜지는 걸 본 순간 질겁한 나는 곧바로 파우치를 열어 전투용 각성제 샘플 하나를 몸에 투여했다.
그저 좀 더 오래, 빠르게 달릴 수 있게 해주고 고통을 잊게 해주는 약물일 뿐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문제는 샘플인 만큼 양이 적어서 효과가 5분밖에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하…쥐새끼야, 갑자기 도망치면 재미없잖아?”
“으아아악!”
하지만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한 나를 이미 에스더는 알고 있었던 건지 곧바로 이빨형 촉수들을 시켜 내 옷을 물게 해 들어 올려 버렸다.
나는 싸구려 수트가 찌직찌직 하는 소리를 내며 찢어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그녀의 앞에 들어 올려졌고, 래피드와 비교하면 부족하지만…무척이나 귀엽고 도도한 얼굴과 마주하게 되었다.
“너는~래피드가 오면 가지고 놀 장난감이란 말이야. 함부로 도망치면 안 돼?”
“허억…허억….”
“흐음…그레이프가 예전에는 날 막은 적도 있으니까 늦게 오나 본데~그때까지 뭐 하고 놀까?”
“응후으읏♡ 사려져엇…♡ 후으으으읏…♡”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에스더는 불의 검을 손에서 지워버렸다. 그녀의 옆에서는 그레이프가 두 다리만 밖으로 내밀어 허우적대며 보지를 쑤셔지고 있었고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은 음액이 그녀의 질 내로 쉴 새 없이 쏟아지며 상기된 입구가 움찔거리며 경련하는 게 보인다.
에스더는 손가락을 튕겨 그런 그레이프의 엉덩이를 페니스 헤드 촉수에게 쉴 새 없이 채찍질하게 하더니, 칼날 형 촉수를내 손목에 닿게끔 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하하하, 에스더 퀴즈~한번 틀릴 때마다 손목이 하나씩 날아가고, 손발을 다 잃으면 다음에는 자지를 잘라버려요~5개 맞추면 목숨은 살려줄게!”
나는 이빨형 촉수에 매달린 채 그녀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지금까지 그녀를 만나고 살아남은 목격자가 존재할 수 있었는지 이해했다.
에스더 퀴즈는 그녀가 마법소녀였던 시절, 그녀의 뷰튜브에서 했던 그녀에 대한 퀴즈를 여러 개 맞추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다.
구독자는 많았지만 래피드와 애쉬에게 가장 관심이 쏠리는 시기였던 탓에 정답자는 많지 않았고, 결국 폐지되었던 이벤트였다.
그렇게 인기 있는 이벤트가 아니었으며 에스더에 대한 관심도 래피드와 애쉬 다음에 있는 마법소녀 정도에 불과했으니 분명 평범한 사람들이라면…발목이나 손목을 잘리거나 사지를 다 잘리고 살아남거나,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첫번째 문제~내 생일은 언제일까요?”
“머리카락 색처럼 붉은 태양 빛이 가득한 한여름의 8월 8일로 밝혀져 있지만 실제로는 12월 4일.”
하지만…그 누구도 못 맞추는 문제라 해도…나는 다르다!
“아하하하, 제법인데~? 마법소녀좀 좋아하는 사람인가 봐? 두 번째 문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붉은색! 제일 싫어하는 색은?”
“스칼렛, 레드와 스칼렛은 다르니까! 진짜를 흉내 낸 듯한 색은 싫어하지.”
“어?”
각성제의 효과가 아직 완전히 다 가시지 않은 내 머릿속에는 과거 한참 마법소녀들에게 빠져있을 때, 애쉬와 래피드는 절대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포기한 순간 그다음으로 쫓아다니게 되었던 에스더에 대한 정보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그 이유는?”
“부라타 치즈가 들어간 양상추 샐러드. 부드러운 식감과 아삭한 식감을 같이 먹는 게 좋은데 샐러드는 살도 안찌니까.”
“…키랑 가슴 사이즈. 정.확.히.”
“공개된 정보는 164에 C컵, 하지만 그건 직원이 다른 가슴과 비교해 작아 보인다고 실수한 걸로 실제로는 D컵. 키는 촬영할 당시 사실 키높이가 들어간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 운동화는 신발 쇼핑하는 편에서 나온 대로라면 3CM의 키높이가 들어가 있으니 실제 키는 161!”
다른 이들이라면, 만점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모두가 애쉬와 래피드만 쫓을 때 나는 사실 에스더의 그곳 모양도 촬영하고 다녔다. 다들 관심 없어 해서 별로 좋은 상품은 아니었지만…언젠가 뜰 것이라 믿고 있다가 데이터 칩 용량이 부족해서 전부 폐기하고 나서야 괴수에게 납치당하고 타락한 마법소녀로 등장해 다시는 구하지 못할 자료를 폐기한 것을 후회했던 만큼…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에스더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일까요?”
“페르시아어로 별을 뜻하는 단어! 괴수가 가득한 밤하늘 같은 세상에 밝게 빛나며 모두가 바라보는 별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든 마법소녀명!”
다른 놈들이라면, 맞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마법소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들의 모임의간부급 회원!
뷰지도장이다!
“너, 너….”
나의 답변을 모두 들은 에스더가, 살벌한 외모에 걸맞지 않게 얼굴을 수줍게 붉히고 있는 게 보인다.
답변은 완벽했다. 이 세상에 나만큼 완벽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다.
래피드와 애쉬의 정보는 설정덕후 놈들이 유료로 팔 만큼 가치 있게 다뤘지만…에스더의 정보는 별것도 아닌 것처럼 무료로 풀어대고 심지어 뷰튜브에서도 직접 얘기해주기까지 해도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잊혀져 가던 정보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바로 나…그녀의 생일날 생일때는 어떤 점이 다를까 싶어 사진을 찍고 다니기도 하고 뷰튜브 생방송을 많이 해 전투가 발생하는 걸 바로바로 알 수 있으며, 상위권 마법소녀인 만큼 애쉬와 래피드도 자주 나타나는 현장을 보여주기도 하던 그녀의 방송을 빠짐없이 체크해본 내게 있어 에스더는 얼마 안 되는 정말 세세한 정보를 다 아는 마법소녀중 하나였다.
그녀는 정말 얼굴을 한껏 붉히더니,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활짝 웃으며 외쳤다.
“너! 팬클럽 번호 몇 번이야!”
“124번. 생일번호 먹었습니다.”
“꺄아아아악!!”
에스더는 소녀처럼 좋아하며 얼굴을 감싸고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124번! 그걸 생일번호로 알아주는 애가 먹었단 말이야? 88번이 자기가 생일이랑 같다면서 특별한 사람 취급해달라고 해놓고 진짜 생일은 모를 때 기분 나빠서 죽여버릴까 했는데!”
“어…혹시 66번도 만나셨어요?”
“그러엄~! 1번도 만나고 66번도 만나고~100번도 만나봤지만 이렇게 완벽한 대답은 네가 처음이야 124번!”
타락한 마법소녀가 된 후로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정말로 기뻐하는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다. 희열에 젖은 소녀의 얼굴, 진짜 팬을 만났다는 게 기쁜지 에스더의 주변에는 붉은 마력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화륵화륵 하고 불처럼 타오르며 퍼지고 있다.
나는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긴장감을 전부 지운 채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완벽한 대답이라니…팬클럽 녀석들 제대로 활동하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최고의 대답이었어. 특히 내 이름은 말했다가 래피드랑 애쉬가 달하고 태양이라 보이지도 않겠다고 해서 속상해서 영상 지웠었잖아!”
“아~그래서 지운 거였구나….”
내가 단 익명 댓글이다.
“너 지금도 나좋아하니? 어때? 지금 내 모습? 어디가 제일 매력적이게 보여?”
“당연히 뿔이죠! 이 뿔…소악마 같은 듯하면서도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 멋있지 않습니까?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고요!”
“꺄악! 그런 거 안돼, 뿔은 민감하단 말야~혹시 내가 습격할 것 같아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일하는 곳이 여기긴 한데, 촉수들이 막 나타나길래 혹시나 하고 숨어있었죠. 그레이프같은 년한테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이기셔서 다행입니다!”
“그런 연약한 몸으로 그러면 어떡해! 하마터면 촉수한테 죽을 뻔했잖아! 그리고 내가 저딴 년한테 질 리가 없잖아~”
“응후으으으읏! 오오오오♡”
내 말에 반응하는 듯 그레이프의 보지에 쑤셔지는 페니스헤드 촉수의 개수가 늘어난다. 두 개의 촉수가 번갈아가며 쑤셔대며 그레이프는 촉수에 삼켜져 내보내진 두 다리를 완전히 꼿꼿이 세운 채 음액을 퓻퓻 하고 분수처럼 뿜어대고 있었다.
당연히 뿔이 달린걸 좋아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무섭다, 끝이 뾰족해서 지금도 날 찔러 죽일 것 같다. 팬클럽은 가입하면 당시 유료로 볼 수 있던 생방송 브이로그를 1달 동안 무료시청할 수 있는 교환권을 주길래 가입하고 우연히 124번이 되었던 거다. 브이로그를 보여주다가 갑자기 전투현장으로 가서 애쉬의 래피드의 목소리가 살짝 들리기라도 하면 나도 후다닥 튀어나가서 흔적 수집을 하고는 했다.
말하자면 난 팬클럽에 가입했다기보다는 경보기 한 달 무료이용권을 받은 것이었다.
“저, 저는 그럼…살려주시는거죠?”
“살려주고말고! 아 참! 마지막 질문! 이거 들으면 소원 들어줄게!”
나는 이걸로 확실히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말했고, 에스더는 그런 내게 손가락을 내밀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에스더 팬클럽, 유성우의 의미이자 팬들의 소원은?”
“어…분명, 에스더를 따르는 별들이 되어서…영원히 함께야…?”
“와아! 잘 기억해주고 있구나!”
쉬운 질문이었다. 이건 따로 숨겨져 있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고…팬클럽에 메인 화면에 떡하니 쓰여져 있는 문구였으니까.
그런데…대답을 하고 나자 뭔가 알 수 없는 오한이 솟구친다.
“혹시 좋아하는 괴수가 뭐야? 난 촉수가 좋은데~”
“저, 저도 촉수가…좋습니다.”
“어떤 촉수가 좋아? 음~너는 왠지 듣기 좋은 말을 잘하니까 스플릿 마우스를 잔뜩, 그리고 돌기가 많은 스웜 촉수랑…특별히 날 안마해 줄 수 있도록 마디가 있는 텐더 촉수는 어때?”
왠지 점점 더 오싹해진다. 대체 왜 갑자기 촉구의 취향을 물어보는 거지…? 살려준다고 했으니 이대로 풀어주는 걸까 싶었는데 에스더는 오히려 나를 촉수 옥좌의 바로 옆에 앉히며 촉수로 칭칭 감은 채 놔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하고 있었다.
“와아~1번도 네가 좋은가 봐! 귀여워라, 완전히 칭칭 감아버렸네.”
“…1번요?”
등골이 오싹한 걸 넘어서 식은땀이 난다. 촉수가 어째서인지 무척 상냥하다. 다른 사람들이나 남자들을 대할 때의 폭력적인 움직임이 아니라…동료를 대하는 듯한 친밀한 느낌이 가득할 정도로 자상하게 몸을 감싸고 쓰다듬는다.
“…저기 혹시…이 촉수.”
“1번이야! 88번도 저기 있어~88번은 마음에 안 들어서 페니스헤드는 딱 두 개만 달아줬는데, 너는 엄청 많이 달아줄게!”
“…유성우는 영원히 함께?”
“영원히 함께야!”
…이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