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최면어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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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거! 정신을 어디 팔고 있는 거야?”
“네? 아….”
“정신 팔고 있을 시간 있으면 나가서 방위군한테 카탈로그라도 돌리고 와!”
대머리 부장의 말에 앉아서 문서작업을하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켓을 몸에 걸쳤다.
부장이 시킨 대로 카탈로그 데이터 칩이 든 파우치를 들고 회사 밖으로 나가자 일에 치이고 있는 다른 영업사원들이 뛰어다니는 게 보인다.
나도 부장에게 쫓겨난 이상 저렇게 뛰어다니며 카탈로그라도 다 돌리고 와야 했지만…이 며칠간 도통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후….”
길게 한숨을 내쉬며 깊은 고민에 빠져들어 갔다.
머릿속엔 얼마 전 본 래피드의 영상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앱만 떠오르고 있었다.
모두의 우상이자, 모든 남자의 딸감이라고 할 만한 두 마법소녀, 그중에서도 래피드가 정말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남자의 자지를 열심히 빨아대고 화장실에서 그 커다란 엉덩이를 내미는 영상은 정말 딥페이크를의심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지만…아이돌의 유출 섹스 영상을 봐 버린 듯한 충격과 흥분보다는 그 영상의 내용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컸다.
몇번이고 혼자 다시 보며 고민해봤지만, 영상은 정상적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첫 번째 영상에서 말하는 최면이라는 얘기와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은 래피드의 모습…이후 화장실, 폐건물 같은 장소에서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진 마법소녀를 자기 맘대로 가지고 놀고 쾌감을 즐기는 내용, 그리고 마지막 영상의…촬영자가 애쉬에게 죽임당한 것으로 생각되는 모습.
딥페이크와는 다르다, 이건 진짜 영상이다.
아마 음성을 같이 듣게 되면 모두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고…영상을 본 모두는 방위군에게 압송당해 검열대상이 되어 버리겠지.
영상 속의 남자는…마치 괴수들이 쓰는 정신침투라는 능력을 핸드폰을 통해 쓸 수 있는 듯해보였다.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마법소녀만의 전유물인 마법을 기계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미 방위군에게 마법을 쓸 수 있는 총 같은걸 쥐여줘서 괴수들을 모두 쓸어버렸겠지.
소문으로는 이미 그런 부대가 있기는 해도 마법소녀만큼의 위력이 나지 않는다는 말도있었지만…그렇다고 해도 문제다.
상대를 세뇌하는 무기가 이렇게 핸드폰 안에 들어간다는 말도 이상하고…그 무엇보다도 그게 마법소녀에게도 통한다는 건 정말 사람이 물 위를 걸을 수 있다는 얘기처럼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트루 비전의 네트워크, 비전넷에 영상을 올리면…분명 곧바로 방위군에 체포당하게 될 테고 애쉬와 래피드와 개인 미팀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영상 내용에 대한 말만 글로 써서 올려도…바로 방위군이 접촉해 올 것이다.
아마 그리고 정밀검사라는 이름의 기억삭제를 당하겠지.
정밀검사를 통해 정신 자체를 검열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인터넷 이용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시크릿 채널이라 부르는 정보 공유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방위군의 비밀 중 하나였다.
정신공격을 하는 괴수들을 연구해 만들었다는 기기들에 어린시절의 기억 하나하나까지 영상으로 저장되어 검토 당하며 기억을 ‘검열’ 당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난 영상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 없이 나 혼자만 몰래 간직하며 매일 밤 마다 잘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영상에대한 고민은 끝난 것에 가까웠다.
운 좋게 엄청난 영상을 얻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큰일 날 테니 나 혼자 소중히 보관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영상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이 이상한 영상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얼마 전 내가 이 영상과 함께 있던 수상한 앱을 핸드폰에 설치해버렸다는 점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아무리 봐도 데이터 칩안에 같이 있는 정체불명의 앱과 무언가 관계가 있는 것 같았고, 며칠 동안 계속 영상을 보고 자위하고, 래피드가 자지를 열심히 빨아대는 모습을 보며 몇 번이나 정액을 뽑아내다가…나도 래피드와 이러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싸기 직전의 순간에 나도 모르게 앱을 설치해버렸다.
설치한 직후 앱은 ‘업데이트중’ 상태가 되어있었고, 분명 비전넷을 통한 업데이트 과정이라 생각한 나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방위군을 경계하며 핸드폰을 폭탄처럼 느끼고 있었다.
너무 수상하다.
업데이트라니? 대체 뭘…?
업데이트는 하룻밤이 지나자마자 끝나버렸고, 나는 두려운 마음에 앱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여는 순간 방위군이 들이닥쳐 끌고 가진 않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앱을 설치하고 며칠이 지나 오늘 아침이 되기까지도 방위군은 찾아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날이 지나도 나의 일상은 이전과 같이 군용 전투약물을 만드는 제약회사에 출근해 대머리 부장에게 약팔이 취급을 받으며 회사 밖으로 나가는 일의 반복이었고, 달라진 점은 그저 내 비전폰에 ‘마법소녀 최면’ 이라는 이름의 수상한 앱이 추가되었다는 것뿐이었다.
심플한 이름, 아이콘조차 그저 검은색일 뿐인 그 수상한 앱은 설치한 후 오늘까지 며칠 동안 아무런 일도 없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러면서도 무척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부장이 시켜서 카탈로그를 나눠주러 바깥으로 나왔지만 일을 할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켜볼까.”
결국 나는 며칠이나 잠을 설치며 고민한 끝에 앱을 켜 보기로 결심했다.
영상 속의 남자도 애쉬에게 반 토막 당해 죽었지, 방위군에게 잡혀가진 않았다는 생각에…추적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밤마다 보는 영상처럼 나도 모두의 우상인 마법소녀들에게 성욕처리를 시키고 싶다는 욕망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었다.
도보 한 구석에 서 있던 나는 비전폰을 들어 아이콘을 터치해 마법소녀 앱을 실행했다.
[지이이이익-]
“…뭐야.”
그러자 '마법소녀 최면어플' 이라는 딱딱한 글자가 잠시 보인 후 핸드폰 화면이 붉은색과 흰색, 검은색의 점들로 이루어진 노이즈 화면으로 변하더니 아주 작게 이상한 소음을 내게 변해버렸다.
묘하게 섬뜩한 화면은 가만히 보고 있어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고, 조잡한 느낌마저 들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간단한 화면은 장난이라 치부할 만했지만, 장난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영상의 내용이 마음에 걸린다.
“음…?”
자세히 보니 화면 구석에 레이더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아이콘이 작게 떠 있었고, 나는 대체 이게 뭔가 싶어 아이콘을 터치했다.
“뭐지…?”
그러자 핸드폰 화면에 눈에 익숙한 지도 화면이 나왔다.
지도 화면 위에는 특이하게도 래피드와 애쉬의 이름이 적힌 핀 모양의 아이콘 꽂혀 있었고, 지도를 가만히 보는 와중에도 핀은 계속해서 지도 안에서 움직였다.
어딘가에서 본 적있는 것 같은 움직임이다.
예전에 오염괴수 바이러스 피해때 감염된 민간인들을 주민 스스로 감시하라고 트루비전에서 만들어 일시적으로 허용해 줬던 앱에서 본 화면과 비슷하다.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걸 보여주고, 장소를 알려주는…GPS 시스템.
“헉!”
곧바로잔뜩긴장한 채 지도를 보며 걷기 시작한 나는 지도 안의 래피드라고 적혀있는 핀을 따라가다 길 밖으로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웠다.
“택시!”
현재 애쉬와 래피드가 활동하고 있는 구역은 A시, 나도 마법소녀를 한 번이라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으로 이사하고 취직했지만 A시에서 둘을 목격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습격에 휘말리면 볼 수야 있었지만, 괴수들의 습격은 마법소녀를 보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정말로 목숨이 걸려있는 위험한 사고였다.
아무리 마법소녀를 보고 말을 섞고 싶다고 해도 천재지변에 휩쓸리는 거나 다름없는 일을 자진해서 겪고 싶지는 않았고, 그런 만큼 마법소녀를 만난다는 건 아무리 A시의 주민이어도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복권이지만….
정말 혹시나 싶어진 나는 최면 어플에 있는지도 기능을 본 나는 정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지도에나와 있는 지역으로 이동했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지도에 떠있는 위치에 맞춰…가장 가까이에 있는 케이크 가게에 다가간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눈에 띄는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아이는 내가 알고 있는 래피드와는 조금 다른 외모를 하고있었다.
살짝 곱슬 거리는 긴 머리를 밑으로 쭈욱 내린 채 몸에는 근처 어딘가의 여학교의 것으로 기억나는 교복을 입은 그녀는 기억과는 다르게 학생처럼 어린 외모를 하고 있었고, 키도 본래의 모습과는 달랐다. 하지만 시선을 잡아 끌 수밖에 없는 기적 같은 체형은 쉽게 존재하기 힘든, 남자를 자극하는 음란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아직 어린 탓에 F 컵 정도로만 보이는 가슴, 꽉 조인 듯 가는 허리와 교복 치마에 감싸인 뒤집힌 하트 모양의 엉덩이….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케이크를 먹으며 행복해하고 있는 여자아이는 분명 비밀 사이트에 사진으로 돌아다녔던 어린 시절의 래피드의 모습 그대로였다.
“미친…이거, 진짜야…?”
혹시나 했지만, 앱에 있는 지도 기능은 정말로 마법소녀의 위치를 추적해주는 기능인 듯해 보였고, 어린 래피드의 모습을 본 나는 어째서 지금까지 A시 주민들이 거리에서 래피드를 만나지 못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모습이 아닌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데, 그 모습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그저 닮은 사람이구나 하고 지나쳤을 게 틀림없다.
어린시절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한참 어려 보이는 그녀를 래피드 본인이라고 생각하진 못할 것이다.
모델처럼 쭉 뻗은 다리와 커다란 가슴을 지탱하기 위한 것처럼 평범한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는 현재의 래피드와 다르게, 어린 시절의 래피드는 아직 가슴은 지금처럼 폭발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지만, 남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어리면서도 배덕적이고 음란한 신체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저 이거, 세븐레이어 초코치즈케이크에 와플칩 추가해서 하나만 더 주세요!”
“으, 음…그, 그래….”
의도하지 않아도 남자를 홀려버리는 매력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건지 가게 사장님이 멍하니 바라보다가 래피드의 말을 듣고 케이크를 가져다주는 게 보인다.
나는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바라보며 숨어있다가…점점 긴장해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래피드가 케이크를 전부 먹고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잘먹었습니다~후아….”
그리고 난 결국 래피드가 나온 순간 곧바로충동적으로 그녀의 앞으로 튀어나갔고…당황하는 그녀의 얼굴에 미리 실행시켜둔 마법소녀 최면어플의 화면을 들이밀었다.
“어…?”
“머, 멈춰!”
화면을 내밀면서도 나는 혹시나 최면에 걸리지 않으면 곧바로 넘어질 준비를 하고있었다.
혹시나 아무런 효과가 없으면달리다가부딪힐 뻔해서 멈추라고 외치고 넘어진 척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래피드는 정말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고…얼굴을 보니 정말 뭔가 잘못된 것처럼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 혹시나, 혹시나 하며…교복을 입은 어린 래피드에게 명령했다.
“따, 따라와….”
그러자 놀랍게도 래피드가 정말로 멍한 눈으로 내 뒤를 따라왔다.
나는 긴장감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케이크 가게가 있는 건물의 화장실로 래피드와 함께 들어갔다.
정말로 거짓말처럼 래피드는 커다란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양복을 입은 아저씨를 교복을 입은 미소녀가 화장실 안으로 같이 들어간다는 위험한 모습을 그대로 보이며 따라 들어왔고, 나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나서야 멍하니 서 있는 래피드를 보면서 조용히 입을 가리고 뒤늦게 경악했다.
“아니…이게…왜 진짜 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