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프롤로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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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한 나는 트루비전의 컴퓨터와 마력장 인터넷 회선이 아닌, 구세대의 무선 인공위성 인터넷에 연결된 차원분열 시기 이전의 구식 노트북을 꺼내 들고, 데이터 칩 호환장치를 꺼내 화상들을 전송하고자 했다.
카탈로그가 담긴 데이터 칩과 카메라용 칩은 얼핏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카탈로그용 칩들은 전부 저렴한 칩들을 사용해서 마감 퀄리티가 떨어진다.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촉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응?”
그런데, 데이터를 전송하려고 하니, 뭔가 이상한 파일이 보인다.
익숙하지 않은 확장자. 이건…확실히, 트루비전의 스마트폰 앱 설치파일이 이런 확장자였는데.
무언가 앱이 있다. 뭐지?
그리고 같이 있는수많은 동영상과 사진들이 보인다.
살 색 투성이의…야한 사진인가?
아무래도 그 시체가 되어버린 남자가 가지고 있던 데이터 칩을 잘못 꽂은 모양이다.
뭔가 이해가 되어버렸다.
죽기 전에 하드는 처분하고 죽겠어 하는 남자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바닥에 떨어진 작은 것들은 수리 로봇들이 다 처리하고, 스마트폰은 유족에게 유품으로 건네지게 되어있으니까.
남자로서 그 맘을 충분히 이해한다.
데이터는 다 처분하고, 칩은 뭐 주운 건 주운 거고 고급형에 고용량 칩이니까…전부 다 포맷한 후에 사용해 주도록 할까.
포맷하려는 순간, 약간 호기심이 들었다.
구시대의 노트북으로 최신 확장자의 파일은 전문 변환 프로그램을 써서 열 수는 있지만, 아이콘 상태에서 이미지가 많이 깨져서 보이게 된다.
살 색이 가득한 걸 보면 아무래도 야한 게 분명할 거고…
한번은 보고 지우는 게 좋지 않을까?
일단은 영상부터 보자는 생각에 나는 변환 프로그램을 켜 파일들을 변환시켰다.
그리고 변환이 완료되었다는 창이 뜨자마자, [바로 열기] 를 눌러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본 적 없는 야동이면 좋겠는데…하고 생각하던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며 내 눈을 의심했다.
[쯔읍…쯔읍…하아…움…쯔읍…]
[윽…허억…! 쩔어! 와…미친, 혀놀림 우왁…!]
[하아…쯔읍…쪼옥…]
다른 누군가라면,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본 적 있는 얼굴이다.
구시대의 인터넷을 사용하는, 트루비전의 감시를 피한 일부 인원들만의 커뮤니티인 시크릿 채널에서 퍼졌던, 학창시절 사진.
갈색 양 갈래 머리에 눈물이 맺힌 듯 반짝이는 눈, 폭력적이라고 할 만한 볼륨의커다란 가슴.
게다가 래피드가 다녔던 학교의 교복으로 유명해져 이제는 패션의 하나로 자리 잡은 디자인의 교복.
영상 재생 프로그램에는 학창시절의 래피드가 남자의 자지 앞에 무릎 꿇고 황홀한 표정으로 혀를 낼름거리는 화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어?”
딥페이크 영상인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방위군에서 처벌한다 하고 애쉬가 직접 쳐 죽인다고 방송해서 유명해진 래피드와 애쉬의 악성 합성 영상 중 하나인가?
하지만 화면이 너무 선명하고 조금도 어색함이 없다.
게다가 이 목소리, 화면은 속여도 소리는 속일 수 없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분명한, 확실한 래피드의 목소리다.
다른 누군가라면 영상을 의심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래피드와 애쉬가 나타난 순간부터 그녀들의 영상과 사진만 저장하고 듣고 찾아다닌 진짜 팬, 자다가도 애쉬와 래피드의 목소리로 모닝콜을 설정해 잠이 깨는 0티어 팬이다.
그런 나의 두 눈과 귀가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사실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건 딥 페이크 영상 같은 게 아니고 진짜로 래피드의 섹스 스캔들 영상이다.
최초의 마법소녀중 하나, 폭력적인 몸매로 사진만 찍혀도 화보가 되어버리고, 조금 순진한 모습과 남들을 위하는 순박한 마음씨, 약간의 백치미로 온 세계에 팬이 가득한, ‘성녀’ 래피드가 학창시절, 그 고귀한 입으로 남자의 자지를 빨아대는 영상.
이런 걸 가지고 있다는 걸 들켰다가는 무조건 방위군에 끌려간다는 생각에 구형 인터넷과 노트북은 검열회선에서 자유로워 들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선인터넷 회선을 끊어 버렸다.
낼름낼름, 낼름낼름 하고 래피드가 자지에 정신이 팔려 두 눈이 바보처럼 모여 지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귀두를 핥아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 구석에 무언가 어색한 것을 발견했다.
자지를 빨고 있는 장소는 어떤 건물의 화장실로 보인다.
그런데 그 칸막이 안에 붙어있는 마법소녀 래피드의 사진이 찍힌 홍보물…
지금 영상에 나오는 것이 학창시절의 래피드라면 있을 수 없는 화면이다.
그럼 역시, 조금 많이 닮은 사람인가? 빠르게 뛰었던 가슴이 점차 가라앉으면서도 아닌데, 본인인데 하는 본능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 순간, 영상 속의 자지에서 정액이 쭈욱 솟구쳐나오며 여자의 얼굴을 더럽힌다.
곧바로 작은 입술로 열심히 귀두 끝을 문 채 눈을 치켜뜨며 정액을 싸는 즉시 곧바로 꿀꺽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참을 수 없는지 전혀 참지 않은 채 정액을 계속 싸대고 있다.
당연히, 저렇게 래피드처럼 생긴 여자가 빨아주면 누구나 당연히 저럴 것이다.
래피드가 아니어도 저렇게나 닮은 거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영상 속의 여자가 한 손을 들어 올리고 손가락을 하나 톡 올리더니 사정을 끝내고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자지를 꾸욱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화면이 지직거리고, 섬광 같은 것이 손에 맺어진 것처럼 보이더니, 프레임이 끊기고, 남자의 자지가 다시 핏줄이 잔뜩 불거지며 커져 있는 것이 보인다.
“앗…!”
마치 한 번도 싸지 않은 것처럼 힘찬 자지가 펄떡이자, 여자가 다시 기분 좋은 듯 눈꼬리를 내리며 혀를 낼름거리고 자지를 핥아대기 시작한다.
입술을 모으며 귀두를 입에 머금은 채 뿌곡뿌곡 거리는 소리를 내며 빨아대기 까지한다.
그 장면을 본 순간 내 자지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발기해버렸다.
이건, 래피드 본인이 맞다.
확실해져 버렸다.
영상에 찍힌 저 현상은, 고농도의 마력을 맞은 전자장비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방금의 영상은 래피드가 사정을 마친 자지에 마법을 써서 다시 세우는 장면이었다.
마법을 쓰는 이런 외모의 마법소녀는 전 세계에 래피드 뿐이었다.
학창시절의 모습인 건 무언가 마법을 쓰고 있는 걸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영상은, 진짜로 그 마법소녀…래피드가 남자의 자지를 빨고 있는 영상인 것이다.
방위군 초창기, 징집 홍보를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와중에 나왔던 래피드의 비키니 화보집은 방위군이 커진 후 배포본을 모두 회수하려 했지만 한 부만이 남아 암암리에 판매되었고, 결국 경매에서 무시무시한 가격으로 낙찰되며, 래피드가 직접 찾아가 차라리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보여줄 테니 돌려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해 유명한 사건이 된 적이 있다.
지금 이 영상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폭탄이었다.
대체 그 시체가 누구길래 이런 영상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설마 본인? 그렇다면 래피드의 숨겨둔 남자친구?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영상이 모두 재생되는 걸 차마 기다릴 수가 없어 다음 영상으로 넘겼고, 사진도 함께 보기 위해 연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바지 속에 조금이지만 싸버리게 되었다.
사진 속에는 래피드가 화장실 칸에서 다리를 벌린 채 정액이 가득 차 제대로 구멍이 보이지도 않는 보지를 한 손으로 벌리며 변기 안으로 질내사정된 정액을 길게 늘어트리고 있고.
다른 한 손에는 래피드 최면 걸어서 따먹기 성공! 이라고 적힌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새로이 화면에 나오는 건 래피드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셀카모드로 자신이 섹스하는 모습을 찍고 있는 영상이었다.
[아앙, 하아앙, 하으으으, 하으응]
[와~진짜, 미쳤다…이게 마법소녀 보지…와아…윽…! 조금만 살살 조여…!]
[이, 이러케에~? 흐읏, 흐으응~! 읏, 안대애, 느껴서, 자꾸우…]
[씨발, 괴수들한테 따먹히면서 보지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거냐고…왜 이렇게 정액을 잘 짜내? 으…! 안에 또 쌌잖아…]
[마, 버업…써줄까아…?]
[아~그거 시간이 되감기는 건 좋은데 뭔가 개운했던 것도 사라져서 좀 별로란말이지…더 하고 싶긴 하니까 써줘봐.]
화면이 번쩍이고 쉴 새 없이 흔들린다.
잠시 후에는 남자가 래피드에게서 스마트폰을 가져간 것인지, 남자의 시점에서 고양이처럼 엎드리고 엉덩이를 들고 있는 래피드의 보지에 자지를 천천히 가져다 대는 영상이 나왔다.
[어우, 빨아들이는 거 봐…가만있어도 저절로 들어갈 것 같아.]
[하아앙…뺄리이…자지 빨리…]
[와 진짜 사람들이 이거 알면 어떻게 될까…? 래피드도 애쉬도 이미 보지는 다 개발되어버렸는데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도도하고 강하고 성스러운 성녀로 아는 마법소녀들이 사실 이미 괴수자지에도 헥헥대는 암캐들이라는 걸 알면?]
[하아아앙…! 하으으응…! 읏, 읏, 흐으응, 후읏!]
충격적인 말들이 흘러나온다.
그러면서도 남자의 허리보다 더 큰 폭을 가진 래피드의 커다란 엉덩이, 뒤에서 내려다보는데도 양옆으로 새어 나와 보이는 큰 가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말도 안 되는 몸매다.
허리는 남자의 손이 올라가자 한 손으로 반 가까이 가려질 정도로 가늘어서 엉덩이가 더욱 커 보이게 만든다.
부럽다, 나도 박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러면서도다른 영상이 궁금해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다른 영상들도 비슷했다.
침대에서 야한 속옷을 입고 마음껏 질내사정 당하는 래피드.
야한 자세를 취한 채 야한 말을 하는 래피드.
보지를 직접 벌리며박아달라고 조르는 래피드.
전투 현장에서 수리로봇이 돌아다니는데 골목에 숨어서 벽을 짚고 뒤로 박히는 래피드….
사진에는 키스를 하는 사진, 커플처럼 데이트하는 사진 등등…여러 가지 사진이 있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없는 장소, 둘만이 있는 장소로만 보이는 곳뿐이다.
그 점에서 어색함을 느낀다.
남자친구를 숨겨둔 거라고 하기에는 무언가가 어색하다고 해야 하나? 어딘가 숨어있는 듯한 장소, 숨기는 듯한 장소인 건 래피드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리고 촬영날짜가 가장 빠른 한 영상에서, 그 의문은 극에 달했다.
[우, 와아, 진짜 됐어. 진짜로 최면 된 거야?]
[…]
[래, 래피드님…? 가슴 만져도 되는 거지…? 진짜…?]
[…]
[미친…진짜 뭐야, 이 앱 뭐야. 최면앱이 왜 진짜 되냐고. 왜 진짜 마법소녀 위치가 추적되는건데…? 씨발…이거, 이거 몰카 같은 거 아니지?]
다른 영상들과 확연히 다른 영상이다.
초점이 없는 래피드의 눈, 당황한듯한 남자의 목소리, 아무 대답 없이 인형처럼 서 있는 래피드, 다른 영상처럼 래피드의 새하얀 피부에 손대는 것을 거리낌 없어 하는 게 아닌, 죄라도 짓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손길.
그리고 최면이라는 말.
대체 무슨 말이지?
[손상된 파일을 복구했습니다.]
그 와중, 파일들 중 마지막 하나가 뒤늦게 변환된 것이 알림에 떠올랐다.
강제로 촬영 도중 끊어진 파일.
저절로 변환 프로그램에서 복구과정을 거쳐서 복구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찍은 파일인가? 촬영 날짜가 오늘이었다.
오늘? 대체 이게 뭐지?
모든 파일을 재생해본 나는, 복구된 파일을 마지막으로 재생시켰다.
[뭐야? 너]
화면이 부들부들 떨린다.
무언가 지금까지 보던 영상과는 내용이 다른듯하다.
영상에 재생되는 목소리에서 묘하게 경멸의 감정이 느껴진다.
날카롭고 날이 서 있는 공격적인 목소리,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한 순간 화면에 여자의 발끝이 나타난다.
칼날이 서 있는 날카로운 하이힐, 천천히 화면이 올라가며 드러나는 육감적이면서도 야생마와 같은 탄력적인 하체, 커다란 골반 바로 위에 자리한 탄탄한 허리, 그리고, 래피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커다란 가슴.
[무슨 짓이야! 이 남자는…이 사람은…어…?]
[씨, 씨발…뭐야…왜, 왜 안먹혀…뭐야, 뭐냐고!]
은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빛, 한쪽으로 늘어트린 손에 들려있는 건 애쉬의 무기로 유명한 마법 지팡이 ‘롯드’ 다.
그 무기에서, 애쉬의 ‘마법’ 으로 유명한 빛의 칼날이 서서히 늘어져 나온다.
달려들기 위해 준비하는 맹수와 같은 기세가 화면으로도 느껴진다.
모든 영상 중에서 유일하게 애쉬가 찍혀있는 영상은 무언가가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살벌하고 긴박한, 사건 현장의 블랙박스 같은 불길함.
[겨우 그따위 ‘정신 침투’로, 뭘 하려고?]
파직파직하고 애쉬의 머리 주변에 스파크가 튀어 오른다.
무언가가 부딪히는 듯한 모습에 잿빛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빛난다.
[서, 설마…최면을…막은거야…?]
[그딴 저급한 기술이 마법소녀한테 통할 리가 없잖아? 그보다 너, 일반인맞아?]
[그, 그치만, 래피드는…! 왜, 왜 애쉬는 안돼는거야!]
[설마 래피드가 이런 거에 당했다고? 당한 척 해준…]
[어? 어? 뭐야? 어…? 어떻게 된 거야?]
[하아…래피드, 비켜. 저 놈 죽여야 되니까.]
[어? 어?]
[히이익!!]
천천히 붉게 빛나는 듯한 애쉬의 눈빛과 함께, 그녀의 손에 들린 마법 지팡이가 빛의 검으로 변한다.
화면이 점차 지직거리기 시작하더니 애쉬의 몸 주변에 빛이 터져 나온다.
화면이 멈춘다.
프레임이 끊어지며 다시금 재생되려 애쓰지만, 아주 잠깐의 화면에 래피드가 깜짝 놀라 하는 얼굴, 애쉬가 마법을 다시 사용한 것인지 빛나는 화면, 남자의 비명소리가 끊어져서 들리는 것을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뭐야?”
대체 이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