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왕가 비선실세-334화 (334/341)

〈 334화 〉 외전 3. 잘들 지내더라

* * *

“….”

햇빛을 받아 여인의 발그스름한 얼굴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뒤에서부터 자신을 끌어안고서 부드러운 손길로 제 얼굴을 쓰다듬는 남자.

그가 과연 자신이 알던 클라우스가 맞나 싶은 생각이 리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만큼 자신을 품었던 남자는 따스했고 또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이제 네 동생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는 거냐.”

“네? 아… 네.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요. 편지도 계속 오지만 마왕가의 여러 분들이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고 있음을 제가 잘 알아요.”

“너처럼 네 여동생도 자신만의 매력이 있는 거지. 클로디아가 네 동생을 어찌나 따르는지. 거의 언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어.”

“그, 그런… 제가 주의라도 줄까요? 아무리 시녀라지만 그래도 상대는 왕녀 마마인데….”

“됐어. 뭔 그런 짓을 해. 좋은 의미로 한 말이야. 나나 율리아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마음을 가끔은 리리에게 보여줄 때가 있어. 그만큼 네 동생이 노력했다는 것, 진심을 다 했다는 거지.”

리르를 거둔 이유 중 사소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녀의 동생인 리리가 클로디아와 은근히 잘 맞는 여인이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마왕가의 다른 이들과는 달리, 둘은 나이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덕분에 서로 통하는 게 있었는지 둘이 어울려서 재미나게 놀기도 했다.

언젠가는 제 엄마의 뒤를 이어서 이 대륙을 통치하는 마왕이 될 것이다.

웃고는 있어도 그 안에 자신과 율리아가 품었던 날카로운 마음과 눈빛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다 알고 있을 거다.

클라우스는 율리아와 마찬가지로 제 딸이 훌륭한 왕녀, 그리고 마왕이 되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제 딸이 제 나이에 맞게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행복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낸 이가 절대자가 된다면 그 부분이 좋지 않게 작용할 수도 있다.

당장 율리아도 어릴 적 겪었던 일로 성격이 살짝 이상하게 비틀린 부분이 있을 정도.

“네 동생은 지금 아주 잘 하고 있어. 어쩌면 너보다도 더 말이야.”

“아… 죄송합니다. 제가 또 지레짐작을….”

“왜. 동생이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불안해져?”

“서, 설마요?!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동생은 동생만의 능력이 있는 거고 저는 저만의 능력대로 일을 하고 있는 건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그리고, 그리고 저는. 그러니까! 클라우스님한테 이렇게 예쁨을 받으니까… 도, 동생한테 그런 감정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고요!”

리르가 이렇게까지 흥분한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 이 여자는 처음부터 삶의 목적이 동생이었다.

마왕을 해하려고 했던 것부터 클라우스에게 굴복했던 이유까지.

전부 다 동생의 삶을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그리 한 것들이었다.

그러다가 이제 겨우 그 목적에서 벗어났다.

이제 리르를 움직이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 그리고 칭찬들이다.

여전히 동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 바뀌었다.

“제법이네. 그런 말도 막 할 줄 알고.”

“앗… 혹시 제가 불쾌하게 해드렸다면 용서를….”

“불쾌하기는. 오히려 그런 야릇한 말을 해서 기껏 죽여 놓은 욕구가 또 일렁여서 문제지.”

여인의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면서 클라우스의 손길이 점점 아래로 향한다.

목, 어깨, 가슴, 허리, 그리고 배를 지나 더 아래로 향하자 리르의 몸이 움찔 떨린다.

두려워서라기보다는 묘한 흥분감 혹은 기대감으로 떨고 있는 중이었다.

“더, 더 하고 싶으시면 그러셔도 돼요. 저는, 저는 무조건 좋아요.”

꾸밈없는 여인의 솔직한 말, 바로 이런 게 또 이 여자를 잡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일 거다.

리르의 말까지 들으니 갑자기 확 이대로 자빠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다른 여인들과 비교하자면 이 여인의 매력은 그리 대단하다고 할 수 없다.

허나 그것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자꾸만 자신의 손길을 이끌고 있다.

그 어떤 것도 대단하다고 할 수 없는, 그래서 더더욱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인.

그런 여인을 아주 잠시나마 대충 품에 안아주고 힘이나 좀 더 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

다른 이들을 대하는 것처럼 항상 따스하게, 나긋하게 할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이런 순간만큼은 그리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하지만 클라우스는 애써 그 욕망을 꾹꾹 눌러 밑으로 내렸다.

어제 너무 거칠게 했던 탓일까, 마지막으로 섹스를 할 때 보니 음부가 발갛게 부어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범해지면서 이제는 적응이 되었을 터인데.

그런데도 그런 꼴이 되었다는 것은 어제 자신이 매우 거칠고 혹독하게 대했다는 방증이리라.

“아흣!”

슬쩍 손을 내려서 여인의 가랑이 사이를 슬며시 쓰다듬어본다.

힘조차 거의 주지 않은, 정말 말 그대로 보드랍게 쓸어주는 것이었는데.

리르는 화들짝 놀라서는 클라우스의 팔을 반사적으로 붙잡기까지 했다.

“흐으으….”

“걱정 마. 아무 것도 안 해.”

그리 말한 남자가 천천히 보지를 한 번 어루만져본다.

화끈한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어제 정사가 확실히 거칠었던 모양.

이대로 한 번 더 했다가는 당장 내일부터 움직여야 할 리르를 꼼짝없이 박아두게 생겼다.

“…네가 너무 졸라대서 나도 모르게 너무 거칠었던 모양이네.”

마치 리르의 탓으로 돌리는 듯 하지만, 자신 때문이라고 책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눈치 빠르게 그걸 알아차린 리르는 아니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좋았다고, 자신은 다만 이것으로 충분하니 아무런 것도 더는 필요 없다고.

처음에는 그냥 마음의 변덕으로, 불량식품을 사먹듯 대했던 여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너무 적응이 되어서 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래서 율리아가 여인들을 조심하라고 했던 건데,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조언이었다.

“아?”

안고 있던 리르를 살짝 넘어트리자 나체의 여인이 그대로 침대 위로 허물어진다.

뒤를 이어서 이불까지 치워내니 곧 푹 젖어있는 음란한 보지가 가감 없이 드러났다.

오늘 새벽에 확인했던 것보다 더 많이 부어오른 상태.

끄응, 침음을 내뱉은 클라우스는 슬쩍 리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불이 붙은 것처럼 아프고 욱씬거릴 터인데, 내색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부끄럽다는 듯 얼굴만 떨구고 있는 모습이 또 무척이나 야한 느낌을 주었다.

“…리르.”

“네, 네. 클라우스님.”

“처음 생각나?”

“처음 생각이요? 무슨 말씀이신지….”

“너 처음으로 내게 붙잡혀서 학학거렸을 때. 그때 내가 어떻게 해줬더라?”

“아, 아… 호, 혹시….”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얼굴은 한껏 기대한 기색이 역력하다.

클라우스가 슬쩍 손에 힘을 주고서 다리를 벌리자 힘없이 벌어지는 가랑이하며.

그도 모자라서는 아예 남자가 하기 편하도록 스스로 보지를 벌리기까지 한다.

“저, 정말 해주실 거면… 조, 조금만 살살 부탁드릴게요. 아, 아직 아파서….”

“언제 내가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봤냐.”

“역시 그렇죠?”

“…오늘은 신경 좀 써줄게.”

간만에 맛보는 불량식품인데 아껴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다.

야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리르의 보지에 가볍게 입술을 대자 뜨거운 기운이 확 느껴진다.

잠시 숨결만 불어넣으면서 살살 약을 올리자 리르가 연신 꿈틀거린다.

왜 얼른 해주지 않고 그렇게 애만 태우냐고 칭얼거리듯이.

츄릇!­

“하읍!”

마침내 미끈한 혀가 제 보지를 가르고 지나가자 리르가 퍼덕이며 한껏 신음을 내지른다.

빳빳하게 세운 허리하며 뒤로 젖힌 고개, 바르르 떨리는 손과 발까지.

아릿한 고통과 그걸 뛰어넘는 강렬한 쾌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으읏! 흑! 아흐으읏!!”

평소보다 확실히 느리고, 부드럽고, 진득한 혀놀림.

제 보지에서 느껴지는 그 끈적한 감각에 리르는 가슴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충만감을 느꼈다.

이런 삶이라면, 이렇게 살 수만 있다면, 평생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 * * * * * * * * *

원래는 그 날 떠나려고 했으나, 결국 클라우스 자신도 분위기에 휩쓸리고 말았다.

연신 불량식품을 먹다보니 결국 그걸 끊어내지 못 하고 죄다 먹어치운 것.

리르는 고통을 참아내며 또 한 번 거칠게 자신의 속살을 헤집는 클라우스를 견뎌냈다.

자신이 택한 삶, 그리고 원하는 삶,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하는 삶.

그녀는 기어코 그걸 견뎌내고 말았고 끝까지 클라우스의 품에 안겨있었다.

“…갔군.”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리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닐 터인데, 온몸이 욱씬거리고 아플 터인데.

그럼에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오늘도 대륙 어딘가를 돌아다닐 여인이었다.

­ 다녀오겠습니다. ­

탁자 위에 놓여있던 쪽지 한 장, 그리고 그 안에 적힌 짧은 문장.

지극히 짧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인사말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다녀오겠다, 라는 말은 갔다가 다시 당신 곁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

지금 리르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선택이자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잠시 그 쪽지를 바라보던 클라우스는 미소를 짓고서는 그걸 품 안에 갈무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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