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왕가 비선실세-328화 (328/341)

〈 328화 〉 외전 2. 호랑이를 조심해

* * *

클라우스가 내뱉은 말의 효과는 굉장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카엘라의 귀가 아주 열심히 쫑긋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쫑긋, 쫑긋­.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뭘 못 들은 척을 해. 이미 다 반응하고 있으면서.”

제대로 못 들었다면 저런 반응을 보일 리 없다.

카엘라와 몇 년을 같이 있었는데 설마 그 정도도 모를까.

당장 저 귀엽게 쫑긋거리는 귀 외에도 뒤에서 살랑거리는 꼬리도 있다.

전부 자신의 말을 아주 확실하게 알아듣고, 기분이 좋아서 저러는 것이다.

“아기.”

쫑긋!­

“가지고 싶지?”

슬쩍 다른, 그러나 결국 같은 내용을 담은 말.

그 말을 한 번 더 해주니 호랑이 귀가 아주 열심히 움직인다.

꼬리는 또 어찌나 살랑거리는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 풀 같다.

“클라우스님. 저 지금… 그 시기에요.”

“알아.”

“정말 알고 계시는 거 맞죠? 그러니까 지금….”

“발정기잖아. 다른 쪽으로 따지면 가임기.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맞지 않냐는 듯 클라우스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러자 카엘라는 오히려 당황한 얼굴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 저런 말을 한다니?

혹여나 율리아 이외의 다른 여인이 아이를 밸까 조심하던 그였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러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 하는지 다 보인다, 녀석아.”

“아?”

“그건 율리아가 워낙 날이 서있어서 그런 거고. 독점욕에 불이 붙었는데 그걸 꺼트리기는커녕 기름을 더 얹을 수는 없잖아. 그렇지?”

“…네.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그 불길이 이제는 다 잡혀서 사그라들었고, 그 외에 꽤나 괜찮은 핑계거리도 생겨서.”

핑계거리? 무슨 핑계를 말하는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랑이 여인을 바라보면서 클라우스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조차도 함부로 이겨먹을 수 없는 게 바로 율리아, 자신의 아내라지만.

그 율리아도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존재가 세상에 등장하고야 말았다.

“클로디아.”

“네?”

“동생이 가지고 싶다네.”

그런 말은 처음 듣는 것 같은데?

클로디아의 전속 시녀인 리르의 동생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마왕가에서 클로디아와 가장 친한 이를 뽑자면 리르의 동생과 카엘라 자신이다.

매일 같이 재잘거리면서 온갖 이야기를 해주곤 하던 클로디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은 없었다.

“당연한 거야. 넌 못 들었겠지. 아무리 친해도 그런 말을 해봤자 너나 시녀가 들어줄 수 없다고 벌써부터 판단하고 입을 다물고 있던 거다.”

“그런….”

“동생 이야기는 엄마나 아빠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말한 클라우스가 카엘라의 손을 붙잡는다.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으나 카엘라는 너무나도 쉽게 그에게 이끌려갔다.

누군가가 지내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관리는 되어 있다.

집이라기보다는 모델 하우스, 뭐 그런 느낌이 들어서 문제지.

“다만 그걸 율리아가 조금 난감해 하더라고.”

“…폐하께서요?”

“그래. 솔직히 둘째는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어.”

“왜요? 많이 낳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발정기여서 그럴까, 아니면 그냥 수인들 특징인 걸까.

아이는 일단 무조건 많이 낳고 보는 게 가장 좋다고 여기는 눈치였다.

뭐, 실제로 이전 회차들에서 카엘라와 이어지면 항상 못 해도 세 명은 낳아야 한다고 성화를 부리던 호랑이이기도 했다.

“걱정하는 거지. 혹여나 왕좌를 두고 나중에 자식들이 서로 싸울까봐.”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요. 오히려 세상 누구보다도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도 있는 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나도 그리 생각해. 해서 율리아를 몇 번 설득했는데 여전히 망설이더라고. 그렇게 냉철한 여자가 자식들이 서로 싸운다는 거에 대해서는 왜 그리 무르고 초조한 반응을 보이는 건지.”

“…그러면 그 대안이… 지금 이거인 가요?”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너는 클로디아가 엄마, 아빠 다음으로 믿고 따르는 존재니까. 네 아이가 자기 동생이라고 하면 아마 엄청 좋아하지 않을까?”

“….”

묘했다, 기분이 무척이나 묘했다.

이걸 즐거워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자신을 안고자 하는 이유가 그저 자신의 딸에게 동생을 주기 위함이라고?

그런 이유면, 고작 그런 이유만이라면 본인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말이야, 카엘라. 사실 이건 핑계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피, 핑계요?”

“그래. 그냥, 그냥 너도 좋아. 안아주고 싶어. 그동안 고생했다고, 고마웠다고, 이제 자리가 났으니 들어와도 된다고. 모두가 받아줄 거라고.”

“아, 아아….”

“독불장군 사령관 밑에서 긴 세월 고생했고, 이후로도 마왕과 내 밑에서 또 고생했지. 이제 그거 보상 받아야 하지 않겠어? 들으니까 네 봉급도 그리 많지 않더구만.”

“저야 돈이나 다른 재물을 받아서 쓸 곳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면 여태껏 안 받은 것들까지 다 합쳐서, 오늘 한 번에 치르마. 어때.”

사르륵­.

갑자기 제 몸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에 카엘라가 급히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의가 다 벗겨져 나체가 되어버린 제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틈에 이렇게 다 치워버린 것인지, 당황스럽다 못 해 믿을 수가 없으 지경이었다.

“일 저지르려고 마음먹고 온 거야. 좋은 핑계도 있어. 마침 율리아도 이제 많이 가라앉았지.”

“….”

“네가 좋다고 하면, 네가 받아들인다고 하면, 그 다음으로 나아가는 거야.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그것도 네 선택에 달렸지.”

“정말로… 정말로 제가 선택해도 되는 건가요?”

카엘라의 질문에 클라우스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줄까. 네가 수락하거나 거부하는 것에 따라서 갈릴 것이라고.

남자의 손길이 여인의 하의를 붙잡은 채 그렇게 묻고 있었다.

“…허락하시는 거죠? 정말로, 정말로 저 안 참아도 되는 거죠?”

“그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 발정기에요. 이성적으로 행동 못 해요.”

“알고 있다니까.”

“무슨 실례를 저지를지 몰라요. 지금도, 지금도 겨우 참고 있는….”

“참지 마.”

그 말이 신호탄이 되었다.

순간 카엘라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클라우스를 덮쳤다.

마치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처럼, 상대방의 위를 점한 여인은 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와. 이렇게 위 포지션을 뺏기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그 율리아조차 클라우스가 허락하지 않으면 함부로 이러지 않았다.

언제나 항상 주도권은 자신이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 그의 철칙이었으니까.

가끔 허락을 하면 그제야 율리아가 위에 올라타는 게 가능했을 정도.

“그릉, 그르릉….”

하지만 카엘라는 그런 여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제외가 되는 여인이었다.

평소에는 클라우스가 무슨 말이라도 하면 설사 죽으라고 해도 그리 할 정도로.

그만큼이나 충성스러운 여인이지만, 발정기가 되면 욕구가 모든 것에서 우선시되기에.

“저, 정말로… 정말로 허락하신 겁니다…? 무르기 없어요…?”

마지막 한 줄기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고서.

카엘라는 색욕에 찌든 눈동자를 띤 채 겨우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자신을 말린다면 어떻게 해서든 물러날 수 있기는 했다.

제 이빨로 제 팔이나 다리를 물어서, 그래서 피를 내면 제정신으 차리기는 하니까.

“얼른 들어오시죠, 호랑이 아가씨.”

하지만 클라우스는 오히려 그런 호칭까지 사용하면서 그녀를 잡아끌었다.

결국 마지막 이성의 끈까지 툭! 하고 끊어지고, 카엘라는 완전히 한 마리의 암컷이 되었다.

“하아악! 클라우스님, 클라우스님, 클라우스님, 클라우스니이임!!”

우악스러운 손길로 남자의 옷을 죄다 치워버리고는 가슴 위에 연신 제 볼을 부빈다.

그리고는 킁킁거리면서 제 수컷의 냄새를 온 몸 가득 채우고 동시에 자신의 체취를 이 남자에게 가득 묻혀놓기 위해서 온갖 애를 쓰기 시작했다.

“허락하셨어! 허락하셨어!! 몰라, 이제는 나도 몰라! 말리지 마요! 하악! 하아악!!”

말린 적 없어, 이 여자야.

클라우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카엘라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었다.

여기서 괜히 자신이 나서거나 리드를 하려고 하면 카엘라 안에 가득 쌓여있던 불만을 제대로 해소시켜주지 못 할 확률이 아주 높다.

여태 발정기가 올 때마다 혼자 끙끙거리면서 외롭게 시간을 보냈을 호랑이다.

당장 이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이 사모하는 남자를 떠올리면서 제 외로운 음부를 열심히 문지르고 쑤셨을 여인이었다.

“클라우스님, 클라우스님. 아기, 아기 가지고 싶어요. 몇 명이나 가지면 될까요?”

“네 마음대로.”

“그러면 전 셋, 아니 넷? 아, 몰라. 몰라! 일단 할 거예요. 말리지 마요! 말리면 가만 안 둬!!”

어디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뭔가 없을까 생각이 든다.

나중에 제정신을 차린 카엘라가 지금 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 저는 절대 이런 적이 없습니다! 저 여자는 제가 아니에요! 제가, 제가 무슨 무례를! ­

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클라우스님은 가만히 계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가 열심히 할게요!”

애무는 아예 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여인의 음부는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분홍빛 보지가 벌름거리고 있는 것이 이미 자신은 준비가 끝났다는 듯.

남은 건 안에 아기 씨를 가득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큿?!”

갑작스러운 감각에 클라우스가 신음을 내질렀다.

카엘라의 모습에 잠시 흐뭇해하던 사이, 이 앙큼한 호랑이가 갑작스레 남성을 앙 물고서는 마구 빨아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야, 카엘라… 조금만 진정하고….”

“우으응! 우우우웅!!”

이거 아무래도 위험한 뭔가를 깨운 느낌인데.

괜찮겠지? 하는 약간은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클라우스는 저 외로웠던 암컷 호랑이가 알아서 하도록 놔두기로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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