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5화 〉 외전 1. 잠깐 들렸다
* * *
이곳 연무장은 나타샤 이외에는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는.
오직 벨라루스 가주을 위한, 그녀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인원들조차 뭐 하나 함부로 옮기거나 없앨 수 없는 곳.
그 정도로 나타샤가 본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장소였다.
“으으읏….”
그런 곳, 요정 어느 누구도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 하는 장소인데.
나타샤 스스로도 자신의 성장이나 마음을 비워내는 게 아니면 찾지 않는 곳인데.
바로 거기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타샤 본인이 야릇한 신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찌걱찌걱.
남자의 손가락이 한 마리 뱀처럼 계속 동굴 입구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균열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줄줄 흘러서는 연무장 바닥을 적신다.
“하읏!”
안쪽 속살, 그 중에서도 가장 연약한 곳을 건드리자 나타샤의 다리가 휘청거린다.
아무리 찔리고 또 찔려도 절대 무뎌지거나 적응할 수 있는 그런 감각이 아니다.
건드리면 건드리는 대로 교성을 내지르면서 애액을 쏟아내야하는 곳.
그런 곳만 아주 정확하게 노려서는 콕콕 자극하는 클라우스였다.
“흑! 흐긋!”
“원래 여기가 약점이긴 했다만, 평소보다 반응이 더 좋은 것 같네.”
“하, 한동안 못 했으니까요….”
“자위도 안 했다는 건가?”
“아응! 응! 요, 요즘 너무! 바빴어요!”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요즘 요정 사회가 급변하고 있었으니까.
상당히 폐쇄적인 경향을 내보이던 종족이다.
그런 이들이 본격적으로 개방을 하고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또 그만큼을 흩뿌린다.
그에 따라서 좋은 반응도 있겠지만 그만큼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재 요정 사회의 중심은 벨라루스, 정확히는 그 가문의 가주인 나타샤다.
대륙을 통일한 마왕인 율리아와 꽤나 친근한 사이를 보여준 요정.
거기에 압도적인 강함으로 이미 동족 내에서는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실력자도 없다.
자연스럽게 요정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곳, 가장 중앙이 되는 곳에 서는 게 당연했다.
그렇기에, 가장 높은 곳, 가장 중앙에 있는 요정이기에.
그만큼 따르는 책임과 업무도 엄청나게 가중이 될 것이다.
클라우스 본인도 그걸 너무나 많이 겪어서 최대한 그걸 피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만큼 떨어지면 죽기 십상이다.
가장 중심에 있는 만큼 사방에서 찔리기 딱 좋다.
그것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더 열심히 자신의 자격을 증명해야만 한다.
“많이 힘들었겠네. 창이나 검을 휘두르는 시간도 없었을 테고.”
“네…. 매일 책상 앞에만 앉아있었죠….”
“그래서. 혹시 후회라도 하는 거야?”
클라우스의 은근한 어조에 나타샤가 막 아니라고 말하려는 찰나.
대답 따위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나타샤를 확 돌려세운 남자가 그대로 제 물건을 여인의 음부 사이로 거칠게 쑤셔 넣는다.
쑤욱!
“하응!”
이미 푹 젖어있기는 했으나 꽤나 오랜만에 하는 섹스여서 그럴까.
나타샤의 얼굴에 아주 약간의 고통이 머물다가 점차 사라진다.
애액이 뚝뚝 흘러내리는 보지에 연신 남성을 쑥쑥 박아가며 여인을 점점 벽으로 몬다.
마침내 자신의 등에 연무장의 차가운 벽이 닿자 나타샤가 움찔, 하고 몸을 떤다.
“요즘 들어서 클로디아가 이상하게 잠을 잘 안 자서 말이야.”
“네, 네?”
“원래는 애 재우고 율리아랑 밤마다 했는데… 요즘에는 그것도 못 하겠더라고. 나도, 그녀도 아직 서로에게 불타오르는데 아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도통 집중이 안 돼.”
나타샤는 순간 클라우스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
자신과 섹스를 하는 와중에 왜 갑자기 클로디아를, 자신의 딸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그러다가 문득 ‘요즘에 못 했다.’ 라는 부분이 떠오른 그녀는 아아! 하고 탄성을 흘렸다.
자신 못지않게 이 남자도 요즘 들어서 상당히 욕구불만이었다는 소리.
그러니까 오늘 아주 정신이 날아가버릴 정도로 쑤셔준다는 말이었다.
“정신 바짝 차려. 부드럽게 안 한다.”
그 말에 나타샤는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부드럽게 할 생각이었다면 바깥이 아니라 침대 위에서 했을 거다.
솔직히 아직도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 이것도 나름 색다른 경험이다.
자신의 연무장에서 남자와 한바탕 섹스를 한다니, 배덕감이 들면서 또 쾌감도 느껴진다.
철썩!
“응아아아!!”
시작부터 바로 안쪽 깊숙한 곳까지 가득 밀고 들어오는 남자의 대물이다.
속이 꽉 차는 느낌을 받으면서, 말 그대로 제 몸이 녹아드는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타샤는 다급하게 몸을 당겨 클라우스의 목에 제 팔을 둘렀다.
“하윽! 흑! 그으으… 오, 오늘따라… 조, 조금 힘드네요! 하악, 하악!”
“이거 천하의 벨라루스 가주께서 이리도 애달프게 매달리실 줄은 몰랐네요.”
“후후후… 그, 그러게요. 고작 인간 따위에게 매달려서, 하윽! 이, 이런 꼴이라니!”
클라우스가 슬쩍 상황극을 시작하니 그걸 또 매끄럽게 받아치는 나타샤다.
거기에서 더 장난기가 동한 클라우스는 아예 그걸 끌고 가기로 했다.
“이 미천한 인간에게 항복을 했으니, 무슨 일이 있을지는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으으….”
“더럽혀지는 거예요. 이제 다시는 동족의 어느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게. 오직 이 인간의 물건에만 반응하고 또 흥분하도록. 아주 천천히 개조되는 겁니다. 나타샤 벨라루스.”
“시, 싫어… 인간 따위에게… 모, 몸을 내어줘도 마, 마음만큼은….”
“아아아, 잠깐. 잠깐만, 나타샤.”
갑작스러운 제지에 한창 상황극에 재미를 붙이던 나타샤가 에? 하고 의문을 표한다.
본인도 나름 그걸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목소리는 그런데 그렇게 헤벌쭉 웃으면서 하면 분위기 다 깬다. 그 얼굴은 어떻게 좀 못 하는 거야?”
아닌 게 아니라, 나타샤는 조금 전부터 잔뜩 기대가 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간 따위에게, 내지는 마음만큼은 절대 내어줄 수 없어! 라고 말은 하는데.
정작 표정은 너무나도 좋다는 듯, 황홀하다는 듯 하고 있으니 갭이 커도 너무 컸다.
“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요. 정말로 기대되어 죽겠는데….”
나타샤는 그리 말하면서 클라우스를 살짝 당긴 후 제 몸을 살살 돌린다.
그러자 여인의 속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남자의 물건이 안을 한 번 휘저어준다.
그럴 때마다 나타샤는 하응! 하고 교성을 내지르면서 기분이 너무 좋아 미치겠다는 반응이다.
이 정도면 강제로 겁간 당하는 요정이 아니라 그냥 변태 요정을 안는 느낌인데.
상황극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조금 많이 다르기는 했지만.
뭐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하고 중얼거리면서 클라우스는 다시 허리를 튕겼다.
철썩철썩!
“앗! 아앗! 흣!”
침대에서 하던 것돠는 또 다른 쾌감이 몸을 덮쳐온다.
나타샤는 그 감각에서 도망치려거나 회피하려고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몸을 붙이면서, 두 다리를 남자의 허리에 감은 채.
더더욱 클라우스를 강하게 껴안으면서 자신의 흔적을 제 몸에 새기려는 남자를 가득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에 젖은 살과 살이 부딪치면서 야릇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한 번 철썩! 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나타샤는 한껏 숨을 들이셨다가 내뱉기를 반복했다.
짜릿하고, 화끈하고, 그 외에 온갖 쾌감들이 계속해서 머리를 두드린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확 녹아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
여인의 보지 사이에서 흘러나온 애액은 이미 사방으로 다 튀어나가고 있었다.
연무장의 바닥은 물론이고 벽에도, 벤치에도, 그리고 그녀를 안고 있던 남자의 몸에도.
이번 기회에 아주 잔뜩 묻히고 묻혀 각자가 서로의 것이라고 흔적이라도 남기려는 것처럼.
“하악! 하악! 흣! 흐으으읏!!”
하지만 그런 솔직한 몸과는 다르게, 나타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몸을 섞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이 다음은? 만에 하나 정말로 자신이 클라우스의 아이라도 가진다면?
그 때는 아무리 율리아라고 해도 무척이나 민감하게 반응을 할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반려를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살짝 화가 나는데 아이까지 가지고 낳는다면.
여인으로서의 질투만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경계도 함께 사게 될 것이다.
이미 몸을 섞고 있는 주제에, 그리고 자신도 전혀 내치는 게 없었으면서.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우스웠다.
해서 나타샤가 저도 모르게 본인에 대한, 약간의 혐오감이 들려고 하는 찰나.
“…말했다시피.”
“학! 하악!”
“항상 우선권은 율리아한테 있어. 어찌 되었든 그녀는 나와 네 왕이니까.”
“아, 알고 있어요! 앗! 그, 그런 걸 굳이 말할 필요는…!”
“내 아이를 가지는 것도 막 함부로 할 수는 없겠지. 어찌 되었든 난 왕의 반려이니까.”
퍽퍽퍽퍽!!
제 몸에 한껏 정을 토해내려고 하면서, 다른 여인에 대해 논하는 것.
나타샤는 그 부분이 못내 서운했지만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이 다음 말이, 여인의 감이 이 다음에 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 일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네, 네?”
“율리아는 내 휴가를 허락했고, 나가면 무슨 일을 할지. 누구를 만날지 다 알고 있지. 그리고 그 누군가와 만나서 그 어떤 일을 하다 보면 무슨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을지 모르는 거고.”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과 율리아의 딸인 클로디아도 계획 하에 본 아이는 아니다.
정확히는 클라우스만 계획한 것이고 율리아는 어쩌다보니 덜컥 애엄마가 된 거다.
그렇기에 결국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음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 그냥 즐겨. 가지면 낳고, 낳으면 키워. 클로디아한테 요정 동생이 생기는 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거든.”
클라우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타샤의 눈에 재차 불꽃이 타오른다.
그러면서 갑자기 남성을 물고 있던 여인의 속살이 쫘악! 하고 달라붙는다.
마치 허락을 받았으니까 얼른 한껏 그 흔적을 뿌려달라고 보채는 것처럼.
전기가 오는 것 같은 찌릿한 감각에 클라우스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려야만 했다.
원래부터 신체 능력이 좋은 여자가 질구를 조이니 그대로 남성이 뽑혀져 나갈 것만 같다.
“저도, 저도. 아기, 아기 가지고 싶어요. 그러니까 얼른, 얼른 싸주세요! 얼른!”
이거 원래는 나타샤가 아니라 카엘라가 해야 하는 대사인데.
얼떨결에 그리 생각하면서 클라우스는 더 참지 않고 그대로 쾅! 하고 모든 걸 비워냈다.
파바바밧!!
“아으으으…!”
제 안에 남겨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득하고 뜨거운 것을 느끼면서.
나타샤는 다시 한 번 클라우스를 강하게 껴안았다.
“후우우….”
숨을 고르면서 클라우스가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으려는 찰나.
갑자기 요정 여인의 두 다리가 남자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는다.
마치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아직 안 끝났다는 듯이.
“…더요.”
“더?”
“네, 더요. 더 넣어주세요. 클라우스님. 제 안을 당신의 것으로 가득 채워주세요.“
잠시 나타샤를 바라보던 클라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차 허리에 힘을 주고서는, 다시금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