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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가 비선실세-233화 (233/341)

〈 233화 〉 22장 - 숨 고르기

“아응! …으응! 앙! 하아앙…!!”

질꺽, 질꺽-.

한창 열락의 기운이 가득한 방 안. 달콤하게 젖어가는 여인의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자의 밑에 깔려 연약한 몸짓으로 바동거리는 여인은 동부의 절대자, 마왕 율리아.

그런 여인이 완전히 흐트러진 얼굴을 한 채 앙앙 울고 있는 중이었다.

“하윽! 흑! 조, 조금 더 빠르게…! 더, 더 해줘…!!”

처음, 그리고 그 후 얼마동안은 꽤나 아팠고 또 무척 부끄러웠다.

아직은 홀딱 벗은 자신과 남자의 몸을 바라보는 것도, 그리고 흉흉한 기세로 제 속을 마구 범하는 남자의 물건을 보는 것도 고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통도, 부끄러움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건 지금 자신을 품고 있는 이에 대한, 자신이 안고 있는 남자에 대한 연심과 기대, 그리고 독점욕이 전부였다.

“앙! 아아앙!!”

좋다, 좋다, 너무 좋다. 이 남자가, 지금 이 순간이, 사랑 받고 있다는 이 모든 것이.

천박해 보인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게 저 남자를 제 옆에 둘 수 있는 무기라면 뭐든 좋다.

그리 생각하면서 참지 않고 신음을 흘리던 마왕이었다.

“…율리아.”

자신만큼이나 흥분하고, 또 자신만큼이나 거친 숨소리를 내던 클라우스가 제 이름을 부른다.

그에 율리아는 점점 하얗게 변해가던 두 눈에 억지로 힘을 주고서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힘껏 껴안고 있는 이 남자가 왜 제 이름을 부르고 있는지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흐으… 흐윽! 흐아아앙!!”

저릿저릿한 쾌락 속에서도 몸을 움직여서 그의 온몸을 강하게 끌어안는다.

그의 몸에 매달리며 이제 더 참을 필요도 없이 아주 마음껏 쏟아내라고.

이 여자가 내 여자라는 흔적을 원하는 만큼 그려내라고.

그리고 나 역시 당신에게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가겠다고 말이다.

“으아아아앙!!”

길게 교성을 내지르던 마왕의 몸이 어느 순간 축 늘어진다.

너나할 것 없이 남녀의 몸이 세차게 경련하고 미처 다 받아들이지 못 한 것인지 교접부에서 투명한 액체와 함께 허여멀건 뭔가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잠시 여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제 바로 아래에서 완전히 풀어진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

동부의 마왕, 이 땅의 절대적인 군주, 그리고 자신만이 안을 수 있는 여자.

사륵-.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율리아의 볼에 붙어있던 머리칼을 치워준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긴 했지만 더럽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아름다고, 또 너무 예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어때요…?”

갑작스레 날아오는 질문에 밑에 깔린 율리아를 바라본다.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지만 조금은 빛이 돌아온 눈으로, 그녀는 확실하게 클라우스를 응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더는… 아무 것도 없는 왕이 아니잖아요. 동부는 이제, 내 거예요. 클라우스.”

“당연하죠. 당신이, 당신만이 이 동부의 왕이고 주인이죠. 그런데요?”

“그러니까 얼른 나를 채가라고요. 이렇게 안아주고, 소중히 대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왕 할 거 확실하게 하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차기 마왕의 아비가 되어라. 현 마왕의 반려가 되어라. 그 말인 거군요.”

그러자 율리아는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그냥 내가 일을 벌이고 싶어요. 지금처럼 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계속 남고 싶지만, 당신이 자꾸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려고 하면 나도 보통의 여인인지라 그 추악한 마음을 다 숨길 수가 없거든요. 최소한 증거라도, 내가 당신의 것이고 당신이 나의 것이라는 확실한 뭔가라도 얻어야 안심이 되겠죠.”

실은 클라우스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 중이긴 했다.

크게 보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지금 바로 율리아와 정식으로 부부가 되고, 서부를 정벌하기 전에 임신까지 시켜서 후계자를 출산하고 그 후 일을 도모하는 것과 서부를 정발하는 도중에 그 일들을 하는 것.

전자는 율리아에게 무리도 안 가고 클라우스도 본인도 한결 마음이 편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서부의 결속력이 약해진 것도 지금이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저들 사이에 피워둔 불길이 점점 사그러들 수밖에 없다.

짧으면 1년, 아무리 길어도 2년이 한계다.

그 안에 서부가, 정확히는 인간 측이 먼저 동부를 자극하고 전쟁을 도모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시간대라면 율리아가 아이를 낳기 직전이거나 막 낳았을 때다.

‘뭐… 크게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 한창 배가 부푼 시절인데도 굳이 전장으로 나가서 어지간한 실력자들 목을 썰고 다녔으니까.’

임신 따위로는 본인의 사기성을 가릴 수 없다는 듯이 율리아는 부푼 배를 안고서도 과장 조금 보태서 날아다니는 수준까지 보였다.

지금도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마법이나 근접 전투 능력이 성장하고 있다.

당장 어제도 순간적으로 클라우스의 견제를 뚫고 들어오기까지 했다.

그나마 클라우스는 율리아의 성장 능력이나 재능을 알고 있기에 방심하지 않아서 막아낼 수 있었지, 만약 다른 이였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회차에서는 후자를 택하기도 했지.’

동부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마침내 서부를 향해 나아갈 무렵 그때 비로소 율리아와 정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서 활동한 적도 있었다.

이미 작업이 들어간 서부가 버틸 수 있는 건 6개월, 아무리 길어도 10개월이 한계였고 마침내 마지막 저항이 무너질 때 그녀의 회임 소식도 같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그리 되면 율리아가 자꾸 자신을 옆에 두려고 해서 문제였다.

율리아는 제 실력과 재능이 성장하는 만큼 독점욕도 강해진다.

마족으로서의 본능인지, 아니면 왕으로서의 본능인지 강하니까 더 취해야 한다는 식으로.

그래서 몇 번은 클라우스가 부딪친 적도 있었을 정도였다.

차라리 모든 일을 다 끝내고, 그 이후에 거사를 치르면 되지 않겠느냐 할 수도 있지만.

마왕이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혹 다른 여자가 먼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여태까지 지니고 있던 여유로움, 그리고 왕의 자비,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흩날릴 것이다.

“왜 대답이 없어요. 설마 아직도 고민 중인 건가요?”

율리아의 목소리가 살짝, 아주 살짝 가라앉는다.

자신이 이렇게나 애타게 구애하고, 먼저 다가가고, 안아달라고 하고.

여인으로서의 자존심마저, 마왕의 긍지마저 죄다 내치고 이렇게 속삭이는데.

이 남자는 자꾸만 뒤로 돌아가려고 했다. 앞으로 다가오지는 않고.

보통 여인이 아니다, 세계관 기준 최강자라는 설정이 붙은 마족이다.

당연히 신체적 능력만큼이나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는 부분도 뛰어나다.

여태까지는 그게 억눌려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했다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부터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성장하고 또 성장할 것이다.

그런 율리아의 눈에 클라우스는 왠지 모르게 자꾸 망설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대체 왜. 내가 다 줄게. 내 몸도, 마음도. 당신이 이룬 것도, 내가 이룬 것도 모두 당신의 것이 될 터인데 왜 자꾸 안기는커녕 밀어내려고 해.’

이미 자신은 오직 당신 뿐이는 마음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혹 클라우스가 과하게 부담을 느낄까 그의 곁에 다른 여인들이 어느 정도 다가오는 부분마저 이해하고 넘어가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여인으로서, 그리고 왕으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허락했다.

그런데도 왜 자꾸만 피하는 것인지 율리아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

아직까지도 침묵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율리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저리 나오면 자신이 더 강하게 들이댈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곁에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첫 번째는 자신이다.

독점을 논할 수 있는 것도, 그 이유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무조건 자신이다.

그리 생각하며 율리아가 평소보다 조금 더 엄한 어조로 막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율리아.”

클라우스의 입에서 제 이름이 흘러나왔다.

평소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가슴을 간지럽히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그 목소리에 율리아가 조금은 기대가 된다는 눈빛으로 클라우스를 응시했다.

- 정말로 스킬, ‘기로 선택’을 해제하겠습니까? -

때로는 서로의 욕망이 가리키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어떤 일이 닥친다고 해도 그걸 뚫어낼 창도, 막아낼 방패도 충분하다.

그리 생각하며 클라우스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스킬, ‘기로 선택’을 해제합니다. -

마침내 최후의 선마저 완전히 치워지고, 남은 건 자신과 그녀가 원하는 것뿐.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빛을 한 채, 애정이 듬뿍 담긴 손짓을 보이면서.

클라우스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천천히 완성해나갔다.

“나는, 당신 같은 딸이 보고 싶어요.”

잠시 두 눈을 깜빡이던 율리아도 곧 그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았다는, 그리고 그렇게나 바라던 생각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자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던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나와 당신 사이에서 나올 딸이라. 나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 하지는 않은 마왕이 되겠어요. 우후후…. 하지만, 난 아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율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클라우스를 와락 끌어안았다.

동시에 잠시 풀이 죽어있던 그의 물건이 벌떡 서면서, 오히려 전보다도 훨씬 더 우람하게,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부풀면서 마왕의 속살을 꽉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흐익…! 더, 더 커졌어…!”

조금 전 사정을 한 터라 아주 조금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터질 듯 굵고 뜨거운 남근을 느끼면서 율리아는 왕으로서 조금은 천박할 수도 있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냈다.

“얼른! 얼른 막 대해줘요. 나를, 나를 임신시켜! 당신의 것으로, 당신의 여자로! 아응! 흐으응!! 아앗! 아아아!!”

철썩, 철썩, 철썩!!-

더는 참을 필요도, 이유도 사라진 클라우스 역시 고삐 풀린 상태가 되었다.

평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칠고 우악스럽게 율리아의 보지를 쑤셔준다.

사방으로 애액이 튀고 풍만한 젖가슴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한 편의 그림을 그린다.

남자의 움직임이 평소와 비교하면 거칠어도 너무 거칠다.

쾌락 속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그 확실한 증거였다.

하지만 율리아는 굳이 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 남자가 미처 자신을 챙기지 못 할 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이리 흥분해서 날뛸 정도로 자신에게 푹 빠졌고, 그걸 여태껏 참았다는 것이다.

‘그래, 당신은… 내 거야. 마왕의 남자라고.’

거칠어진 남자의 몸만큼이나 여인의 몸도 끈적하게 변해갔다.

안으로 파고 들어온 자지를 아주 꽉 물고서 얼른 다 토해내라고 소리친다.

꾸물거리면서 도망갈 생각 따위 말고 더 깊이, 더 강하게, 더 빠르게 움직이라고.

마치 키스할 때와 비슷하게 완전히 달라붙어서는 떨어질 줄을 모른다.

두 남녀는 그 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서로를 탐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후끈거리는 열기는 아주 조금씩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그 열기는 완전히 어두워진 밤하늘 사이로 옅게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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