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 20장 - 나의 왕이시여
아우펜 성 안에 마련된 방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마왕성보다도 더 화려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처음 보는 이가 본다면 여기가 바로 마왕이 기거하는 곳이라고 착각이라도 할 정도였다.
“주제에 참 큰 꿈을 꾸었네요.”
“조심성 많기로는 저리 가라 할 정도였는데, 이 정도로 차려둘 정도라면 정말 나를 찍어누르고 왕좌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에요.”
아찔한 미소를 지으면서 율리아가 클라우스의 손을 잡아당긴다.
원래도 그와의 관계를 앞두면 무척이나 흥분하는 마왕이었지만.
이곳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위협하던 적, 겁탈하려던 역겨운 놈의 성이라는 부분에서.
다른 남자와 뒹굴면서 끝까지 아주 제대로 복수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하다.
마왕의 손에 이끌려 침대 바로 앞까지 다다른다.
직후 율리아는 남자를 유혹하듯 가장 먼저 바지를 휙! 하고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미처 붙잡을 새도 없이 팬티까지 집어 들고는 그걸 한때는 누군가가 앉아서 업무를 봤을 책상 위에 올려둔다.
“제발 영혼이라는 게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 이 장면을 봐야 하는데. 후후후. 숙부라는 작자가 조카의 몸을 탐내다니. 역겨워도 그런 역겨움이 없다니까요.”
아직 상의와 망토를 그대로 두른 채, 율리아가 천천히 침대 위로 허물어진다.
클라우스를 바라보는 눈빛하며 자태가 그야말로 위협적이기 짝이 없다.
딱히 별 다른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것으로 남자의 이성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당장 제 물건이 껄떡거리는 것을 분명하게 느낀 클라우스였으니까.
여인이 저렇게 나오니 이쪽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아무렇게나 상의를 벗어던지고는 여체를 한껏 희롱할 준비를 해본다.
가장 먼저 두 달덩이 같은 가슴부터 먹어볼까 하는데 마왕의 새하얀 손이 클라우스의 얼굴을 붙잡고서는 부드럽게 그를 제지한다.
“키스부터. 키스부터 해줘요. 내가 당신의 여자라는 걸. 당신이 나의 남자라는 걸. 그걸 확실히 하고 나를 안으세요, 클라우스.”
마왕의 부탁 같은 명령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 하겠다 고개를 끄덕인다.
따스하고 촉촉하고, 새빨간 앵두를 보는 것 같은 입술을 바로 훔쳐본다.
마치 꿀이 잔뜩 들어간 차를 머금은 듯 달콤한 냄새가 확 와 닿는다.
서로의 입술이 열리고 혀를 내밀어 아주 농염하고 또 은밀하게 상대방을 즐겨본다.
“하아, 하아.”
“후우우.”
점점 더 뜨거워지는 숨결, 점점 더 아찔하게 풀어져가는 눈동자.
몇 번이고 느끼는 거지만 자신이 홀리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홀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클라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후후후.”
“왜 웃나요?”
“처음 할 때는 그저 그런 표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당신 눈동자에도 욕정이 가득 일렁거려요, 클라우스.”
“그래서 보기가 안 좋나요?”
“아뇨. 그 반대죠. 보기 좋아요. 아주 좋아요. 너무 좋아서, 뿌듯해질 정도에요. 여인으로서 이 남자를 이렇게나 고무시켰다는 확실한 증거니까.”
사르륵-.
말이 끝나자 율리아는 대충 걸치고 있던 윗옷을 스스로 허물어트렸다.
아슬아슬하게 가려지고 있던 마왕의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활짝 드러난다.
손으로 다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비롭고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부드러움을 지녔다.
보기 좋게 출렁거리는 모습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손을 뻗어 가볍게 그 달덩이를 쥐어 보니 여인의 입에서 앙! 하고 귀여운 소리가 들려온다.
이전 같았다면 어디서 요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놀렸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놀리면, 율리아는 분명 그런 소리 낸 적 없다고 잡아떼었을 테고.
하지만 이제는 클라우스도 율리아도 모두 달라졌다.
이 남자 앞에서, 이 여자 앞에서 더는 숨기거나 부끄러워 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럴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서로를 탐하고, 살갗을 부딪치고, 숨결을 느끼고 싶어 했다.
“얼른, 얼른 물어줘요. 그렇게 손으로만 말고.”
완벽하게 공략해서인지, 이제 율리아는 입으로 해주는 애무에 가장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지금도 클라우스가 일단 부드럽게 손으로 가슴을 만져주니 그것 가지고는 턱도 없다면서 바로 보채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당장 역적의 목을 직접 치고 항복한 자들을 모조리 참살한 마왕답지 않게 자꾸 졸라대는 모습이 살짝 묘하기도 하지만 뭐 어떠랴.
침대 위에서는 여인, 왕좌 위에서는 마왕이어야 하는 것이 바로 율리아다.
그리고 클라우스 본인은 바로 그런 여인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고.
“아앗!”
한쪽 가슴을 부드럽게 한 입 머금어준다.
처음에는 입술로 가볍게 두드리듯 이동하다가 혀를 내밀어 비단결 같은 살을 길게 핥는다.
제 몸에 남자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을 때마다 율리아는 만족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솟아오른 젖꼭지를 혀로 살살 두드려주니 잔뜩 젖은 교성을 지르기까지 한다.
“아응! 응!”
짜릿하면서도 뭔가 푹 젖어가는 것 같이 온 몸이 무거워진다.
벗어날 수도 없고 또 벗어나고 싶지도 않은 그런 감각이 자신을 지배한다.
그 감각을 오롯이 다 느끼면서 율리아는 살살 허리를 흔들었다.
가슴도 좋지만 지금쯤 아래에서 혼자 외롭게 있을 제 은밀한 곳을.
얼른 이 남자가 마음껏 탐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뭉클거렸다.
“아.”
그리고 그걸 다 알고 있다는 듯, 한 마리의 뱀처럼 클라우스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곧 손끝이 알맞게 젖은 균열 입구를 스치듯 지나가자 여인의 발가락이 귀엽게 오므려진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만지려고 하다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제는 이 남자의 손짓 하나, 하나에 벗어날 수 없다는 여인이 되었다는 점.
마왕으로서, 그리고 여인으로서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자신이 이 남자의 뜻대로 앙앙 울고, 몸을 비트는 것보다는 반대로 이 남자가 자신의 뜻대로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고 박아대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고 싶었다.
율리아 본인이 모든 상황을 리드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클라우스의 곁에 있게 되면 그런 다짐 따위는 순식간에 다 허물어져 내렸다.
찌걱, 찌걱-.
처음에는 음순을 중심으로 음부 쪽을 천천히 만져주던 손길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안쪽으로 파고들어서는 진득하게 질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너무 얕지도, 그렇다고 깊지도 않은 곳을 살살 파내주니 곧 율리아는 자신이 애달픈 신음을 흘리면서 허리를 점점 더 위로 치켜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아흣! 흣!”
“아름다워요, 율리아. 당신은 언제 봐도 너무나 아름다워요.”
“그, 그런 부끄러운 말. 흐윽! 마, 막 하지 말란 말이에요…!”
“사실은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곁의 마족들 때문에 참은 거예요.”
쑤욱!-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가 이제는 둘이 되어 더 거칠게 속을 헤집는다.
아찔한 쾌락과 함께 율리아는 이불을 강하게 쥐었다.
여인의 발가락이 활짝 펴졌다가 다시 오므려지고, 보지에서 애액이 끊임 없이 흘러나온다.
“아! 으응! 아응! 조, 좋아아…!”
“더 말해 봐요, 율리아. 뭘 더 어떻게 해줄까요?”
“가, 가슴! 가슴 빨아줘. 밑에만 말고 위에도…!”
아무래도 보지에 비해서 가슴이 느끼는 쾌락이 적은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클라우스가 다시 가슴을 한껏 입 안으로 가져간다.
쭈욱 하고 신나게 살결을 빨아주다가 진득한 혀 놀림으로 젖꼭지를 괴롭히고, 마지막에는 이를 세워서 그 단단해진 꽃망울을 살살 깨물어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율리아는 숨이 넘어갈 듯한 신음을 흘리면서 더 강하게 클라우스를 껴안았다.
이런 남자가 오직 자신만의 것이다, 다른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을 나의 신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심장이 점점 더 크게 요동치고 눈앞에 새하얀 빛이 점멸한다.
“아으, 아아! 히으읏!!”
왈칵 애액을 토해내면서도 율리아는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참으려고 했는데, 혼자 이렇게 가버리면 안 된다고 그렇게나 생각했는데.
도대체 왜 이 남자의 손과 숨결이 닿으면 이리도 발정해버리는 것인지.
한 번의 손길, 한 번의 입술이 자신의 가장 약하고 민감한 곳만을 콕콕 찔러온다.
혼자만 이렇게 기분이 좋으면 안 되는데, 남녀 간에 나름 중요한 문제라고 했는데.
바들거리는 몸을 애써 추스르며 클라우스를 확인해본다.
혹시 이 남자가 실망이라도 했으면 어쩌나 했는데.
곧 그런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나 쉽게 절정하는 여인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듯.
당장이라도 달콤한 뭔가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남자의 저런 모습을 눈에 담으니 오히려 더 참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그리고 거기에 호응하듯 바로 율리아의 보지에 남성이 그대로 파고들었다.
“아응!”
잔뜩 젖어있던 탓일까. 순식간에 뿌리까지 다 들어가 완전히 교접한 두 남녀.
율리아가 잠시 숨을 고를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허리를 튕겨준다.
물에 젖은 살과 살이 부딪치며 야한 소리를 내고, 고요한 방 안에는 오직 찰박거리는 소리와 여인의 교성만이 가득해지고 있었다.
찰박찰박찰박!-
“앙! 아앙! 으으응!! 하응!”
마음에 항상 품고 있던 이와 나누는 격렬한 정사.
그리고 여태까지 자신을 무던히도 괴롭히던 숙적의 죽음.
마지막으로 그 적의 성에서 나누는 이런 음탕하면서고 통쾌한 복수까지.
율리아는 또 다시 그 진득한 쾌감이 순식간에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다.
원래도 민감한 몸이었지만, 오늘따라 더더욱 쉽게 물렁해지는 자신이다.
도대체 왜 이럴까 싶다가도 그냥 오늘 하루 많이 피곤했고, 그러면서도 아주 기뻤고.
무엇보다 방해할 이도 없이 마음껏 이 남자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 생각했다.
클라우스가 제 약점만 노리고 노려서 공략하는 건 전혀 모른 채로 말이다.
“하으! 아흣!! 너, 너무 좋아! 크, 클라우스. 당신 너무 잘해애!!”
“…근래에 들었던, 후우. 그 어떤 칭찬보다도 듣기 좋네요.”
“아흑! 흑! 여,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이렇게 계속 기분 좋게 해줘! 아응! 아아아앙!!”
당신이 밀어내지 않는 이상 영원히 곁에 있을 거야.
미쳤다고 내가 다 만들어둔 이 멋진 곳에서 벗어날 생각 따위는 없거든.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인의 보지를 쑤시는 일에 더더욱 집중한다.
평소에는 마왕에게 훌륭한 조언을 하는 신하로, 그리고 침대 위에서는 매번 여인을 홀리며 항상 황홀경의 끝을 보여주는 남자로.
모든 부분에서 마왕의 전부를 홀려서 영원히 곁에서 벗어나지 못 하게 하는 것.
그 단계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클라우스였다.
‘살 길도 살 길이지만… 마왕님 몸뚱이가 너무 야하고 맛있어서 벗어날 수도 없고.’
이렇게나 남자를 홀리는 여인이 또 있을까 싶다.
다른 여인들도 곁에 충분히 많지만, 그리고 그 모두가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창조주라 할 수 있는 자신조차 이렇게 무장해제 시키는 여인은 율리아가 유일했다.
처음에는 조금씩 차오르던 사정감이 잠깐 사이에 폭발할 듯 쌓여온다.
율리아의 교성이 점점 더 커질수록 클라우스의 호흡도 거칠어졌다.
싸고 싶다, 당장이라도 이 여자의 몸에 내 것이라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든 생각까지.
‘…임신시키고 싶다.’
그 생각이 든 직후, 남자는 여인의 아주 깊은 곳에 남성을 박고서 폭발하듯 사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