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1화 〉17장 - 마왕성 도착 (191/341)



〈 191화 〉17장 - 마왕성 도착

“괜찮겠어요, 율리아?”

집무실로 돌아온 이후 클라우스는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율리아는 무슨 걱정이라도 있냐는  그를 바라본다.


“전사장이라는 자리는 아무에게나 맡기는 게 아닙니다. 당장 당신의 부왕도….”
“예전부터 당신을 위해 목숨마저도 내버릴 이라고 믿으면서 헤에타리에게 전사장 자리를 준 것이었죠. 능력도 능력이지만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리니까.”

그 정체가 비록 배신자이기는 했지만 배신을 하기 전까지는 분명 충성스러운 무장이었다.
다른 이가 아니라 자신의 주인에게, 왕에게 충성을 바치는 그런 존재 말이다.
헌데 카엘라는 율리아보다는 클라우스에게 더 큰 충성심을 바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그녀가 율리아를 깍듯이 대하는 이유도 클라우스의 왕이기에 그의 부관으로서 보이는 모습이지 율리아에게 충성을 다 한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율리아는 클라우스가 먼저 제안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카엘라를 지목했다.
배신자 헤에타리를 대신하여 전사장의 자리를 맡을 인물로서.
심지어 ‘임시’ 가 아닌 ‘정식’ 전사장으로 말이다.



“카엘라 티거. 그 여인에 대해서는 당신이 가장 잘 알죠. 클라우스.”
“그렇죠.”
“그러면 물어볼게요. 그녀가 약한가요? 헤에타리를 이길 수 없나요?”
“전혀요. 장담하는데 헤에타리는 카엘라가 진심으로 상대하는 순간 단 한 순간에 갈가리 찢어진 시체가  겁니다.”
“강함으로서는 설명이 되었네요. 다음으로, 그녀가 내 명령에 반발할 여인인가요?”
“…당연히 아닙니다. 내가 당신을 따르는 한 그녀도 당신을 따를 거예요.”
“그러면 답이 전부 나왔네요. 강함으로서는 헤에타리 따위와 비교도  되고, 배신을 할 생각 따위는 가지지도 않고 자신의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 지금의 카엘라 티거는 전사장으로서 제격이라고 생각하는데 클라우스는 아닌가요?”



아니, 설마. 오히려 가장 원하던 부분이다.
전사장이라는자리가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클라우스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동부에서의 실력자라던가, 충성심 강한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만큼 마왕이 곁에 두고 중히 쓰겠다는 말이고, 그만큼  전사장을 배출한 가문은 동부에서  위세가 크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헌데  자리에 마족도 아니고 수인을 앉힌다? 이것으로 마왕가에, 그리고 동부에 확실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공표할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테지만… 그거야 공과 실력으로 치워내면 된다.’

어차피 율리아의 곁을 제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 목적 아니었던가.
그녀를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항상 일정 부분에서 제어가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 클라우스의 목적이다.
전사장 자리에 카엘라가 앉는 것은 율리아 입장에서 보자면 최선의 선택이고, 클라우스 입장에서 보자면 최고의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병사들이 과연 카엘라를 따를까 그게 조금 걱정이긴 하군요. 마족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왕가의 병사들까지 세세하게 알지는  하는 터라.”


실은 병사들의 이름하며 가족 사항까지 죄다 알고 있다.
하도 많이  놈들이라 이제는 그렇게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가  것.
그럼에도 클라우스는 아주 조금은 걱정이라는 투로 그리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마왕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일 율리아에게 조금씩 자극을 주기 위함이었다.

“문제없어요. 비록 헤에타리는 아버지가 뽑은 자였고, 해서 그를 믿었던 것이지만 저들은 전부 내가 새로 뽑은 자들이에요. 다른 종족이 전사장 자리 좀 맡았다고 해서 내게 실망하여 떠날 자들이었다면 진작 떠났겠죠.”
“확신할 수 있습니까? 당장 헤에타리도 율리아, 당신의 믿음을 배신하고 등을 돌렸는데.”
“네. 확신해요. 최소한 그들만큼은, 내가 손수 뽑은  병사들만큼은 확신해요. 클라우스.”


특유의 감이 있다고 이전의 회차들에서 율리아가 말하곤 했었다.
헤에타리 같은 경우에는 너무 어릴 적부터 봤던 터라 알아차리지 못 했지만.
이후 철이 들어 본격적으로 상대방을 탐색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면서 뭔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믿어야 할 자와 믿지 말아야 할 자를 파악하는 감이 있었다고.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클라우스 역시 알고 있다.
그녀의 말대로 율리아는 정말 그런 감까지 보유한 여인이었다.
해서 헤에타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충성파들 중에서는 배신자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쪽이 보유한 스킬, 특성 개발 덕분에  부분도 훨씬 강해졌다.


“카엘라가 당신의 말대로만 해준다면 병사들도 그녀를 따를 거예요. 원래부터 마족들 사이에서 강자는 아무리  해도, 최소한 한 번은 따를 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기니까. 하물며 당신의 부관으로서 대륙 전쟁에서 활약하고 또 몸소 카엘라의 실력을 확인했으니 곧 침묵하고 그녀를 전사장으로 받아들일 게 확실해요.”
“…당신이 그리 말한다면  또한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클라우스가 고개를 숙이면서 그렇게 대답하니 율리아는 고맙다는  싱긋 미소를 짓고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원래 흐름대로라면 그녀는 분노와 증오로 반 강제적으로 각성하여 반역자들은 물론이고 서부의 모든 것들을 말 그대로 싹 쓸어버리는 폭군이 된다.
하지만 클라우스가 개입한 이후 원래 그녀의 각성 조건인 잔잔함과 편안함을 충분히 느끼게 해줆으로서 원래 소설 내용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에 훨씬 더 뛰어난 존재로 탈바꿈한다.

당장 아카데미에서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뭔가에 쫒기  다급해보였고 심지어 제대로 말조차 섞어보지 않은 클라우스에게 자신까지 내어주겠다는 충격적인 말을 했었다.
하지만 클라우스가 먼저 스스로를 숙이면서 최대한 그녀를 보듬으니 단 몇  만에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클라우스도 클라우스대로 준비를 완벽하게 끝냈지만, 율리아 역시 그동안 여러 부분에서 고민을 했다는 듯 거침없이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이  증거였다.



“자, 다음으로 감히 역겨운 배신자 놈에게 정보를 건네받아서는 빌어먹을 숙부에게 전달한 놈들과  패거리들을 모조리 잡아들일 때네요.”
“헤에타리를 먼저 처형하지 않으시고요.”
“늦어요. 시간을  지체하면 곧 그 자들에게 헤에타리가 박살났다는 소식이 들어갈 게 확실해요. 그러기 전에 얼른 그놈들을 모조리 걷어낼 생각이에요, 클라우스. 혹 내 결정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면 말해줘요.”

있을 리가 없다면서 클라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율리아의 선택은 옳은 것이어서,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전사장의 교체 소식을 전해들은 그 놈들이 빠르게  흔적들을 지워내고 다른 마족들 사이로 사라져버린다.
원래는 클라우스가 그들까지 먼저 족쳐서 잡아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율리아가 알아서 척척 핵심을 짚어냈기에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다만, 그녀의 곁에는 아직 인재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리르, 그 여자 덕분에 놈들의 꼬리는 잡았어요. 허면 그녀에게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클라우스?”
“안타깝게도 아직 리르가 그 정도 실력은 되지 않습니다. 놈들의 패거리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게 아니라 사방에 옅게 퍼져있는 터라 한쪽에서 조금만 소란이 터져도 바로 이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거기에 바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속도와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는 냉철함까지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으음… 카엘라는 이미 전사장 자리에 있으니 빼낼 수가 없고, 부끄럽게도 아직 내 곁에는 당신 이외에 쓸  한 자가 없네요.”
“나를 따르는 이가 곧 율리아, 당신을 따르는 이인데 뭐가 문제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도 추천을  번 해볼까 하는데.”



클라우스의 판단은 항상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해서 이번에도 그의 말을 기다리던 율리아는 클라우스의 입에서 또 한  예상치 못  이름이 튀어나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클라우스. 이번에는 정말 잘못 추천한 거 아닌가요? 뭔가… 상당히 안 어울리는데?”
“쓰레기들을 치우고 더러운 것을 청소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완벽한 합격 아닙니까?”
“아니…. 그게, 솔직히 조금 이상하잖아요. 그 복장에  직업을 갖춘 그녀가 가서 그 역겨운 놈들을 처리하는 업무라니….”
“잘 해낼 겁니다. 날 믿으세요, 율리아.”
“당연히 당신은 믿어요. 나는 다만….”
“혹시 그녀가 공을 세워서 율리아가 했던 말을 언급할까봐 그러는  아니고요?”



클라우스의 물음에 율리아가 무슨 소리냐고 반문한다.
생각이 정말 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클라우스는 미소를 짓고서는 입술을 떼었다.


“업무 외에 조금은 귀여운 짓을 해도 돼. 라고 했었죠, 아마?”
“그, 그건 그냥 그 건방진 마족을 교육하려는 의도였어요!”
“하지만 당사자는 이번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노력할 텐데요.”
“으읏! 다, 다른 인물은 없어요?! 다른 추천도 받아볼게요!”



율리아의 비명에 클라우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쉽게도 그녀만큼 이번 일을 잘 해낼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만큼, 이번 일을 ‘즐길  있는’ 이 또한 당연히 없었다.


* * * * * * * * * *


여관 주인은 잠시 종업원에게 여관을 맡기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자신들을 여기까지 심어둔 남자에게 보내야 할 소식이 생겼다.
서신 안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정확한 부분은 알지 못 하나 마왕이 돌아왔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지정된 장소에 다다른 그는 먼저 도착했을 이들이 표시를 해둔 것을 확인하고서는 안심한 모습을 띤  안으로 들어섰다.
이렇게 미리 그들만이 아는 표식을 만들어 만에 하나 배신자가 있거나 혹은 정체가 탄로 났을 경우 바로 이탈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둔 것이었다.




‘얼른 정보들을 추려서 보내고 돌아가도록 하자.’

여관 주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둔중한 충격이 전해지더니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정신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얼굴을 뭔가 덮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자신의 몸뚱이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는 것.



“크억!”

바닥을 나뒹굴던 여관 주인은 비로소 앞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곧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 이외에도 자신과 똑같은 임무를 띠고서 마왕성에 몰래 들어온 자들.
누구는 상인이었고 또 누구는 길을 가던 행인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무거운 수레를 끌던 이였다.


“당신까지….”
“아무래도 발각된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당황하여 허둥거리는 찰나.
앞쪽에서 또각또각, 거리는 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아주 정갈한 메이드 복장을 입은 여인.
세상 공손하게 두 손을 가지런히 배꼽 위에 모으고서 서있는 은발 메이드였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메이드 플랑슈입니다.”
“메, 메이드…?”
“그렇습니다. 클라우스님 휘하 직속 메이드이며, 동시에….”



스르릉-.

싸늘한 예기를 뿜어대는 단검 두 자루를 각각 쥔 채로.
플랑슈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잇는다.


“금일 쓰레기 처리를 명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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