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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4화 〉14장 - 주말이 더 바쁨 (164/341)



〈 164화 〉14장 - 주말이 더 바쁨

재미있던 구경거리는 다 끝이 났다.
특히 리르가 꽤나 심한 부상을 입은 와중에도 기어코  머리로 상대방의 코를 부러트리고 그 틈을 노려서 목을 베어버리는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여태까지는 단순히 기척을 숨기는 것에 능한 리르의 강점만을 이용해왔는데.
앞으로는  부분을 더욱 강화해서 전투 부분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더 망가지면 곤란하니까….’

위에서 훌쩍 뛰어내린 클라우스는 미처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에 튕기듯 몸을 날렸다.
상대방도 리르와 같은 그림자의 일원, 따라서 몸놀림 하나만큼은 쓸   것이다.
괜히 여유를 부리다가 놓치기라도 하면 상당히 귀찮아질 터이니 바로 끝을 내는 게 좋다.

엄청난 속도로 밀고 들어오는 클라우스를 바라보며 남자는 회피는 늦은  직감했다.
일단 어떻게든  공격을 막아낸  반격을 하든 아니면 자리를 이탈하든 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급하게 무기를 들고서는 막 앞을 막아서는 순간이었다.

‘어?’

바로 앞까지 밀고 들어오던 상대방이 갑자기눈앞에서 사라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이게 말이 되는 것이냐거 생각하던 찰나.
문득 그는 자신의 양 발목이 화끈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직후, 그의 몸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스러지고 말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버둥거리던 그는   몸이  균형을 잃었는지   있었다.
조금 전까지자신이 서있던 자리에 놓여있는 것은, 발목의 아래 부분만 남은 두 발.
그 끔찍한 광경을 확인한 그는 바로 제 다리 밑을 확인했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어, 어어?! 아악! 아아악!!”

아무리 몸놀림이 좋다고 해도 그 추진력을 내주는 발만 잘라내면 아무 것도 아니다.
피식, 미소를 지은 클라우스는 재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고서 도망치려고 하던 마족의 뒤통수에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단검을 그대로 던졌다.

뻐억!!-

단검의 명수라고 해도 그 두꺼운 두개골을 뚫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차라리 심장이나 폐, 혹은 뼈가 없는 복부, 하다못해 얼굴을 노리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스가 던진 단검은 정확하게 마족의 뒤통수에틀어박혔고 뼈를 박살내고 안으로 파고드는 섬뜩한 소리를 냈다.

덕분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 한 채 그대로 절명해버린 마족.
이제 여기에 살아남은 건 가쁜 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리르 뿐이었다.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클라우스가 다가오자마자 갑자기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 리르.
무슨 말이냐는 뜻으로 그녀를 쳐다보니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제가  정리해야 했는데… 제가 부족해서 클라우스님까지… 정말 죄송해요….”

아무래도  손으로 다 죽이고 깨끗하게 정리하라는 말을 지키지 못 한 부분 때문에.
남은 둘을 클라우스가 직접 정리하는 수고를 끼치게 만들었기에.
해서 그가 혹 자신에게 그 끔찍한 처벌을 내릴까봐 잔뜩 겁을 집어 먹은 듯 했다.

“일어날 수 있냐.”
“네, 네. 걸을 수 있어요.  스스로 걸을  있어요.”

아무리 봐도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이는데, 기어코 몸을 일으키는 리르였다.
혹여 여기서 걷지  한다면 정말 이대로 버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바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고서는 발자국 떼어보지만 곧 주저앉고 만다.
부상도 부상에 워낙 많은 피를 쏟았기에 정신이 아찔해진 모양이었다.


“흐음.”


일부러 슬쩍 한숨을 흘려보니 화들짝 놀란 리르가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몸이 한계에 달해서인지 더는 일어나지 못 하고 바동거릴 뿐.
그러자 리르는 급한 대로 기어서라도 가겠다고 피를 토하듯 외쳤다.
아직 움직일 수 있으니까 제발 자신을 버리지만 말아달라고, 더 잘할 있다고.


“리르.”
“제발, 제발요! 클라우스님! 아, 앞으로 더  할게요!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버리지 말아주세요! 저는, 저는…!”
“시끄러워. 입 다물어라, 리르.”
“아아….”



험악해진 클라우스의 목소리에 리르가 몸을 떨더니 고개를 숙이고 만다.
어떻게든 잘 해내려고 했는데 결국 여기까지가 자신의 한계였던 모양이다.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했고 그가 살려준  목숨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남은  이전에 그가 내리려던 처분을 받는 것, 팔다리가 잘려서는 발가벗겨진 채로 험악한 자들이 몰려다니는 뒷골목에 버려지는 것….

“아?”


갑자기 제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감각에 리르는 어리둥절한 목소리를흘린다.
제 멱살을  것도 아니고 목을 조른 것도 아니며 팔을 잡고 질질 끌고 가는 것도 아니다.
클라우스가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안아들고서는 아카데미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침 해도 떨어졌기에  어려움 없이 아카데미 내부로 돌아온 클라우스는 바로 제 방으로 향했다.
그의 품에 안긴 리르는 이미 정신을 잃고서는 미약한 숨소리를 내고 있는 중.
바로 여인의 옷을 벗긴 후 미리 연금술로 만들어두었던 치료 포션을 상처 부위에 붓는다.
시간도 없고 또 재료가 시원찮지 않아서 단박에 모든 상처가 낫는 수준은 불가능하겠지만.
말로 다  수 없는 심각한 부상을 그래도 이겨낼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트릴 수는 있었다.



치이익!!-

아물거리며 흉하게 쩍, 벌어졌던 자상이 조금씩 입을 다물어간다.
나머지는 이제 리르 스스로 이겨내면 되는 것이기에 클라우스는 뒤로 물러났다.
설마 이것마저 못 이겨낸다면 당연히 버려야 할 카드이겠지만, 강력하게 걸린 최면 때문인지 아니면 미약으로 인한 정신 개조 때문인지 리르는 얼마 가지 읺아서 번쩍! 눈을 떴다.


“여, 여기… 어디….”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났으면 그냥 내다버리려고 했다.”
“크, 클라우스님?!”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용을 쓰는 리르였지만 곧 남자의 손에 의해 제지당한다.
허튼 짓 말고 더 누워있으라는 뜻으로 클라우스가 그녀의 이마를 강하게 누른 것이었다.
리르는 클라우스가 원하는 대로 자리에 누워서는 사방을 살폈다.
그리고 곧 이곳이 아까 자신이 싸우던 곳도, 그리고 제 방도 아님을 깨달았다.

“죄, 죄송해요.”
“또 뭐가.”
“이렇게 더러운 꼴로 클라우스님의 방에 들어와서 더럽힌 것에….”

확실히 리르의 몰골은 말이 아니긴 했다.
피와 먼지가 엉겨 붙어 꽤나 처참한 광경, 머리까지 산발이 된 상태다.
그래도 봐줄  했던 예쁘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귀신이 누워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제가 부족해서 둘을 죽이는 게 고작이었어요.”
“그나마 하나는 네가 붙잡힌 마당에 억지로 잡은 것이지. 결국 네 순수한 실력으로만 잡은 건 단 하나인 거다, 리르. 내 말이 맞나?”
“…네. 맞아요. 클라우스님.”
“난 분명 아카데미로 오는 모든 불청객들을 네 선에서 정리하라고 했다. 그런데 정리를 하기는커녕 역으로 정리를 당할 뻔 했군.”
“할 말이 없습니다….”



남자의 시선을 피하려고 애를 쓰는 마족 여인.
당장이라도 어딘가로 숨거나 도망치고 싶은데, 또 막상 클라우스가 자신을 데리고 와서 이렇게 돌보고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몸이 붕 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는 그럴 수도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 순간에 즐기는 최후의 만찬 같다고 해야 하려나.

“잘 했다.”
“…네?”
“잘 했다고. 특히 널 붙잡으려던 마족년의 얼굴을 깨부술  아주 훌륭했어.”



전혀 예상치 한 말에 리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클라우스를 쳐다보았다.
실망이다, 혹은 탈락이다, 더는 네가 쓸모가 없을 것 같다, 뭐 이런 말들을 예상했는데.
그의 입에서 갑작스레 자신을 칭찬하는 말이 나오니 리르 입장에서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가 명령한 것을 반도 지키지 못 했는데.
귀찮은 일에 그가 직접 나서게 만드는 우를 범했는데.
꾸중이나 분노는커녕 도리어 잘 했다 말해주고 있으니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왜 그런 표정이냐. 왜. 내가 칭찬이라도 하면 안 되는 건가? 그냥 내쫓아줘? 팔다리 잘라서 네가 원하는 대로 어디 뒷골목에 던져주랴?”
“아, 아니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거의 경기를 일으키면서 그것만큼은 절대 싫다고 하는 리르.
그녀가 그 부분에이렇게나 극도의 두려움을 보이는 이유는 그녀와 여동생 모두가 뒷골목을 전전하다가 우연하게 그림자의 일원이 되어서는 간신히 그 끔찍했던 삶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클라우스는 그런 악몽과도 같은 과거를, 무조건 잊고 싶은 일들을 다시금 끄집어내는 것으로 두려움과 복종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었고 말이다.



“그래? 그러면 다시 말해주마, 리르. 아주 잘 했다고. 다른 놈들 같았으면 그냥 포기하거나 아니면 아는 정보를 불면서 목숨이라도 구걸했을 텐데 그러지 않더군.”
“저는 클라우스님께 앞으로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고 이미 약속을….”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니라 깨라고 있는 것 같아서. 난 솔직히 남이 한 약속 잘 안 믿어. 당한 적도 많고, 그래서 내가 역으로 엿먹인 적도 많지.”


스륵-.

슬그머니 리르의 상의를 걷어 올려본다.
검붉은 색의 죽은피가 여기저기 엉겨 붙어 있었기에 미리 챙겨온 물수건으로 상처 부위 근처를 천천히 닦아내기 시작했다.


“하윽! 흣!”


포션 덕분에 쩍 벌어졌던 자상이 많이 아물기는 했지만 여전히 피도 조금씩 배어나오고 무엇보다살이 길게 베였기에 거기에서 나오는 고통은 선명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클라우스가 상처 부위를 건드릴 때마다 리르는 자꾸만 신음을 흘리다가 종국에는 제 손가락을 물고서 버티기 시작했다.



“흡! 흐븝!”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도 돼. 참으라고 한 적은 없어.”
“으읏… 으븝….”
“네가 내 주군이자  여자인 율리아에게 해를 가하려고 했다는 점은 여전히 동일하다. 따라서 넌 계속해서 내게 험하게 굴려질 거야. 용서를 하기에는 아직 기분이 많이 더럽거든.”
“….”
“하지만 험하게 굴리는 것과, 그냥 죽으라고 내던지는 건 아예 다른 문제지. 난 네게 속죄할 기회를 주는 것이지 복수할 생각은 아니거든. 더 알차게 부려먹을 계획이 있을 뿐이지,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들어서 죽게 할 계획은 없다는 거다.”



톡톡-.

상처 부위의 더러운 것들을 전부 다 닦아내자 리르도 천천히 제 손을 입에서 떼어낸다.
그녀는 잠시 동안 클라우스를 바라보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감사해요….”
“하지만 방심하지는 마라. 네가 기대에 부응하지  하고 계속 헤맨다거나 배신이라도 한다면 그 때는 말이 달라지니까. 오늘은 네가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였기에 이렇게 대해주는 거야.”
“명심할게요. 그리고… 속죄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노력할게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주 좋은 대답이야.  정도면 오늘은 합격이라고 할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한 후 클라우스는 옆에 앉아서는 빤히 리르를 쳐다보았다.
더 할 말이 남은 것으로 보이는데, 왜 말을 하지 않고 있냐는 무언의 질문.

한편 남자가 제 속마음을 읽은 것을 확인한 리르는 어찌 해야 할까 갈팡질팡했다.
꾸중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서, 자신에게 기회를 준다는 말까지 들어서.
괜스레 자신도 모르게 기대를 품었고 또 자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이번 일을 잘 한다면 분명 상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몸 상태가 정상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처리를 완벽하게  것도 아닌데.
자꾸만 욕심이 나니 미칠 것 같은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남자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정말로 미칠 것 같았다.


“으읏?!”

그러다가 리르는 갑자기 밑에서 찌릿! 하고 올라오는 감각에 몸을 떨었다.
잔뜩 젖어있던 팬티가 부드럽게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민감하던 여체가 더욱 농밀해진다.



“일을 잘 하면, 상을 주겠다고 했었지?”
“네, 네. 분명 상… 주신다고….”
“너 상처 워낙 커서 잘못 움직이면 다시 벌어진다. 격렬한 건 아직 안 돼.”
“앗, 아아….”
“대신에, 기분 좋게 해주는 건 해줄 수 있다. 상은 나중에 받고 일단 이것부터 해줄까 하는데. 어때, 해주랴? 리르?”

당연한 걸 묻고 있다, 지금도 그의손이 닿았다고 벌써부터 밀액이 줄줄 흐르고 있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쓸어주기만 해도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쾌락이 진해지는데.

리르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 하지 말고 얼른 더 강하게 만져달라는 뜻으로.
아니, 만지는 걸 넘어서서 아예  안을 괴롭혀달라는 뜻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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