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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9화 〉13장 -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159/341)



〈 159화 〉13장 -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왕국의 내로라하는 귀족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귀족 회의가 다시금 열렸다.
다만 이전과의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의장 요제프 대공을 필두로 하는 강경파 귀족들은 전원 참석한 반면에 평민들에게 어느 정도 유한 정책을 피자는 온건파 귀족들은 단 한 명도 자리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프리몬트 백작도 그렇고, 요제프 대공 바로 밑의 힘을 지닌 키엔마이어 후작도 없다.
귀족 회의이긴 하지만 따지자면 반쪽짜리 귀족 회의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


“전부 모였나?”
“온건파 귀족들을 빼고는 전부 모였습니다, 대공.”
“그 치들은 귀족이라는 자리도 아까운 자들입니다. 어찌 귀족의 핏줄을 가지고 태어났으면서 평민 따위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소리를 한다는 겁니까.”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귀족이 있기에 평민이 있는 것이고, 우리가 있기에 왕국이 있는 겁니다. 평민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저 밭일을 하고 물고기를 낚으며 소나 돼지, 양 등을 도축하는 일 외에는 할 줄 모르는 놈들입니다. 나라를 굴리기 위해서는 그 위에서 오직 정치에만 집중해야 하는 이들이 필요한 법인데 그걸 모르고 난리들이라니. 쯧쯧….”

키엔마이어 후작이 있을 때에는 감히 입을 열지도 못 하던 중견 귀족들.
그러나 이제 그가 없으니 아주 살판이 났다는 듯 떠들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민도 평민이지만 그 놈들의 기를 자꾸만 세워주려고 하는 귀족들도 문제라고.
언제고 한 번은 그들을 눌러놓아야 이 왕국이 조용해질 것이라고.
자칫  갈등을 불러일으킬  있는 이야기들을 그들은 서슴없이 내뱉고 있었다.

저 자들이 그렇게 대놓고 떠들  있는 이유는, 요제프 대공 스스로도 평민을.
그리고 평민들을 조금은 대우해주려는 귀족들을 거부하고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귀족 우월주의에 빠진 자들의 우두머리와 그 패거리가 모여 있으니 자연스레 평민은 물론이고 그들을 위하는 귀족들을 공격하는 말도 나오는 것이었다.

허면 이들이 왜 갑자기 비밀리에 이리 모였는가.
온건파 귀족들 몰래 모여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
그에 대한 원인은 강경파 측의 ‘입’ 이라 할 수 있는 홈부르크 자작이 늘어놓았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가 들었을 겁니다. 대륙 아카데미에서 전해진 소식. 그 시건방진 클라우스라는 평민 놈이 어이없게도 마왕년과 붙어먹으려 한다는  말입니다.”
“나도 들었소.”
“저도 전해 들었습니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일 아닙니까. 영웅 행세를 하면서 온갖 것은 다 취한 놈이 마족과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이걸 우리들이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대륙 전쟁 당시에 그자로 인해 죽은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하여튼 이래서 평민과는 말도 섞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고귀한 영웅 행세를 하더니 결국 마왕의 미모에 혹한 것이다.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고 인간을 배신하고서 마족 측으로 붙겠다는 약속도 했을 것이다.
왕국 측에서 얻을  있는 건 다 챙기고 실컷 누리다가 이제는 더 먹을 게 없으니 동부로 넘어가서는 거기서 떵떵거리며 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내용들의 말들이 사방에서 우후죽순 튀어나왔다.

키엔마이어 후작이 자리에 있었다면 하지도 못 했을 말들.
허나 오늘 이 자리에는 키엔마이어 후작도, 그리고 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해줄 지지자도, 그 어떤 이도 없다.

“그냥 두고만 보고 있을 겁니까? 당장 클라우스, 그 자를 소환해야 합니다. 아니, 소환이라는 말도 부족하죠. 체포해야 합니다! 이건 명백한 모반입니다!”
“맞습니다. 남부의 사령관까지 맡아서 마족과 싸우던 자가 감히 적과 시시덕거리고 있다니. 자칫 왕국 측의 군사 정보를 발설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붙잡는 것이 이롭습니다.”
“왕국의 영웅이라는 호칭도 과분했던 놈이 정신을 차리지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 왕국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입니다!”



대륙 전쟁이 끝난 이후 클라우스가 군부와 접촉이라도 할까 철저하게 막아섰고.
왕국의 영웅은커녕 사령관으로도 인정하지 않던 자들이 바로 이 강경파 귀족들이다.
헌데 갑자기 이제 와서 클라우스가 왕국의 영웅이니 사령관이니 하면서 그 자리에 걸맞지 않은 행위를 했다고 분기탱천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앉아있다.

아마 이 모습을 카엘라가 봤다면, 피바람이 불어도 진작 불었을 것이다.
클라우스는 바로 그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녀를 미리 불러들였고 말이다.

“더는 지체할 틈이 없습니다. 얼른 클라우스, 그 망나니를 체포해야 합니다.”
“바로 대륙 아카데미에 위와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병사들을 보내겠습니다, 대공.”


귀족들은 개떼같이 몰려들어서는 요제프 대공에게 그리 말했다.
최고의 적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꾸만 까부는 평민들을 완전히 짓밟기 위한 최고의 상황.
영웅이라는 클라우스가 감히 왕국을 배신하고, 왕국의 사람들을 배신하고 마족과 붙어먹는다.
이것 하나만 물고서 질질 늘어진다면 그를 추종하는 자들도, 그를 지지하는 평민들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는 아무 것도하지   것이 분명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평민들은 물론이고 온건파 귀족들도 누를 수 있다.
클라우스의 배신 사실을 기정사실로 만들어서 이용만 해먹을 수 있다면.
그들도 더는 자신들을 가로막지  할 것이고 평민들을 압박하는 데에 동조할 것이다.
대륙 전쟁으로 인해 흔들린 이 왕국의 근간을 비로소 바로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회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근간을 흔드는 데에 큰 원인을 제공했던 클라우스가 마왕과 가까운 사이를 보이는 덕분에 다가온 것이었다.

“…최고의 기회를 망설여서 잡아채지 못 한다면 귀족이라고 할 수 없겠지.”
“그렇습니다, 대공. 건방진 평민들과 어리석은 귀족들을  번에 휘어잡을 수 있습니다.”
“허나 대륙 아카데미에 무장한 이들을 끌고 가는  요정과 수인, 그리고 마족들을 자극하는 일이  수도 있어. 우리들의 희생으로 얻은 평화를 일단은 유지하는  중요하다.”
“허면 그 자가 그런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을 묵인할 생각입니까?”
“절대 그럴 생각은 없네. 지금 해야  일은 일단 이번 일을 평민들에게 흘리고  요정들과 수인 측에도 알려서 우리 귀족 회의에서 대륙 아카데미로 병사들을 보내도 그들이 반발을 하는  아니라 오히려 동조를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할 것이야.”


그래도 귀족 회의의 의장을 맡고 있는 남자답게, 이 수많은 강경파의 머리답게.
요제프 대공은 미리 밑 작업부터 확실하게 하고서 클라우스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급하게 생각할 것 없다, 급하게 행동해서 괜스레 적을  필요는 없다.
대륙 전쟁에서 보인 그의 모습을 보자면 결국 그는 왕국 측으로 돌아올 것이다.
7년간의 대륙 전쟁에서 잃기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얻은 것도 있다.
 중 하나는 클라우스라는 인간 남자는 결코 왕국을 버릴 수 없다는 점.
끊임없이 의심과 견제를 받고 한 번은 사령관직마저 박탈당한  감금되어 있다가 남부군의 대패 이후 결코 이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강제로 내보내졌다.
그런데도 클라우스는기어코 왕국을 위해서 싸우고 승리를 거두었다.


‘클라우스,  자의 손발을 잘라둘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죽일 필요는 없다. 언제든지 우리들을 대신하여 전장으로 나아갈  있는 카드야. 버릴 이유는 전혀 없어.’

요제프 대공은 다만 그를 이용하여 대륙 전쟁 당시 공을 세웠던 자들을 죄다 깎아내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다면 전쟁 당시 허물을 지니고 있던 귀족들은 자연스레 전쟁 전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평민들도 다시금 이전의  순한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영웅보다 위대한 것은 죽은 영웅이라고 했다.
요제프 대공은 멍청하게 클라우스를 죽은 영웅으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최대한 깎아내리고  유언비어를 퍼트려서 오히려 평민들 스스로 그를 잊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심어두는 것이다.
평민들의 영웅이라는 남자가 미색에 홀라당 넘어가서 너희들을 배신하려 했다고!
너희 평민들의 한계는 결국 그게 다였다고! 저게 영웅이라는 남자의 본모습이라고!

“왕국의 흔들린 근간을 다져두면 제아무리 클라우스라고 해도, 그가 돌아온다고 해도 더는 문제될 것이 없어. 그리고 온건파 귀족들도 결국 본인이 귀족임을 자각하고있으니 순해진 평민 앞에서 더는 우리들과 부딪치지 않을 것이야.”

꽤나 분명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는 요제프 대공.
그에 귀족들은 대공의 말에 동조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고개를 끄덕였다.
대륙 아카데미의 교수라고 하여 몇 년이고 거기에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1년간의 시간이 흐르고 교수에 대한 평가를 거쳐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시 언제든 방출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카데미에 적용되고 있다.
그 부분을 이용하여 클라우스를 교수직에서 내쫓는다면, 그리고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때 비로소 자신들이 원하는 왕국의 질서를 다시금 확립할  있을 것이었다.

* * * * * * * * * *


“괜찮겠어요?”



한창 커피를 마시고 있던 클라우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단정한 자세로 앉아서는 생도복을 입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마왕이 앉아있었다.


“중간시험 말이에요. 갑자기 너무 대놓고 적의를 드러낸  같아요.”
“귀족 생도만 박살내지는 않았습니다. 율리아 당신도 그렇고 나타샤도 그렇고 모두가 한  이상은 나한테 제대로 맞고서 허우적거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따지자면 결국 인간 귀족 생도들이 가장 처참하게 당했죠.”
“….”
“마족생도들도 예상하지 못 했다는 의견이 많아요. 당연히 자신들을 훨씬  견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왕국의 사람들을 더 거세게 몰아붙였으니까요.”

율리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도 클라우스는 그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여유로운 몸짓으로 커피를 홀짝이는 모습은,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지금쯤이면 무도회에서 당신과 나에 대한 소문이 인간 측에도 들어갔을 거예요.”
“확실히 그렇겠죠.”
“괜찮겠어요? 아마 옳다구나 하고 그걸 빌미 삼아서 당신을 공격할 텐데?”
“공격하는 수준이 아닐 겁니다. 아마  나아가서 모반이든 반역이든 뭘 뒤집어씌운 왕국으로 끌고 가서 정치적으로 조리돌림을 하겠죠. 영웅이라는 놈이 알고 보니 마족과 붙어먹으려고 했다! 이게 바로 너희 영웅들의 실체다! 라고 말입니다.”
“당신한테 좋은 게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좋은  없다, 라. 클라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왕국의 멍청한 귀족들은, 좌뇌든 우뇌든 일단 하나 이상은 없는 그 병신들은.
자신을 그렇게나 깎아내리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클라우스라는 인물은 왕국과 사람들을 배신할  없을 거라고 믿고 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왕국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전선을 사수한 게 바로 클라우스 본인이었다.
 상태로 7년을 버텨주었으니 그런 헛된 믿음을 가지는 것, 혹은 행복 회로를 돌리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라우스는 그 멍청한 연극에 놀아줄 생각이 없었다.
언제까지고 왕국을 위해서 희생하는 숭고한 영웅인 줄 알았나? 유감이지만 그거 다 연기다.
너희들이 그렇게 쪼아대니 원하는 대로 마족 측으로 넘어가주마.
세상 사람들은 대륙 전쟁의 그 처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마족을 막아선 이가 왜 갑자기 동부로 향한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누구는 자신을 욕하고 원망하고 저주할 테지만, 클라우스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원래 어정쩡한 것보다 극한의 대립 상황이 이용해먹기 훨씬 좋아.’

귀족들이 자신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면서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서부는 순식간에 서로 물고 뜯는 난장판이 될 것이었다.

‘단순히 나만 노리는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귀족들의 그 공격은, 대륙 전쟁에서 공을 세운공훈자들을 전부 다 노릴 수 있는 수준이다. 거기에 반발해서 최대한 몸을 숙이고 있던 대륙 전쟁의 생환자들이 죄다 들고 일어나는 거지.’

대륙 영웅이라는 클라우스마저 이리 뭉개지는 마당에 자신들이라고 안전할까?
그런 불안감이 심지에 불을 붙이고  위에 기름을 끼얹는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부분만을 기대하고서 움직일 수는 없다.
클라우스를 먹이로 던져주고 자신들은 조용히 살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클라우스가 생각한 것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것.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지. 만약 돈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건….’


그건, 그냥 액수가 부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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