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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화 〉13장 -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158/341)



〈 158화 〉13장 -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이런 식으로 방해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일까.
바닥에 나자빠진 귀족 생도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지은  가만히 클라우스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클라우스 교수….”
“뭐합니까. 설마 전장에서 그렇게 누워있으면 적이 ‘어서 일어나십쇼!’ 라고 손이라도 잡아줄 것 같습니까? 개소리 마세요.그렇게 드러눕는 순간 죽는 겁니다.”
“깨액!!”


퍼억! 퍽!!-

클라우스는 바닥에 누운 귀족 생도를 아주 잘근잘근 밟아주기 시작했다.
어찌나 꾹꾹 밟아주는지 다음 조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생도들이 허억, 하고 짧게나마 공포에 물든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얼마동안 클라우스에게 짓밟히던 귀족 생도는 결국 버둥거리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실 박차고 일어났다는 말보다는 거의 죽다 살아난 수준으로 허우적거리면서 일어난 게 맞다고 해야 할 수준이지만 일단은 일어났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무, 무슨 짓입니까! 클라우스 교수! …님!”
“무슨 짓이긴 무슨 짓입니까. 당연히 당신의 적으로서 취할 행동들이지요.”
“그, 그런….”
“난 분명히 여러분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내가 제시하는 마법을, 내가 원하는 것에 맞추어서 발현해낸다. 시간은 무제한이며 그 어떤 방해 속에서도 성공해낸다,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클라우스 교수님.”
“꼬우면 관두던가.”
“에?”
“싫다면 시험 때려치우고 포기하라, 이 말입니다. 다른 생도들은 경쟁자가하나 사라지는 것이니 좋고 나는 채점할 생도가 하나 줄어드니 아주 좋은 일이죠. 아, 생도들은  밑을 책임져줄 든든한 방석이 하나 사라져서 좋은 게 아니려나?”


클라우스의 날이  모습에 귀족 생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원래부터 귀족 생도에게 차가운 모습을 보이던 남자였지만 얼마 전부터 그 수준이  올랐다.
이전까지는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다고 할 수 있다면.
얼마 전부터의 클라우스는 이제 대놓고 귀족 생도들을 견제하고 괴롭히고 자극하고 있었다.
마치 불만이 있으면 너희 뒷배를 이용해서 얼마든지 날 건드려보라, 라는 식으로.

입술을 깨문 귀족 생도는  자리로 돌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대놓고 차별을 하는 이딴 무식한 평민 교수에게 점수를 구걸할 바에 차라리 다 때려치우겠다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봤자 결국 자신만 손해는 보는 일이 될 것임을 그는 직감했다.

인간 귀족 생도끼리는 뭉쳐 다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다툼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장 자신이 시험을 포기하고서 박차고 나간다면 바로 그걸 이야깃거리로 삼으려고  귀족이 나올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젠장! 빌어먹을 평민새끼가 감히! 두고 보자, 역겨운 놈!’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애써 표정을 관리하는 귀족 생도.
하지만 클라우스는 이미 그의 속을 스킬로 뻔히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생도라고 적당히 밟아주었더니 살려줘서 고맙다는 생각은 못 할망정.
아주 귀여운 생각을 품은 생도를 바라보면서 클라우스는 결심했다.
일단 이 조에서는, 저놈부터 확실하게 조져버리겠다고.

“…크억!”

다시금 마법에 집중하던 귀족 생도는, 갑자기 등판에 날아드는 묵직한 타격감에 비명을 내지르면서 이번에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찌나 강하게 맞았는지 순간적으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였다.


“…클라우스스 교…!”

악에 받친 목소리로 욕설이라도 퍼부으려고 하는 귀족 생도.
하지만 곧 그는 자신의 옆에 서있던 다른 생도들 역시 한 차례씩 거친 공격을 당하는 걸 보고는  말을 애써 목구멍 너머로 삼켜내고 말았다.
자신만 당하고 있다고 생각이  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적의가 피어올랐는데.

“꺄악!”
“커어억!”
“아악!”

같은 조의 다른 생도들 역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게 바닥에 처박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은 불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아예 저들이 자신보다 더 한 방해와 고통을 겪기를 간절히 원하던 바로 그 순간.

“당장 일어나지 않고 뭐합니까.”
“꺼흡!”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그대로 귀족 생도의 얼굴을 바닥에 처박아버리는 클라우스.
자칫 잘못하면 귀족 생도들이 단체로 반발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정말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바로 그 부분이 되레 생도들에게는 두려운 부분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여태까지는 나름 조심하던 모습이 보이는 클라우스 교수였는데.
갑자기 완전히 돌변해서는  시험이 정말 중간시험인지.
아니면 자신의 괴롭힘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자를 골라내는 시험인지 헛갈린 것이다.

다른 생도들을 차례대로 조져준 후, 클라우스는 세실리에게로 다가갔다.
애써 무덤덤한 척 하고 있지만 세실리의 몸이 잘게 떨리고 있음을, 클라우스는 확인했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생도들이 본다면 그저 세실리가 앞으로 있을 일에 겁을 먹고 몸이라도 떠는 줄 알겠지만.


‘진짜 답도 없는 변태년. 제정신이 아니야, 제정신이.’


실상은 얼른 맞고 싶어서 안달이 난, 아니 거의 발정이난 마조 마족이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매일 같이  쾌락을 채워줄 생각은 없거든.’


클라우스는 세실리가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주먹으로 배를 치는 것, 엉덩이를 때리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해 방법.
아예 대놓고 옆에 서서는 자신의 마력으로 그녀가 준비하고 있는 마법의 구조를 근간부터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읏?!”


설마 이런 방식으로, 마력을 강제로 주입하여 마력이 뒤엉키게  줄은 몰랐던 것일까.
세실리는 낭패라는 표정을 지우지  하고서 낑낑거려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다른 생도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다시금 마법을 준비했다.
클라우스가 이제는 자신들에게  관심을 쓰지 않고 세실리에게만 신경을 쓰니 그녀를 제외한 1조의 모든 생도들은 빠르게 마법을 완성할  있었다.

아, 물론 클라우스가 세실리에게만 붙어있던 건 절대 아니었다.


“게엑!”

 다시 귀족 생도의 복부에 날아드는 발차기.
거의 다 완성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리 대놓고 방해를 하니, 이제는 귀족 생도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크으윽!! 알겠습니다! 관두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차별할 것이라면, 관두겠다고!”


귀족 생도는 자신의 실력이 떨어져서 시험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스가 오직 자신만 견제하니 더는 억울해서 할 수가 없다는 식으로 맞섰다.
이렇게 비판을 하면 조금은 그가 움츠러들지 않을까.
결국 그도 언젠가는 다시 왕국에서 살아가야 할 인간이니 걱정을 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모양인 것 같은데….


“관두겠다고!  반말이고. 뭐, 좋아. 꺼져.  등신아.”

뻐억!!-

냅다 그의 가슴팍을 걷어차는 클라우스.
덕분에 귀족 생도는 뭐 말도 해보지 못 하고 뒤로 넘어가서는 컥컥! 하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 해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했다.

“다른 생도들도 포기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 하세요. 나중에 가서 나한테 실컷 밟혀놓고 그제야 포기하겠다고 하지 말고. 이건 전투 마법 강의이지 애들이나 배울 법한 기초 마법이 아닙니다. 정도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장 관두세요. 나도 그게 편합니다.”
“교수님! 끝냈습니다!”

이때, 1조에서 가장 먼저 마법을 발현해낸 생도가 나왔다.
세실리와 같은 마족 생도였는데 스스로 포기한 귀족 생도와 비슷하게 맞았음에도 이를 악물고 계속 마법을 유지해서는 기어코 성공을 한 것이었다.


“…통과. 카엘라 조교.”
“네, 교수님. 시간은 따로 기록해두겠습니다.”

그 다음은 요정 생도.
마족보다 더 느리게 해낸 것이 꽤나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긴 했지만 그 생도 역시 나름 괜찮게 마법을 발현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의외군. 세실리 생도가 가장 먼저 해낼 줄 알았는데.’


요정 생도의 마법 발현 종료 시간을 적으면서, 카엘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클라우스가 인정한 마법 천재라는데 다른 생도들보다 훨씬 더 느린 시간이다.
물론 클라우스가 중간 사이에 대놓고 마력을 주입하여 직접 방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거의 두들겨 맞다시피 한 귀족 생도보다는 낫다고 할  있었다.


‘헌데 도대체 왜….’


카엘라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클라우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이미 그는 세실리가 왜 이렇게 더디게 마법을 발현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1등을 해봤자 딱히 의미는 없고, 어중간하게 해야  많은 꾸중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바로  부분 때문에 일부러라도 시간을 늦추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에 더해서, 제 옆에 있던 생도들이 클라우스한테 두들겨 맞을 때.
그녀는 자신도 맞고 싶다는 생각 외에 저렇게 맞으면 무슨 느낌일까, 나도 맞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 바닥을 뒹굴고 있는 생도들에게 자신을 대입시켰다.
클라우스한테 배를 맞고, 등판을 걷어차이고, 바닥에 널브러져서는 잘근잘근 밟히는 상상이라니,너무나도 짜릿해서 가랑이 사이가 다 젖는 느낌일 정도였다.

혼나고 싶어! 괴롭혀지고 싶어! 클라우스 교수님한테 맞고 싶어!
그런 눈길이 그대로 전해지는 통에, 그걸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는 바람에.
세실리는 기어코 자신의 실력을 숨긴 채 보다  늦게 마법을 쓴 것이었다.

‘나중에   불러서 제대로 교육을 해줘야겠어. 좋지 않아, 저런 습관.’


그녀가 제 취향에 완전히 눈을  것,  부분은 넘어갈  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클라우스 본인이 그걸 조교해서는 꽃피워둔 셈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클라우스한테 혼나고 싶다고, 내지는 괴롭힘을 당하고 싶다고.
그런 이유로 적을 일부러 놓아주거나 상황을 아슬아슬하게만들면 그건 최악이다.

빠르게 정리하고 빠르게 끝낸다, 2차 대륙 전쟁을 길게 끌어서 좋을  없다.
그리고 세실리는 이후 있을 전쟁에서 마법으로 요정  실력자들을  정도는 정리해줄 그런 카드였기에 더더욱 세심히 들여다  필요가 있었다.

그런 클라우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실리는 바로 직후 시험을 통과했다.
직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생도도 섬광을 터트리는 것과 동시에 1조의 시험이 끝났다.

“…클라우스 교수님. 저도 완료했습니다.”

포기를 선언한 제 동료와는 다르게, 끝까지 시험을 마친 귀족 생도.
클라우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닥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감정 조절을 못 하는 놈은 아니었다.

“다음, 2조 앞으로 나오세요. 이번 마법은….”


 후로도 클라우스는 생도들을 계속 짓밟았다.
특히 중점적으로 아주 잘근잘근 밟아준 쪽은, 역시나 인간 귀족 출신의 생도들.
누구는 반항하고 누구는 포기하고 또 누구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허나 결국 그들 모두는 클라우스에게 악감정을 더욱 진하게 품고 있었다.
평민 주제에 나대는 것도 모자라서 마족들의 군주와 붙어먹는 것 같더니.
급기야는 대놓고 자신들을 적대시하고 있으니 이 사실을 어서 알려야만 했다.


“…클라우스 교수님.”



잠깐의 휴식 후 다시금 시험을 재개하려던 클라우스는, 자신을 붙잡는 카엘라의 목소리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클라우스에게 뭔가를 물어보고자 하는 눈치였는데, 그 뭔가를 알고 있던 클라우스는 손을 들어서 카엘라를 제지한  입을 열었다.

“어차피 말이다, 카엘라 조교.”
“네?”
“내가 잘 대해줘도 지랄할 놈들이고, 잘 안 대해줘도 지랄할 놈들이야. 그리고 나중에 내가 왕국을 떠나면 그 때는 배신자이니 변절자이니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닐 테지. 그럴 바에 차라리 지금부터 짓밟아버릴 생각인 거다. 왜 참고 있냐. 더 참을 필요가 없는데. 이미 나는 왕국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울타리를 찾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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