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11장 - 잃어버린 것
“하으웃…!! 흣! 아윽!”
츄륵! 츄르릅!!-
할짝, 할짝-.
자신의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연신 보지를 핥고 있는 클라우스를 바라보면서.
율리아는 그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전에 그가 이렇게 애무를 해줄 때면 뭐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어찌나 강렬하고 또 진득하게 몰아붙이던지, 그의 혀가 한 번 파고 들 때마다 온몸이 들썩이면서 쾌락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자신을 확실히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여태까지의 것과는 달랐다.
물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부분에서 뭔가가 확실히 달랐다.
이전에는 자신을 계속 몰아붙이기 위함이었다면 지금은 무척 소중한 것을 다루듯 아주 정성스럽고 또 따스하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여인을 가버리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인을 얼마나 마음에 두고 있는지 속삭이듯이.
당장 애무가 시작된 후로 꽤 오래 버티고 있는 자신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하아아, 하아아….”
사아악, 사악-.
할짝, 할짝-.
축축하고 미끈한 혀가 연신 음순을 가르면서 진득하게 다가온다.
교묘하게 민감한 곳만 들쑤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는 듯.
당신에게 이리도 흠뻑 취해서 어찌 할 수가 없다는듯이 듯.
원래는 호수에 그냥 풍덩! 하고 내동댕이쳐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 발, 한 발 내딛어서 몸이 조금씩 젖어들고 있는 감각이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무섭게 몰아치기만 하는 쾌락이 아니다.
아주 차근차근 올라오는 감각, 정말 소중하게 대해지고 있다는 느낌.
율리아는 거의 처음으로 클라우스가 제 보지를 한껏 탐하고 있는데도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남자의 몸짓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음을 느꼈다.
“으으응!!”
주르륵-.
율리아가 가볍게가버리자 움찔거리는 보지에서 슬쩍 혀를 떼어낸다.
벌어진 질구 너머로 달콤한 액체가 얼른 더 핥아달라는 듯 계속 새어나온다.
하지만 클라우스는 이 이상 여인을 몰아붙여서 또 한 번 거칠게 절정에 올려두지 않았다.
지금은 육체적 쾌락보다는 여태까지 잃고 있던 것들을 조금은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오늘은 정말 부드럽게 해주시네요.”
“율리아가 부탁했으니까요.”
“그게 이유 중 일부이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잖아요?”
내가 몇 번이나 당신과 몸을 섞었는데 이런 변화조자 감지하지 못 하겠느냐.
율리아는 그런 식으로 클라우스를 바라보면서 그에게 안겨들었다.
“이제 말해줄래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이런 부드러운 모습, 나쁘지는 않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의문과 두려움도 같이 몰고 오는 법이죠. 날 걱정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 그만 이유를 말해주었으면 해요, 클라우스.”
“…조금은 유쾌하지 않은 대답이 될 수도 있는데.”
“들어보고 정말 유쾌하지 않은 대답이라면 더 정신없이 하면 되겠죠?”
그리 말한 율리아가 냐옹, 하고 귓가에 속삭이면서 클라우스의 볼을 부드럽게 핥는다.
이렇게만 보면 음탕하기 짝이 없는 여인인데 또 돌아보면 누구보다도 고귀한 마왕님이다.
자신은 이런 모습의 율리아를 본 그 순간부터 완전히 빠졌던 것은 아닐까 싶다.
“처음 당신이 그러했듯, 나도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어요.”
“….”
“내 처지가 상당히 좋지 않거든요.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나락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 탈출구로 당신을 이용하고자 했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고. 해서 율리아 아그네사, 당신을 이용해서 그걸 이루려고 했던 겁니다.”
“…당신이 대륙 전쟁 때부터 시작해서 얼마 전까지도, 아니 지금도 힘들다는 건 대충 알고 있어요. 사방에서 당신을 어떻게든 제거하기 위해 온갖 짓을 했다고요.”
율리아의말에 클라우스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녀에게는 그 부분만이 이유로서 들리겠지만.
실상 그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죽어도 죽어도 계속 이 지겨운 회차를 반복을 해야 하는 소용돌이에 빠진 한 남자의 사정이 있었다.
“꽤나 힘든 삶을 살았군요. 나처럼, 당신도.”
“…네. 힘들었죠. 아주 많이.”
“내가 말했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말했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봐주자고. 보듬어주자고, 감싸주자고. 우리 둘이 다른 평범한 남녀마냥 살 수 없다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감정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거 말이에요. 가끔은 이용하고 또 이용당하는 거죠.”
다 이해한다는 듯 율리아는 연신 클라우스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설마 자신이 그것조차 몰랐겠냐는 듯 그렇게 몇 번을 마치 소중한 보물을 대하듯 하던 그녀는 클라우스의 볼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는 말을 이었다.
“여태까지의 것들은 용서해줄게요.”
과연 그 여태까지의 것이 어디까지인지 이 여자는 상상이나 할까.
아마 할 수 없을 것이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스는 그래도 그 말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 걸 느꼈다.
여태까지 나를 이용했던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이용하려던 것에 대해서 용서한다는 말.
왠지 모르게 그 말이 그의 가슴 한 켠을 쿡쿡 하고 찌르는 것 같았다.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조금 변해보라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고쳐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대신, 오늘부터는 진심을 다해줘요. 나만 진심으로 당신을 대하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럴게요.”
“약속하는 거예요? 막 사랑에 미친 그런 남자의 모습까지는 원하지 않아요. 나도 내가 상당히 뒤틀린 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도 여인이라서 말이죠, 가끔은 진심으로 날 대해주는 남자를 원하는 법이에요. 그래줄 수 있죠, 클라우스?”
고개를 끄덕이니 율리아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다시금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는 이 자비로운 마왕님이 다 용서해줄 테니 이제부터라도 잘 하라고 속삭였다.
클라우스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잃어버렸던 것 중 최소한 하나 정도는 간신히 되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길을 걷다보니, 끝도 없이 펼쳐진길을 그저 걷기만 하다 보니 떨어트리고 나서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 했던 무언가가 비로소 품에 돌아온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클라우스?”
원래의 소설 흐름과는 다르게, 마왕과 여인의 모습이 한 데 어우러진 율리아가.
완전히 무너진 얼굴도 아니고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악귀의 얼굴도 아닌.
이 남자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그런 표정을 한 채.
장난스러운 몸짓으로 상대방의 멱살을 쥐고서는 명령을 내리듯이 말한다.
“아까 그 말, 다시 해봐요.”
“무슨 말을….”
“나 좋아한다는 말, 그 다음에 한 거 말이에요.”
“네? 아, 아아….”
“제대로 못 들은 것 같아서요. 얼른요.”
율리아의 부탁에 반사적으로 그 말을 하려던 클라우스.
하지만 문득 드는 한 감정에 저도 모르게 망설이고 만다.
그러고 보니 지금 드는 이 감정, ‘부끄럽다’라는 것도 잃어버렸던 것 중 하나다.
살기 위해서, 이용하기 위해서, 원하는 대로 다 이루기 위해서.
어느 순간부터 제 안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던 것 중 하나.
그게 갑자기 살아나니 확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하게 된다.
“크흠, 흠.”
“뭐에요. 조금 전까지는 반성한다고, 진심으로 대하겠다고 했잖아. 설마 거짓말을 한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그게, 음… 이렇게 다시 말하려고 하니 조금 그러네요.”
아까 말은 그냥 무의식적으로, 흐름대로 막 내뱉은 경향이 좀 있었다.
율리아에게 반드시 해줘야 하는 말이었지만 여태 하지 못 하다가 간신히 낸 것인데.
그걸 이렇게 정신이 살짝 돌아온 상황에서 하려니 괜스레 부담이 된다.
클라우스가 자꾸만 망설이면서 말을 회피하자 율리아가 눈을 가늘게 뜬다.
뭔가가 잔뜩 불만이라는 듯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그녀는 멱살을 쥐고 있던 손에 슬그머니 힘을 주고서는 목소리를 내리깐다.
“뭐하는 거죠? 설마 아직도 나를 가지고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요?”
“아뇨, 아뇨. 그건 절대 아니에요.”
“아니면 얼른 말해 봐요. 아까 나한테 했던 말, 다시 한 번 해달란 말이에요.”
율리아와 수도 없이 몸을 섞고 또 얼굴을 마주했던 클라우스다.
지금 이 여자가 정말 화가 났는지, 그게 아니면 그냥 장난을 치는 건지 표정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하다못해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만 봐도 다 알 수 있다.
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역으로 그녀를 놀려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잃어버렸던 것들을 되찾고자 했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최소한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부끄럽다는 표정과 눈빛을 숨기지 않고눈앞의 여인에게 다 보여준다.
이것이 내 진심이라고 그녀에게 전부 털어놓는다.
“꼭 들어야 하는 건가요.”
“네. 꼭 들어야겠어요. 그 말, 다시 듣고 싶어! 그러니까 말해줘. 클라우스. 얼른.”
진심으로 대하겠다고 하더니 아예 진심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다.
더 시간을 끌다가는 정말 율리아가 정색을 하며 화를 낼 수도 있기에.
클라우스는 침음을 한 번 내뱉고는 그녀를 와락 안아든다.
“괜찮은 거 맞죠?”
“뭔 소리에요.”
“인간이 마왕에게 이런 소리를 하는 거.”
“당신, 끝까지 그렇게 피하려는 속셈….”
“사랑해요.”
남자의 입에서 짧지만 강렬한 단어가 흘러나오자 율리아는 우뚝 몸을 멈춰 세웠다.
그러더니 이익! 하고 입술을 깨물고는 분하다는 듯 입을 연다.
“비겁하다고요! 왜 꼭 내가 제대로 못 들을 타이밍에 자꾸만….”
읍-.
율리아의 붉은 입술 위에 검지를 올려두고서는 조용히 하라는 뜻을 확실히 보인다.
그녀가 눈을 깜빡이면서 자신을 쳐다보자 클라우스는 율리아를 더욱 가까이 당겨서는 바로 앞에서 그녀가 하는 것과 같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율리아 아그네사.”
수도 없이 했을 말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진심.
잃어버렸던 것이 비로소 제자리를 되찾자 이유 모를 안도감이든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천천히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 여인 때문일 것이다.
“좋아요, 그 말. 바로 그런 걸 원했어.”
클라우스의 품에 폭 안겨든 여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도대체 왜 이러나 싶었는데, 너무 불안했는데 이리 풀려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후 한참을 그렇게 서로 껴안고 있던 두 남녀는, 여인 쪽이 살짝 거리를 두고서는 말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런데, 설마 내게 약속한 이 주말을 이렇게 퉁칠 생각은 아니겠죠?”
“설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죠. 당연히 그래야죠. 내가 이 주말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남자의 팔을 잡아당겨서는 소파에서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는 그를 부드럽게 잡아끌어서는 이제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침대로 향한다.
침대 근처까지 클라우스가 딸려오자 율리아는 먼저 그 위로 허물어지듯 눕는다.
“당신의 마음, 잘 알았어요, 클라우스. 그러면 그 마음… 몸으로 보여주겠어요?”
다리를 옆으로 벌리고서는 제 손가락을 이용해서 보지를 활짝 보여준다.
이미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여인의 음부는 움찔거리면서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제 안으로 들어와서 잔뜩 괴롭히고, 잔뜩 싸달라는 듯이.
“평소보다 더 거칠 수도 있어요.”
여태까지는 모든 부분에 있어 여지를 두려고 하지 않았기에 스스로를 제어했다.
허나 이왕 이렇게 된 이상 그 어떤 것도 참거나 억누르지 않고 폭발시킬 생각이었다.
클라우스의 대답에 율리아는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 손짓을 한다.
얼른 들어와 달라고, 당신의 그 진심을 내 몸에 확실하게 각인시켜달라고.
천천히 여인에게로 향하는 남자, 그런 남자를 부둥켜안은 여인.
곧이어 방안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뜨거운 열락의 기운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