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10장 - 흐르는 시간들
내가 왜 여기 앉아있게 된 거지? 세실리는 멍하니 주변을 살펴보았다.
제 옆에는 강의 시간에만 모습을 보이고 그 외의 시간에는 제 방에 틀어박혀 일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카엘라 티거가 앉아서는 고기를 우적거리고 있고.
“얼른 드세요, 세실리. 아, 편하게 부른다고 뭐 불편한 건 아니죠?”
그 반대편에는 요정 쪽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벨라루스 출신의 나타샤가 앉아 있었다.
마족과 요정하면 서로 죽일 듯 으르렁거리는 사이라고, 분명 그렇게 알고 자랐는데.
이상하게 그녀는 저녁 식사 자리에 자신을 초대하는 것으로 그걸 완벽하게 깨트렸다.
이미 그 부분만으로도 세실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난감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
무엇보다 세실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는 마왕, 율리아 아그네사였다.
그녀와는 요 한 달 사이에 꽤나 많이 붙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율리아가 자신의 검술 부분을 맡아서 봐주었고 클라우스를 대신해서 아주 강하게 몰아붙였던 적이 아주 많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율리아 입장에서도, 그리고 세실리 입장에서도 그 중간에 클라우스라는 남자가 껴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왕가와 레블랑 가문이 현재 얼마나 불편한 사이에 있는지 모르는 이가 없을 테니까.
해서 클라우스와의 접점이 없다면 자신과 율리아가 또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면서 식사를 하게 될 줄은 또 몰랐다.
“긴장하지 마요, 세실리.”
“네, 네?”
“지금 이 자리는 마왕과 레블랑 가문의 여식이 가지는 자리가 아니라 그냥 전투 마법 강의에서 클라우스 교수님께 인정을 받은 상위권 생도들의 식사 자리니까요.”
율리아의 말에 세실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설명을 하기는 모호하지만 율리아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분명 범상치 않은 것.
아직 빈틈이 많은 세실리 입장에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실리는 처음이겠네요. 실은 이 멤버로 해서 얼마 전에도 저녁 식사를 같이 했었거든요. 물론 그 때는 클라우스 교수님도 계셨지만.”
“클라우스 교수님이 여기 계셨었다고요?!”
순간 잔뜩 위축되어 있던 세실리의 두 눈동자가 흥분으로 가득 찬다.
그 모습을 보면서 율리아는 예측이 확신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레블랑 가문의 막내딸도 이미 클라우스에게 호감 그 이상을 품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카엘라 조교님. 이번에 저랑 나타샤가 싸울 때 어땠나요?”
“…흥미로웠습니다.”
씹던 고기를 꿀꺽 삼킨 이후 카엘라가 아주 솔직하게 대답한다.
딱히 숨겨야 할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눈앞에 앉아있는 율리아는 클라우스의 새로운 군주이니 카엘라 입장에서는 제 사령관을 위해서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이네요. 저는 또 못 볼꼴을 보였으면 어쩌나 싶었어요.”
“제 말이요. 이전에 클라우스 교수님과 카엘라 조교님이 싸우던 모습이 어찌나 대단하고 또 소름이 끼치던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아요.”
슬쩍 대화에 끼어드는 나타샤.
세실리를 제외하고 율리아와 카엘라, 그리고 나타샤까지.
이 셋은 얼마 전에도 식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서로의 거리감을 줄여둔 상태다.
때문에 비교적 괜찮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두 생도 분들도 대단했습니다. 클라우스 교수님께서도 흡족해하셨죠.”
“다행이네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그리 말하는 나타샤.
그에 반해 이미 진작부터 본인이 이길 거라는 클라우스의 말을 들었던 율리아는 당연하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우아한 동작으로 스테이크 한 점을 잘라내어 입 안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세실리 생도.”
“네, 네! 카엘라 조교님.”
“세실리 생도도 꽤 대단했습니다. 클라우스 교수님께서 당신에게는 따로 말씀을 안 하신 것 같지만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면서 힘껏 노력하고 있는 부분에 박수를 치고 싶다, 그렇게 말씀하셨었습니다.”
설마 그런 말이 있었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 했는지 세실리가 갑자기 딸꾹질을 한다.
무척이나 놀랐다는 느낌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부 전해지는 상황.
세실리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율리아는 다시금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저 레블랑 가문의 막내딸이라는 세실 리가 클라우스에게 꽤나 많이 빠져있음을.
“실은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이 자리를 추진한 거예요.”
나타샤가 슬그머니 지금 이 자리의 이유를 설명한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여기 셋을 제외한 나머지 생도들은 그저 그런 자들이다.
그런 생도들까지 전부 챙기겠다고 힘껏 강의를 해온 클라우스 교수님을 봐라.
그 고생을 아는 우리들이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최소한 클라우스가 허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자고, 그렇게 말한다.
“…확실히 저번 대련 때 클라우스 교수님의 반응이 계속 좋지는 않았죠.”
“정말인가요, 카엘라 조교님?”
자신에 대한 부분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율리아다.
해서 그가 실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 했을 수밖에 없었다.
“몇몇 생도들은 아예 관심도 없는 것 같고, 또 나름 열심히 하려는 이들도 도통 따라오지를 못 해서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그건 클라우스 교수님과 생도들 사이에 결코 넘기 쉽지 않은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당장 저도 클라우스 교수님께 매일 같이 혼나면서 겨우겨우 얻은 건데요.”
“세실리. 그래서 나타샤가 말했잖아요. 우리들이라도 잘 하자고. 클라우스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말고 그 부족한 생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이죠.”
물잔을 팅팅, 하고 두드리면서 율리아가 정리를 해준다.
중간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더욱 노력하고 증진하여 이후 있을 중간시험, 그리그 마지막에 있을 기말시험에서 차원이 다른 성장세를 보여준다.
그렇게 함으로서 다른 생도들에게 클라우스의 강의를 받은 우리들이 이렇게 성장했다!
클라우스의 가르침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 너희가 멍청하게도 이해하지 못 한 거다!
이렇게 당당하게 외치면서 클라우스의 면을 세워주자는 것.
율리아의 말을 다 들은 후 세실리는 아하, 하고 탄성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아직 그녀의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인지했다.
자신이 잘 하면 클라우스에게도 이득이고, 그렇게 하다 보면 또 그와 계속 엮여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지적도 받고 혼도 나고 엉덩이도 맞고 그렇게 하다 보면….
‘아, 아아아. 또, 또 생각나. 어떻게 해.’
움찔-.
세실리는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꼬면서 허벅지를 비벼댔다.
그 때 클라우스에게 잔뜩 당하던 장면을 떠올리니 보지가 떨려서는 버틸 수가 없었던 것.
참으려고 해도 이미 아래에서는 애액으로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앞에 화려한 요리들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카엘라가 이게 무슨 냄새죠? 라고 중얼거리면서 킁킁!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후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서로가 서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들지 않는 선에서 이어지는 대화들.
역시 그 중 가장 흥미진진한 주제는 클라우스에 대한 것이리라.
“카엘라 조교님은 클라우스 교수님을 따라 대륙 전쟁에 참전했다고 했었죠.”
“네. 그랬었죠. 이름 난 마족 무장 여럿을 죽이기도… 흠흠, 했죠.”
“전 괜찮아요. 벌써 5년도 넘게 지난 일이고 우리 마족들 또한 서부의 많은 이들을 해치고 상하게 했으니까요. 전쟁이란 게 다 그렇죠.”
“…고마워요. 아무튼 그 분을 따라 대륙 전쟁의 끝까지 함께 했었죠.”
카엘라의 대답에 율리아의 두 눈이 반짝인다.
사실 소문들만 무성하지 정작 클라우스라는 남자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사소한 부분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아무 것도 알려진 게 없다시피 할 수준이었다.
하도 이룬 것이 위대해서 그 빛나고 거대한 부분만 강조되다보니 정작 그 남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고통을 인내하면서 그 자리에 오른 건지는 알려진 게 없었다.
“혹 클라우스 교수님에 대해 궁금하신 게 있나요?”
“당연히 있죠!”
“전부 다 궁금해요!”
“저, 저도요!!”
율리아, 나타샤, 그리고 세실리까지.
세 여인이 마치 합창을 하듯 아는 건 다 이야기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 모습에서 클라우스에 대한 호감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클라우스의 추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엘라에게 있어서 아주 바람직하고 또 가슴이 뿌듯해지는 그런 광경이었다.
“안타깝게도 제가 아는 것도 그리 많지 않아요. 그 분이 워낙 본인에 대해서는 말씀을 잘 해주지 않으셔서요.”
“괜찮아요. 다 괜찮으니까 뭐든 말해주실래요?”
“클라우스 교수님의 다른 부분이 너무 궁금해요.”
“혹시 카엘라 조교님도 막 엉덩이를 맞으셨나요?”
뭔가 마지막 질문이 조금은, 아니 상당히 이상한 것 같았지만.
카엘라는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입술을 떼었다.
* * * * * * * * * *
‘지금쯤이면 그 넷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으려나?’
클라우스는 율리아와 나타샤, 세실리, 그리고 카엘라가 모일 수 있도록 일부러 피했다.
자신이 끼어있으면 제 눈치를 보느라 넷 중 셋이 입조차 잘 열지 않을 게 뻔하다.
그나마 율리아가 어떻게 분위기를 좀 바꿔보려고 노력은 할 테지만 결국 그녀도 다른 여인들의 모습을 살피면서 혹 자신에게 감점을 당하는 요소가 없을까 걱정을 할 것이었다.
해서 그는 일부러 강의실을 빠르게 빠져나갔고 다른 일이 있다고 선을 그어두었다.
그러면서 나타샤에게 은근한 어조로 제 강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한 번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이도 조금 더 진전시켜두는 게 좋지 않겠냐는 식의 말을 해두었다.
결과적으로 네 명의 여인은 자리에 모여서는 조금씩 가까워지기도 하고 있고.
거기에 율리아가 원하는 대로 꽤나 민감한 소문들을 조금씩 생성해내기도 했다.
‘마왕이 클라우스에 이어서 그 부관에, 요정에, 레블랑 가문의 막내딸과도 가까운 사이다. 이걸 들으면 과연 무슨 반응을 보일지 참 궁금하군.’
중간시험이 끝난 이후 시간을 내서 동부를 다시 한 번 뒤집어줄 생각이다.
지금쯤이면 중립파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테니 미치기 일보 직전일 것인데.
그 이후 또 다른 사건을 터트려주면 정말 최고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하응!”
이때, 그의 앞에서 여인의 애타는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클라우스는 살살 움직이고 있던 손을 재빠르게 거두었다.
다리를 살짝 벌린 채 홀딱 벗은 상태로 자리에 서있는 여인의 정체는 당연히 리르.
이미 몇 번이고 가버렸는지 그녀의 다리 밑에는 보지에서 흘러내린 애액으로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또 소리를 냈네.”
“아, 아아….”
“분명 소리를 내면 처음부터 다시라고 했는데. 3분은 커녕 1분도 못 참는 건가?”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처음부터 다시.”
“아, 아아! 제, 제발. 더는, 더는 못 견뎌요. 제발 그냥 넣어주세요, 제발….”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빌고 있는 리르.
하지만 클라우스는 어림도 없다는 듯 다시금 그녀의 보지로 손을 가져갔다.
“하윽! 흐으읍!!”
손가락을 넣고서 거칠게 쑤셔준다던가, 아니면 음핵을 건드린다던가, 그게 아니다.
지금 클라우스는 그냥 보지의 갈라진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아주 살살 건드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보통 여인에게 이 정도는 단순히 애간장만 태우는 짓이겠지만.
클라우스 앞에서 자동으로 발정하게 되어 있는 리르는 그것만으로도 가버리기 직전까지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클라우스는 절대 소리를 내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3분만 참으면 지금처럼 손가락으로 장난을 하는 게 아니라 네가 그리도 원하는 것도 네 야하기 짝이 없는 보지를 쑤셔주겠다고.
‘참아야 해! 참아야 해!!!’
이미 클라우스의 자지라면 눈이 돌아가는 리르다.
그 조건 앞에서 리르는 반드시 그의 장난을 견뎌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클라우스가 부드럽게 쓰다듬기만 해도 가버리는 수준.
스윽, 스으윽-.
“…흐, 흐으응! 하아아앙!!”
결국 이번에도 1분을 채 견디지 못 하고 또 한 번 보지 물을 싸지르는 리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