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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화 〉9장 - 잘라내야 할 것들 (121/341)



〈 121화 〉9장 - 잘라내야 할 것들

교수가 생도를 때리고 있다! 그것도 평민 교수가 귀족 생도를!
당연히 요정이나 수인들, 그리고 마족들은 별 관심이 없는 모양새였다.
생도도 교수도 그냥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는 것처럼 대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 출시의 교수들이나 생도들은 난리가 났다.
갑자기 저 교수가 미쳤나, 아무리 그래도 지켜야  선이 있는데 어쩌자고 저런 짓을!

“클라우스 교수! 뭐하는 겁니까!”

다급히 인간 측 교수 몇몇이 달려오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대의 생도들에 의해서 길이 막히고 만다.
갑자기 이게 뭔가 싶어  생도들을 보니 마족, 요정, 그리고 수인 생도들까지 보인다.


한 눈에 봐도 귀족 생도들의 뺨을 실컷 때리는 중인 클라우스를 막도록 두지 않겠다는 의지.
이들이 대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들은  수가 없었다.

사실 생도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재미난 구경거리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춤을 추던 이들도,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도 조금의 휴식이 필요한 순간.
바로 그 때 클라우스가 귀족 생도들의 뺨을 후려치는 장면은 그 휴식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재미난 유흥거리였던 것이다.




짝! 짜악! 짝!-


그 사이 클라우스는 다시  번 반대 방향으로 모조리 뺨따귀를 후려쳤다.
조금만 더 힘을 주었다면 아마 입술이  터지고 피가 철철 흘렀을 것이다.
허나 여기서 피를 보면 괜히 이놈들에게 건수만 주는 꼴이니 거기까지는 괜한 짓이었다.

“생도 여러분. 분명 이곳으로 들어올 때 바깥에서 뭐가 되었든 밖에 두고 대륙 아카데미의 생도로 지내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해서 나도 바깥의 그 막 나가는 평민 사령관의 모습은 두고 굉장히 신사적인 교수로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그 평민과 귀족 사이로 돌아가자고 하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어어어….”
“다시 한  경고하겠습니다.    헛소리를 하는게 들린다면 오늘보다 조금은 더 아픈 교육이 가해질 겁니다. 이게  교수로서 생도들인 여러분을 위한 것이니 부디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주의해서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교수로서 생도에 대한 주의를 준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충 포장을 해버리면 되는 일이다.
어차피 이놈들도 이 수많은 생도들 앞에서 평민 교수한테 뺨을 맞은 일을 공론화하기에는 너무 낯 뜨거운 부분이 많은지라 그럴 수도 없다.

물론 클라우스에 대한 좋지 않은 의견도 생겨날 테지만 다른 종족들, 특히 마족 생도들이 다 보는 앞에서 뺨을 맞는 대참사를 당한 자신들에게도 불호령이 떨어질 게 당연한 결과.

“대, 대체 이게 무슨 짓… 억!”

그래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있을 거다.
멍청하기만 해서는 결코 악당이라고 할 수 없다.
아무리 멍청한 집단이라고 해도  중에서 조금이나마 뛰어난 놈이 있을 거다.
뻔한 클리셰라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중에서 그런 놈은 전혀 없다.

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 귀족이라는 놈들에게는 꿈도 희망도 없었다.
그 정도로 영리한 자들이었다면 미쳤다고 마족을 또 도발하겠는가?



애당초 머리가 좀 돌아가는 놈이었다면 자신들이  파티도 아닌 곳에서 나대지도 않고.
평민이나 마족이라고 해서 대놓고 깎아내리지도 않을 것이며.
클라우스가 있는 앞에서 역시 평민은 어쩔 수 없는 평민이라는 욕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쓰레기들한테 뭔가 논리적으로 반박 당하거나 제지당하는 것 자체가 치욕이다.
해서 클라우스는 아주 간단한 제압 방법을 쓰기로 했다.
아무리 머리 잘 돌아가는 놈도 일단 몸을 존나게 굴려주면 생각이 멈추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주 미치도록 아픈 매질을 해주면 천재라고 해도 일단 비명부터 지르게 된다.

“자, 잠깐만.”

짜악! 짝! 짝!!-



“그, 그만!”



클라우스 입장에서는 그냥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입술도 멀쩡하고 피도  나는데 벌써부터 죽으려고 낑낑대는 귀족 놈들.
역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맞아보지 않은 티를 팍팍 내는 쓰레기들이었다.




“이제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 들었습니까? 귀족 생도 여러분?”
“끄아아…. 너, 너무 아파….”
“다행이네요. 그래도 아픈 것조차 모를 정도로 머리가 굳은 건 아니라서.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귀족인 거 아니까, 그거 티를 내고 싶은 것도 이해하니까. 적당히, 선을 지키세요. 한 번만  분란을 조장하는 일이 또 생긴다면 그 때는 오늘보다 더 유쾌한 일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부터 답도 없을 정도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놈들.
당연히 클라우스의 이 교육을 가장한 폭력에 논리적으로 대항할 놈은 단 하나도 없다.
그나마 잔머리 좀 굴리는 놈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 말대꾸하는 놈이 나오면 바로 찢어죽일까 걱정스러워서 그냥 입을 다물게 했다.
지금처럼 신명나게 뺨따귀를 때려주면 그어억, 하면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게 정상이니까.




“대답이 없네요. 교육  번 더 할까요?”

주먹은 가깝고 폭력은 아주 효과적이다.
몰상식한 자들이 주먹을 쓰고 폭력을 휘두른다고 하지만.
사실 똑똑한 이들은 적절한 순간에 폭력을 이용할 줄도 안다.
그게 이른바 말하는 충격 요법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이니까 말이다.


클라우스의 말에 귀족 생도들이 다급히 고개를 내젓는다.
이미 양쪽 뺨이 퉁퉁 부어올라서는 무슨 두꺼비 괴물을 보는 느낌이다.
그나마 몇몇은 몸 관리를 해서인지 봐줄 만 했는데, 그마저 못 한 돼지 새끼들은 정말 눈 뜨고는 못 봐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이런 놈들이 율리아에 대해서 품평을 했다니.
그냥 싹  모가지 가지치기를 해버릴까 생각도 든다.



“크, 클라우스 교수! 지금 뭐하는 겁니까!”



이  한 교수가 다급히 달려와서는 클라우스를 제지한다.
얼굴을 보니 그가 다름 아닌 검술 강의를 맡고 있는 또 다른 머저리 귀족임을 알  있었다.


잠시 그를 바라보면서 이놈은 또 무슨 헛소리를 할까 한  기다려본다.


“교수라고 하여 생도들을 이리 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성적으로 대해야지요! 물론 당신이 귀족이 아니기에 그런 것과 조금은 거리가 있다고 할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넌 평민이라서 이런 상황을 막 만든다, 이런 소리다.
생도들은 몰라도 교수까지 손봐줄 생각은 없었는데 이건 이거대로 고민이다.
아무 것도 없는 이 머저리 생도들과는 다르게 이 귀족 교수는 그래도 약간의 실력은 있다.

바로 그게 문제였는데,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실력이니 괜히 헛짓거리를 하다가 정말 피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예 생도들 마냥 저항도  할 정도로 맞으면 좋을 텐데, 저항답지도 않은 저항을 하려고 한다면 클라우스도 아주 잠깐이나마 본심이 나올 수도 있었다.

“난 이 생도들에게 예의 교육을 하고 있는 겁니다. 분란 조장은 어떤 이유에서도 절대 불허한다. 그게 바로 이곳으로 들어올  약속했던 것일 텐데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귀족을 때리는 건….”
“맞을 짓을 했으니 맞는 겁니다. 말귀를 못 알아먹으니 귀를 뚫어주는 겁니다. 교수가 되어서 이런 생도들을 지도하지는 못 할망정 편이나 들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그리 말하면  됩니다! 클라우스 교수, 당신은 우리 인간을 위해서 마족과 싸운 자입니다. 헌데 그 마족들 앞에서 앞으로 인간들의 미래를 책임 질 이들에게 망신을 주다니요!”




아, 그러니까 지금 저 말은  적들 앞에서 아군을 때리느냐!
혹은 왜 우리 애들 기를 죽이고 그래욧! 뭐 이런 거냐는 소리인데.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웃기기라도 했다.
하지만 웃긴 헛소리도 자꾸 듣고 있으니 이제는 지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망신?”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면서 클라우스가 슬쩍 몸을 튼다.
그러자 뒤에서 이곳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율리아와, 마족 생도들의 눈길이 쏟아진다.



“지금 인간 측 망신을 누가 시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말하세요. 다른 종족의 파티에서까지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과, 그런 이들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는 매우 의미있는 교훈을 전달하는 것.  둘 중에 말입니다.”




사실은 교훈을 전달한다기보다는 그냥 뺨에다가 새겨주겠다는 것마냥 후려쳐댔지만.
뭐 그런 것으로 트집을 잡을 이는 없으니까 넘어가기로 하자.


“내가 인간이라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내가 만약 마족이었다면, 진작 죽였을 겁니다.”
“클라우스 교수! 말씀이 심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책임질 자들이라면 더더욱 걱정이네요. 이게 인간 측의 미래라면 차라리 마족들이 더 낫다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말로, 진심을 다해서.”



마지막 말은 유달리 더 크게 들리는 느낌이 있었다.
클라우스와 마족의 악연을 모르는 이가 이 세상에 없을 텐데.
그 클라우스가 인간보다 차라리 마족이 더 낫겠다는 요지의 말을 하고 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순식간에 자리에 모여 있던 각 종족들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간다.


“마침 잘 왔습니다.  인간의 미래라는 생도들 데리고 가주시죠. 여기 있어봤자 또 나한테 교육만 당할 것 같으니까요.”
“클라우스 교수는….”
“난 여기서 저들과 함께 더 즐기렵니다.”

생도든 교수든 결국에는 같은 종족에게 조금 더 팔이 굽는 법이다.
수인 교수는 수인 생도들에게, 요정 교수는 요정 생도들에게, 마족 교수는 마족 생도들에게.
그리고 인간 출신의 교수는 당연히 인간 생도에게 조금 더 유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

그걸 클라우스는 정면에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종족들이 다 보는 앞에서 대놓고 인간 귀족 생도들을 비웃었다.

“…오늘 일로 많은 사람들이 실망할 겁니다.”

물러나면서도 협박 하나 정도는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귀족들 중 그나마 머리 좀 돌아가는 것 같은 생도가 분노로 가득한 눈빛을 보이면서 중얼거린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건 무슨 되도 않는 말장난.
그리고 전혀 공감 안 되는 헛소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무렴 나만큼  사람들에게 실망했을까.”

율리아와 그 주변에 대한 정리가 들어갔으니 이제 자신의 노선을 밝혀도 된다.
오히려 이렇게 밝혀두는 것으로서 이후 상황이 본인에게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군부에서 밀려난 것을 계기로,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다른 종족들과 부딪치면서.
대륙 전쟁의 명실상부 1등 공신인 클라우스가 인간 측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그리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리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클라우스에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느 누구도 이 이상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순간에 대륙 전쟁을 겪은 이, 심지어 그 전쟁에서 최고의 승리만 가져왔던 이라면 바로 포섭을 해서 자신들의 군력을 증강시키는 데에 이용하려고 할  분명하다.
나타샤나 율리아 정도가 하던 영입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러브콜이 들어올 거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면, 인간 귀족들도 뭐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리 생각이 없던 사람이라고 해도 주변 사람들이 환호를 하면서 뭔가를  사려고 한다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저도 모르게  사이에 껴서 같이 그 물건을 구매하려고 한다.

뭔가 엄청나게 좋아 보이니까, 제 손에 쥐고 있을 때에는 이제 다 낡아서 쓸모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자들이 관심을 너무 과하게 보이니 불안하니까!



“…클라우스 교수님.”




자리로 돌아온 클라우스를 율리아가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여태 잘 지내다가 갑자기 그가 폭발한 것에 걱정이라는 표정.

하지만 이게 전부 계획 아래서,  노리는 게 있어서 한 일이기에 클라우스는  일 아니라는 뜻으로 미소를 짓고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더 추시겠습니까, 마왕 전하?”
“…이번에도 잘 부탁드릴게요, 클라우스 교수님.”

  번에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이 된 두 남녀는 다시 중앙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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