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9화 〉8장 - 호환 (虎患) (109/341)



〈 109화 〉8장 - 호환 (虎患)

순간적으로 이 여자가 혹 율리아와 자신 사이의 일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그녀와 자신이 했던 말들을 엿듣고 있던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카엘라의 그 한 마디는 핵폭탄을 떨어트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말만 해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본능적인 유혹적 자태 봐라.’

깨금발을 든 채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팬티 끈에 손을 대고 있다.
클라우스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벗어던지겠다는 자세 그 자체 아닌가.

자신의 손으로 여인의 옷을 한 올, 한 올 벗겨내는 것도 분명 끌리는 일이지만.
동시에 여인이 스스로 옷을 벗어던지며 유혹을 하는 것도 꽤나 볼 만 할 것 같다.

해서 클라우스는 어디  번 해보라는 듯 팔짱을 껴보았다.
그가 팔짱을 낀다는  무슨 뜻인지  알고 있던 카엘라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본능에 따라 천천히  고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나타샤의 것만큼이나 크고 아름다운 가슴.
어찌나 풍만하고 또 부드러워 보이는지 순간적으로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이리저리 비벼보고 싶다는 유혹이 강렬하게 일 정도였다.
거기에 벌써부터 발딱 솟아오른 분홍빛의 예쁜 젖꼭지는, 당장이라도 수컷에게 물렸으면 한다는 듯 잔뜩 발기한 상태였다.

양 손 가득  예쁜 가슴을 꽉 쥐고 마음껏 괴롭히고 싶다.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로 카엘라의 가슴은 아주 훌륭하다고 할  있었다.




“사, 사령관님….”
“거기서 끝인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카엘라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붙잡고 있던 팬티의 끈을 풀어냈다.
 스륵, 하고 여인의 은밀한 곳을 가려주고 있던 마지막 보호막이 사라진다.

스르륵, 툭-.


바닥에 깔린 모피 위로 새하얀 속옷들이 마치 눈처럼 하늘거리며 떨어져 내린다.
잠시 바닥을 바라보다가 깨금발을 든 채 서있는 여인의 예쁜 발이 보인다.
굳이 저러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면, 수인들의 특징이라고 해두겠다.

위로 시선을 조금 더 올리다보면 새하얀 피부와 늘씬하게 뻗은 종아리.
그리고 탄탄해 보이는 허벅지를 지나 가슴보다도 더 풍만한 엉덩이가 보인다.
어찌나 도톰하게 살이 올랐는지 당장 저 엉덩이를   찰싹여보고 싶다는 유혹까지 일 정도였다.


몸을 돌리고 있어 앞모습은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몸을 돌리고 있는 뒷모습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카엘라였다.



“흠.”


그런데, 뭔가 조금 아쉽다.
잠시 팔짱을 낀 채 턱을 쓰다듬던 클라우스는 아, 하고 탄성을 흘렸다.
뭐가 부족하나 싶었더니 그걸 빠트렸다.


“카엘라.”
“네?”
“잠시 가만히 있어봐.”




평소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위로 틀어 올려서 묶고 있던 머리.
그냥 확 잘라버리겠다고 하는 걸 클라우스가 왜 자르냐고 뜯어 말리기도 했다.
그 색깔이 정말 너무나도 예뻐서, 다시 자란다고 해도 잘라버리는 건 아까워서.
더해서 긴 머리에 대한 로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자신이었기에.
클라우스는 자를 바에 차라리 묶고 다니라고 카엘라에게 명령까지 내려두었었다.


카엘라에게 가만히 서있으라 말한 후 그녀의 머리 쪽으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 질끈 묶고 있던 머리에서 핀을 가볍게 쏙, 하고 뽑아냈다.


사르륵-.


여인의 고운 머리칼이 폭포수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마치 눈앞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순식간에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직후, 머리를 묶어 위로 올렸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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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볼에 홍조를 피어올린  어쩔  모르겠다는 듯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동자와 꼬리.
불안하게 접힌 귀나 가만히 있지를  하는 두 손까지.


수도 없이 많은 적들에게 포위를 당했을 때조차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면서 적들을 향해 달려들던 이가 바로 카엘라다.
그런 여인이,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서있다.

 모습을 본 클라우스 휘하 남부군은 뭐라고 했을까.
그녀의 손에 의해 목이 달아났던 마족 병사들은 또 뭐라고 말할까.
아마 둘 모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사, 사령관님… 그, 그렇게 쳐다보시면….”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럽다, 라고 말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정작 꼬리는 살랑거리고 있고 두 손도 딱히 가슴이나 음부를 가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아주 적절한 위치를 찾아서 자세를 잡고 있는 것이, 마치 짝짓기를 하기  마주한 수컷에게 어디 한 번 자신을 탐해보라고 도발하는 암컷 같은 모습이다.


아직 채 벗지 못 한 검은 정복을 대충 팔에 두르고 있는데, 그게 훨씬 더 야하다.
가려야 할 곳은 다 벗고 있고, 정작  데 없는 곳에 옷을 입고 있으니 분위기가 배가 된다.



“으으응….”



카엘라의 입술 사이로 어쩔  모르겠다는 뜻의 신음이 흘러나온다.
허나 단순히 당황했을 때에만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클라우스는 아주  알고 있다.
당황은 했는데, 뭔가 또 잔뜩 기대하는 중이고 애가 타는 중이다.
여태 수도 없이 들었던 소리라 모른  하려야  수가 없었다.

마침 다른 여인들은 전부 강의를 듣고 있는 중이다.
자신을 방해할 수 있는 아무도 없다, 율리아조차 이런 상황은 모른다.
나중에 이 고양이, 아니 호랑이 여인을 안았다는 사실만 잘 감추면 그만이다.


스르륵-.

“아.”

카엘라의 몸을 돌린 후 그나마 팔에 걸쳐져 있던 상의마저  치워버린다.
마침내 앞에 드러난 건, 끝내주는 몸매의 수인족 미녀.
다른 곳도 아름답지만 특히 시원시원하게 뻗은 다리가 가장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물론 가슴이나 엉덩이, 외모, 어디  부분 부족한 곳도 없고 말이다.

여인을 가볍게 안아서는 천막 안에 있던 테이블 위에 가볍게 앉혀본다.
그   앞에 슬며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니, 카엘라가 화들짝 놀라서는 내려오려고 한다.
자신보다 상급자인 클라우스인데, 정작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건 그가 아니라 자신이니까.
해서 카엘라가  테이블을 짚으니 앞에 앉은 남자는 그러지 말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사령관님. 위치를, 위치를 바꾸셔야 합니다. 항상 제가 아래이고 사령관님이….”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카엘라. 어차피 슬슬 위로 올라갈 생각이거든.”


하지만 지금 당장 위부터 공략하면 재미가 없잖냐.
클라우스는 미소를 짓고는 카엘라의 종아리를 붙잡고서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여인의 발을 두니 부끄럽다는 듯 발가락이 오므라든다.


“그, 그렇게 빤히 보시면.”
“수인들이 특히 발이 예쁘다고 하던데. 사실이네. 이렇게 보니까 정말 예뻐.”



한창 사람의 그림을 잘 그려나가다가 갑자기 손발이 뭉그러지면 확 깨는 법이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외모의 여인이라고 해도 손발이 흉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확 싸늘해진다는 것이 클라우스의 정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카엘라는 그런 문제가 단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힛! 가, 간지러워요.”


손으로 발을 살며시 만져주니 테이블 위에 앉은 카엘라가 이리저리 몸을 비튼다.
수인들이 가장 민감하다는 부위  하나, 그리고 카엘라의 약점이기도  곳.
단순히 발등을 어루만지거나 발바닥을 살살 간지럽히는 게 전부인데.
카엘라는 마치 달콤한 애무라도 당하고 있는 것 마냥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표정이 점점 이상해지는구나, 카엘라.”
“아, 아닙니다. 사령관님. 이건… 핫?!”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 것 같은데?”
“힛! 으응! 아! 자, 잠시만!”


계속해서 발을 간지럽히니 발가락이 활짝 펴졌다가  오므려지기를 반복한다.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오직 머릿속에 남는 건 얼른 이 여자가  애타게 울부짖은 모습만 보고 싶다는 욕망뿐이다.




“히익?!”




츄릅-.


갑작스레 발에서 올라오는 축축하고, 미끈한 감각에 카엘라가 다급히 고개를 내린다.
클라우스, 자신의 대장이 자신의 발을 한창 핥고 빠는 중이었다.

어찌 자신보다 훨씬 더 높은 이가 저럴  있단 말인가!
자신은 다만 그의 부관이고, 눈앞의 남자는 자신을 이끄는 대장인데.
오히려 자신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혀를 내밀어야 하는데 말이다.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일단….




“더, 더러운 곳입니다! 하, 핥으시면  됩니다!”
“…이미 강의 오기 전에 한 번 씻고 온  아니었나?”
“에? 그,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면 됐어. 그런 거 가릴 생각도 없다.
클라우스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 카엘라의 발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발등에 부드럽게 키스를 하거나 발바닥을 핥으면서 여인의 반응을 지켜본다.
그리고 당연한 순서대로, 카엘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잔뜩 허물어진 모습을 보이는 중이었다.



“아,  돼! 제, 제발 그만요! 사령관님, 사령관님! 크, 클라우스님! 흐앙!”




그냥 확 다리를 뒤로 빼면  터인데.
그리 했다가는 클라우스가 다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예의가 아니라고  수 있었다.
때문에 카엘라는 이도저도 못 하고 다만 남자의 입에서 잔뜩 놀려지고 있는 제 발을.
그리고 점점 세차게 쿵쾅거리는 심장과 희미해져가는 이성을 바라만 봐야 했다.


툭-.

그만해달라는 카엘라의 말에 반응한 것일까. 그녀 앞에 앉아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학거리며 거친 숨을 내뱉던 카엘라는 그런 클라우스를 보고서는 다급히 몸을 움직인다.


자신의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천막 바깥으로 사라졌던 카엘라는 물을 한 잔 떠와서는 급히 클라우스에게 내밀었다.

“헹구세요, 사령관님. 그런 더러운 것, 입에 품고 계시면  됩니다.”
“네가 더럽다고 생각한 적은 단  번도 없는데. 왜 자꾸 그러는 거냐.”


쯧, 하고 혀를 차면서도 그녀가 내어준 물로 대충 입을 헹궈낸다.
그러자 카엘라는 다른 손에 들고 있던 통을 내밀어  안에 물을 뱉어낸다면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인이 원하는 대로 입을 한 번 헹군 후, 슬쩍 시선을 내려 본다.
분명 테이블 위에 앉혀두었는데 그 틈을 타서 바로 제 앞에 엎드려 있는 카엘라.


“다시 올라가 앉아.”
“불가합니다. 저는 사령관님을 내려다 볼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올라가서 앉아라, 카엘라 티거.”
“저는….”

다시 한 번 클라우스의 말에 불가하다는 것을 어필하려던 찰나.
갑자기 제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낀 카엘라가  고개를 든다.
동시에 뭔가 와락 하고 자신을 덮치더니 바로 앞에서 진한 수컷의 향이 나기 시작했다.

“흐븝?!”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감촉, 그리고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미끈한 혀.
지금 자신에게 날아온 이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키스라는 것을 눈치  건 그 직후였다.

클라우스의 키스는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 두 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남자를 안아야 하나? 그건 너무 무례한 짓 같은데.
어떻게 제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 하나? 그건  너무 이상할  같은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사이 점점 카엘라의 몸이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균형이라도 잡으려고 노력했겠지만.
지금 카엘라도, 클라우스도 온통 서로의 입술에만 집중하는 터라 거기에 신경을 쓸 여력은 없었다.

우당탕!-

그대로 모피가 깔려있는 바닥에 두 남녀가 스러졌다.
가볍게 몸을 떨면서도 자신을 강하게 눌러오는 남자의 키스를 바쁘게 받아들이는 여인.
시작부터 꽤나 열정적이고 격렬한 키스는 잠시 후에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후우우.”
“흐아아….”



카엘라의  눈이 잘게 떨린다.
아직까지 본능을 잡아채고 있을 수 있는 이성이 남아있다는 증거.
그런 카엘라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여인의 두 다리를 활짝 벌려 본다.

“아!”

안타깝게도, 이미 이성이 본능을 막아주는  늦어도 한참 늦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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