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4화 〉8장 - 호환 (虎患) (104/341)



〈 104화 〉8장 - 호환 (虎患)

 후로 클라우스의 장난이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탕 안에 들어가 있던 카엘라의 뒤를 점하고는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고 하고서.
처음에는 어깨로 시작했다가 종국에는 가슴까지 가는 마사지를 해주기도 했고.
발을 내보라고 명령을 해서는 부끄러워하며 내민 카엘라의 발을 간지럽히면서 다시금 그녀의 본성을 일깨우기 직전의 선까지 갔었다.

“우응, 우으으응….”




특히 뒤에 서서 귀를 살살 만져주면 그 반응이  색스러웠다.
잔뜩 취한 여인처럼 뜨거운 숨을 내뱉으면서 완전히 풀어진 신음 소리를 내는 카엘라.

장담하는데 저 탕 안에 보지 물을  해도 세 번 이상은 흘려버렸을 것이다.



“사, 사령관님….”

장난은 탕에서 나와 다시 한 번 몸에 물을 끼얹고 그걸 닦아내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카엘라의 물기를 닦아주던 클라우스가 카엘라의 풍만한 가슴부터 시작해서.
그 끝에 솟아난 분홍빛 젖꼭지, 그리고 잔뜩 흥분한 보지를 중점적으로 노린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서, 그것도 너무 좋아서 미쳐버리겠다는 듯.
카엘라는 제 민감한 곳에 클라우스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몸을 잘게 떨었다.
그냥 이대로  달려들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직전의 타이밍에 클라우스가 손을 빼는 덕분에 그러지도 못 했다.



“우으으으….”


결국 기대감만 잔뜩 부풀다가 끝나버린 목욕 시간이었다.
분명 온수에 몸을 넣고 있던 건 카엘라 쪽인데.
이상하게 그녀는 뭔가 불만이라는 표정이 강하게 서려있었다.
오히려 클라우스 쪽이 시원하다는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와서 한숨 자라.”
“아닙니다. 사령관님께서 저를 씻기느라 고생하셨으니 제가 불침번을 서도록 하겠습니다.”
“전장도 아닌데 무슨 불침번이냐. 이상한 소리 말고 얼른.”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곳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 이상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것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카엘라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클라우스 입장에서는 정말 쓸데없는 고집 중의 고집이었다.


여기가 무슨 암살자가 판을 치는 전장 한복판도 아니고.
무엇보다 자신을 노리는 놈이 이 근처에 있다면 이렇게 넋 놓고 카엘라의 속살을 야금야금 맛보고 있을 클라우스가 아니었다.


만약 여기서 습격을 받았었다면, 그걸 반드시 기억했다가 그 습격을 강행한 놈이나 사주한 놈이나 그 전에 아주 깨끗하게 조져두었을 것이었다.


“말 참  듣는구나. 얼른 자라. 내일  할 일이 태산이다. 아니, 이제는 내일도 아니지. 벌써 새벽이니까.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 하면 전력이 얼마나 깎여나가는지  알 텐데?”
“그렇긴 합니다만….”
“이 근처에 위험한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까  믿고 푹 쉬어라. 여기서는 네게 마수를 뻗칠 귀족 놈도 없다.”



그러자 카엘라의 귀가 쫑긋거린다.
귀족 놈이 자신에게 마수를 뻗치려고 한다는 그 말.
그건 자신에게 추악한 욕망을 품은 귀족의 존재를 클라우스가 이미 알고 있다는 소리일까.

“사령관님?”
“적들에게는 다만 무시무시한 전사였을 테지만. 전장을 떠나서 보면 너보다 아름다운 수인 여성은 구경도 하기 힘들 테지. 너를 짐승이라고 모욕하는 귀족들도 실은 욕정을 품고 있을 거다. 아주 뻔히 보이는 것들이지. 그걸 어떻게 아냐고?”

카엘라의 손을 낚아채서는 제 품으로 가볍게 안아본다.
코를 찌르는 아찔한 여인의 향기가 코를 타고 순식간에 가슴에 불을 지른다.
하마터면 카엘라가 아니라 자신이 먼저 그녀에게 달려들 뻔한 사실을 감안하면서.
클라우스는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서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리도 예쁜 여인, 이리도 아름다운 전사인데 어느 누가 그런 생각을 품지 않을까.”
“그, 그런 말씀을. 부끄럽습니다. 사령관님.”
“사실인 걸 어떻게 하나. 내가 언제  앞에서 거짓말이라도 한 적 있었나?”


그러자 카엘라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클라우스가 말을 아끼거나 아예 안 해준 적은 있어도, 일단 입을 열면 그 내용들은 모두가 진짜였고 곧 그의 진심이었다.



‘그렇다는 건… 저, 저 분도. 사령관님도 내가 아름답다고 하시는 거잖아…!’




간신히 진정시켜두었던 심장이 다시금 거세게 요동친다.
이대로 확 덮쳐서는 제 안에 부디 씨를 뿌려달라고, 임신시켜달라고 외칠 것만 같았다.
카엘라는 두 눈을 꼭 감고 발정하기 직전의 제 몸을 제어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항상 본능은 이성보다 강한 법.
점점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이성을 느끼면서 카엘라가 탄식을 내뱉던 순간이었다.

풀썩!-



“푸헥?!”


갑자기 제 머리 위로 들이닥치는 이불들.
덕분에 그 이불에 깔려서 잠깐이나마 바닥에서 바동거려야 했던 카엘라였다.


이불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고양이, 아니 호랑이를 바라보면서.
클라우스는 참고 참았던 웃음을 끝끝내 입 바깥으로 터트리고 말았다.




“우, 웃지 마세요….”

삐죽 고개를 내민 카엘라가 귀엽게 투덜거린다.
그런 호랑이 여인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은 채.
클라우스는 얼른 자라는 듯 훅! 하고 등불을 확 꺼버렸다.



“….”




물론 카엘라는 호랑이답게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미약한 빛만으로도 그걸 최대한으로 증폭하여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령관님.”
“뭐냐.”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동부로 간다는 것 때문에. 마왕의 곁에 있겠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건가.”

카엘라는 긍정의 뜻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자신은 그가 어디로 가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군말하지 않고 따를 것이다.
그게 자신이 저 남자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충성심이니까.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르다, 특히나 그 빌어먹을 귀족들은 더더욱이.
분명 이건 기회다! 얼씨구나!  연신 외치면서 자신의 사령관을 깎아먹는 데에 바쁠 것이다.
그렇게 대단한 척 하더니 결국 마족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명예고 자존심이고 다 버렸다고.
인간으로서 수도 없이 많은  부하들을 희생시켜 영웅 칭호를 손에 넣어두고서는.
그들의 희생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온갖 재물과 여인으로 손짓하는 추악한 마족들에게 넘어갔다고 말이다.


‘…죽인다. 그런 말을 하는 놈들은 내가 반드시 죽인다.’




클라우스를 몰아낸 건 다름 아닌 그 귀족들이다.
전쟁이 끝난 이후 아예 군부에 붙어있을 수도 없도록 매일매일 아주 지겹게 괴롭혀댔다.
업무를 볼 수 없게 만들고 쓸데없는 회의에 자꾸 불러냈으며 그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패전에 대한 책임까지 물리려고 했었다.



가장 기가 막힌 부분은 수도 없이 많은 제 부하들을 희생시켰다는 부분이다.
클라우스가 남부 사령관으로 있던 당시 그의 지휘 하에 싸우면서 40번이 넘는 크고 작은 전투를 겪은 이들 중 전사한 이들은 천 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였다.

당장 중부나 북부에서 한 번의 전투에 수 천의 병사들이 쓸려나가는 걸 생각해보면.
7년 내내 천여 명도 잃지 않은 클라우스야말로 부하들을 희생시킨  아니라 대부분을 몸 성히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게 맞는 말이었다.



‘어디를 봐도, 어떤 구석으로 봐도 죄인들은 그 귀족이라는 작자들이건만!’



도대체 그 귀족이라는 게 무엇인지.
그토록 강하고 대단한 수컷, 클라우스조차 그리 힘없이 밀려나는 것인지.
카엘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얼른 인간 귀족들이 폭삭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싸그리  죽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더더욱 클라우스가 동부로 가겠다는 부분에 걱정을 하는 카엘라였다.
그렇게나 존경하는 남자가 그런 소리를 들어야  만큼  길이 매력적인 것인지.
카엘라로서는 아직 확신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카엘라. 네가 보기에 율리아 아그네사, 마왕이란 여인은 어때 보였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됩니까?”
“언제는 솔직하게 말한 적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사령관님.”
“잘 모르겠다, 라고.”
“예. 사령관님께서 당신의 미래를 걸어도 될 정도로 뛰어난 마왕인지. 아니면 그저 아름답기만 한 여인인지. 저로서는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저게 당연한 대답이다.
클라우스 자신이야 수십 번의 회차로 인해 율리아 아그네사라는 여인이 사기  자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다르다.

그런 상황에서 카엘라가 ‘뭔가 있는  같습니다.’, 내지는 ‘사령관님께서 새로운 군주로 모실 만한 분인 것 같습니다.’ 식으로 대답을 했다면.
클라우스는 분명 그녀에게 실망했을 것이 확실했다.


“아마 아카데미에 오게 되면. 그리고 이후 동부로 가게 된다면. 너는 율리아 아그네사의 진가를 볼 수 있을 거다, 카엘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저는 혹여나 사령관님께서 실망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요.”
“장담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거다.”


확신하는 클라우스의 대답에 카엘라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잘 자라, 라고 말하니 안녕히 주무세요, 라는 대답이 흘러나온다.


아무런 일도 없이 이렇게 여인과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는  이리도 이상하구나.
클라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 * * * * *  *  * *

갸르릉, 갸르릉-.

문득 들려오는 묘한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뜬다.
그러자 자신의 바로 옆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 한 여인이 보였다.
고개를 앞으로 처박고, 두 손으로는 제 얼굴을 전부 가린 형태.
엄청나게 불편한 자세처럼 보이지만 카엘라에게는 저게 최고의 꿀잠 자세였다.



‘…이런 모습도 꽤 오랜만에 보네.’



조금  이 호랑이 여인이 자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슬슬 일어나야  시간이다.
자신은 늦지 않게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하고 카엘라는 이곳에서 대기하면서 또 오늘 밤에 은밀하게 움직일 준비를 해야 했다.




“카엘라.”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사령관님.”
“좋은 아침이다. 깨워서 미안하지만 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해서 말이다.”
“아, 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난 카엘라는 잽싸게  자리를 치워냈다.
그 후 시키지도 않았는데 클라우스의 침대까지 깔끔하게 정리한다.

“알고 있겠지만  정체를 들키지는 않되 어느 누구도 알지 못 하도록 은밀히 움직일 필요는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경고니까 그게 전달이 확실하게 되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일이 다 끝나면 아카데미로 찾아오도록 하고.”



다시  번 이후 일정을 알려준 후, 클라우스는 오후 강의에 늦지 않도록 여관을 나섰다.
아카데미로 향하는 마차를 타기 위해 한창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가 길을 지나가다가 그만 클라우스와 부딪치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가던  가세요.”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보인 여인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클라우스는 슬쩍 제 손에 잡혀있던 쪽지를 살펴보았다.

역시 대단하신 분이네요. 말씀하신 부분은 원래대로 차질 없이 이행토록 하겠습니다. -


새벽 사이에 8월 형제들이 전부 쓸려나갔다는 소식이 안젤리카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클라우스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준비가 다 된다면, 붉은 독거미는 다시금 사람을 보내서 자신에게 알려올 것이다.


자금에 대한 부분까지 전부 해결한 후 마침내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그런 클라우스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역시나 주인 없는 교수실에 앉아있던 마왕.
율리아 아그네사였다.




“오셨네요.”
“기다렸나요?”
“음…. 조금은요?”

절로 정신이 아찔해지는 미소를 지으면서 클라우스에게로 다가오는 율리아.
그러다가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갑자기 킁킁, 하고 냄새를 맡는다.



“이상하네요. 왜 고양이 냄새가 나는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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