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8장 - 호환 (虎患)
“그러니까, 얼마 전부터. 네가 묘하게 매력적인 여인으로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쫑긋!-
호랑이 귀가 바짝 세워지더니 이리저리 움직인다.
앞을 보고 있어서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아마 두 눈동자는 데굴데굴 굴리고 있을 것이다.
혹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맞게 들은 건가, 싶은 카엘라의 움직임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처음 나랑 만났을 때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카엘라.”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기억이긴 하지만요.”
“자신보다 약한 자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라고 외쳤던가?”
“으으으….”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몸을 움츠리는 호랑이 여인이었다.
도대체 자신이 왜 그랬던 것일까, 미쳤다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바보 같은 과거의 나!
라고 아주 열심히 소리를 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는 어디서 정신 나간 짐승이 들어왔을까 싶었지.”
“….”
“알고 보니 무척 유능하고 또 은근히 귀여운 호랑이. 아니, 고양이였지만 말이야.”
그렇게 속삭여주면서 은근한 손길로 카엘라를 품으로 더 끌어당긴다.
원래 카엘라 수준의 강자라면 잠깐이나마 버티는 게 가능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인의 몸은 그냥 남자가 원하는 대로 스르륵, 하고 딸려왔다.
이 호랑이 여인도 은근히 수컷의 품을 원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그리고 지금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여자고.”
“사, 사령관님. 이러시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 저는 그저 당신의….”
“그러니까 물었잖아. 다만 나의 충성스러운 부관뿐이냐고. 정말 그게 다냐고.”
“….”
“난 분명히 말했다. 널 다만 부관만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이다.”
스윽-.
다시 한 번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그 느낌이 연신 몸을 움찔거리던 카엘라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본능으로는 분명 다 덮어두고 달려들어 와락 안기고 싶을 텐데.
그걸 아직 남아있는 이성으로서 붙잡아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제 뒤에 앉아서 은근한 어조로 속삭이는 이는 자신의 사령관, 자신의 대장이라고.
연심을 품어야 할 상대가 아니라 다만 충심으로 모셔야 하는 분이라고 말이다.
‘꽤 잘 버티네. 역시 몇 년 동안 인내심 훈련한 게 효과적이었군.’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수인들은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아주 잘 잡아내기에 어쭙잖은 연기는 안 하는 게 좋다.
“다시 묻는다, 카엘라.”
“흐으으….”
“넌 어떻지? 나를 정말 사령관으로, 영원히 너를 이끄는 대장으로만 볼 생각인가?”
스윽, 스으윽-.
클라우스의 손이 카엘라의 보지를 아주 살살 자극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네가 지금 여기서 버틸 수 있겠냐고, 내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겠냐고.
아마 대륙 전쟁이 막 끝나고서 이렇게 약을 올렸다면 백 퍼센트로 장담하는데.
이 호랑이 여인 분명 못 참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저는, 저는….”
하지만 지금은 인내심 쌓기 훈련을 받은 후다.
그녀는 미처 모르고 있겠지만 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본능에 몸을 맡긴다.’ 하는 부분에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이성적인 사고가 확장되었다.
이전에는 명령이 내려지면 싸우고, 먹으라 하면 먹고 씻겨준다고 하면 씻으며 혹 다른 누군가가 제 대장의 험담을 한다면 바로 그 주둥이를 찢어버렸을 여인.
이후 그녀 자신도 모르게 인내심 쌓기를 거친 후 조금 더 숙련된 사냥꾼이 되었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볼까?”
“네? 아, 잠시만….”
카엘라가 몸을 일으키니 늘씬하게 잘 빠진 여인의 다리가 쭉 펼쳐진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몸매는 여자의 육감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여인의 다리를 남자의 은근한 손길이 슬며시 타고 올라간다.
마치 짝짓기 이전에 수컷이 제 씨를 받을 암컷의 상태를 확인하듯이.
“대륙 전쟁 당시에 이렇게 예뻤던 것 같지는 않은데.”
“아….”
“혹시 뭐 관리라도 받은 적 있나?”
“없습니다. 저는 그냥 평소대로 계획에 짜인 생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 아무튼 무척 아름답네. 호랑이 수인이 수인 사회에서 그렇게나 선망의 대상이라고 하던데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촤아악!-
따뜻한 물을 여인의 몸에 한 번 끼얹어준다.
그 후 몸을 낮춰서 이제는 카엘라의 매끈한 다리에 비누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사, 사령관님. 이제는 제가….”
“이전에, 내가 정말 사령관 자리에 있었을 때. 그 때는 네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오면 모든 이 앞에서 치하하고 네 공적을 모든 이들에게 알렸지.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 아무리 네가 내 곁에서 공을 세워도 알아주는 이는 나 하나가 전부다.”
“제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날 위해서 기꺼이 피와 살점을 뒤집어쓴 너인데 몸을 깨끗이 해주는 것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근두근-.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쿵쾅거린다.
카엘라는 혹 제 심장 소리가 클라우스에게 들릴까봐 노심초사했다.
긴장도 되긴 하지만 그보다는 잔뜩 흥분해서는 어쩔 줄 모르는 제 마음이 걱정이었다.
‘이대로, 이대로 사령관님께 실례되는 짓을 저지르면 어떻게 하지?’
여태 클라우스의 체취에 한껏 발정해서는 앙앙 울어대던 카엘라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상대가 확 다가오니 오히려 다가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매번 힘들게 쫒아가야만 했던.
고생에 고생을 하면서 사냥했었던 사냥감이 갑자기 물어가라고 확 달려들었다고 해야 할까.
“사령관… 아흥!”
다리 쪽에 전부 거품을 묻히자 이제는 위치를 옮겨서 정확히 여인의 음부를 문지른다.
부드럽게, 천천히, 그리고 정성을 담아서 보드라운 보지 살을 쓰다듬어준다.
“힝! 어흥! 어흐응!!”
그 대단한 수인 전사, 카엘라 티거도 하반신에서부터 와락 전해져 오는 쾌감 앞에서는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여태 스스로 수음을 한 적이 많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은밀한 손길로 보지를 건드려주는 건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그 상대가 자신이 여태 꿈꾸던 최고의 수컷.
스스로는 아니라고 해도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사령관, 대장 클라우스다.
“아, 안 돼…. 안 돼…. 흥! 아윽! 어흐응!”
처음에는 그냥 손바닥으로 살살 문지르는 정도였다고 하면.
이제는 손가락을 세워서는 아예 대놓고 보지를 공략하고 있기까지 했다.
곧 클라우스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물줄기가 손목까지 타고 흘러내린다.
조금 전 카엘라의 몸에 뿌려준 온수와는 또 다른, 상당히 야한 냄새가 나는 액체.
그걸 확인한 남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보지를 애무해주었다.
“아, 아아…. 아아아…!”
카엘라의 동공이 점점 풀리기 시작한다.
간신히 그녀의 본능을 막고 있던 이성이 밀리고 밀려 벼랑 끝까지 다다랐다.
여기서 한 번만 더, 단 한 번만 더 쾌락의 파도가 밀려든다면 그대로 끝이었다.
아무리 그토록 원하던 수컷이라고 해도 상대는 충성을 다 해야 하는 남자다.
참자, 참아야 한다. 그토록 존경하는 분께 무례를 범할 수는 없다.
자신은 다만 부관으로서 그를 보필하면 그만이다.
저 남자에게 걸맞은 여인은 따로 있다, 자신 따위가 거기에 있을 수는 없다.
‘아, 안 돼… 안 돼….’
점점 차오르는 절정, 그리고 흐릿해지는 이성의 끈.
마침내 더는 참을 수가 없게 된 카엘라가 몸을 돌려서는 그대로 클라우스를 덮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휙-.
“아?”
“더 세워두었다가는 감기 걸리겠다. 얼른 탕에 들어가라.”
한 손으로는 한껏 보지를 애무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용케 물을 뿌렸던 모양이다.
카엘라의 몸에서 거품을 다 지워내자마자 클라우스는 그녀를 안아 들어서는 그대로 온수가 가득 차있는 욕탕 안으로 가볍게 던져주었다.
풍덩!!-
“…푸학!!”
갑자기 눈과 코, 귀, 입에 물이 들어가니 한껏 차오르던 쾌락이 바스스 부서져 내린다.
두 눈을 깜빡이면서 카엘라가 어떻게든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찰나.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그녀를 씻겨주던 남자가 옆으로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역시 카엘라. 참 너답구나.”
“네?”
“그렇게 대놓고 유혹했음에도 넘어오지 않았어. 이 얼마나 강철 같은 충성심이란 말이냐.”
“아, 아니. 저, 저는… 그, 그래도….”
그래도 조금만 더 만져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냥 못 이기는 척 넘어갔을 텐데.
아쉬워서 어쩔 줄 모르는 카엘라, 하지만 이미 마차는 지나간 후였다.
장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클라우스의 앞에서 ‘사실은 당신을 원해요. 얼른 제 안에 당신의 씨를 뿌려주세요! 새끼, 새끼를 배고 싶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속으로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을 내뱉으며, 카엘라는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나마 클라우스가 옆에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이게 아닌데! 라고는 첨벙거리면서 난리를 쳤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 진짜 너무 귀여운데. 축 쳐진 게 이리 뻔히 보이면 어쩌자는 거냐, 카엘라.’
힘없이 가라앉은 호랑이 귀도 그렇고 아쉬워 죽겠다는 느낌을 잔뜩 품은 눈빛이나 입술만 봐도 이 여자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뻔히 알 수 있었다.
해서 클라우스는 그녀에게 ‘호랑이 기운’ 이 쑥쑥 솟아나도록 만들어주기로 했다.
“카엘라.”
“네, 사령관님.”
“오늘부로 네 할 일이 끝이 난 건 아니다.”
“…그 말씀은?”
“나는 내일 부로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하지만 너는 여기서 조금 더 머물면서 둘에서 셋 정도의 조직을 오늘과 똑같이 박살내주어야만 한다. 쥐새끼들을 족쳐도 다른 쥐새끼들이 꼬이면 결국 다시 더러워지니까.”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사령관님. 아주 깔끔하게 치워두고 가겠습니다.”
깔끔하게 치워둔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다 알 것이다.
오늘과 같은 그 지옥도를 다시 한 번 펼쳐주겠다는 호랑이의 결심.
두 눈을 번뜩이는 카엘라를 바라보면서 클라우스는 남은 쥐새끼들의 명복을 또 한 번 빌어주었다.
“그리고 임무가 끝나면 바로 내게로 와라.”
“아카데미로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미 너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다 준비해두었으니 걱정 말고.”
교수가 있다면 자연스레 그 교수를 돕는 조교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카엘라는 비록 마법은 뛰어나지 못 해도 신체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 중의 발군.
율리아와 나타샤에 비견될 정도의 실력을 지닌 강자였다.
바로 그 조교 자리에 카엘라를 임명할 생각이었다.
제 조교에 대한 추천권은 오롯이 그 담당 교수가 가지고 있으니 안 될 것도 없었다.
“드디어, 드디어 사령관님 곁에 다시 머물 수 있게 되었군요. 참으로 행복합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눈웃음까지 그리는 카엘라.
그 모습에 여인의 머리를 다시 한 번 부드러이 쓸어주는 클라우스.
하지만 카엘라에게 있어 좋은 소식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 그리고 몸이 또 더럽혀진다면 오늘처럼 내가 손수 씻겨주고 싶은데.”
“네?”
“괜찮겠나, 카엘라 티거?”
그러자 카엘라는 두 눈을 깜빡이면서 말없이 클라우스를 응시한다.
지금 그게 정말이냐고, 오늘 하루로 끝! 이 아니었냐고 묻고 있었다.
“…혹시 싫은가?”
”아닙! 아닙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무조건, 무조건 씻겨주시는 겁니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다 못 해 아예 폭발해버리는 카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