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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8장 - 호환 (虎患) (103/341)



〈 103화 〉8장 - 호환 (虎患)

“그러니까, 얼마 전부터. 네가 묘하게 매력적인 여인으로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쫑긋!-

호랑이 귀가 바짝 세워지더니 이리저리 움직인다.
앞을 보고 있어서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아마 두 눈동자는 데굴데굴 굴리고 있을 것이다.
혹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맞게 들은 건가, 싶은 카엘라의 움직임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처음 나랑 만났을 때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카엘라.”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기억이긴 하지만요.”
“자신보다 약한 자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라고 외쳤던가?”
“으으으….”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몸을 움츠리는 호랑이 여인이었다.
도대체 자신이 왜 그랬던 것일까, 미쳤다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바보 같은 과거의 나!
라고 아주 열심히 소리를 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는 어디서 정신 나간 짐승이 들어왔을까 싶었지.”
“….”
“알고 보니 무척 유능하고  은근히 귀여운 호랑이. 아니, 고양이였지만 말이야.”


그렇게 속삭여주면서 은근한 손길로 카엘라를 품으로 더 끌어당긴다.
원래 카엘라 수준의 강자라면 잠깐이나마 버티는 게 가능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인의 몸은 그냥 남자가 원하는 대로 스르륵, 하고 딸려왔다.
 호랑이 여인도 은근히 수컷의 품을 원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그리고 지금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여자고.”
“사, 사령관님. 이러시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 저는 그저 당신의….”
“그러니까 물었잖아. 다만 나의 충성스러운 부관뿐이냐고. 정말 그게 다냐고.”
“….”
“난 분명히 말했다. 널 다만 부관만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이다.”

스윽-.


다시  번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그 느낌이 연신 몸을 움찔거리던 카엘라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본능으로는 분명 다 덮어두고 달려들어 와락 안기고 싶을 텐데.
그걸 아직 남아있는 이성으로서 붙잡아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제 뒤에 앉아서 은근한 어조로 속삭이는 이는 자신의 사령관, 자신의 대장이라고.
연심을 품어야 할 상대가 아니라 다만 충심으로 모셔야 하는 분이라고 말이다.

‘꽤 잘 버티네. 역시 몇  동안 인내심 훈련한 게 효과적이었군.’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수인들은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아주  잡아내기에 어쭙잖은 연기는 안 하는  좋다.


“다시 묻는다, 카엘라.”
“흐으으….”
“넌 어떻지? 나를 정말 사령관으로, 영원히 너를 이끄는 대장으로만 볼 생각인가?”



스윽, 스으윽-.


클라우스의 손이 카엘라의 보지를 아주 살살 자극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네가 지금 여기서 버틸 수 있겠냐고,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겠냐고.
아마 대륙 전쟁이 막 끝나고서 이렇게 약을 올렸다면 백 퍼센트로 장담하는데.
 호랑이 여인 분명 못 참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저는, 저는….”



하지만 지금은 인내심 쌓기 훈련을 받은 후다.
그녀는 미처 모르고 있겠지만 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본능에 몸을 맡긴다.’ 하는 부분에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고  번 더 생각해보는, 이성적인 사고가 확장되었다.

이전에는 명령이 내려지면 싸우고, 먹으라 하면 먹고 씻겨준다고 하면 씻으며 혹 다른 누군가가 제 대장의 험담을 한다면 바로  주둥이를 찢어버렸을 여인.
이후 그녀 자신도 모르게 인내심 쌓기를 거친 후 조금 더 숙련된 사냥꾼이 되었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볼까?”
“네? 아, 잠시만….”


카엘라가 몸을 일으키니 늘씬하게 잘 빠진 여인의 다리가  펼쳐진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몸매는 여자의 육감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여인의 다리를 남자의 은근한 손길이 슬며시 타고 올라간다.
마치 짝짓기 이전에 수컷이 제 씨를 받을 암컷의 상태를 확인하듯이.



“대륙 전쟁 당시에 이렇게 예뻤던 것 같지는 않은데.”
“아….”
“혹시  관리라도 받은  있나?”
“없습니다. 저는 그냥 평소대로 계획에 짜인 생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 아무튼 무척 아름답네. 호랑이 수인이 수인 사회에서 그렇게나 선망의 대상이라고 하던데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촤아악!-


따뜻한 물을 여인의 몸에 한 번 끼얹어준다.
그  몸을 낮춰서 이제는 카엘라의 매끈한 다리에 비누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사, 사령관님. 이제는 제가….”
“이전에, 내가 정말 사령관 자리에 있었을 때. 그 때는 네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오면 모든  앞에서 치하하고 네 공적을 모든 이들에게 알렸지.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 아무리 네가  곁에서 공을 세워도 알아주는 이는 나 하나가 전부다.”
“제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날 위해서 기꺼이 피와 살점을 뒤집어쓴 너인데 몸을 깨끗이 해주는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근두근-.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쿵쾅거린다.
카엘라는 혹 제 심장 소리가 클라우스에게 들릴까봐 노심초사했다.
긴장도 되긴 하지만 그보다는 잔뜩 흥분해서는 어쩔 줄 모르는 제 마음이 걱정이었다.


‘이대로, 이대로 사령관님께 실례되는 짓을 저지르면 어떻게 하지?’

여태 클라우스의 체취에 한껏 발정해서는 앙앙 울어대던 카엘라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상대가 확 다가오니 오히려 다가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매번 힘들게 쫒아가야만 했던.
고생에 고생을 하면서 사냥했었던 사냥감이 갑자기 물어가라고  달려들었다고 해야 할까.



“사령관… 아흥!”



다리 쪽에 전부 거품을 묻히자 이제는 위치를 옮겨서 정확히 여인의 음부를 문지른다.
부드럽게, 천천히, 그리고 정성을 담아서 보드라운 보지 살을 쓰다듬어준다.



“힝! 어흥! 어흐응!!”



그 대단한 수인 전사, 카엘라 티거도 하반신에서부터 와락 전해져 오는 쾌감 앞에서는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여태 스스로 수음을 한 적이 많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은밀한 손길로 보지를 건드려주는 건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그 상대가 자신이 여태 꿈꾸던 최고의 수컷.
스스로는 아니라고 해도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사령관, 대장 클라우스다.



“아, 안 돼…. 안 돼…. 흥! 아윽! 어흐응!”




처음에는 그냥 손바닥으로 살살 문지르는 정도였다고 하면.
이제는 손가락을 세워서는 아예 대놓고 보지를 공략하고 있기까지 했다.


 클라우스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물줄기가 손목까지 타고 흘러내린다.
조금  카엘라의 몸에 뿌려준 온수와는 또 다른, 상당히 야한 냄새가 나는 액체.
그걸 확인한 남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보지를 애무해주었다.



“아, 아아…. 아아아…!”


카엘라의 동공이 점점 풀리기 시작한다.
간신히 그녀의 본능을 막고 있던 이성이 밀리고 밀려 벼랑 끝까지 다다랐다.
여기서 한 번만 더,   번만  쾌락의 파도가 밀려든다면 그대로 끝이었다.


아무리 그토록 원하던 수컷이라고 해도 상대는 충성을  해야 하는 남자다.
참자, 참아야 한다. 그토록 존경하는 분께 무례를 범할 수는 없다.
자신은 다만 부관으로서 그를 보필하면 그만이다.
저 남자에게 걸맞은 여인은 따로 있다, 자신 따위가 거기에 있을 수는 없다.


‘아, 안 돼…  돼….’



점점 차오르는 절정, 그리고 흐릿해지는 이성의 끈.
마침내 더는 참을 수가 없게 된 카엘라가 몸을 돌려서는 그대로 클라우스를 덮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휙-.



“아?”
“더 세워두었다가는 감기 걸리겠다. 얼른 탕에 들어가라.”

한 손으로는 한껏 보지를 애무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용케 물을 뿌렸던 모양이다.
카엘라의 몸에서 거품을 다 지워내자마자 클라우스는 그녀를 안아 들어서는 그대로 온수가 가득 차있는 욕탕 안으로 가볍게 던져주었다.


풍덩!!-

“…푸학!!”




갑자기 눈과 코, 귀, 입에 물이 들어가니 한껏 차오르던 쾌락이 바스스 부서져 내린다.
두 눈을 깜빡이면서 카엘라가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찰나.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그녀를 씻겨주던 남자가 옆으로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역시 카엘라. 참 너답구나.”
“네?”
“그렇게 대놓고 유혹했음에도 넘어오지 않았어. 이 얼마나 강철 같은 충성심이란 말이냐.”
“아, 아니. 저, 저는… 그, 그래도….”

그래도 조금만 더 만져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냥 못 이기는 척 넘어갔을 텐데.
아쉬워서 어쩔  모르는 카엘라, 하지만 이미 마차는 지나간 후였다.
장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클라우스의 앞에서 ‘사실은 당신을 원해요. 얼른 제 안에 당신의 씨를 뿌려주세요! 새끼, 새끼를 배고 싶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속으로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을 내뱉으며, 카엘라는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나마 클라우스가 옆에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이게 아닌데! 라고는 첨벙거리면서 난리를 쳤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 진짜 너무 귀여운데. 축 쳐진 게 이리 뻔히 보이면 어쩌자는 거냐, 카엘라.’




힘없이 가라앉은 호랑이 귀도 그렇고 아쉬워 죽겠다는 느낌을 잔뜩 품은 눈빛이나 입술만 봐도 이 여자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뻔히 알 수 있었다.


해서 클라우스는 그녀에게 ‘호랑이 기운’ 이 쑥쑥 솟아나도록 만들어주기로 했다.

“카엘라.”
“네, 사령관님.”
“오늘부로 네 할 일이 끝이  건 아니다.”
“…그 말씀은?”
“나는 내일 부로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하지만 너는 여기서 조금  머물면서 둘에서 셋 정도의 조직을 오늘과 똑같이 박살내주어야만 한다. 쥐새끼들을 족쳐도 다른 쥐새끼들이 꼬이면 결국 다시 더러워지니까.”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사령관님. 아주 깔끔하게 치워두고 가겠습니다.”

깔끔하게 치워둔다,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다  것이다.
오늘과 같은 그 지옥도를 다시  번 펼쳐주겠다는 호랑이의 결심.
두 눈을 번뜩이는 카엘라를 바라보면서 클라우스는 남은 쥐새끼들의 명복을  한  빌어주었다.


“그리고 임무가 끝나면 바로 내게로 와라.”
“아카데미로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미 너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준비해두었으니 걱정 말고.”


교수가 있다면 자연스레 그 교수를 돕는 조교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카엘라는 비록 마법은 뛰어나지 못 해도 신체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 중의 발군.
율리아와 나타샤에 비견될 정도의 실력을 지닌 강자였다.

바로  조교 자리에 카엘라를 임명할 생각이었다.
 조교에 대한 추천권은 오롯이  담당 교수가 가지고 있으니 안  것도 없었다.


“드디어, 드디어 사령관님 곁에 다시 머물  있게 되었군요. 참으로 행복합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눈웃음까지 그리는 카엘라.
그 모습에 여인의 머리를 다시 한 번 부드러이 쓸어주는 클라우스.

하지만 카엘라에게 있어 좋은 소식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 그리고 몸이  더럽혀진다면 오늘처럼 내가 손수 씻겨주고 싶은데.”
“네?”
“괜찮겠나, 카엘라 티거?”




그러자 카엘라는 두 눈을 깜빡이면서 말없이 클라우스를 응시한다.
지금 그게 정말이냐고, 오늘 하루로 끝!  아니었냐고 묻고 있었다.




“…혹시 싫은가?”
”아닙! 아닙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무조건, 무조건 씻겨주시는 겁니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다 못 해 아예 폭발해버리는 카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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