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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8장 - 호환 (虎患) (102/341)



〈 102화 〉8장 - 호환 (虎患)

대륙에서 가장 개방된 성문화를 지닌 쪽은, 당연하게도 수인들이다.
본능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게 부끄럽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하다 생각하는 종족.
상대에게 무례를 범하는  아니라면, 서로가 좋다면 뭐든 이해가 되는 곳이었다.


촤아악!-


그런 이유로, 카엘라는 제 몸에 따뜻한 물을 끼얹으면서 뒤에 서있는 클라우스를 바라본다.
부끄럽다는 눈빛이 아니라 은근히 뭔가를 갈망하고 있다는 시선으로 말이다.

“다친 곳은 당연히 없겠지.”
“아, 네.”
“내가 말한 대로 흔적을 아주 대충만 지우고 왔겠지?”
“그렇습니다. 안으로 몇몇 인간들이 들어가다가 놀라서 나오는 장면까지 보고 왔죠.”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걸로 다른 놈들에게는 아주 확실한 경고가 되었겠지.”
“저, 사령관님.”
“궁금한 거라도 있는 모양이군.”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그들을 처리하라 하신 것인지. 어떤 자들에게 어떤 경고를, 정확히 누구를 위해서 그리 하신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탕에 들어가 앉기 전 천천히 몸을 씻어내는 카엘라.
욕실 안 가득한 수증기로 인해 풍만한 여인의 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보일락 말락’ 이 호랑이 여인의 매혹적인 자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내가 자신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족들에게 갔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귀족들은 온갖 날조와 유언비어로 내 평판을 깎아내리려 할 거다. 그리 되면 나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이들이라고 해도 날 함부로 도울 수가 없을 거야. 양지에 있는 자들이니 햇빛을 받지  하는 걸 두려워할 수밖에 없지.”
“귀족들은 사령관님을 비난할 자격이 전혀 없습니다. 그 멍청하고 역겨운 것들.”
“어쩌겠냐. 그게 현실인데. 아무튼 그 때를 대비해서 양지가 아닌 음지에 내 세력을 두려는 거다. 마침 뒷골목에서 꽤나 세력을 키운 자들이 있더군. 붉은 독거미라고, 흡족한 세력을 갖춘 이들이 있었다.”


클라우스의 입에서 흡족하다, 라는 말은 카엘라에게 있어서 큰 칭찬과도 같았다.
도대체 어떤 세력이기에 음지에서 활동하는 자들임에도 저런 평가를 받는 것일까.
카엘라는 궁금증과 함께 묘하게 질투심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기존 세력이 바로 오늘 네가 처리한 놈들. 8월 형제들이라고 불리던 자들이었다. 뒷골목에서 몸 좀 쓴다는 놈들이 모인 곳이었지.”
“제가 보기에는 햇병아리 병사들보다도  한 놈들이었습니다.”
“그럴 거다. 결국 깡패나 양아치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 자신이 잘난 줄 알고 있지만 실상은 찌꺼기 중의 찌꺼기라는 거 말이다.”

그렇게 말한 후 손짓으로 카엘라를 부른다.
다른 여인들이었다면 부끄러워서, 혹은 왜 부르는지 몰라서 쭈뼛거렸을 테지만.
카엘라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조심스레 머리를 내밀었다.



“머리 감겨주는  몇 년 만이지?”
“정확히 5년하고 3개월에 나흘이 더 흘렀습니다.”
“…그걸  세고 있었냐.”

클라우스는  묶여져 있던 카엘라의 머리를 풀어냈다.
호랑이 수인답게 노란색과 검은색의 적절한 조합을 갖추고 있던 머리칼이 찰랑거리면서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조금 전까지는 질끈 묶은 머리 덕에 강인한 사냥꾼의 모습이 강했다면.
머리를 푼 지금은 굉장히 우아하면서도 고고한 여인의 모습이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머리칼에 이런 싸구려 비누를 쓰는  솔직히 썩 마음에 들지 않다.
귀족들이 쓴다는 향유에 특제 비누 같은 거라도 쓰고 싶은데, 아쉽게도 이곳 조랑말 여관에는 그 정도의 사치품이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거품을 충분히 내어 머리에 들러붙었던 비릿한 핏덩이들을 닦아낸다.
그나마 방으로 들어오기  불쾌한 것들을 털어낸다고 노력하기는 한 모양이다.
허나  많은 양아치들을 모조리 척살하다 보니 굳어서 늘러 붙은 피딱지가 많았다.

스륵, 스르륵-.



“….”



움직일 때마다 풍만한 여인의 가슴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다른 이들 같았다면 부끄럽다고 하거나, 하다못해 가슴이라도 가렸을 테지만.
카엘라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다만 골골송을 내면서 자신이 지금 무척 기분이 좋다는 것을 실컷 어필하는 중이었다.

물을 끼얹어서 머리의 거품을  털어낸 후 가볍게 여인의 등을 토닥인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씻고 이제 탕 안으로 들어가는 뜻.

하지만 오늘따라 카엘라가 묘하게 시간을 끄는 게 클라우스의 눈에 들어왔다.
원래라면 바로바로 자신의 명령에 따랐을 여인인데 말이다.




‘다 컸다 이거구만.’




참고로 카엘라의 현재 나이는 클라우스보다도 어리다.
대륙 전쟁 2년차에 참전한 수인 전사였던 그녀의 당시 나이는 인간으로 치자면 15살.
그나마 수인 특유의 성장력 덕분에 신체 나이는 이미 한창 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클라우스 입장에서는 그냥 애나 다름없었기에 정말  대하듯 대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이렇게 머리 감겨주면 후에 얌전히 탕으로 들어갔었는데 말이야.’

당시의 소녀였던 카엘라를 뭐 어떻게 해보려던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일단 친밀감, 그리고 유대감을 쌓는 게 중요했고 난 위험한 이가 아니다, 라는 부분을 각인시켜두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카엘라도 어느 순간부터 씻겨준다고 하면 바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닌  하지만 머리를 감겨주면서 해주는 두피 마사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
 이후에는 머리 쓰다듬는 거에 중독되었고, 종국에는 그냥 자신에게 홀라당 넘어온 호랑이 수인이었다.



“저기, 저… 사령관님.”
“듣고 있다.”
“이제, 이제 저도 성체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씻겨주는 게 거북하다는 건가? 불편하다면 관두마.”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 그….”


등. 등으로 일단 가닥을 잡아야지. 호랑이, 아니 고영희씨.



“드, 등을 제대로 닦을 수가 없어서 불편했었습니다! 도,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도와줄 수야 있는데 그거랑 성체가  거랑 무슨 상관이지?”

그러자 카엘라는 몸을 돌린 채 애써 대답을 회피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지금쯤 얼굴이 터질  새빨개져 있을 것이다.




성체가 되었다, 이제 어린 소녀 전사가 아니다.
그러니까 슬슬 넘어올 때가 되지 않았냐, 이 미련한 수컷아!
카엘라가 가진 수인의 본능은 아마 그렇게 속삭이고 있을 게 확실했다.


그나마 카엘라의 이성이, 클라우스는 제 짝이 아니라 다만 영원히 따라야  대장이라고 계속 외치고 또 외쳤기에 버티는 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등을  씻어달라는 게 결국  맨살에 손이 닿아도 된다는 것이고.
그리고 한 번 그렇게 시작을 하면 자연스레 등에서만 끝날  아닐 것이다.
카엘라는 거기까지 계산하고서 누가 고양이 친척 아니랄까봐 앙큼한 짓을 하려고 있었다.

‘원래라면 꿈도 꾸지 말라고, 어림도 없다고 코를 잡아챘을 텐데.’


이제는 카엘라의 마음도 슬슬 받아줄 때가 되었다.
어차피 이 여자는 딱 선을 정해두고서 그걸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타샤처럼 무조건 의지하려고 하지도 않고 세실리처럼 괴롭혀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들러붙지 않는다.

평소에는 그저 충실한 부관으로, 충성스러운 호랑이로 지내다가 클라우스가 허락을 한다면 그제야 무장해제를 하고 냉큼 달려드는 그런 고양이였다.

“다 커서 등 하나  씻는 게 말이 되는 거냐. 쯧.”
“죄, 죄송합니… 다아아앗!?!”

아무래도 진짜 등을 닦아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 했던 모양이다.
남자의 손이  등에 닿자 화들짝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카엘라.
사실 당연한 것이 수인들은 절대 등 뒤를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나 누군가와 개인적으로, 이렇게 좁은 곳에 있을 때는 가족이라고 해도 반사적으로 등을 노리는 건 아닐까 경계하며 또 그만큼 등을 만지면 놀라거나 화를 내곤 한다.

지금도 카엘라는 놀라고서 화를 내는 게 맞았다.
그게 수인으로서 당연한 반응이고 또 그녀가 가진 본능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클라우스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라앉히고 말았다.

“우으으….”
“뭐야. 기껏 부탁 들어주었더니 반응이 영 별로인데.”
“아, 아닙니다! 좋습니다! 너무 좋아요!”
“진짜냐? 진짜면 전방에 힘찬 고양이 울음소리 5초간 발사.”
“야, 야오오오오옹!!!”



이것도 예전부터 지겹도록 시킨 것이기에 이제는 말만 하면 척척이다.
킥킥하고 웃음소리를 내니 호랑이에서 고양이가 되어버린 카엘라는 부끄러워 죽겠다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귀엽게 투덜거렸다.

사실 호랑이 수인하면 수인 세계에서는 인간으로 치자면 명문 귀족가에 속한다.
물론 귀족들 마냥 특권 의식에 찌들지도 않았고 그럴 권리도 또한 없다.
그냥 그들의 사회에서 호랑이 수인하면 강하고, 그러면서 아름다운 그런 것들을 떠올린다.
뭐 이 정도가  것이었다.



‘그런 수인들 입장에서 호랑이 수인이라는 카엘라가 인간 말에 바로 고양이 흉내를 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태까지는 카엘라의 자존심을 위해서 오직 둘이 있을 때만 시켰었는데.
갑자기 다른 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참에 아예 다른 곳에서도 한  시켜볼까, 하는 유혹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카엘라의 자존심은 지켜주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슬슬 약 좀 올려볼까.’

미소를 지으면서 슬쩍 등을 닦아주던 손을 더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갑작스레 클라우스의 손이 제 옆구리에 와 닿자 화들짝 놀라는 카엘라.
그에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여기까지 닦아주려는데.  싫다면 말해라.’ 라고 해주니 그녀는 잠깐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무래도 등과 옆구리 정도면 그래도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여기는 모양.
허나 원래 남자란 결코 거기에서 멈추는 종족이 아니었다.
그리고 클라우스도 수십 번의 회차를 진행하면서 일단 한 번 즐기기 시작한 것에는 끝장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막말로 살짝 미친놈이  되어 있었다.



“흣?!”



허리를 빳빳이 세운 채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던 카엘라.
그러나 갑작스레 내려온 남자의 손이 제 다리를 활짝 벌리고는 허벅지까지 만지니 정말 놀랐다는 듯 귀를 바짝 세운 채 고개를 돌려서 클라우스를 바라본다.



“사, 사령관님?”
“카엘라. 내가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네. 듣고 있습니다.”
“네게 있어서 나란 인간은 언제나 네 사령관, 대장, 따르고 싶은 존재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제게 사령관님은 언제나 따르고 싶은 그런 분입니다.”
“정말 그게 끝인가?”

클라우스의 질문에 카엘라가 눈을 깜빡이다가 무슨 뜻이냐고 반문하려던 찰나.
천천히 여인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고 있던 남자의 손이 더 안으로 향한다.

“힉?!”




물로 흠뻑 젖은 음부를 슬며시 쓸고 지나가는 손길.
갑자기  다가오는 클라우스 덕분에 당황한 것일까.
카엘라가 그녀답지 않게 바동거리면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허나 그 다음 이어진 남자의 말에, 호랑이 수인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난 너를 부관으로만 보지는 않은데.”
“그, 그게 무슨 말씀… 히잇!!”




이제는 아예 대놓고 카엘라의 보드라운 보지 살을 살살 자극하는 클라우스.
단  번도 남자를 받지 않은 보지임에도 벌써부터 부드럽게 풀어져 있다.
최근에   발정을 했다는 증거인데 아무래도 그  없어진 자신의 셔츠가 이유일 것이다.


“카엘라. 카엘라 티거.”
“네, 네. 클라우스 사령관님.”



찌걱, 찌걱-.

곧 아까 전 뿌린 물과는 전혀 다른, 끈적하고 따스한 액체가 묻어나오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스러워! 그런데 일단 좋아! 너무 좋아!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 카엘라의 귀여운 속마음을 하나, 하나 읽어가며 남자가 속삭인다.




“그러니까, 얼마 전부터. 네가 묘하게 매력적인 여인으로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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