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6장 - 마왕 키우기
“받아요, 율리아.”
“설탕인가요, 아니면 꿀인가요?”
“둘 다요.”
설마 내가 네 취향을 모를까.
클라우스의 대답에 율리아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커피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흠흠, 코를 찡긋거리며 향을 맡은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까딱인다.
사실 저 여자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 그냥 마시기에는 쓰니까. 달콤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굳이 설탕에 꿀에 넣어서 마시는 이유는 더욱 간단하다.
클라우스가 커피를 좋아하니까, 그가 정성스레 타준 것이라면 일단 좋으니까.
율리아에게 커피를 내어준 클라우스는 제 자리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앞을 뭔가가 우뚝 막아선다.
“…율리아?”
그리로 가지 말라는 듯 쭈욱 뻗은 율리아의 다리가 무척이나 곱다.
여인의 발이 정확히 제 배꼽 근처에 닿아있음을 확인한 클라우스.
그는 잠시 제 책상 위에 앉은 마왕을 바라보다가 슬쩍 지나가려 힘을 주었다.
그러자 율리아는 다시 한 번 클라우스를 제지했다.
콕콕-.
앙증맞기 짝이 없는 발가락으로 제 남자를 찌르면서.
그리로 가지 말고 그냥 자신 앞에 있으라는 듯이 클라우스를 쳐다본다.
“….”
잠시 자리에 서서 율리아를 바라보던 클라우스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몸을 돌려서는 업무용 책상 앞쪽에 높인 소파에 몸을 앉힌 것이었다.
클라우스가 제 뜻대로 움직여주니 기쁘다는 듯 마왕이 미소를 짓는다.
햇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보랏빛 머리를 시작으로 하여.
찰랑거리는 붉은 와인 같기도 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 같기도 한 눈동자.
이런 자신이 어떠냐는 듯 입가에 그리고 있는 아찔한 미소.
그 어떤 남자라도 일순간 매혹해버릴 것 같은 가히 말도 안 되는 아름다움이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다.
어떻게든 그녀의 아름다움에서 저항하고자 눈을 내리면.
어딜 도망가려고 하느냐 외치듯 아찔한 쇄골 라인을 거쳐서 당장 풍만한 가슴이 보인다.
도대체 저게 무슨 옷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옷이 맞기는 한 것일까.
기껏 해야 유두 부분만 가린 천 쪼가리 외에는 온통 여인의 뽀얀 살결이 가득했다.
거기에 당황해서 더 눈을 내리면 잘록한 허리와 미끈해 보이는 배가 드러난다.
그리고 바로 밑에는 아슬아슬하게 가려지고 있는 마왕님의 은밀한 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본 이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율리아의 숙부가 왜 이 마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지.
다른 남자들도 한 번 율리아를 봤다 하면 억, 하고 탄성을 내뱉는지 말이다.
어찌나 아름다운 자태인지, 여신이 강림했다고 해도 다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심지어 방금 씻고 나와서 향까지. 와,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드는 데에 뭐 있다니까.’
저 여자의 자태야 참 많이도 보아 왔던 클라우스다.
율리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번 빠져들면 절대 헤어나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회차 때마다 저 여인을 마주할 때면 심장이 나대도 너무 나댄다.
다른 여인들처럼 의지하려는 것도 아니고 복종하려는 것도 아니며 괴롭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율리아는 오직 ‘율리아’ 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클라우스를 휘어잡았다.
때로는 적극적인 공세로, 때로는 겁을 먹고 움츠러든 것 같은 모습으로, 또 때로는 청아한 여인이었다가 어느 순간 음탕한 탕녀로도 변신하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오늘 컨셉은, 은밀하게 점점 다가오는 여인.
뜨거운 커피에 살살 녹아드는 꿀이라고 보면 될 것이었다.
“오늘 저 어땠나요?”
이미 저 여자는 알고 있다.
제 눈앞의 남자가 아주 조금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지만 이미 제 아름다움에 일순간 혹해버렸음을 말이다.
그런데도 짐짓 모르는 척, 자신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약간은 얄미울 정도로 그리 속삭이고 있다.
“놀랐습니다.”
클라우스는 한 톨의 거짓도 없이 제 감상을 솔직하게 언급했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는데 조금은 부족해 보이던 모습이 거의 다 사라졌다.
물러서야 할 때와 들어가야 할 때를 파악하는 게 훨씬 좋아졌다.
위험을 무릅써야 할 타이밍과 그러지 말아야 할 때를 빠르게 구분해낸다.
보통의 생도들은 그런 단계에 오르기까지 빨라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그것도 얼추 감만 잡는 수준이지, 오늘처럼 상대방이 정신없이 몰아치다보면 간신히 깨우진 부분마더 잊어먹고는 했다.
단순히 생도들이 율리아에 비해 못 났다는 게 결코 아니다.
클라우스가 장담하건데 저런 속도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 한 생도들은 물론이요.
당장 대륙 전쟁이라는 거대한 풍파를 겪은 이들조차도 따라잡기 힘들 것이었다.
지금이야 당장 현장 경험이 많이 부족한 터라 그들과 비교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다름 아닌 자신이 채워주고 있다.
자그마치 29번의 회차를 거친 자신이, 지옥과도 같았던 싸움을 계속했던 창조주가.
본인이 얻은 모든 경험을 세계관 최강자에게 전수해준다?
이거야말로 근본 사기 캐릭터에게 밸런스 붕괴급 아이템이 주어지는 꼴이었다.
“그게 끝인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네. 그게 끝이에요.”
“흐음?”
“너무 놀라워서 다른 생각을 할 틈조차 없었거든요.”
이건 거짓말이다. 물론 율리아의 성장에 감탄을 하기야 했지만.
적어도 다른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넋을 놓고 있었던 적은 없다.
그럼에도 클라우스는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그렇게 답했다.
지금 이 거짓말을 율리아가 알아차리든 혹은 그리하지 못 하든 그건 중요치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율리아가 그 대답에 얼굴을 슬쩍 붉힌다는 점이다.
“흐음…. 제가 싸우는 장면이 그렇게나 놀라웠다니. 제 실력이 그리도 형편없었나요? 오늘 보여드린 모습에 그리도 충격을 받으신 걸 보니 말이죠.”
“실력 성장도 성장이지만 싸우는 게 아니라 춤을 추는 것 같았다고 해둘까요. 둘이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누가 더 아름다운지 뽐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누가 더 아름다웠는데요?”
대답 잘 해야 한다, 어차피 고민할 것도 없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리고 주관적으로 봐도.
아주 근소한 차이가 났다고 하지만 어찌 되었든 차이는 차이였다.
“율리아죠.”
“후후후.”
여인의 입가에 기쁨을 감출 수 없다는 듯 환희의 미소가 피어오른다.
사실 그녀는 내심 클라우스에게 조그마한 불만을 품고 있는 상태였다.
앞으로 조금만 더 퍼부으면 나타샤를, 자신의 남자를 노리고 있는 요정한테 제대로 한 방을 먹여줄 수 있었는데.
제 앞에서 무너진 그 요정 앞에 당당히 서서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 남자에게 다시는 꼬리치지 마라!’ 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클라우스가 나서서는 자신을 제지했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건 당연한 행동이었다.
아무리 대련이라고 해도 생도가 다치는 일은 교수 입장에서 무척 난감한 부분이다.
특히나 그 주인공들이 한 명은 마족이요, 다른 하나는 요정이다.
사이가 좋지 않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바로 그 두 종족 말이다.
이해하고자 했다, 받아들이고자 했다.
하지만 율리아는 자꾸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걸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마치 클라우스가 혹 자신이 다칠까봐 걱정하는 것 같아서.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 하고 아직은 나타샤에게 밀리는 게 아닐까 우려하는 것 같아서.
그리 생각하니 고맙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거야. 클라우스는 내가 아니라 나타샤, 그 여자를 걱정했을 뿐이야.’
결국 클라우스는 자신을 믿었던 것이 된다.
자신으로 인해 그 요정 여인이 크게 다칠까봐, 그래서 율리아 본인이 난감한 상황에 처할까봐 일부러 나서서 대련을 중지시킨 것이었다.
지금도 네가 더 아름다웠다, 네가 더 강했다, 하고 말하는 남자를 바라보라.
얼굴 어느 곳에서도 거짓을 말하는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직 자신을 향하는 믿음과 신뢰, 그리고 묘하게 느껴지는 욕망만이 보일 뿐이다.
‘이러면 점점 더 달아오르잖아요, 클라우스.’
가슴이 거세게 요동치고 몸이 점점 뜨거워진다.
마침 방해꾼도 없겠다, 그리고 자신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겠다.
율리아에게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은 말 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때였다.
“클라우스.”
“네, 율리아.”
“뒷맛이 조금 쓴 것 같아요.”
“그런가요? 으음, 분명 많이 넣는다고 넣은 것 같은데.”
“가서 꿀 좀 더 가져와주시겠어요?”
여인의 부탁에 클라우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교수실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신이 사용하던 꿀을 들고 나왔다.
“여기 있어요, 율리아.”
“고마워요.”
감사 인사와 함께 그걸 받아든 율리아.
헌데 그녀는 받아든 그 꿀을 바로 커피에 넣지 않았다.
다만 제 손에 들린 꿀병을 바라보면서 겉에 적힌 뭔가를 읽을 뿐이었다.
“…보통 꿀이 아니군요?”
“네. 가장 가파른 절벽에 집을 만들고 이스트 리시아 꽃만을 찾는다는 희귀한 벌이 모은 특제 꿀이죠. 수인들이 생산하는 특산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리는 물건일 겁니다.”
“비싸다 뿐이겠어요? 아무리 많은 금화를 줘도 구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가 자자해요. 당장 내가 마왕성에서 지낼 때도 몇 병 없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적이 있어요.”
“그렇습니까? 왜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리도 희귀한 꿀이라는 건 처음 듣는군요.”
“당신을 추종하는 이들이 선물해준 것인가요?”
“그냥 친분이 있는 몇몇 이들이 커피에 타서 먹어보라며 선물로 준 것 뿐입니다.”
그게 바로 추종하는 이들 아닐까요? 이 귀하디 귀한 물건을 내어줄 정도라니까.
율리아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그 꿀의 뚜껑을 열었다.
이 정도로 귀한 꿀이라면 버무려질 소스로 손색이 없을 듯 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클라우스.”
“네, 율리아.”
“막 꿀 많이 쓴다고 뭐라 할 건 아니죠?”
“전혀요.”
“단 것을 싫어한다거나 뭐 그런 건?”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클라우스의 대답에 율리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그녀는 손짓으로 제 앞에 앉아있는 남자를 천천히 곁으로 불렀다.
마치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 부드럽게 흔들리는 그 손짓에 클라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니 그녀는 제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그에게 내어준다.
클라우스가 왜 그러냐는 질문을 던지려는 듯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율리아는 거침없이 제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던 팬티를 가볍게 벗어 내렸다.
그리고는 양 옆으로 다리를 벌리면서 제 음부를 유감없이 전부 드러낸다.
순식간에 남자의 앞에 드러난, 절세미녀의 어여쁜 분홍빛 보지.
살짝 물기로 인해 반들거리는 모습이나 조금씩 움찔거리는 것이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만져보라는 듯, 더 원한다면 핥아도 좋다는 듯 속삭이는 것 같다.
“클라우스?”
하지만 율리아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다리를 더욱 더 벌려 제 은밀한 곳을 도드라져 보이게 만든다.
그 후 뒤로 살짝 몸을 기울이고는 손에 들고 있던 꿀 병을 기울였다.
주르륵-.
“흥으으… 차, 차갑네요.”
병에서 흘러내린 꿀이 율리아의 보지를 촉촉이 적셔간다.
순식간에 달콤한 냄새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이내 율리아는 기울였던 꿀 병을 바로 들고서는 뚜껑을 닫은 후 멀찍이 세워둔다.
그리고는 꿀로 잔뜩 버무려진 제 보지를 마치 자랑하듯 클라우스에게 내보인다.
“단 걸 싫어하시지 않는다니 참 다행이네요, 클라우스. 그런 의미에서 좀 핥아주시겠어요? 제가 실수로 그만 꿀을 다 흘려버렸지 뭐에요. 이 비싼 걸 버릴 수는 없으니까… 당신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