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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화 〉6장 - 마왕 키우기 (84/341)



〈 84화 〉6장 - 마왕 키우기

기껏 보낸 조사단이 아무런 수확도 없이 그대로 돌아왔다.
심지어 그걸 제지한 이는 귀족 회의에서 별 다른 말이 없던 키엔마이어 후작이었다.
그의 독자적인 행동은 자칫 왕국  모든 귀족들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행위.


하지만 키엔마이어 후작은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멍청한 놈들이 온 종족의 눈이 모여 있는 곳에서 부끄러운 짓을 할 뻔 했는데.
조용히 넘어가는 게 최고로 좋은 상황에서 역으로 벌집을 쑤시려고 했는데.
그걸 막았으니 오히려 자신이 잘 한 게 아니냐고 말이다.



아무리 맞는 말이어도, 그게 당연한 것이어도 다른 이였다면 바로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다른 이도 아니고 다넬 키엔마이어 후작이다.

왕국에서 ‘귀족’ 하면 떠오르는 인물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남자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상대, 괜히 반발했다가 단순히 키엔마이어 후작가만이 아니라 더  뭔가를 상대해야만 하는 그런 상대였다.

“어이가 없군. 그런 생각을 품었다니.”



그런 와중에 요제프 대공이 그리 입을 열었다.


기껏 믿고 보냈는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냐는 표정으로.
실망하다 못  분노했다는 그런 목소리로.

“대, 대공?!”
“무슨 말씀을!”



덕분에 황당한 건 조사단에 포함되었던 귀족들이었다.


분명 자신들에게 그런 요구를 한 건 당신이지 않은가!
평민들을 족칠 명분을 잡아오라고, 그리 말한 건 바로 요제프 대공, 당신이잖아!

라는 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  안에서 맴돌았다.
소집된 이 회의의 한 가운데에서, 귀족들 앞에서 당장이라도 그리 말하고 싶었다.



“….”



하지만 조사단의 일원들은 끝내 그리 말하지 못 했다.

키엔마이어 후작이 한 번 말한 대로 자신들은 ‘끗발’ 이 떨어지는 자들.
지금  귀족 회의에 낀 것마저도 기적이라 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국왕을 제외한다면 왕국의 2인자라고 불리는 요제프 대공을 공격한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말한다고 해도, 아무리 증거를 들이민다고 해도.
이 자리에 모인 그 어떤 귀족도 그걸 믿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크으윽….’



조사단의 리더격이었던 귀족 하나가 요제프 대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슬그머니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다.
입만 다물고 있는다면, 조용히 넘어가 준다면 자신이 알아서 뒤를 봐주겠다는 뜻.
요제프 대공의 뜻을 알아차린 조사단의 귀족들은 빠르게 자신들의 죄를 시인했다.

요즘 들어서 평민들이 너무 기고만장해져 그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귀족들의 명예와 품격을 떨어트리는 일이었다, 잘못된 생각임을 인정한다.
어떤 처벌이 내려져도 달게 받겠다, 이상이 그들의 말이었다.



“원래는 귀족들의 명예를 깎아 먹은 것이기는 하지만….”
“평민들이 기고만장해진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감히 귀족들이 가도를 지나가는데 바깥으로 나가지도 않고 그냥 외곽에 서있을 정도입니다. 더러운 자들이 말이지요!”
“요제프 대공. 처벌은 하되 너무 무겁게는 하지 마시죠. 순전히 개인의 이익을 위한  아니라 결국 모두 우리들 귀족을 위해서  일이지 않습니까.”




귀족 회의에 모인 말들을 들으며 키엔마이어 후작은.
그리고 정말 몇  되는 진짜 귀족들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저게 귀족들을 위한 일이었으니 경고만 하고 넘어가자는 것으로 끝날 일인가?
하마터면 일을 키워서 또 한 번 대륙에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부끄러움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제아무리 키엔마이어 후작의 힘이 강해도, 자신들의 고귀함이 진짜라고 해도.
왕국은 물론이요 제국의 귀족들까지 전부를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결국 조사단의 귀족들은 큰 처벌은 받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 열릴 귀족 회의에 세 번은 나올  없다는 것이 전부였다.

“…구역질나는 인간들.”

그리고 그 소식은, 아직까지 클라우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알려진 카엘라에게 전해졌다.

카엘라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는 귀족들도 물론 몇몇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으니, 바로 클라우스의 약점.
그걸  만한 이들 중에서 카엘라가 가장 이용해 먹기 좋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카엘라는 그런 기대를 받을 때마다 절로 인간 귀족들의 목을 물어뜯고 싶었다.
감히 제 대장을 자신의 바로 앞에서 욕하고, 험담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을 정말 배신자라고 생각하면서 뭐라도 더 말해보라고 채근한다.


클라우스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다 죽여 버렸을 것이다.
목을 물어뜯고 사지를 찢어버리고 내장을 다 파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령관님의 명령이 떨어지는 날, 너희는 내 손에 죽는다. 무조건 죽는다.’

까드드드득-.


카엘라 앞에 있던 테이블에 긴 선이 생겨난다.
분노를 삭히느라 손톱을 뽑아든 카엘라가 그 테이블을 천천히 긁어내고 있던 것이었다.


나무도 아니고 철로 만들어진 테이블임에도  정도이니 저게 사람의 몸을 긋는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피분수가 쏟아질 게 명백했다.


호랑이 여인의 두 눈에서 샛노란 안광이 번쩍인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가서 모조리 물어죽이고 싶다는 감정을 억지로 참아낸다.
클라우스의 명령이다, 제 사령관의, 대장의 뜻이니 절대 거스를 수 없다.
카엘라는 그리 생각하면서 버티고 또 버텼다.


아마  모습을 클라우스가 봤다면 박수라도 쳤을 것이다.
그녀는 모르고 있지만, 그리고 영원히 모를 테지만.
클라우스가 굳이 카엘라를 이쪽에 붙여둔 이유는 저들의 정보를 빼내기 위함만이 아니다.

충성심으로는 둘  가라 하면 서러워 할 여인.
그런데 그 충성심이 간혹 너무 지나쳐서 사고를 치기도 했다.
그 상대가 적이면 상관없는데 클라우스가 이용을 해야 하는 상대까지 포함이면 곤란하다.

때로는 아주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마치 호랑이가 조용히 앉아 절호의 기회만을 노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처럼.
그 어떤 외적 자극에도 평정을 유지하면서 클라우스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 지금 카엘라는 그런 과정을 속성 교육으로 받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제발 언제든 저를 불러주세요. 당장 달려갈게요.’



인간 귀족들에게 적의를 불태우다가도 클라우스 생각만 하면 또 꼬리가 살랑거린다.
호랑이 여인은 금방 손톱을 집어넣고는, 그리고 샛노란 안광을 숨기고는.
마치 클라우스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그르릉, 그르릉.’ 소리를 냈다.



부비적, 부비적-.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다름 아닌 클라우스의 셔츠.
아카데미에서 떠나기 직전 카엘라가 급히 챙겨온 것이었다.
옷장 안에 들어가 있었기에 클라우스의 체취가 듬뿍 묻어있지 않은 게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카엘라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다.




그르릉, 그르릉-.


연신 골골송을 내면서 계속 셔츠에 볼을 비비적거리던 카엘라.
그러다가 아예 셔츠에 얼굴을 박고서 킁킁! 하고 한껏 냄새를 들이 맡기까지 했다.
한동안 그렇게 열정적으로 클라우스를 생각하던 카엘라는,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오므렸다.




‘아… 크, 큰일이다.’


항상 완벽하던 자신에게도 오점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오점들 중 카엘라 본인이 최악으로 치는 것은 바로 이것.
발정기가 가까워지면 몸이 한껏 달아오르면서 몸을 주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릉, 그릉-.

“아으으… 사령관님, 사령관님….”

수인들의 발정기는 일정한 때를 두고 시작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간혹 외부에서 들어오는 ‘극심한 자극’ 에 인위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카엘라를 예로 들자면 지금 손에 들고서, 볼에 문지르면서, 얼굴을 박고 냄새를 맡고 있는 것.
바로 클라우스의 셔츠라 그 이유라 할 수 있었다.


“흐으읏…!”



제 방에서 한껏 그 냄새에 취해있던 호랑이 여인이 결국 바닥 위로 스러진다.
그리고는 발라당 누워서 땅에 연신 등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마치 뭔가를 무척이나 기다리는 듯 눈동자가 몽롱해지고 점점 더 호흡이 거칠어졌다.

“후으읏…! 우으응! 우으응!”

품에 셔츠를 꼭 껴안은  그렇게 마구 바닥을 뒹굴던 카엘라.
그러다가 몸을 돌려서 바닥에 엎드리더니 그대로 엉덩이를 위로 들어올린다.

연신 야릇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아예 무릎까지 세우고는 한껏 위로 올라가는 여체.
이리저리 흔들리는 여인의 몸에서는 묘한 냄새가 풍겨나고 있었다.



“사령관님…. 대장님….”

바닥에 엎드려서 엉덩이를 들고 연신 허리를 흔들던 카엘라.
그러다가 그녀는 흣! 하고 가벼운 탄성을 내뱉었다.


카엘라가 입고 있던 바지가, 정확히는 가랑이 사이가 물기로 인해 색이 변해간다.
그 어떤 애무도 없었는데 야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밀액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몸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났는지 이제는 알 법도 하건만.
카엘라는 여전히 꼭 안고 있는 셔츠의 냄새만을 한껏 맡고 있을 뿐이었다.

“하앙, 하아앙… 우으응! 우으으앙!!”

클라우스의 셔츠에 얼굴을 쳐박으면서 카엘라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뱉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가서 그냥 그 품에 확 안기고 싶다.
그가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걸 느끼면서  옆에서 스르르 잠들고 싶다.
남자의 몸에 한껏  냄새를 묻히고  것이라 주장하고 싶다!




‘아, 안 돼. 안돼, 카엘라. 사, 사령관님이야. 네가, 네가   상대가 아니야….’

누군가를 강렬히 원하는데 그게 만족이 안 되니 눈물까지 줄줄 흐른다.
충성을 맹세한 이에게 이런 감정을 품는다는 것 자체에 구역질이 치밀기도 했다.
그에게는 그에게 걸맞은 여인이 있을 것이다.
자신은 그의 부하로 충분하다, 그 옆자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만 몸은 클라우스를 원하고 있다.



“아응! 우으으응!!”




발정기로 인해 몸부림치는 암컷의 달뜬 신음 소리가 방안을 점차 메워간다.
결국 참다 참다  한 카엘라는 천천히 손을 들어  가랑이 사이를 가볍게 쓸었다.



사악-.


“우으응!!”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짜릿한 감각이 몸을 타고 흐른다.
몸이 덜덜 떨리면서 암컷의 본능이 얼른 더 해보라고 카엘라를 재촉한다.


하지만 호랑이 여인은 다시 한 번 제 음부에 손가락을 가져가려고 했다가 그만두었다.
왠지 모르게  이상의 것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남자에게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것이다.



“클라우스… 사령관님….”




카엘라가 연신 애타게  주인의 이름을 부르던 찰나.


탕탕!-

갑자기 들려온 노크 소리에 카엘라의 눈빛에 기대감이 스친다.
혹시 그 분인 건가?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 최고의 수컷인건가?!

“카엘라 티거! 뭐하고 있는 겁니까. 보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말이 들리는 순간 카엘라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순수한 적개심, 그리고 살의였다.



인간 귀족들 사이에서 지내다보니 어쩔  없이 얌전히, 즉 몸을 숙이고 지냈는데.
그걸 보고서 그 덜떨어진 인간 귀족 놈들은 자신을 자꾸만 함부로 대한다.

당장이라도 다 찢어 죽이고 싶다는 유혹이 다시금 든다.
심지어 발정기에 막 들어가서 애타게 제 낭군을 찾는 호랑이 여인인데.
그런 무서운 맹수를 상대로 자꾸만 도발을 하고 있는 꼴이었다.



“크르르….”


스르릉-.


여인의 입가에서 칼날보다도  날카로운 송곳니가 번뜩인다.
손에서 시퍼런 예기를 뿜어내는 손톱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대로 달려 나가면 제 분노를 키우는 저 쓰레기를 치워버릴 수 있다.
이 갈증을 피로서 채운다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더는 참지 못 하고 카엘라가 막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 안 돼, 카엘라. -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검지를 들고서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된다고 말하던 클라우스의 모습이 말이다.




- 씁! 안 돼. 참아. 그러면  돼. -

송곳니와 손톱이 각각 안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잔뜩 흥분했던 카엘라의 몸도 마음도 조금은 이성을 되찾는다.


“…후우우.”



호랑이 여인은 제 주인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명령을 상기했다.
그걸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카엘라는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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