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6장 - 마왕 키우기
안아달라고 귀엽게 보채던 마왕을 간신히 되돌려보낸 후.
클라우스는 후우우, 하고 긴 한숨을 내뱉으면서 의자 위에 쓰러졌다.
회차를 반복하던 초기에만 해도 앞으로 일어날 어떤 사건을 어떤 식으로 대비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인해 머리가 다 아팠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니, 즉 짬을 좀 먹다보니 그런 고민은 어느 순간 자연스레 사라지고 대신 그 빈 곳을 차지한 건 어떻게 여자들을 가지고 놀까, 내지는 율리아의 말도 안 될 정도로 위협적인 유혹에서 벗어날까, 그런 것들이었다.
‘세계관 최강이라는 표현이 이런 부분에서까지 작용이라니.’
자신은 그냥 이 여자가 사기적으로 강하다, 하는 표현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헌데 그런 부분이 율리아가 가지고 있는 여인의 아름다움에까지 적용된 모양.
머리칼부터 발가락까지 어느 곳 하나 부족한 곳이 없는 그야말로 경국지색.
덕분에 율리아는 클라우스에게 있어서 ‘무조건 안고 가야 하는 0순위 여자’ 가 되었다.
저런 여자를 자신이 안 먹고 다른 놈한테 쥐여 준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있겠는가,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요소를 다 가진 여인인데.
장담하는데 율리아를 눈앞에서 본 그 어떤 남자라도 그럴 수는 없다고 소리칠 것이다.
그리고 클라우스도 당연히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지금은 그 마왕을 위해서 일을 좀 해야 했기에 참은 것일 뿐이었다.
“….”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율리아의 마력이 멀리까지 가기를 기다리던 클라우스.
곧 그녀가 제법 먼 곳까지 갔음을, 그래서 더는 이쪽의 그 어떤 일도 알 수 없게 되었음을 확인한 그는 갑자기 슬쩍 마력을 모았다가 일정 마력이 모이기 직전에 흐트러트렸다.
그리하면 강하지는 않으나 확실하게 마력 파동이 발생하기 마련이었고,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 한 여인에게는 아주 확실한 신호가 될 수 있었다.
끼익-.
클라우스는 문이 아니라 창문을 열어두고서 기다렸다.
마치 새 모이를 들고서 기다리는 것처럼, 창가에 앉아 잠시 있으니 곧 한 여인이 무척이나 부드러운 동작을 보이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와라, 리르.”
그 말에 그림자의 일원, 리르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앞으로 은밀하게 부를 일이 많이 생길 것 같기에 이렇게 마력으로 호출한 것이었다.
“고개 들어도 된다.”
어찌나 조교가 잘 되었는지 이렇게 고개를 드는 것조차 허락을 받으려 하는 리르.
클라우스의 허락에 고개를 든 리르의 얼굴은 언뜻 보면 담담한 것 같았지만.
실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고 있을 뿐이지 이미 그녀의 얼굴에는 뭔가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기운이 한 가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찾으셔서 왔어요, 클라우스님.”
“해줘야 할 일이 생겼다.”
“말씀만 하세요. 제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러려고 내가 널 살려서 옆에 둔 건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클라우스는 자신이 그녀를 부른 용건을 꺼내놓았다.
“조만간 정식 보고를 할 때 율리아 아그네사와 세실리 레블랑이 가깝다는 정보를 넣도록 해. 단 그 부분은 보고의 말미 부분에 살짝 쓰는 형식으로서 보내면 된다.”
“네. 그리고, 클라우스님께서 정리한 다른 그림자들의 보고문은 어떻게 작성할까요?”
“한 놈의 것에는 아예 그 부분을 넣지 말고, 다른 한 놈의 보고에만 그와 비슷하게 작성하도록. 율리아와 세실 리가 가깝게 지내는 것 같다, 라고. 중요한 정보는 아니라고 말하듯 아주 짧게 말이다.”
그러자 리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내일 밤에 보고를 넣을 때였는데 클라우스가 그것까지 전부 알고 있다는 듯 어떻게 보고를 써서 올려야 할지 전부 다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 외의 부분들은 어떻게 쓰면 될까요?”
“네가 원래 하던 대로 해. 어차피 너는 율리아에 대한 감시 및 정보 수집이 주목적 아니던가?”
“…네. 맞아요.”
“적당히 써서 보내줘. 숨기려고 하다가 괜한 의심 받지 않도록 해라.”
“저, 클라우스님. 그, 그게… 그리 하면….”
리르가 차마 말은 하지 못 하고 자꾸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
뭔가 할 말이 있는데 차마 클라우스 앞에서 할 수는 없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클라우스는 리르가 왜 자꾸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그것도 알고 있었다.
“올릴 보고에 율리아의 무척 ‘개인적인’ 부분도 있겠지. 그렇지? 이를테면 그녀가 언제 샤워를 하고 언제 잠자리에 들며 옷을 갈아입을 때 어떤 자세로, 어떤 곳부터 벗는지 말이야.”
“그, 그걸 어떻게….”
대번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리르였다.
최면으로 인해, 그리고 미약으로 인해, 그것들을 다 이용한 조교로 인해.
이제 그녀는 클라우스의 곁에서 떨어지려고 해도 떨어질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면서 얻은 정보가 하나 있었는데 클라우스와 율리아의 사이가 꽤나 깊다는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사이가 꽤나 깊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당연히 연인 관계, 더 나아가 미래를 약속한 사이임을 말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율리아를, 클라우스의 여인을 감시하면서 보고를 올려야 한다?
리르 입장에서는 클라우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에게 꼭 받아야 할 것이 있는 아쉬운 쪽의 입장으로서 그리 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고 또 우려스러웠다.
“물론 나도 유쾌한 건 아니야. 내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다른 놈한테 속속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그놈의 눈깔을 파내고 싶을 정도거든.”
“아으으….”
“하지만 한동안은 의심을 피해야 해서, 그러니까 아주 잠깐만 참고 넘어가주는 거다. 길지 않을 테니 너도 걱정 말고 네 일 제대로 해라. 혹여나 너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그 때는 정말 죽음보다도 더 한 고통을 확실하게 일러주도록 할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슬쩍 살기를 내비치니 바로 자리에 엎드려서는 바르르 몸을 떠는 마족 여인.
단순하게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더 나아가서는 혼자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환상적인 쾌락의 낙원으로 가는 길을 일러줄 수 있는 남자다.
그의 앞에서 절대 눈 밖에 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게 리르의 지극히 단순한 결론이었다.
“일어나.”
후다닥!-
클라우스의 말에 리르가 또 한 번 식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그의 다름 말을 기다리면서 쭈뼛거리며 벽에 붙어 섰다.
“나에 대한 정보도 슬쩍 실어. 그리고 율리아가 내 강의를 듣고 있다는 것도.”
“…저, 그리 되면….”
“알고 있다. 그쪽이 율리아에게 요구한 것이 아닌 그녀 독자적인 선택이었다는 것.”
“….”
“그래서 네가 감시 중이다, 같은 강의에 들어가서 관찰 중이다, 라고 써 붙여. 보고 받는 놈이 안심하도록 말이야. 따로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운이 나도록.”
겁을 집어먹은 상황에서도 리르는 클라우스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확실히 클라우스가 바로 제거하지 않고 이렇게 이용해 먹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인간 생도들을 이용해서 율리아를 겁탈하려고 했던 일이 실패했던 부분, 거기에 대해서는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다고 써. 그리고 그 정체를 더 파내냐고 물어보고 말이야.”
“저, 혹시 그로 인해서 정말 더 파보라고 답변이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아니, 오히려 네게 정체를 숨기고 최대한 숨죽여 지내라고 할 거다. 아무리 그 영악한 남자라고 해도 이번 사항이 결코 가벼운 게 아님을 알고 있을 테니까.”
율리아를 그 인간 돼지 귀족들이 겁탈하는 데에 성공이라도 했다면 차라리 편했을 것이다.
마왕으로서 인간에게,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다수에게 돌아가면서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율리아는 그 치욕스러운 사실을 숨기고 버티느라 몸이고 마음이고 다 무너졌었다.
나중에는 역으로 그 부분으로 인해 흑화를 하고 각성을 하게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이 실패했다, 비록 아무런 실권도 없는 이름뿐인 마왕이나 어찌 되었든 동부 마족들의 단 하나뿐인 군주이다.
어찌된 일인지 율리아가 그 일을 공론화하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 상황에서 괜히 뒤를 캐다가 정말 그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대륙 전체가 난리가 날 것이 뻔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지금 당장 조질 수도 있는데 아쉬운 거 많고 귀찮은 거 있고, 아직 제대로 못 먹은 여자들이 있어서 당장은 명줄 놔준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탈출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개 같은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머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러면서 이왕 즐길 수 있는 거 싹 다 즐기자는 마음이 강해졌다.
덤으로 눈 밖에 난 놈은 몇 번을 반복해서라도 조지는 게 낙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보내면 나머지는 네 윗대가리가 알아서 할 거다. 그러면 넌 그쪽이 보내주는 명령을 내게 그대로 가져오면 되는 거야. 이해했겠지? 리르?”
“네, 네. 이해했어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리르였다.
솔직히 클라우스 입장에서는 그녀가 명령을 가져오든 말든 딱히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다음으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그것도 다 알고 있으니까.
“좋아. 그러면 정산 시간인가.”
“…그, 그러겠죠?”
아마도 리르가 가장 원하고 또 기대했을 시간일 것이다.
사실 클라우스는 리르에게 한 가지 요구를 했었다.
바로 근처에서 머문다, 자신이 마력을 깨트리면 바로 알아차리고 창문으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율리아에게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 기척이라도 조금 흘리는 순간 바로 탈락.
율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만 해도 아웃이라는 것도 붙였다.
아직까지는 율리아의 실력이 전성기만큼 강대하다고 하지 않지만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다.
당장 전투 마법 강의 때만 봐도 빠르게 제 강의를 흡수를 하고 있지 않은가.
리르가 아무리 그림자의 일원이라고 해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율리아가 용케 그녀의 기척을 눈치 채고서 주변을 두리번거릴 수도 있음이었다.
‘하지만 율리아는 결국 눈치를 채지 못 했지. 리르가 바로 근처에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는데도, 내게 끈적한 시선을 보내고 있음에도 전혀 몰랐어.’
정리하자면, 리르라는 이 마족 여자가 꽤나 쓸모가 있다는 점, 그리고 실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가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은 버릴 필요가 없다.
그게 리르에 대한 클라우스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덤으로 꽤나 맛이 좋은 불량식품을 버리기도 좀 그렇고 말이다.
“솔직히 기대를 크게 안 했는데 제법이더군. 그림자는 그림자라는 건가.”
“치,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율리아의 실력이 우수한 편도 아니고 무엇보다 다른 거에 신경이 팔려서는 너 따위에게 신경을 쓸 틈도 없었으니까. 생각 외로 잘난 것도 아니지.”
“그, 그런….”
칭찬 한 마디에 확 기분이 좋아졌다가 또 그걸 슬쩍 깎아내리니 바로 풀이 죽는 리르다.
자칫 잘못하면 아무런 것도 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 인지, 그래서 마음을 졸이는 모양인지 그녀는 자꾸만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면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이리로.”
“네?”
“반문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클라우스 앞으로 다가온 리르는 바짝 겁을 집어먹은 듯 몸을 움츠렸다.
조교를 통해서 몸에는 극상의 쾌락에 젖어들게 해두고 정신에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극한의 두려움을 새겨두었다.
그래서 이리 클라우스 앞에만 서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촤악!-
“아…!”
“젖었네. 아주 흥건하게.”
몸은 쾌락을 갈구하면서 울어댈 수밖에 없다.
미처 리르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하의와 팬티를 한 번에 밑으로 내린 클라우스는 조금의 부드러움도 없는 거친 손길로 그녀의 음부를 들쑤셨다.
찌걱찌걱!-
“하읏! 아, 아파요…! 아응…!”
“참아.”
“응아아…! 네, 네에…! 하으응!!”
손가락 두 개를 쑥, 집어넣어서는 일부러 사납게 보지를 쑤셔준다.
그럴 때마다 리르는 아프다면서 눈물을 그렁그렁 보이면서도 입술에서는 달콤한 신음 소리를 연거푸 흘리고 있었다.
“어쩔까, 리르.”
“하읏, 하으으… 네, 네?”
“선불로 해줄까, 아니면 후불로 해줄까. 내가 시킨 일들을 잘 처리하고, 내가 원하는 답변을 가지고 오는 일말이다. 그에 대한 대가를 줘야겠지. 그러니까 말해. 선불, 아니면 후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