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5장 - 주말에는 역시
일단 첫 번째, 그냥 괴롭히는 것으로 시작해서 괴롭히는 것으로 끝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세실리가 그런 걸 좋아하는 진성 변태라고 해도 클라우스 본인에게 있어 쓸 만한 카드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시간을 할애하면서, 율리아의 눈길을 피해가면서 이럴 필요가 없다.
“왜, 왜 이러세요. 싫어요, 싫어. 다, 다 벗으라니….”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그럴 수는 없다고 중얼거리는 세실리.
그런데 정작 그녀의 손은 이미 제 겉옷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클라우스가 한 번 더 윽박지른다면 그걸 핑계로 흑흑대면서 벗겠다는 생각이다.
‘저 변태 여자가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세실리를 괴롭히는 거, 물론 클라우스 본인도 나름 즐기고 있다.
저런 여인을 앞에 두고 있으면 가학성이 일어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세실리를 괴롭히는 것이 그 이유뿐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냥 무시했을 것이다.
이렇게 괴롭히면서 뭔가를 주입하면 그걸 쏙쏙 챙겨가는 나름 천재라 괴롭혀주는 거다.
“이상한 생각 말고 당장 벗으세요. 중요한 거니까.”
“시, 싫어요. 아무리 그러셔도….”
“벗어. 더 말하게 했다가는 후회하게 만들어준다.”
세실리가 원하는대로 강하게 나가준다.
그러자 우리의 변태 마족 여인은 흐윽! 하고 울먹거리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착실하게 제 옷을 하나씩 벗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싫은 거라면 도망을 치든, 더 강하게 거부를 하든 뭐라도 해야 하는데 이 여자는 연기도 서툴러서는 미끼를 아주 그냥 덥석 덥석 물고 있는 중이었다.
“소, 속옷도 전부….”
“다 벗으라고. 귀라도 먹었나?”
살벌한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리면서 클라우스가 그녀의 속옷을 거칠게 잡아챘다.
그리고는 힘을 줘서 잡아 뜯어버리니 곧 세실리의 예쁜 가슴을 가리고 있던 천들이 천 쪼가리가 되어서는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아아, 아아아….”
“밑에 것도 이리 해주랴. 네가 알아서 벗어라.”
그 말에 세실리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팬티를 잡고서는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러자 긴 은빛의 실이 잠시 늘어지다가 이내 톡, 하고 끊어지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리르가 클라우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면서 무지하게 흥분한 모양이었다.
“흐으, 흐으으….”
제 팔과 손으로 가슴과 음부를 가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족 여인.
그 가녀린 몸짓에 여인을 보호해주고 싶다는 마음과, 그 반대 작용으로 저 여자에 대한 가학 욕구가 점점 짙어진다.
“흐음.”
잠시 세실리의 나신을 샅샅이 훑어보는 클라우스.
남자의 노골적인 눈빛에 세실리는 몸을 떨었는데 그게 단순히 부끄러워서, 혹은 치욕스러워서가 아니라 묘한 쾌감이 자꾸만 차올라서, 그로 인해 어찌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세실리의 입술 사이로 조그마하지만 분명 달뜬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딱히 애무를 해준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흥분해서는 발정 난 암컷마냥 반응을 보인다.
단순히 육체의 고통만으로 쾌락을 얻는 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고통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가져가는, 정말이지 진성 변태라고 할 수 있었다.
“세실리 생도.”
“흐으, 흐으으….”
“세실리 생도!”
“네, 네. 클라우스 교수님.”
“솔직히 말해보세요.”
“어, 어떤 걸….”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는 눈동자, 그러나 그 안에 머물고 있는 눈빛은 뭔가를 잔뜩 기대한 여인의 것, 그리고 얼른 더 괴롭혀달라는 열망을 담은 것.
하지만 클라우스는 그녀가 원하는 걸 매번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전부터 말했듯이, 자신이 그녀를 이렇게 괴롭혀주는 건 단순히 그녀의 반응과 육체를 즐기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검. 제대로 잡아본 적 없죠.”
“…네?”
“몸 상태를 보아하니 깔끔해도 너무 깔끔하군요. 손에 굳은살도 하나 안 보이고, 그냥 매일 마법 수련을 하던 여인의 몸. 딱 그런 상태네요.”
“어어….”
클라우스의 말에 세실리는 반사적으로 제 가슴과 음부를 가리고 있던 팔을 풀어내고서는 제 몸을 천천히 살펴본다.
옷을 벗으라는 게 혹 지금과 같이, 더 정확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단 건가? 라는 의문이 얼굴에 가득했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니지.’
기본적인 검술 훈련이 되어 있는 것과 아예 검을 잡아본 적이 없는 것.
그 둘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존재하고, 그걸 세실리도 대충은 알고 있다.
해서 클라우스의 말에 저렇게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런 목적으로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벗겼다면 당연히 무리수다.
거추장스러운 옷들은 치워낸다고 해도 속옷까지 벗으라고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네 신체 상태를 살핀다는 전체적이고 나름 합리적인 이유 하에 그 안에 그녀를 위한 부끄러움과 클라우스 본인을 위한 나름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한 방법.
그런 이유로 옷을 전부 벗으라고 한 것이었다.
‘진실과 거짓이 적절히 섞여있으면 누구든 그게 옳은 것이라고 믿으니까. 이용하기 쉽지.’
아직 세실리는 제 성적 취향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다.
그런데 본능적으로는, 그리고 육체는 그걸 또 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그녀 스스로가 무너져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편이 좋다.
클라우스는 그걸 노리고서 세실리 본인도 모르는 사이 ‘너는 사실 이런 걸 좋아하는 변태다.’ 라는 부분을 천천히 주입하고 있는 중이었다.
“소, 솔직히 말하자면… 아카데미에 오기 전에 잠깐 잡아본 게 전부에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동안은 옷에 가려져서 신체 상태를 알 수가 없었기에 예상만 했었는데 사실이었군요. 그러니 대련이 그냥 가벼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그렇게 말하면서 클라우스는 조금 더 노골적인 눈빛으로 세실리의 나신을 살폈다.
가슴으로는 공동 1위라는 나타샤, 그 자체로 완벽한 율리아보다 작은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하다못해 장난감으로 잘 가지고 놀고 있는 리르보다도 가슴이 작았다.
세실리 역시 성인이기는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농익은 과실이라기보다는 아직 풋풋한 맛이 있는 그런 여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가슴이 살짝 작은 게 흠이긴 하지만 그걸 그 마조 성향으로 채우는 여자. 비명으로 그렇게 남자 흥분시키는 여자는 아마 세실리가 최고지 않을까 싶다.’
한편, 클라우스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세실리는 다시 한 번 두 손으로 몸을 가렸다.
부끄럽다, 남자 앞에서 치욕스럽다, 당장이라도 자리에 주저앉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저 남자는 자신의 몸을 살피면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고 있다.
사심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은가.
바로 그 부분 덕분에 세실리는 스스로에게 핑계거리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도망치지 않는 것, 이 부끄러운 상황에서도 계속 저 남자 앞에 발가벗은 채로 서있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는 남자의 요청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절대 자신이 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게 즐거운 게 아니라고 말이다.
“받으세요. 세실리 생도.”
“네? 아!”
클라우스가 제 책상 옆에 놓여있던 목검을 던졌다.
그걸 잡아 챈 세실리는 황망한 시선으로 클라우스를 바라보았다.
설마 정말 여기서 대련을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이걸 왜 준 것일까.
“일단 그거 쥐고, 그동안 배운 대로 한 번 휘둘러보세요. 찌르기든 베기든 뭐든 좋습니다. 평소 당신이 연습할 때처럼 동작을 취해보세요.”
“에….”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동작을 취하면 가슴이고 음부고 전부 드러날 것이다.
특히 지금도 촉촉이 젖은 보지가 느껴지는 마당에 그렇게 격한 움직임을 하다보면 분명 끈적한 액체가 다리를 타고 흐를 게 뻔했다.
“얼른요.”
하지만 클라우스의 표정이 워낙 진지해서, 그리고 스스로에게 핑계가 필요했기에.
세실리는 그런 부끄러움을 참아내고서 클라우스가 내어준 목검을 쥐고 그걸 크게 휘둘렀다.
휘익!-
“…이번에는 찌르기로.”
“네, 네.”
휙!-
검을 몇 번 잡아보지 않았다는 말 치고는 나쁘지 않다.
당장 끝이 흔들리지 않고 꽤 정확하게 한 지점으로 찔러 들어갔으니까.
하지만 클라우스의 표정은 오히려 더 굳어졌다.
세실리도 그걸 알아차리고는 슬그머니 검을 내리고서 뭔가 잘못되었냐는 뜻으로 걱정스레 그를 쳐다보았다.
“세실리 생도.”
“네, 네. 교수님.”
“이번에는 동작을 더 넣어보세요. 사선으로 두 번 베고, 앞으로 찌르고, 다시 크게 휘두르기로. 여기서 하나, 처음 두 번의 베기는 조공, 찌르기는 허수, 마지막 베는 일격이 주공입니다. 상대방이 세실리 생도의 찌르기 공격을 막는 순간 그 검을 통째로 돌리면서 적의 가슴이나 목을 단칼에 벤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정도까지는 해낼 수 있겠죠?”
“어… 네, 네. 해볼게요. 거기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한 세실리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집중한 모습으로 검을 휘둘렀다.
여전히 클라우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부끄럽다는 기운을 다 떨치지는 못 했지만, 아직은 제대로 남아있는 이성이 애써 그녀의 성적 취향을 억누르면서 할 일에나 집중하라고 외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핫! 흣!”
휙! 휙! 슈욱!- 후우웅!-
두 번의 사선으로 베는 공격, 그리고 속임수로서 던지는 찌르기.
마지막으로 적의 방어를 분쇄함과 동시에 그대로 치명상을 입히고 들어가는 결정타.
언뜻 보면 세실리의 동작은 검술에 대해 무지하다고 할 수 있는 이답지 않게 꽤나 괜찮다고 할 수 있었다.
휘둘러지는 검이나 그 검을 쥔 팔의 동작만 보자면 말이다.
“세실리 생도.”
“네.”
“내가 뭐라고 했죠.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공격은 조공이고, 그 다음 찌르기는 분명 허수. 즉 속임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네, 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런 느낌으로 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한숨을 내뱉은 클라우스가 세실리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그녀의 옆에 바짝 붙으니 발가벗은 마족 여인이 흠칫 놀라서는 떨어지려고 한다.
“다시 한 번 동작을 해보세요. 이번에는 천천히, 하나하나씩.”
“네, 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것인지 세실리는 전보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베고, 찌르고, 다시 한 번 베어 내린다.
세실리 입장에서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동작이었지만, 정작 클라우스의 표정은 전보다 훨씬 더 굳어 있었다.
“세실리 생도. 방금 전 동작. 찌르기 할 때. 그 자세를 잡아보세요.”
그 말에 세실리는 클라우스의 눈치를 보면서 목검을 앞으로 뻗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자연스레 가슴이 흔들리고 다리가 벌어지며 여인의 가장 은밀한 곳이 드러나기까지 했지만 이제 와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세실리가 자세를 잡고서 이제 되었냐는 뜻으로 클라우스를 바라본다.
“후우.”
한숨을 내뱉은 클라우스는 몸을 돌려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 위에 놓여 있던, 남부 사령관 시절 가끔 쓰곤 했던 얇은 지휘봉을 붙잡았다.
찰싹!-
“히읏?!”
갑자기 허벅지 안쪽에서 전해지는 따끔한 고통, 짜릿한 감각에 세실리가 화들짝 놀란다.
클라우스의 손에 들린 얇은 지휘봉이 세실리의 가장 연약한 부위를 그대로 때린 것이었다.
“지금 장난합니까?”
“그, 그게 무슨 말씀….”
찰싹!-
“하으윽?!”
이번에는 엉덩이에 전해지는 또 한 번의 고통.
세실리는 아으으, 하고 신음을 흘리면서 비틀거렸다.
얇기는 하지만 꽤나 단단한 강도를 지닌 지휘봉이었기에, 그리고 현재 세실리는 몸 위에 그 어떤 옷도 걸치지 않았기에 따끔한 감각이 몇 배는 더 진하고 확실하게 다가왔다.
“분명 허수라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공격, 당신의 반격을 위한 노림수. 그런 상황인데 이리 다리가 앞으로 나가면 진짜 공격을 할 때 몸을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쿡쿡-.
지휘봉 끝으로 세실리의 허벅지 안쪽을 강하게 찔러대는 클라우스였다.
덕분에 마족 여인은 다시금 몸을 바르르 떨면서 다리에서 전해지는 생경한 감각에 두 눈을 꼭 감은 채 그걸 받아들였다, 정확히는 즐기고 있었다.
“공격을 위해 검을 휘두르기 전 어깨가 먼저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어깨를 움직이는 건 상체이고, 상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다리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공격은 검에서, 손에서, 팔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발의 움직임, 발끝이 어디로 향하는가. 그게 중요하단 말입니다.”
찰싹-.
이번에는 전보다 조금 약한 강도로 허벅지 바깥쪽을 때리는 클라우스.
그러자 세실리는 히읏! 하고 작게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눈동자에서 아쉽다는 기색을 다 지우지 못 했다.
“다시. 다시 해보세요. 기초가 이리 없으니 한 두 번이야 운 좋게 막아도 그 이후가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클라우스의 날카로운 지적에 세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을 채워가고 있다는 그런 부분도 좋았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두려울 정도로 강한 남자가 제 옆에 서서, 자신의 알몸을 그대로 훑으며 손에 들린 지휘봉으로 자신의 몸을 채찍질 할 때였다.
“그게 아닙니다. 지금 발을 그리 위치하면 그 다음은 어쩔 겁니까!”
찰싹!-
“더 빠르게 움직이세요! 더 빠르게!”
찰싹, 찰싹!-.
남자의 고함 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찰싹거리는 소리도 점점 더 많아졌다.
그리고 그에 맞춰 점점 더 노골적으로 색스러워지는 여인의 숨소리는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