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5장 - 주말에는 역시 (66/341)



〈 66화 〉5장 - 주말에는 역시

‘쓰레기.’
‘아아….’
‘당신은 쓰레기입니다. 기대 이하라던가, 실망했다던가 뭐 그런 말도 아까울 정도군요.’



퍼억!-


남자의 억센 발이 그대로 여인의 배에 작렬한다.
 일격에 정확히 가격당한 이가 ‘커억!’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이미 완벽하게 제압된 상태가 되었는데도 남자의 폭행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형편없다는 말로는 부족했나? 멍청한 년. 그래서 레블랑 가문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어?’
‘흑! 끄윽!’
‘네년이 그 가문의 일원이라는  치욕이다. 나와 싸웠던 그 어떤 레블랑의 마족도 너보다는 나았어. 한심스러운 것. 차라리 죽어라, 죽어!’




퍼억! 퍽! 퍽!-

한동안 계속되던 구타는, 마지막 날아든 발길질이 그대로 여인의 머리통을 가격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



잠자리에서 무척이나 다급하게 일어나는, 검은 머리의 마족 여인.
얼굴은 물론이고 몸에서도 땀이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모든 게 꿈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이제는 하다하다 꿈에서까지 이러고 있다.
남부의 악마, 마족들조차 인정한 전쟁 영웅, 그리고 자신의 전투 마법 강의 교수.
클라우스가 자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실력을 논하는 것 말이다.




“뭐 이런 괴상한 꿈이 다 있어.”

이마를 짚은 채 막 침대를 벗어나려고 하던 세실리는 문득 제 팬티가 축축하다는  느꼈다.


슬쩍 팬티를 벌리고  음부를 확인한 그녀는 잔뜩 흘러나온 애액으로 인해 속옷이 완전히 젖어있음을 깨닫고는 황망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뭐, 뭐야.’



차라리 오줌이라도 지렸다면 또 모르겠다.
그만큼 남부의 악마가 주는 두려움과 공포는 대단한 것이었으니까.
당장 마족 생도들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클라우스를 피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무척 당황한 세실리가 막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탕탕탕!-



“대련 한 번 하죠, 세실리 생도!”
“엄마야!”


우당탕!!-

화들짝 놀란 세실리가 당황해서는 허우적거리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침대 위로 넘어지지도  하고 이상한 곳에 걸쳐 쓰러지는 바람에 꽤나 세게 엉덩방아를 찧었는지 세실리의 눈가에 눈물이 찔끔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우우….”


아프다, 너무 아프다! 엉덩이에서부터 전해지는 화끈한 감각에 세실리가 바르르 몸을 떤다.
그런데 딱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방금 전 들린 목소리의 주인공이 반가울 뿐이었다.




“클라우스 교수님?”
“뭐합니까! 어제는 아침부터 찾아와서는 대련하자고 들덤비더니 이제 와서 꼬리 내리고 도망가는 겁니까! 당장 나오세요!”


다른 곳도 아니고 마족 생도들이 몰려있는 건물이다.
그 가운데에서 꼬리 내렸다, 도망쳤다, 뭐 이런 말들은 절대 넘어갈 수 없는 민감한 부분.

세실리도 다르지 않았기에 그녀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대충 위에 생도복 코트를 걸치고서 슬쩍 문을 열었다.



“가, 갑자기 찾아오셔서 놀라서 그랬어요. 그보다 갑자기 대련이라니….”
“세실리 생도만 신청 가능하고 나는 뭐 불가능 합니까? 대련도 오고가는 법이죠. 어제는 세실리 생도가 내게 신청했으니 오늘은 내가 당신에게 신청합니다. 물론 결과는 어제와 똑같겠지만 그래도 과정이 조금 다를 거라고 기대하는 중인데 말이죠.”
“어, 저. 그게 제가 아직 준비를  해서…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세실리 생도는 전쟁터에서 적한테 준비  끝나고 싸우자,  이렇게 말할 생각입니까?”
“네?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당신이 도전하는 상대가 역으로 당신에게 도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는 모양이군요.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항상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기가 무슨 전쟁터도 아니고 아카데미인데 무슨 준비냐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지금 클라우스가 하는 말이나 행동은 순 억지 아니냐고 말이다.

그런 질문들이 날아온다면, 클라우스는 당당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할 생각이다.


‘그거 맞아. 억지 부리는 거 맞다고.’

세실리는 논리적이든 비논리적이든 일단 깔아뭉개주는  좋아한다.
단순히 육체적으로 느끼는 고통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가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에도 두근거림을 느끼는 진성 변태 마족 여자였던 것이다.


이런 여자 앞에서 뭐 논리적으로 공격하는 건 시간 낭비에 제 손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말이나 막 던져서 찌르는 게 훨씬 좋다.
어차피 세실리는 그게 뭐가 되었든 겉으로는 ‘흐극흐극!’ 하면서도 속으로는 ‘헤헤헤헤!’ 하고 웃고 있을 테니 말이다.




‘조금  괴롭혀볼까.’

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클라우스는 들고 있던 목검으로 세실리의 배를 쿡쿡 찔렀다.
덕분에 급히 걸쳐두었던 생도복 상의가 옆으로 살짝 흘러내리고 아래에 걸치고 있던 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심지어 축축이 젖어서는 색이 다 변한 상태였는데 말이다.




그 순간 살짝 몸을 틀어서 다른 마족 생도들의 시야는 가리는 클라우스였다.

부끄러운 꼴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걸 걸고 넘어져서는 거칠게 몰아붙일 생각이었지만 다른 이들의 눈요깃거리가 되는 꼴은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율리아가 그렇고 나타샤가 그리 하듯,  여자도 무조건 자신만이 가지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제대로 30회차를 즐겨보겠다는 그의 마인드라 할  있었다.

“어이가 없군요.”
“아, 아아!”
“상태가 영 아닙니다. 심지어 보아하니….”

클라우스의 눈길이 하반신으로 향하자 세실리가 다급히 두 손으로 가랑이 사이를 가린다.
단순히 속옷 때문이 아니라 밝은색 계열의 팬티가 젖어서는 색이 변한  문제였다.
 정도면 눈앞의 남자가 보지 못 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하는 세실리.

하지만 클라우스는 이미  거 다 보고,  거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남자가 뒤로 살짝 물러서서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다.
그리고는  앞에 서있는 마족 여인만 들을  있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줌을 싸든, 아니면 자위를 하든 뭐 세실리 생도 마음이겠죠. 이해하겠습니다.”
“아, 아아…. 아아아!!”
“이해할 테니 얼른 들어가서 대충 걸치고 나오세요.”


동경하는 이 앞에서, 동경하던 이로서 보일 수 있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얼마나 기가 막힐까, 얼마나 천하게 보였을까! 얼마나 실망했을까!



“클라우스 교수님. 이, 이건….”
“됐습니다. 딱히 신경 안 씁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세실리 생도와 대련을 하겠다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너무 쉽게 다룬 느낌이 들어서요. 얼른 준비해서 나오세요.”

거칠게 몰아붙이는 클라우스의 외침에 화들짝 놀란 세실리가 후다닥 안으로 들어간다.
전혀 예상치   때에 전혀 예상치  한 이를 만나고 말았다.
심지어 가장 추한 꼴을 보였으니 이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아, 하아….”


미처 속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얼굴에   번 뿌릴 시간도 없이 대충 옷만 걸치면서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세실리.
심장이 터질  쿵쾅거리는 것이 처음에는 워낙 놀라서, 그리고 엄청나게 당황해서는 그러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놀랐다거나, 당황해서가 아니라.
기분이 묘해져서, 더 솔직히 말하자면 무척이나 흥분해서 그러는 것이었다.

클라우스는 당연히 알고 있는 부분, 그러나 세실리는 아직 자각하지 못 하는 부분이었다.

“느려 터졌군요.”


세실리가 들어간 지 3분도  지나지 않았다.
 짧은 순간에 대련에서 입을 복장을 전부 완벽하게 갖추고 머리까지 한 번 손질하고 나왔으니 이건 느린 게 아니라 빨라도 엄청나게 빠른 것이었다.

하지만 클라우스는 그딴 건 전혀 상관치 않는다는 듯 차가운 어조로 그리 말할 뿐이었다.

두 눈동자에는 시퍼런 안광을 띠고 있었는데  안에는 실망감과 조롱으로 가득한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상태였다.



“죄, 죄송해요. 교수님.”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는, 그것도 주중도 아니고 주말에 쳐들어 와서는.
거의 행패라고 봐도 무방할 일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반항은 고사하고 오히려 사과를 하고 있는 세실리였다.

전혀 사과할 것이 없음에도, 설사 있다고 해도 한 번 정도는 가문의 위세를 빌려서라도 대들 수 있을 정도의 여인인 세실리임에도 그럴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콩닥콩닥-.

그녀는 다만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제하느라 바쁠 뿐이었다.

‘너도  한결 같구나. 세실리 레블랑.’



조금만 찔러줘도 흥분해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변태 마족.
그런 여자가 왜 여태까지 아무런 것도 모른 채로 이리  지낼 수 있었느냐고?
마족, 그 중에서도 최고의 가문  하나라는 레블랑 가문의 직계.
세실리는 심지어 그 자식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예쁨을 받는다는 막내딸이다.

동부 마족 가문, 레블랑 가의 막내딸인 세실리 레블랑.
과연 그런 여자를 어떤 이가 이리도 몰아붙이면서 모욕을 하고 면박을 주며 치욕을 안겨주고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게 할 수가 있겠는가!

‘몇 회차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확실한 건 우연히 이 여자를 붙잡아서 고문하다보니 진성 변태 마족임을 알게 되었었지.’



그 당시에 어떤 고문을 했더라? 반복되는 회차 속에서 점점 인간성을 상실하고 있었기에 꽤나 비참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분명 줄에 뭔가를 달아서 뭘 어떻게 했던 것 같은데, 도통 그 때가 떠오르지를 않는다.
잠시 그  일에 대해서 고민하던 사이 클라우스는 대련장에 다다르게 되었다.



“준비는 되었나요?”
“네, 네.”

잠시 어정쩡한 자세를 하고 있던 세릴리.
제대로 씻지도 못 했고 여전히 축축한 게 느껴지는 속옷도 영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세실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라고   있는 상황.
그러나 클라우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세실리를 최대한 괴롭혀서 여태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했을 그런 치욕을 주어 완전히 망가트릴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다른 여자들도 물론 그렇지만 세실리는 더욱 빠르게 꺾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조만간 율리아의 숙부 놈이 움직일 텐데 그 남자의 강력한 지지자인 레블랑의 가주가  뜻을 세실리에게 전하고 그로 인해서 율리아와 세실리 사이가 틀어지면 곤란하거든.’


만에 하나 일이 정말로 그런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 때부터는 단순히  남자를 사이에 둔 여인들의 캣 파이트가 아니게 된다.
제 자리를 지키려는 왕과, 역성 혁명을 도모하는 세력의 일원으로서 나누는 혈전이 된다.


어차피 숙부 놈이나 레블랑 가주가 그를 따르는 건 막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세실리를 빠르게 밑으로 두어서 설사 제 가문,  아비의 뜻이라고 해도 바로 거부하고서 클라우스 본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두어야 했다.


“그러면 슬슬 해볼까요. 세실리 생도?”
“네. 준비되었어요.”

비록 예상치 못 한 때에 끌려오기는 했으나 세실리는 바로 투지를 불태웠다.
어제 밤을 새가면서 준비한 것이 있으니 그것을 한 번 사용해볼 생각에 기대를 하는 모양.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태까지의 모든 대련은 클라우스에게 있어서 그저 애들 장난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것들이었다.

“허면 공격해볼 테니, 대비해보세요.”


여전히 검을 잡고 있는 자세가 영 엉거주춤하기는 했으나, 이전과 비교하자면 훨씬 나아진 모습의 세실 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무언의 신호가 떨어졌을 때.


‘…어?’



세실리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클라우스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그나마 천부적인 마력 제어 재능으로 인해 그의 마력이 일순간 가까워졌음을 감지해내서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끝까지 모를 뻔 했다.



퍼억!-

“꺄흑!”



물론, 큰일은 이미 터졌지만 말이다.

마치 허벅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세실리가 참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는다.
그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목검의 손잡이 부분이 그대로 그녀의 등판을 강타했다.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히는 충격에 세실리가 허우적대는 찰나 이번에는 정확히 배로 클라우스의 니킥이 작렬했다.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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