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5장 - 주말에는 역시
“앙! 앙! 조아앙! 더, 더 깊이! 더 세게! 찔러주세요! 찔러주세요!!”
“너무 보채지 마, 나타샤. 이미 충분히 세게 찌르고 있는데.”
“흐앙! 죄, 죄송해요! 하앙! 하, 하지만!! 너, 너무 좋아아!!”
클라우스를 끌어안은 채 열심히 엉덩이를 흔드는 나타샤.
물속에서 즐기는 자지의 맛에 그야말로 푹 빠져버린 여인이었다.
이미 한바탕 거하게 즐기고 보지 물과 정액으로 더럽혀진 물을 다 버리고 새 물을 받았건만.
남자의 품에 안겨 있던 요정 여인이 그 틈을 못 참고 또 발정해버렸다.
결국 클라우스와 나타샤는 욕탕 안의 물을 세 번이나 새로 받아야 했다.
그리고서 나타샤가 완전이 지쳐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 할 정도가 되서야 겨우 몸을 다 씻고 욕실을 나올 수 있었다.
“흐응… 흐으응….”
“너무 밝히는 거 아닌가? 여기서 이제 그만 흘려도 될 때가 되었는데.”
샤워를 다 끝내고서 여인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던 클라우스는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그렇게나 섹스를 했음에도 수건이 음부 쪽을 스치고 지나가자 보지가 금방 젖어서는 당장이라도 안아달라고 앙앙거릴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은 것이었다.
“그, 그만 할 거예요. 클라우스 교수님이 충분하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다행히도 이제 나타샤는 완벽하게 클라우스에게로 넘어왔다.
여전히 다른 이들 앞에서는 도도하기 짝이 없는, 제 잘난 맛에 사는 요정일 테지만 최소한 클라우스 앞에서만큼은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난, 의지하고 싶어 몸이 달은 여인일 뿐이었다.
이것으로 벨라루스 쪽을 통하여 요정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길이 열린 셈이니 클라우스는 속으로 되었다! 라고 소리를 질렀다.
“흣챠.”
“아아….”
완전히 허물어진 여인은 끝까지 무너트리는 편이 좋다.
욕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처럼, 이번에도 역시 공주님 안기 자세로 나타샤를 안아준다.
이전과는 달리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던 요정 여인은 곧 행복해 죽겠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제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문대었다.
“…이제 정말, 저는 교수님의 여자인 거죠?”
침대 위에 사뿐하게 내려놓으니 나타샤는 바로 클라우스의 목에 팔을 두르고서는 당장이라도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목소리, 눈빛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유혹하는 게 아니라 이미 완전히 이성에게 넘어간 상태.
당신을 내 남자로 삼아 이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의 여인이 되어 원하는 대로 이용 당해주고 움직여주겠다는 속마음이 가득 깃든 말이었다.
“그렇다고 해둘게요, 나타샤 생도. 하지만 알아둘 게 하나 있어요.”
“알아둘 것이요?”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기는 좀 그렇지만, 원래 능력 있는 남자는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법이고 구애도 많이 받는 법이죠.”
“아….”
“혹여나 그런 장면을 본다고 해도 놀라지 말라는 말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나타샤에게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이유.
나타샤는 율리아처럼 소유욕, 내지는 독점욕으로 번들거리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보다 훨씬 더 대단한 존재에게 기대고 싶다는 욕구, 즉 의존 성향이 강해서 그런 것이었다.
어차피 이 요정 여인은 딱히 다른 여인들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나타샤에게 있어 중요한 건 그냥 클라우스의 옆에 자신이 있을 수 있다, 오직 그 뿐이다.
“…대충 예상은 했어요.”
그리고 클라우스의 예상대로, 그리고 회차를 반복했던 경험대로.
나타샤는 크게 마음쓰지 않는다는 듯 작게 고개만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다만 클라우스 교수님이 저를 지금처럼 대해주시면 좋겠어요. 욕심 부릴 생각은 없어요. 교수님 옆에 머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하니까요.”
요정 여인이 그리 속삭이면서 다시금 제 볼을 남자의 가슴에 부비적거린다.
마치 완전히 길들여진 고양이가 제 냄새를 한가득 묻혀놓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남자는 이제 완벽히 제 것이 된 여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다른 이들 앞에서는 여전히 사나운 살쾡이겠지만, 자신 앞에서만큼은 순하디 순한 집냥이가 되었으니 어찌 예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보다, 마력 제어는 좀 어떤가요. 이제 많이 익숙해졌나요?”
“덕분에요. 이전까지는 검을 휘두르던 와중에 마법을 쓰려고 하면 바로 부서져 내리면서 도저히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이제는 가능하더라고요.”
“다행이네요. 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는 않을 거라 믿겠습니다, 나타샤 생도.”
당연한 말이라는 듯 나타샤가 고개를 끄덕인다.
클라우스 덕분에 마력을 돌리는 게 한층 쉬워졌다고 하지만 해봤자 다른 요정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간신히 올라간 것이었다.
이 이상은 클라우스도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부분, 나타샤의 한계치라고 볼 수 있었다.
“저… 클라우스 교수님.”
슬슬 나갈 채비를 하던 클라우스를 침대 위에 앉아서 가만히 바라보던 나타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이 질문을 해도 될까, 그냥 하지 말까 무척 망설이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클라우스는 제 뒤의 요정이 무슨 질문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다만 기다려주었고, 그런 남자의 반응에 용기를 얻은 여인이 마침내 입을 연다.
“율리아 아그네사. 그러니까… 마왕… 과는, 무슨 관계세요?”
“무슨 말이죠?”
“뭐라고 해야 할까. 왠지 모르게 그 여자와 교수님이 묘하게 가까운 듯 해서요.”
나타샤의 말에 클라우스는 한동안 말없이 요정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리 사납지 않은 눈길이었지만 민감한 질문을 던진 나타샤 입장에서는 그 침묵마저도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것.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급해진 나타샤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을 일으켜서는 바로 클라우스에게 날아들었다.
그리고는 품에 안겨서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면서 절대 아니라는 뜻을 내비친다.
“아! 저, 절대 교수님에게 무슨 불만을 말한다거나 다른 의도로 한 질문이 아니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 저는 그냥….”
“걱정되겠죠. 한때 마족과 싸워서 명성을 얻은 이가 그 마족들의 군주인 여인과 가까운 사이가 된다면 어떻게든 나를 깔아뭉개려고 하는 인간 귀족들이 옳다구나 하고 사방에서 몰려들어서는 나를 물어뜯을 테니까. 그렇죠?”
제 마음을 남자가 바로 알아주자 나타샤는 안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의심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뱉은 여인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서는 입술을 떼었다.
“인간 귀족 따위가 교수님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꼴 절대 못 봐요. 혹 그런 짓을 한다면….”
그리도 순종적이던 나타샤의 눈동자에서 살의가 번뜩이며 스쳐지나간다.
정말 그런 짓을 한다면 제 명예를 걸고 반드시 죽여 없애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여린 모습을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의지하고 싶은 남자에게만 보이는 것.
다른 이들 앞에서는 여전히 칼날같이 날카롭고 얼음같이 차가운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그러니 괜한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이 여인을 안심시켜두어야 했다.
자신에게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는 나타샤로서는 그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따를 테니까.
일단 조용히 지내라고 한다면 제 앞에서 설사 클라우스의 욕을 한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참아낼 것이었다.
물론 그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그 욕을 한 자의 혀를 잘라낼 테지만 말이다.
“걱정 마요.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리 움직이는 거니까.”
“…교수님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런 거겠죠.”
“혹시 궁금하지는 않나요? 원한다면 말해줄게요, 나타샤 생도.”
클라우스의 말에 움찔 몸을 떠는 나타샤였다.
욕심내지 않겠다고, 감히 독점할 생각이 없다고 말은 했지만 결국 나타샤도 여인이다.
한 번 마음에 들인 남자는 오롯이 자신만이 안고 싶은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금이나마 부탁을 한다면 이 남자가 들어주지는 않을까.
이리도 대단한 남자이니 더 많은 여인들이 주변에 몰려들 수밖에 없을 테지만 되도록 제 얼굴을 몇 번은 떠올려주면서 참아달라고 말해볼까, 그런 마음이 고개를 치켜든다.
“…아니요.”
하지만 나타샤는 그 유혹을 뿌리쳤다.
천천히 고개를 젓고서는 딱히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같은 위치에서 같은 눈높이로 있기보다는 스스로 아래에 있기를 청한 것이었다.
“저는 괜찮아요. 교수님이 원하신다면 제게 말씀해주시는 거고, 원하시지 않는다면 저는 듣지 않을 거예요. 그러고 싶어요. 허락해주실 거죠?”
확실히 의존성향이 꽤나 심한 여인답게 딱히 제 마음대로 뭘 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한바탕 진하게 박아주고 싶도록 하는 요정이었다.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진작 알고 있었던 클라우스는 뽀얀 피부가 매력적인, 발가벗은 여인을 안아서는 침대 옆에 있던 의자에 앉혀두었다.
그 후 침대보와 이불을 걷어내고는 다른 새 것들을 꺼내서 펼쳐주었다.
“교수님?”
“누워요, 나타샤 생도.”
이제야 아침 해가 떴고, 당연한 말이지만 오늘도 역시나 쉬는 날이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새벽까지 남자에게 시달린 나타샤이니 푹 쉬는 편이 좋을 것이었다.
“몸도 깨끗하게 씻었고, 침대 이불도 새로 갈았으니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겠네요. 어제 너무 열심히 내 강의를 들어서 아직도 피곤할 텐데 얼른요.”
“하, 하지만 교수님은….”
“주말이라고 해서 다 쉬는 건 아니랍니다. 때로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법이에요.”
당장 오늘 안으로 세실리도 본격적으로 비틀어줄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율리아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올 테니 아직 마왕님이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있는 동안에 빠르게 그 마조 여인에게도 불길을 붙여두어야 했다.
“오늘 하루 푹 쉬고, 내일 강의에 지장 없도록 하세요. 알겠나요, 나타샤 생도?”
“…네. 그럴 게요, 클라우스 교수님.”
이불을 끌어올려주고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니 나타샤가 얌전히 두 눈을 감는다.
아마 이 모습을 다른 인간들이나 요정들이 본다면 기절초풍하지 않을까 싶다.
남자에게, 심지어 인간에게 이리 복종하는 모습을 보이는 요정이라니.
적들에게 포로로 잡히면 혀를 깨물고 자결을 하는 이가 대부분이라는 종족이 그 고귀한 자태는, 드높은 자존심은 어디로 버린 것인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도도하기 짝이 없던 요정을 며칠 사이에 순종적인 여인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 클라우스는 조용히 나타샤의 방을 나섰다.
이제 그 다음으로, 지금쯤 한창 늦잠에 빠져 있을 마족 여인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원래라면 주말이고 뭐고 없이 세실리가 찾아와야 했지만, 어제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움직임을 해보느라 늦은 새벽까지 깨어 있었지. 그러다가 지금은 자신도 모르게 아주 푹 늦잠까지 자고 있는 중이고 말이야.’
세실리가 늦잠을 자고 있었기에 클라우스도 마음 놓고 나타샤의 방에서 지낸 것이었다.
다른 교수들과 비교 불가능으로 무시무시한 자신이니 함부로 문을 두드릴 이는 없고, 율리아는 주말 내내 부끄러움을 참아내느라 이불킥을 시전하고 있을 테고.
나타샤는 지금 막 재웠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을 것이었다.
물론 리르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클라우스가 부르지 않는 이상 절대 먼저 움직일 여인이 아니기에 따로 신경을 쓸 게 없었다.
다만 아주 듬뿍 미약을 발라주고 조교까지 해두었으니 언제 한 번 불러서 속살을 헤집어주지 않는다면 발정 난 암캐처럼 어쩔 줄 몰라할 것이 뻔했기에 계속 둘 수는 없을 것이었다.
“억.”
“남부의 악마다.”
마족 생도들이 머무는 건물로 향하니 마족 생도들이 클라우스를 알아본다.
몇몇은 공포제 질린 얼굴을 하고, 또 몇몇은 은근한 적의를 품은 표정을 해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도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마치 전설 속의 영웅을 직접 마주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인간 귀족 놈들은 제발 저놈 언제 죽나, 언제 한 번 반란 안 일으켜주나, 뭐 그딴 눈빛을 했었는데. 저런 경외의 눈길을 보내는 녀석들이 죄다 마족 측 귀족들의 자제들이라니. 참 아이러니하군. 염병할 인간 귀족 새끼들.’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면서, 그러나 겉으로는 저들이 생각하던 남부의 악마로 걸으면서.
클라우스는 마족 생도들의 시선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한 채 세실리의 방으로 향했다.
마침내 그 앞에 다다른 클라우스는, 이 방의 주인이 제게로 찾아와서 으레 던지곤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탕탕탕!-
“대련 한 번 하죠, 세실리 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