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5장 - 주말에는 역시 (63/341)



〈 63화 〉5장 - 주말에는 역시

멍하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본다.

원래대로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 창이나 검 따위를 휘두르며 몸을 단련했을 것이다.
마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 하는 자신으로서, 요정임에도 마법에 능숙하지 못 한 요정 가문의 일원으로서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뭔가 특출한 것이 필요했다.



다행히 자신은 창이나  따위를 휘두르는 것에 능했다.
비록 다른 요정들은 그마저도 특이하다고 보거나 심하게는 천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나타샤에게는 그게 유일한 길이었다.

당장 한창 진행되고 있는 대륙 전쟁에서 고작 인간 남자 따위가 공을 세우고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창이나 검을 쓰는 요정으로서 왜 성공치 못 하겠는가, 그리 생각했었다.

“뭘 그리  놓고 있냐.”




자신의 방에서 절대 들려서는 안  남자의 목소리.

하지만 나타샤는 화들짝 놀란다거나 하는 바보 같은 반응은 일체 보이지 않았다.
어제 있었던 일들이 꿈이 아님을, 모두가 또렷한 현실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교수님.”
“의외네.”
“네?”
“막 꿈이라도 꾸는 건가 싶어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거나, 그게 아니면 꺄악! 하고 소리라도 지를 줄 알았거든. 내가 아는 요정 여인이라면 응당 그리 할 텐데.”



클라우스가 그리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덕분에 나타샤는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몸을 섞었던 남자의 모습을 비로소, 이성을 유지한 채 제대로  수 있었다.


“헉….”

상처투성이, 라는 말 따위로는 부족할 지경이었다.
어찌나 많은 상흔들이 새겨져 있는지 어떤 곳은 본연의 피부색조차 잃었을 정도로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처음 본  같다는 반응은 뭐야. 어제부터 나 벗고 있었다만?”
“아, 그… 저, 그게….”


요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도도하고 자존심 세며 오만하기까지  모습.
나타샤도 그런 요정들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당장 상대가 클라우스가 아니라 다른 이였다면 날이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벽한 한 명의 여인이 되어서는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문득 저 여자가 더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클라우스는 분기점에서 틀어지지 않는 선으로 하여 그녀를 놀려주기로 했다.

“에에에?! 자, 잠깐만요! 왜, 왜 이러세요!!”
“밤새 그렇게 뒹굴고 그냥 그대로 잠들었잖아. 찝찝할 텐데? 요정들이라 하면 항상 몸의 청결을 유지하는 종족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식사는 굶어도 몸을 씻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고 했지, 아마?”

공주님 안기를 시전한 남자가 그렇게 속삭이자 품에 안긴 요정이 얼굴을 붉힌다.
분명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뜨거웠던 정사를 치렀기에 몸이 무척 불결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안고서 씻자는 이야기를 한다는 건 하나를 의미하지 않는가.



“가, 같이 씻자는 건가요?”
“싫으면 말고. 아, 혹시 부끄러워서 그러는 건가?”


자꾸만 자신을 놀리는 통에 나타샤는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었다.
이제 보통 사이도 아니고, 그렇게나 서로를 탐하던 남녀 관계가 되었는데 진중한 분위기는 없고 계속 자신을 괴롭히기만 하니 괜스레 서운해진 것이었다.




어제 그 말을 듣고서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데.
 여자가 되라는, 그러면 네가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어주겠다는.
그 자신만만하다  해 오만하기까지 한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심장이 두근거렸는지 혹  소리가 클라우스에게 들릴까봐 가슴을 졸이기까지 했던 나타샤였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왜 인간은 물론이고 그의 휘하에서 싸웠던 요정들이나 수인들.
심지어 명백한 적이었던 마족들도 그를 경외했는지 알 수 있었다.



뭔가 말로 표현하기는 힘든 신뢰와 믿음이 그를 보고 있으면 생겨났다.
그가 보이는 자신감에는 다른 이들의 자신감과는 다른 뭔가가 느껴졌다.
마치 자신을 따르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다 될 것이라고, 그리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이,  그림도 나쁘지는 않네요.’



자신보다 강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남자가 넌 내 여자라고 단언하듯 제 품에 안고 있다.
거기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만족감이 얼마나 높은지, 보고만 있는 이들은 결코 모를 것이라고 나타샤는 생각했다.



“자아. 그러면 욕실로 갈까요, 말까요. 나타샤 생도.”



강의에서 쓰던 말투와 목소리로 그리 되묻는 클라우스.
거기에 나타샤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뜻으로 입술을 삐죽였다.

“얼른 안 가고 뭐하는 거예요. 이러다가  새겠어요.”



날이 새기는 무슨. 이제야 아침 해가 떴는데.
클라우스는 속으로 낄낄대면서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밤에 그리도 몰아붙였으니 약간 정도는 살짝 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이렇게 같이 욕실로 들어가고 나면.
품 안의  여인은  한 번 자신 앞에서 달뜬 신음을 내뱉는 여인이 될 테니까.


“…저기, 그런데요. 교수님.”
“네, 나타샤 생도.”
“어제 했던 말 있잖아요. 그… 저기, 그러니까….”
“벨라루스의 가주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이요?”




클라우스의 반문에 막 ‘교수님의 여자….’ 라고 중얼거리던 나타샤가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슬쩍 자신을 안고 있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는 게 혹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그 말을 클라우스가 들었을까 싶은 반응처럼 보였다.




‘귀여워 죽겠네.’

그보다 뭐라고 했어요? 무슨 여자? 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침대 위에서는 완전히 녹아버려서 달콤하게 울어대던 나타샤였지만 평소에는 자신의 원래 모습,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요정의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물론 클라우스가 어느 선을 넘지 말라는 뜻으로 슬쩍 압박하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잔뜩 움츠리는 여인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욕실 앞에 다다르자 나타샤가 순간  안에서 바동거렸다.


어제야 이성을 놓아버리고 남자의 품에서 허덕였다지만 지금은 정신이 아주 멀쩡했다.
남자와 여자가 한 공간에서 같이 씻는다는  서로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던가!

“탕에 온수를 가득 채울 때까지 알아서 씻는 거로 하죠. 어떤가요, 나타샤?”
“으으으….”



하지만 그러는 사이 클라우스는 나타샤를 내려놓고서 그녀를 떠밀어서 안으로 들여보냈다.
도망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형국이 된 나타샤는 결국 단념한 채 두 팔로  가슴과 가랑이 사이를 애써 가리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
“….”



서로의 등을 맞댄 채 한동안 두 남녀는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물을 뿌리고  뜨거웠던 정사를 나누느라 흥건히 젖었던 몸을 닦아낼 뿐이었다.


촤아악-
촤악!-


여유만만인 클라우스와는 달리, 나타샤는 자꾸만 뒤를 흘깃거리며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정말 온갖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는데, 특히나 조금 전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아른거려서 신경이 쓰였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그런 말을  거야!? 저 남자는 기억도  하는  같은데!!’



내 여자가 되는 거다, 그 말이  그리도 세차게 가슴을 두드린 것일까.
고작 인간 주제에, 남자 주제에 실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말을 하면서 왜 그리도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던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왜 자신은 그런 클라우스의 모습에서 묘한 흥분을 느낀 것일까.



‘아무리  클라우스라고 해도 인간이잖아. 그런데… 그런데….’



두근두근-.


자꾸만 심장에 거세게 요동친다, 묘한 간질거림에 저도 모르게 가랑이를 오므린다.
의지할 곳이 생겼다는, 자신이 기대어도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그런 커다란 남자가 제 뒤에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타샤는 하아, 하고 달짝지근한 숨을 내뱉었다.


지금 제 뒤에 있는 남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기대어도 아무 상관이 없지 않을까.
위대한 전쟁 영웅, 마족들이 남부의 악마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존재.
전장에서 세운 공훈만 아니라  실력에서도 어지간한 요정 측 전사보다 뛰어난 실력자.
그런 남자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  옆에 있으라 강렬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여태 보았던 남자들, 매달리거나 얼토당토않은 감언이설로 속삭이는 게 아니다.
이유 있는 자신감, 아니 그것을 넘어선 오만함. 그러나 따를 수밖에 없는 확신.
마치 윗사람으로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하는 듯한  모습이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나타샤 생도.”
“아, 네. 네?!”
“몇 번을 부르는 데도 대답  번이 없더군요. 무슨 생각을 그리 합니까?”
“아, 저기. 그게….”
“혹시 내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벨라루스 가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타결 방안이 무엇인지 꽤나 명확하게 알고 있으니까요.”
“저희 가문의 문제점을 알고 계시다고요?”

나타샤의 반문에 클라우스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린다.
동시에 미소를 지으면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미처 나타샤가 반응할 새도 없이 그녀의 손을 붙잡아 일으키고는 거칠게 욕실 벽으로 밀어붙였다.


“으앗?!”



순식간에 벽에 몰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나타샤.
흔들림 하나 없는 남자의 시선에 잠시 멍하니 그 눈을 응시하던 여인은 문득 이곳이 욕실 안이고, 자신도 눈앞의 남자도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임을 다시   자각하고는 급히 제 가슴과 음부를 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 저기. 클라우스 교수님….”
“전쟁에서 승리하면 많은 게 돌아오는 법이죠. 전쟁은 결국 돈으로서 벌어지고, 돈으로서 끝나며 돈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에요. 그런 기준에서 봤을 때, 벨라루스 가문은 투자에 실패한 겁니다. 무력이고 재력이고  퍼부었는데, 허울뿐인 승리를 거두었지 정작 중요한   톨, 금화 한 닢 벌지 못 했죠. 내 말이 맞지 않습니까?”


클라우스의 질문에 나타샤가 조그마하게 침음을 내뱉었다.
벨라루스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건 소수의 이들을 제외하곤 모르는 일이다.
요정 사회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 가문이 흔들리고 있다는 소문이 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것이었기에 정보의 통제는 필수적인 것.

그런데 눈앞의 이 인간 남자는 마치 모든 걸 옆에서 바로 지켜봤다는 듯 술술 말하고 있다.


인적 손실이 몇이며 재정 지원을 했다가 제대로 받아낸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며 주력 무력 집단도 반 넘게 죽거나 다쳐 다시는 싸울 수 없는 것까지 전부  말이다.




“교수님이 어떻게 그런 부분을 전부….”
“전부  어찌 알고 있냐고요? 전쟁 중에는 적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계속 살펴야 하는 법이니까요. 누가 약해졌는지, 누가 강해졌는지, 누가 흔들리고 또 누가 배신할 수도 있는지. 그리고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야 하는 법이랍니다.”



그 말에 나타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요정만큼이나 인간을 무시하는 종족,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수인이.
심지어 그들 중에서도 최고의 전사라 하는 호랑이 수인이 부관으로서 클라우스의 밑에서 성실히 복무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요정이라고 하여 그런 이가 아예 없다고 자신할  없고, 그로 인해 내부 정보가 새어나갈 수도 있다고 나타샤는 생각했다.

“아무튼, 그렇게 약점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고 그 틈으로 조금씩 다가가다 보면 치고 들어갈 절호의 기회가 보이기 마련이죠. 나타샤 생도.”



한 발짝, 한 발짝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클라우스.
이미 벽에 몰린 나타샤는 더 피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 한 채 몸만 움츠렸다.
평소의 그 도도한 모습은  어디 가고 무척 긴장해서는 잘게  정도로 그녀는 긴장한 상태였다.



마침내 서로의 숨결이 다 느껴질 정도로, 얼굴의 솜털이 다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또  번 남자에게 몰려서  거대한 압박에 나타샤가 침을 꼴깍이던 찰나.
클라우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쥐고 흔들면 됩니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죠.”
“그, 그게 무슨 말씀… 히익!!”



갑작스레 보지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나타샤가 크게 몸을 떨었다.
일말의 자비도 없이 무척이나 거칠게, 보지 안으로 남자의 손가락이 들어온 것이었다.

찌걱, 찌걱, 찌걱!-

“아응! 아아응! 자, 잠시! 아, 아응! 아, 아파요! 아파아아!!”

어제처럼 이성이 녹아내린 상황도 아니고, 미처 생각조차  하고 있기도 했다.
그 틈으로 밀고 들어온 남자의 손가락은 속살을 다 파내주겠다는 듯 정말 거칠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윽! 학! 아흑!”



나타샤는 아프다면서 앙앙대고 있었지만, 클라우스는 오히려 쫀득하게 달라붙는 그녀의 속살에 다시금 감탄을 흘리면서 더욱 세차게 그녀를 흔들었다.
아프다고는 말하지만 이전부터 이미 흥분해 있었음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 증거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몸에 끼얹은 온수가 아니라 다른 ‘물’ 이 흘러내려서는 제 손가락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앙! 아앙! 하으응!”



나타샤의 목소리도 처음에는 살짝 고통스럽다는 기운이 섞여 있었으나  그런 기운은 전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달콤한 신음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잔뜩 부푼 젖꼭지는 여기도 만져주면 안 되겠냐고 속삭이듯 아주 발갛게 부어올랐고, 보지에서는 쉴 새 없이 야한 물이 줄줄 새어나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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