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5장 - 주말에는 역시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율리아, 아무리 가르쳐도 한계치 이상을 넘을 수 없는 나타샤와 달리.
세실리는 뛰어난 마력 운용에 계속해서 가르치면 거의 나타샤 급으로 근접 전투 능력도 뛰어나지는 여인이었다.
다만 모질지 못 한 성격이 항상 발목을 잡는 터라 실제 전투력으로 보면 율리아는 물론이고 나타샤보다도 근소하게 쳐졌다.
지금도 그렇다.
가끔은 자신이 원하는 고지에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틈을 보인 클라우스.
세실리가 그대로 검만 내지른다면 상대의 가슴팍을 찍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타이밍에 세실리는 화들짝 놀라서는 검로를 뒤틀어버렸다.
기껏 잡은 공격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행동에 클라우스는 역시나,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퍼억!-
“꺄흑!!”
목검의 손잡이 부분으로 어깨 뒤쪽을 강하게 가격한다.
뼈와 뼈 사이, 근육이 집중되어 제대로 적중 당하면 상당한 고통과 함께 순간적으로 근육이 마비까지 되는 곳이었기에 세실리는 그대로 검을 놓치고서 땅을 뒹굴어야만 했다.
“뭐하는 겁니까. 방금 전 절호의 공격 기회를 왜 차버린 겁니까?”
“그, 그건….”
“설마 세실리 생도의 공격에 내가 다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그 빈틈마저 내가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고 그저 상대가 다칠까 걱정했다고요? 지금 장난합니까?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딴 마음으로 뭘 하겠다는 겁니까.”
마법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제압하고, 죽이는 것 모두는 결국 상당한 거리를 두고서 행해진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도 없고 눈에 세세히 들어오는 것도 없으며 귀에 들리는 상대방의 숨이 끊어지는 소리도, 비릿한 혈향이 감돌지도 않는다.
그게 마법과 냉병기를 이용한 전투의 차이였다.
세실리는 바로 그런 부분을 단 하나도 모른 채로 전투 마법 강의에 들어왔다.
그저 클라우스를 동경해서, 자신도 그와 같이 강해지고 싶어서.
클라우스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시체를 넘었는지 그 부분은 망각한 채로.
“오만하군요, 세실리 생도.”
“저, 절대 아니에요! 제 공격에 교수님이 다칠 수 있다고 생각은 안 했어요! 저는 다만….”
“본능적으로 남을 해하기 싫다는 마음이 드는 것, 그게 정상이긴 하죠.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이 강의를 들으러 왔다면,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것이라면 차라리 다 관두고 마법을 집중적으로 배워서 마도학자가 되거나 그도 아니면 마법연구가가 되는 게 좋을 겁니다.”
“….”
쓴 소리를 좀 해줘야 효과가 나타난다.
어리석은 여인이 아니기에, 오히려 굉장히 영리한 마족이기에 금방 마음을 고쳐먹을 것이다.
일단 손에 무기를 잡고 몸에는 마력을 두른 채 적 앞에 선다면 걱정해야 하는 건 오직 자신의 패배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갈 것이다.
“한 번만 더 날 실망시키면 바로 강의에서 내보내겠습니다. 마법은 곧잘 다루면서, 그 마법으로 충분히 공격도 하면서 직접 무기를 들고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건 거부감이 든다, 무섭다 따위의 헛소리를 늘어놓는다면 말입니다.”
“…죄송해요.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클라우스 교수님.”
클라우스의 날카로운 기색에 세실리도 무척 긴장해서는 목검을 고쳐 쥔다.
사실 세실리가 이렇게 손에 무기라는 것을 쥐고 휘두르는 건 아카데미에서가 처음이다.
그 전까지, 레블랑 가문의 막내딸이었던 세실리는 마법만을 집중적으로 계속 수련했었다.
그러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를 자신의 카드패로 쓰려는 클라우스에게 있어서 그런 마음가짐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더해서 저렇게 약한 녀석한테는 시간 할애할 수도 없으니 다른 여인들이 보기에는 물론이고 본인도 양심에 찔리겠지. 나한테 다가오려면 말이야.’
생각을 마친 클라우스는 다시 몸을 날렸다.
한창 검을 나누면서 세실리의 기본 실력을 점검하던 그는 적당한 타이밍에 전과 같이 슬쩍 틈을 보여주었고, 세실리는 그에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목검을 찔러 넣었다.
확실히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모습.
클라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 모습이 진짜 날이 서있는 무기를 들었을 때에도.
그리고 사방에서 피와 목숨이 오고가는 전장에서도 나오기를 빌면서 살짝 몸을 틀었다.
“앗?!”
공격이 허무하게도 무위로 돌아가고, 덕분에 몸의 균형까지 어그러진 세실리.
그래도 나름 열심히 노력한 그녀에게 클라우스는 상을 주기로 했다.
퍼억!-
“꺼흑!!”
세실리의 아랫배에 전해지는 둔중한 충격.
정확히 들어간 일격에 마족 여인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서는 켁켁거리며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렵다는 듯 눈물까지 흘린다.
원래라면 괜찮냐고 묻거나 일으켜주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게 맞다.
하지만 상대가 하필이면 세실리,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에 흥분하는 여자다.
“여전히 모자라요. 멍청하기 그지없습니다. 조금 전에도 말했을 텐데요? 내 빈틈이 그저 내가 보여주는 것의 일부였다면 어쩌냐고 말입니다.”
“끄흐윽….”
“생각을 하고 움직이란 말입니다. 좋다고 힘껏 검을 내질렀는데 그게 빗나가면, 아무리 세실리 생도의 마력 제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목으로 날아오는 칼날까지 멈출 수는 없어요.”
꾹, 꾹-.
마치 노예를 부리듯 목검 끝으로 자리에 고꾸라진 여인을 쿡쿡 찌르는 클라우스였다.
한심하다는, 기대 이하라는 표정과 목소리는 덤이었고 말이다.
잠깐 동안 세실리를 내려다보던 클라우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고는 슬쩍 이동해서는 배를 움켜쥔 채 엎드려 바르르 떨고 있는 여인의 옆구리를 발로 밀어 넘어트렸다.
“언제까지 그렇게 엎어져 있을 겁니까. 당장 일어나세요.”
“죄, 죄송….”
“정말 레블랑 가문의 딸이 맞기는 합니까? 내가 만났던 레블랑 가문의 마족들은 모두가 강인했는데, 세실리 생도는 정말이지 기대 이하군요. 설마 날 실망시키기 위해서 강의에 들어온 겁니까? 레블랑 가문이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뭐 이런 말을 하기 위해서?”
“아, 아니에요. 그, 그건….”
“그렇다면 당장 일어나세요.”
클라우스의 차가운 목소리에 세실리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껏 찾은 빈틈은 일부러 보인 것이고 역으로 공격을 당했으며 꼴사납게 자리에 고꾸라져서는 낑낑대다가 무슨 포로 대하는 것처럼 발로 밀쳐지기까지 했다.
거기에 제 가문이 모욕까지 들었으니 어지간한 마족이라도 분노해야 할 상황이었다.
“으, 으으읏….”
하지만 세실리는 분노했다, 내지는 화가 났다, 따위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한 듯 묘하게 달아오른 얼굴이나 거칠다기보다는 달아오른 숨소리가 점점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 중이었다.
‘아무튼 미친 여자.’
단순히 육체적 고통만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렇게 철저히 밑에 깔아두고서 모욕을 주고 조롱을 하면서 네가 부족하다, 모자라다, 기대 이하다, 따위의 인식을 계속 넣어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더는 이끌지 않고 그대로 버려둘 것이라고 위협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세실리는 거기에서 자극을 받아 점점 더 내달리는 여인이었다.
‘와중에 또 무서운 건 충분히 성장했음에도 불리하고 혼나고 싶어서 부족한 티내는 거지.’
세실리는 그런 이유로 결정적인 순간에 이용하기가 조금 모호했다.
오히려 적당히 찍어 눌러야 할 순간에 동원하는 인원으로서 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어나서 검 들어요, 세실리 생도. 그래서 한 달 후에 합격할 수 있겠습니까?”
“노, 노력할게요.”
“노력 따위로는 부족합니다. 잘 할 생각을 하세요. 내 마음에 들도록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잘 해보겠습니다!!”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점검할 겁니다. 나아진 부분이 없다면 정말 가차 없이 쳐낼 것이니 명심하세요.”
“네, 네! 교수님!”
일부러 보란 듯이 목검을 땅바닥에 집어던지는 클라우스였다.
다른 생도들이라면 치욕, 내지는 자괴감을 느끼면서 축 늘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뒤에 남은 세실리는 그런 생도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두근거려 미치겠다는 듯 가슴을 움켜쥐고는 뭔가를 잔뜩 기대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을 흘끗 바라보면서 클라우스는 결심했다.
내일 한 번 더 밟아준 후에 바로 홀라당 잡아먹기로 말이다.
오늘은 왜 안 먹느냐고? 미안하지만 선객이 있다, 오늘 먹힐 여인은 세실리가 아니었다.
‘지금쯤이면 율리아는 재빠르게 식사를 마친 후 어떻게 뭐 좀 해보겠다면서 식기들을 닦고 있겠지. 그 후에 몰래 제 방으로 돌아가서는 어제부터 오늘까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이불을 팡팡 차다가 주말이 다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낼 거다.’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고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율리아.
하지만 그 보수적인 부분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었기에 해가 뜨고 이성이 돌아오면 ‘무슨 말을 한 거야, 내가 뭔 짓을 한 거야!’ 라고 비명을 지를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클라우스와 만나고서 초창기에만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오늘과 내일은 율리아가 조용할 것이라는 사실.
그 틈을 이용해서 먹지 못 했던 여인들을 빠르게 먹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뚜벅뚜벅-.
클라우스는 일부러 텅 빈 아카데미를 돌아다녔다.
주말에는 일체 강의가 없기에 그동안 생도들은 자유롭게 제 시간을 쓸 수 있다.
늦잠을 자도 되고 아는 이들끼리 하루 종일 붙어서 이야기꽃을 피워도 되며 대련을 해도 되고 사고를 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파티를 즐기는 것도 허락되어 있다.
단순한 교육 기관이라고 보기에 들어와 있는 이들이 너무나 대단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
오죽하면 교수들까지 초대해서는 파티를 즐기는 생도들도 있을 정도였다.
‘어디 있을까, 우리 부끄러움 많은 요정님.’
나타샤를 찾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도 클라우스를 찾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무척 애타게 말이다.
“클라우스 교수님.”
“나타샤 생도. 좋은 주말입니다.”
“아, 네. 좋은 주말… 이네요.”
“아카데미가 조용한 것을 보니 다른 생도들은 주말을 즐기는 모양인데. 나타샤 생도는 다른 요정 생도들과 어울리지 않는 겁니까? 나타샤 정도의 여인이라면 꽤 인기가 좋을 것 같은데.”
클라우스의 말에 순간 나타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칭찬이 날아오니 무척 당황한 모양.
“어, 저, 그게….”
“보아하니 나와 우연히 마주친 게 아니군요. 그렇죠?”
“…네, 맞아요.”
“그렇겠죠, 당연히 그렇겠죠. 아직 우리들의 그 약속은, 내기는 끝난 게 아니니까.”
“약속했던 사흘에서 클라우스 교수님, 당신이 기한을 늘려주었죠. 어디 한 번 해보라고. 한 달도 좋고 한 학기라도 좋으니 당신을 꺾는 데에 성공하면 제가 이긴 거라고요.”
“분명 그리 말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습니까? 오늘 비로소 내가 질 수 있나요?”
약간은 도발적인 어조로 그리 중얼거리는 클라우스였다.
그에 나타샤는 절반은 분하다는 듯, 또 나머지 절반은 본인도 기대되고 흥분된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서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이제 막 오후로 넘어간 햇살이 복도 사이로 비쳐 들어오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득 불어오는 바람에 사르륵, 넘어가는 금빛 머리칼을 뒤로 넘기면서 다가온 나타샤는.
“지금, 아무도 없는데.”
클라우스의 품에 스러지듯 안겨서는 아주 나긋한 어조로 속삭였다.
“다른 요정들 모두… 정원으로 차를 마신다고 나갔어요. 한 번 모이면 해가 지기 전까지 서로 웃고 떠드느라 바쁠 테니… 못 해도 몇 시간은 빌 텐데.”
“으음. 그렇군요. 하긴, 요정들의 이야기는 한 번 시작되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그래서요? 요정들이 정원으로 놀러나간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면서 질문을 던지니 나타샤가 슬쩍 눈을 흘긴다.
이런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거 있냐고, 괜히 튕기지 말고 어울려달라는 뜻을 담아서.
하지만 클라우스는 절대 만만하게 넘어가주지 않았다.
제 방으로, 침대로 끌어들이고 싶다면 보다 더 강렬하게 유혹해야지, 와서 고작 한다는 말이 주변 조용해졌다, 이게 끝이면 많이 섭섭지 않은가.
“하아.”
이때, 한숨을 내뱉은 나타샤가 슬쩍 다리를 들어 클라우스의 다리를 휘감았다.
동시에 그의 손 하나를 붙잡아서는 그렇지 않아도 짧은 치마를 입어 아슬아슬하던 판국에 다리까지 벌리고 있어 그대로 노출된 은밀한 곳에 닿게 만들었다.
좋은 재질로 만들어진 팬티의 감촉이 먼저 느껴지고, 잠시 후에는 부드럽게 밀려들어가는 보지 살이 느껴졌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나타샤가 은근히 몸을 움직이지 남자의 손이 천천히 여인의 음부를 쓰다듬는 모습이 되었다.
“얼른 가서, 콕콕 찔러주세요. 얼른요, 클라우스 교수님.”
글쎄, 안타깝게도 오늘은 콕콕이 아니라 퍽퍽일 텐데.
마왕님은 어제 아주 배터지게 먹었다, 이제 주말 동안에는 이 도도한 요정과 괴롭힘 당하기를 원하는 변태 마족 여인을 순서대로 즐길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