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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3장 - 슬기로운 아카데미 생활 (32/341)



〈 32화 〉3장 - 슬기로운 아카데미 생활

남부의 악마, 대륙 전쟁의 영웅, 클라우스 사령관.
그를 처음 마주했을 때 세실리가 느낀 감정은 경외, 동경, 환희라 할 수 있었다.
역시나 상상하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오만하다고 해도 어울리는 남자였다.




인간은 물론이요 수인, 요정 전부가 제 땅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   그는 인간들이 포기했던 남부를 끝끝내 막아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그 활약이 어찌나 대단하였는지 마족들 사이에서조차 그를 동경하는 이가 생겨났다.


특히 클라우스와 직접 싸웠던 자들이 더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중에는 레블랑 가문의 마족들도 여럿 껴있었다.


‘만나보고 싶다. 가문의 사람들이 왜 그리 그에 대해서 좋게 평하는지, 알아보고 싶어!’


처음 클라우스와 겨룰 때는 딱 그런 생각으로 나선 것이었다.
내로라하는 마족들조차 인정하던 인간이다, 그 대단함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무참하기 짝이 없는 패배였다.



따악!-



“아얏!”

등판에 쏟아지는 화끈한 감각에 눈앞에 별이 몇 개는 보이는 듯 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던 순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들어온 클라우스가 가볍게 목검을 휘둘러서 세실리의 등을 후려친 것이었다.




“아으으….”



아프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벌써  번을 맞았는지 이제는 알 수도 없다.
온몸이 찌르르 울리는 고통에 다리가 달달 떨려왔다.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당초 이길 가능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실력 차이, 실전 경험이 둘 사이에 놓여있다.



지금도 봐라, 고작 마력 좀 먹인 목검 하나로 자신의 마법들을 전부 박살내고 있는 장면을.
저번처럼 마력 응어리조차 쓰지 않은 채 목검만 휘두르는데도 세실리는 이미 몇 번이고 죽음을 경험해야만 했다.



“또 한 번 죽었군요. 세실리 생도.”


목에 와 닿은 목검의 차가운 감촉에 마족 여인이 잘게 몸을 떤다.

클라우스는 단 한 번도 전투 마법을 통해 자신을 견제하지 않았다.
다만 목검을 휘두르면서 자신에게 접근해올 뿐이었고 세실리 본인은 그런 거리적 이점을 쥔 채로 대련을 시작했음에도 이미 몇 번이고 패배했던 것이다.



“다, 다시 한 번 갈게요! 이번에는, 이번에는!”



이미 마력은 바닥이다, 당장 생성해낼 수 있는 마력 화살도 두 발이 전부다.
그마저도 마력 농도가 너무나 약해져서 짙은 푸른색이던 화살이 이제는 거의 반투명한 빛을 띠고 있었다.


슈아아악!-

그 마력 화살이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듯 바람을 가르며 날아든다.
마력 농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낮았으나 속도는 훨씬  빨랐다.


‘싸우는 와중에 조금씩 늘기는 했군. 역시 나쁘지 않은 여자긴 해.’




그놈의 이상한 성적 취향만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클라우스는 그리 중얼거리며 세실리의 마지막 공격까지 처참하게 박살내주기로 했다.
저 여인이 쏘아 보내는 최후의 공격이니 회피보다는 역시 정면 파훼가 가장 좋을 것이다.
가볍게 몸을 날려 정확하게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는 마력 화살을 응시한다.

- 스킬, ‘복안’  발동되었습니다. -

여태까지의 경험, 그리고 감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나 마지막의 마지막은 더 화려하고 이펙트 있게 끝내주는 것이 좋다.


대충 보아하니 곳곳에서 대련을 하던 생도들도 얼추 끝나가던 상황이다.
이쪽으로 조금씩 시선이 모이고 있으니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편이 훨씬 이로웠다.




스킬이 발동되자 꽤나 빠른 속도로 날아들던 마력 화살의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졌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어떤 속임수를 쓰려하는지 모든 정보가 두 눈에 들어왔다.

목검을 고쳐 쥔 클라우스는 미처 세실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며 정확히 두 동강을 내주었다.
동시에 발에 힘을 주고 공중으로 튀어 올라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아앗?!’

세실리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클라우스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공격이 언제 파훼되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 했다.
마치 어찌 움직일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너무나도 간결한 동작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덕분에 세실리는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마력 화살을 하나 잃고 말았다.


다급히 마지막 남은 화살을 쏘아 보내려는 순간.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클라우스를 쫓던 세실리는 그가 자신의 바로 앞에까지 날아오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휘리릭!-

크게 몸을 굴려 가뿐하게 그녀의 뒤를 점한 클라우스.
그리고는 슬쩍 손에 힘을 주고는 여인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목검으로 강하게 후려쳤다.



짜아악!!!-




“히이이잉!”

여인의 비명 소리.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쾌감에 겨운 교성이라고 봐도 무방한 소리였다.

세실리는 클라우스의 마지막 일격에 제 엉덩이를 부여잡은 채로 그대로 앞으로 허물어졌다.
당연히 마지막 남아있던 마력 화살은 그 자리에서 바스러졌고 말이다.


‘…자세 봐라, 자세 봐.’


세실리가 지금 엎어진 곳이 만약 침대 위라고 했다면, 얼른 남자한테 ‘넣어주세요! 박아주세요!’ 라고 부탁하는 듯한 자세라고 오해할  있을 정도였다.

얼굴을 잔디 위에 처박은 채 엉덩이를 높게 들고서 파르르 몸을 떠는 여인.
연신 ‘하우으! 헤으응!’ 하고 신음을 흘리는 것이 확실히 아프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



클라우스는 슬쩍 세실리의 치마 안쪽으로 보이는 팬티를 확인한 후 침음을 내뱉었다.
역시나 검게 변하는 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버려서는 애액을 흘리고 있는  했다.

이런 모습은 자신에게만 보여줘야 하는 법인데, 때와 장소 구분 못 하고 가버리는 건 아무튼 변하지를 않는 여자였다.




“하윽! 후으응….”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완전히 풀어진 얼굴의 세실리였다.
상황 모르는 이가 본다면 클라우스가 너무 강하게 가격을 해서 그 고통으로 인해 끙끙대는 장면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실상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극강의 쾌감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 하는 그런 상태.


쯧, 하고 혀를  그는 행여 다른 이들이 세실리의 부끄러운 행태를 볼까 목검으로 그녀의 몸을 밀어서 잔디밭 위에 허물어지게 만들었다.

그  원래라면 그래도 교수로서 최소한의 매너로 내밀었을 손도 내밀지 않았다.
어차피 이 여자를 가지기로 마음 먹었으니 지금부터 조련에 들어가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있을 겁니까.”
“아, 아아! 히익!”



일부러 목검의 끝으로 세릴리의 몸을 쿡쿡 찌르는 클라우스.
마치 상대를 위협하는  같은 움직임이었으나 정작 그는 세실리의 민감한 부위만을, 예로 들자면 등의 어느 한 지점이나 종아리, 발목 등을 딱 적당하게 아플 정도로 찔러댔다.

덕분에 처음 맛보는 짜릿함에 몸을 떨던 세실리.
결국 바닥에 엎어진 채로 클라우스의 찌르기를  받아먹고 나서야 제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끄, 끄으으….”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클라우스를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에는 붉은 홍조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언뜻 보면 저번에 이어서 또 패배를 당했다는 부분에 수치심을 느끼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으나 사실은 스스로도 모르게 달아오른 몸 때문에 당황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마법만  다룬다고 해서 무적이 아닙니다. 전투 마법은 그런 부분에 맞춰서 만들어졌습니다. 창칼을 휘두르든 화살을 쏘든 암기를 휘두르든 결국 찰나의 빈틈이 생기기 마련. 바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원래의 마법과는 달리 마력을 응축하여 적을 직접 타격하거나 베거나 꿰뚫는 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전투 마법입니다.”
“….”

그렇게 말한 클라우스는 자신을 향해 쏟아져있던 눈길을 돌리고자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다른 이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아주 정신없이 공방을 겨루고 있는 율리아와 나타샤가 자리하고 있었다.

챙강! 챙!-

원래 요정들의 주무기는 활이다.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주로 숲이다 보니 은밀하게 공격하여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무기를 선호하는 게 당연시되었고 활은 그런 그들에게 최고의 무기였다.


거기에 클라우스는 한 가지 설정을 더 붙여주었는데 그들이 쓰는 활이 장궁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복합궁이라는 점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작은 활, 그러나 그 파괴력은 월등히 높다.


원래부터 활을 쓰는 데에 익숙한 종족, 거기에 복합궁을 다룬다는 시너지 효과.
해서 마족들도 요정들의 활 솜씨는 무척이나 경계했고 또 두려워했다.

챙! 챙! 채챙!-


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율리아가 화살을 막아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나타샤는 요정임에도 딱히 활과는 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자신 있는 부분은 근접전.

특히 장검이나 창을 잘 다루었는데 요정 사회에서는 꽤나 특이한 케이스라고  수 있었다.




“저렇게 호전적인 요정은 처음 보네.”
“그러니까요. 우리 수인들 보는 것 같아요.”

공격 상황을 보자면 약 70퍼센트는 나타샤의 것이고 나머지 30퍼센트 정도가 율리아였다.
정신없이 율리아를 몰아붙이다가 순간적으로 급소를 노리고 들어오는 나타샤의 공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이 서늘하게 만들어줄  했다.

다들 요정과 마족, 벨라루스 가문의 여인과 마왕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싸움하면 어디 가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마족, 그리고 자존심으로는 최고라는 요정.
그 둘이 이제는 자존심 싸움 비슷한 양상을 띠면서 대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보기에는 나타샤가 유리해보이지.’



공격이 들어가는 횟수가 율리아의 배로 많은 나타샤다.
율리아는 공격보다는 방어에 전념하면서 때로 날카로운 반격을 날려 나타샤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거나 틈을 봐서 먼저 공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족해. 이건 순수한 무술 대련이 아니라고.’



쉬잇!-


나타샤가 재차 공격을 가하려는 찰나,  뒤에서 보랏빛을 잔뜩 머금은 화살이 날아온다.
율리아 특유의 마력 색이 깃들어있는 일격이었기에 나타샤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틀었다.
바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율리아는 들고 있던 검으로 상대방의 어깨를 후려쳤다.

따악!-


“큭!”



원래는 율리아의 마법을 자신의 마법으로 맞받아치고 그대로 들어가야 했다.
허나 나타샤는 마력을 운용하는 것, 즉 마법과 친하지 않은 여인이다.
무기를 다루는 것은 정말 뛰어난데 그 마법이 부족하여 전투 마법 강의에 들어온 것이다.

그녀의 그러한 약점을 율리아는 빠르게 파악하고 일부러 나타샤의 공격을 유도하며 빈틈을 만들고 마력 화살을 날려 보내 피해를 주거나 상대가 거기에 반응하면 목검으로 타격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악문 나타샤가 들고 있던 목봉을 빙글, 하고 고쳐 쥔다.
그녀가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율리아 역시 뒤쪽에 예비 마법을 준비하고서는 목검을 들어보이며 방어 자세에 들어갔다.


두 여인이 막 얽히며 결전을 벌이려는 순간이었다.



따악!-
탁!

나타샤의 목봉에 목검이 날아와 부딪치고, 율리아의 검은 손으로 막아 세운다.
그 사이에 끼어든 클라우스는 그만하면 되었다는 듯  여자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
“….”




막 더 싸울 수 있다고, 승부를 보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일은 없었다.
싸움이 과열되기 전 적당하게 나선 클라우스이기도 했고 두 여인도 미련한 이들이 결코 아니었기에 이대로 진심을 담아 싸운다면 둘  하나는 크게 다치며 그로 인해  한 번 아카데미 내부가 소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해서, 어차피 두 여인 모두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알고 있다.
아마 이대로 계속 대련을 했다면 결국 마법 부분에서 명확한 열세인 나타샤가 패배했을 것이 자명한 상황, 거기에 승복을  수가 없어서 진심으로 나서려고 했던 것이다.


“하아.”

나타샤와 율리아는 약속이라도 한  거의 동시에 서로의 무기를 내렸다.
자존심이 강한 두 여인이기에 여기서 구질구질하게 구는 것은 병신 같은 짓임을  알고 있기에 물러났다.

그렇게 생도들 간의 대련을 모두 중지시킨 클라우스는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정확히 한 달 후 오늘 상대했던 상대와 다시 대련을 하게 할 겁니다. 오늘의 대련으로 상대방의 강점이 무엇이고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나의 약점은 무엇이고 상대방의 약점은 또 무엇인지 알았을 겁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그 상대를 꺾을 방도를 찾아 연습하세요. 한 달 후 있을 대련에서 승리하는 쪽에는 추가 점수가 들어갈 겁니다.”

클라우스는 그리 말한 후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세실리에게 말했다.


“세실리 생도는 잠깐 나 좀 보죠.”
“네? 아, 네. 네!”


얼굴에 홍조를 띤 채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세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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