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2장 - 가지고 싶다면 싸워라 (24/341)



〈 24화 〉2장 - 가지고 싶다면 싸워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행동은 거칠기 짝이 없지만 아직은 다 영글지 않은 과실이다.
해서 클라우스는 눈앞의 여인이 마음대로 하도록 몸에서 힘을 빼주었다.
어차피 시간이 좀 지나면 결국 허둥거리는 쪽은 안타깝게도 율리아 쪽이니까.

혹  뜻대로 뭔가가 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어떤 히스테릭을 부리는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휙!-
투두둑!


‘아, 그래도 좀 적당히 당기지. 이거 나름 더럽게 비싼 셔츠인데.’

자랑은 아니지만 자신이 군에서 이탈할 당시 밑의 부하들이 없는 돈 탈탈 모아서 클라우스에게 번듯한 정장  벌을 선물했었다.


고작 옷  벌 가지고  그러냐고 한다면, 이 정장이 어지간한 귀족도 최소한 3달은 기다려야 간신히 예약이 가능하고 또 반년은 기다려야 겨우겨우 받을까 말까  그런 것이었다.



그런 정장의 셔츠에서 단추 두 개를 가뿐하게 뜯어내신 마왕님이었다.
 갈아입는 걸 깜빡한 자신의 탓도 있으니  어쩌겠나 싶은 심정으로 클라우스는 율리아가 원하는 대로 그녀 쪽으로 날아가듯 몸을 이끌었다.

곧 뜨거운 듯, 따스한 듯 한 여인의 입술이 와락 그의 입술에 와 닿았다.
나름 알고 있는 것이 있는 율리아이기에 키스조차   모르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입술을 빼앗은 후 뭘 할 줄 몰라서 그냥 멍하니 있는  문제라고 할까.

‘이제 시작이다.’


클라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혀를 내밀어 율리아의 입술을 벌렸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여인이 다급히 제 입 안으로 들어오는 미끈한 뭔가를 막으려고 한다.

그 타이밍에 클라우스는 재빠르게 혀를 뒤로 빼냈다.
참고로 첫 번째로 율리아한테 키스 했다가  깨물려서 혀가 너덜너덜해졌던 적도 있다.



“으우!”



물론 율리아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바로 알아차린 눈치.
하마터면 상대방의 혀를 깨물 뻔 했다는 생각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입술을 떼려고 하는 찰나, 남자는 오히려 그러지 말라는 듯 자신이 슬쩍 더 안으로 파고들었다.
더해서 뒤로 빼냈던 혀를 다시금 밀어 넣어본다.

이번에는 부디 깨물지 말라는 듯 가볍게 율리아의 입술을 두드리니 반사적으로 여인의 입술이 열렸고 그 안으로 들어간 남자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속삭이듯 여인의 혀를 부드럽게 감싸주기 시작했다.



‘상상 이상으로 흡수가 빠른 여자니까. 이렇게만 해줘도….’

바로 제어권을 다시금 돌려달라는 듯 율리아가 똑같이 혀를 움직인다.
오히려 원리를 이해하고 바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응용하는 천재처럼 자신이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는 듯 혀를 내밀기까지 한다.




역시 무서운 여자야, 속으로 중얼거리며 클라우스는 잠깐의 시간을 준  입술을 떼었다.


반투명한 은실이 살짝 이어지는가 싶더니 툭 떨어지고  앞에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반칙 그 자체라고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이러면 상당히 곤란할 텐데요. 마왕님이 몸으로 인간을 유혹하다니.”
“그건 피차 마찬가지에요. 전쟁 영웅이 여인의 몸에 넘어가다니. 인간 귀족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달가울  같지는 않은데요.”
“…마왕님의 말이 맞군요.”
“그렇죠? 그보다 그 마왕님 호칭은 관두세요. 여기서는 교수와 생도 사이라고 클라우스 ‘교수님’ 이 말씀하셨으니까. 아시겠어요? 교수님?”

그리 말한 율리아는 자신만 이리 헐벗고 있는 건 불공평하다는  바쁘게 제 남자의 윗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대충 걸치고 있던 겉옷은 물론이고 이미 단추가 두 개나 날아간 셔츠까지, 그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

마침내 남자의 맨살을 보게 된 율리아는 저도 모르게 놀라서는 탄식을 흘리고 말았다.
클라우스의 몸이 생각보다 더 좋아서? 그거야 당연히 예상하던 일이다.


전쟁 영웅이라는 남자의 몸이 그러면 의자에 앉아 탁상공론만 하는 머저리들보다 부실할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상처가… 엄청 많네요.”


빼곡하게 들어선 상처들이 그녀가 놀란 이유였다.
참고로 마족도, 인간도, 그리고 요정도 수인도 급소는 결국 똑같다.
그리고 그 급소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가슴과 배는 상처가 없어야 좋은 것이다.
헌데 클라우스의 몸에는, 그 급소가 가장 많은 부위에는 흉터가 아주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다.


“전쟁터를 뒹굴던 놈이 몸에 상처 하나 없으면 그게  이상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하지만 교수님은 사령관이었잖아요?”
“성깔이 좀 지랄 맞아서 뒤에 앉아서 지휘만 하기에는 성미에 맞지 않더군요. 생각해보세요. 내가  전투 마법을 그리도 숙련되게 사용하겠습니까? 당연히 앞에서 그렇게 싸워댔으니 필연적으로  수밖에 없던 거죠.”
“…전투 마법은 대게 보조를 맡으니까,  창칼을 들고 직접 싸우셨다는 말씀이군요.”



율리아의 말대로, 전투 마법은 그저 보조에 불과하다.
창과 칼을 휘두르며 그 사이에 비는 공백을 그것으로 메우는 형식이다.
어차피 화력은  분야의 전문가들인 마법사가 맡아줄 테니까.




“참고로 이 상처들 중 반은 마족들이 만들어준 겁니다.”
“앗, 아아….”
“그들한테 고마워하세요.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으면 지금 난 여기 없었으니까.”

일부러 그런 말을 흘려서 율리아가 더는 진입하지 못 하도록 한 번 막아 세운다.

어차피 제 옷을 벗겨냈다고는 쳐도 이 이상 뭘  줄 모르는 여인이다.
아마 그대로 둔다면  다음은 어찌 해야 할까 고민하며 시간만 보낼 게 뻔하다.
그전에 클라우스는 자신이 먼저 여인의 몸을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 작정이었다.




“나타샤 생도보다 훨씬 낫네요.”
“네? 아니, 잠깐만요. 방금 뭐라고요? 누구?”
“나타샤 벨라루스 생도요. 오늘 율리아 생도와 부딪쳤던 그 요정 말입니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죠? 혹시 그 여자와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나요?”



클라우스의 손을 붙잡은  그 붉은 눈으로 날카로운 기색을 흘리는 율리아.
감히 자신을 두고, 마왕을 두고 고작 요정 여인 따위와 먼저 시간을 보냈냐는 질문이다.


자신이 유혹할 때는 별 반응도 없더니 정말 그 요정한테는 넘어갔다는 소리인가?
아마 이런 생각이 현재 율리아의 마음속에 가득할 것이다.


‘조심하자. 우리 마왕님이 본성이 착하기는 해도 그건 원래 연쇄살인마에 피에 미친 악귀가 되는 원래 스토리상에 비교하자면 착하다는 거야. 여전히 독점욕 더럽게 심하고 질투는 무시무시하고 내 거다 생각되면 무조건 가져야 하는  마족 근성 어디 안 간다.’




사리자, 조심하자. 지금도 숙부 때문에 참고 사는 거지 호락호락한 여자가 결코 아니다.
그리 생각하며 클라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에서 수년을 싸운 전쟁 영웅. 그런 남자를 흔드는데 여자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그래서 뭐가 어찌 되었는데요. 말해주시죠, 클라우스 교수님.”
“유혹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진짜로 유혹하더군요. 그 근사한 몸으로 아주 열심히.”
“….”



남자는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듣는 여자는 속에서 천불이 일렁이는 말이었다.


지금 제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는 여인은 바로 자신인데.
감히 자신보다 먼저 꼬리를 치던 여자를 평하는, 그것도 긍정적으로 말하는 짓을 바로 앞에서 하고 있다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 처사가 아닌가!

‘…심지어 나보다 컸어. 젠장! 나보다 더 컸다고!’




아까 전까지는 딱히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던 가슴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리고는 빠르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크기에 율리아가 분노의 일갈을 터트리며 막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뭐라고 해야 할까요. 너무 헤프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요?”
“율리아 생도와 같은 그런 느낌이 없다 이겁니다. 몸매 좋다고, 가슴 크다고 남자가 홀딱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동시에  여자의 품격을 보거든요.”
“…그래서요?”
“뭐가 그래서입니까. 이미 대답 다  거 같은데?”


참고로 이 여자, 워낙 각박하고 힘든 삶을 살아서 은근히 칭찬에 약하다.
물론 대놓고 떠는 아부나 이상한 놈이 던지는 칭찬,  모든 것에 약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그녀가 인정한 상대, 혹은 반드시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이들.
그런 자들이 자신을 인정하고 또 대단하다고 추켜세울 때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속으로는 좋아 죽는 그런 부분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약점을 아는 놈은 나 하나 외에는 없지. 그 끔찍한 일을 당한 후 완전히 흑화해서는 그 강하다는 제 숙부조차 힘으로 누른 여자인데 뭐 눈에 차는 상대가 있겠어?’



클라우스가 굳이 대륙 전쟁에서 그 고생을 해가며 전쟁 영웅 타이틀을 얻은 건 바로 그 때문.


상대가 아군이든 적이든 그만한 가치가 있으면 동경하는 마족들의 특성을 노린 것이다.
특히 감히 항거할  없는 그런 적이었다는 과거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몸 들이대며 꼬리 살랑살랑 흔드는 요정, 온갖 끔찍한 상황에서도 오연한 모습을 보이며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마왕. 내가 누구를 선택할지 이미 율리아 생도는 다 알고 있지 않나요?”


솔직히 말하면 결국   몸으로 유혹한 거다.

다만 클라우스는 나타샤의 경우에는 자존심 강한 요정이 꼬리 살랑거리며 저열한 짓을 한다는 말을 했고 율리아 같은 경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군주의 최후 선택이라고 포장했다.


“….”




당연히 클라우스의 말이 말도  되는 소리임을 율리아도 안다.
둘 다 똑같이 그를 제 편으로 두겠다고 벨라루스나 마왕으로서 설득한  아니라 여자로서 유혹을 한 것이니까 말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나타샤는 실패했고 율리아는 성공했다, 라는 부분.
그리고 클라우스는 나타샤를 욕하고 율리아를 치켜세웠다, 라고 할 수 있었다.




“….”

클라우스의 손을 붙잡았던 율리아의 손에서 힘이 빠진다.
그리고는 완전히 손을 내린  아닌  하지만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귀여웠다가,  자신이 반드시 죽이겠다고  놈들 목 잘라서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던 모습 보면 기절할 노릇이지. 이번 회차에서는 그것 좀 못 하게 해야겠어.’


사락-.

클라우스의 손이 여인의 상체를 가리고 있던 셔츠를 붙잡는다.
그러자 아주 잠깐이기는 했지만, 율리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리는 것을 클라우스는 분명히 느꼈다.

당연한 일이다. 숙부에게 한 번, 그리고 오늘  한 번.
이 여인은 벌써  번이나 끔찍한 일을 당할 뻔 했으니 당장 트라우마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율리아 생도.  내키지 않는다면….”
“공평하게, 공평하게 가요. 제가 당신의 몸을 본 것처럼 당신도….”

탁, 탁-.

 손으로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는 율리아.
목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마지막 단추까지 전부 풀어버린 그녀는 후우,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봐도 괜찮아요. 제가, 내어주기로 약속했으니까.”
“….”



사실 아까 전 인간 귀족 생도들에게서 빼올 때 이미 볼 거 다 봤다.
그게 아니더라도 율리아의 나신은 이미 수십, 수백 번이고 본 클라우스이기도 했고.
다행히 그런 쓸데없는 말을 입 바깥으로 내밀 만큼 어리석은 이는 결코 아니었다.
해서 얌전히 입을 다물고서 고개를 끄덕이니 율리아는 작게 미소를 짓고는 다시금 클라우스의 손을 붙잡는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막는 게 아니라, 역으로 다가오게 이끈다.
그리고  가슴을 가리고 있는 셔츠의 앞섬을 붙잡게 하고는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우-.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이 했던 일인데, 율리아 입장에서는 또 이게 처음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본인도 잔뜩 흥분한 클라우스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셔츠를 걷어냈다.



“아아….”

마침내 마왕의 몸을 가리고 있던 것이 흘러내리고, 새하얀 나신이 드러난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나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의 가슴.
나타샤보다 약간 작기는 했으나  정도면 오히려 훌륭하다고   있었다.


무엇보다 저 가슴이 가지는 부드러움, 탄력, 그리고 향기, 맛,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던 클라우스로서는 이렇게 바라보고만 있어도 절로 사정감이 치밀어 올라 여간 힘든  아니었다.



“아우으으….”


거기에 부끄러워서는 어쩔  몰라 하는 모습까지.
아직 남자를 모르는 여자가 보일 수 있는 최고로 아름다운 모습은 이미  십 번의 회차로 단련이 되어있는 클라우스의 멘탈을 뒤흔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진정, 진정하자. 아직 이 여자는 처녀야. 처음이라고.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알려주자. 어차피 나중가면 저쪽에서 먼저 들이댈 테니까 지금은 천천히, 천천히.’




제 가슴을 가리고 있던 여인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고는 조금씩 밑으로 내려 본다.
다행히 율리아는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그런 남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마침내 마지막 가림막까지 전부 사라지고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여인의 희고 고운 살결, 그리고 풍만한 가슴.


“처, 천천히… 해주세요. 교수님….”




당연한 소리를, 걱정하지 말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클라우스는 새하얀 비단을 양 손 가득 쥐어보았다.

“아…!”

역시나, 마왕은 처음부터 최고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