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2장 - 가지고 싶다면 싸워라
‘호, 혼자 해보라고? 지, 지금 남자 앞에서 자위를 하란 말이야?’
어이가 없었다, 말이 안 나왔다.
이 정도 해주었으면 알아서 넘어와서는 제 가슴을 만지든 아니면 음부를 건드리든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게 바로 직전의 나타샤였다.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달콤한 유혹 몇 번 해주면 알아서 넘어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스스로 벗으라니. 스스로 해서 스스로 가보라니!
“클라우스 교수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부탁이 아니라 요구 사항이야. 날 가지고 싶다면 내 말을 따르는 게 좋지 않을까?”
“…너무하네요. 어떻게 남자로서 여인을 그리….”
“마족들은 그렇게 해줄 기세던데.”
마족 단어가 나오자 순간 나타샤의 눈동자에 불꽃이 튄다.
수인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고 설마 그 마족들이 클라우스와 접선을 했다?
강자라면 적이든 아군이든 일단 존중을 표하고 명백한 적이라고 해도 쓸 만 하다고 판단되면 회유하려고 드는 자들이 바로 마족이다.
그런 마족들이 대륙 전쟁의 영웅이라는 클라우스를 아카데미에서 마주쳤다.
과연 그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떤 결정을 내릴까.
‘…설마 아까 그 때?’
나타샤의 머릿속에 떠오른 여인은 당연하게도 마왕 율리아 아그네사.
다른 생도들은 다 강의실을 나섰는데 혼자 남아서 있던 것부터가 이상하다 싶었다.
거기에 더해서 클라우스를 유혹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나서서는 화를 내기도 했다.
‘아까는 그냥 마족으로서 요정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나타샤는 슬쩍 고개를 들어 클라우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그게 맞느냐는 무언의 질문.
그에 클라우스는 냉소를 머금고는 입을 열었다.
“은근슬쩍 다리 오므리지 마라. 그냥 나가는 수가 있어.”
“아, 아니….”
“벌려. 활짝. 그러면 대답해주지. 네 질문에 대해서.”
클라우스의 말대로, 기껏 벌려둔 다리는 어느새 많이 오므려져 있었다.
열병 스킬이 지속되고는 있다고 하나 미약이나 최음제마냥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 스킬이 걸린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고, 그 이상으로 이끄는 게 전부다.
“하지만… 하지만….”
“내가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갈까. 생각이 안 되나? 교수실로 돌아갔는데 거기 마왕이 와있다면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거기까지 들으니 나타샤도 이제는 다급해졌다.
당연한 것이지만 아직 서부 연합의 이들은 율리아가 숙부에게 조종당하는, 그저 허울뿐인 마왕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타샤 본인은 비록 벨라루스 가문의 여인이기는 하나 따지고 보면 요정 세계에서 많고 많은 특권층 중 하나라는 소리다.
하지만 율리아는 마왕, 자그마치 동부 마족들의 정점에 선 군주다.
그 마왕과 자신, 둘 중 클라우스가 어느 쪽을 더 깊게 생각할지는 안 봐도 뻔한 것이었다.
“벌려. 나타샤. 나 지금 세 번째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 알겠어요. 대, 대신 정말… 정말 대답해주는 거 맞죠? 나가기 없어요?”
“약속하지. 전쟁 영웅의 명예를 걸고.”
솔직히 명예에 목숨 거는 놈이 아니기에 언제든 저버릴 수 있는 약속이다.
다만 나타샤가 보기에는 또 그렇지 않을 테니 조금은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내가 도대체 왜 이런 짓까지…!’
스스로가 너무나도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요정인 자신이, 벨라루스의 여인인 본인이 이런 꼴이라니.
남자 앞에서 스스로 다리를 벌리고 음부를 보인 채 바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문제될 것도 없었다.
자신은 클라우스라는 인간 남자를 유혹해서 자신에게 푹 빠지게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게 될 거라고 예상을 다 하지 않았던가.
‘진정하자. 진정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래, 어쩔 수 없는 일….’
분노, 치욕, 수치심 등으로 마구 요동치던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다.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모두가 벨라루스와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들을 잠재우니 그 빈자리에 다른 뭔가가 슬며시 자리한다.
미래를 약속한 정혼자도 아니고, 심지어 같은 요정도 아닌 인간 남자.
그런 자 앞에 부끄럽게도 다리를 벌리고 여인의 소중한 곳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어찌나 부끄러운 일인가, 이 어찌나 흉한 모습이란 말인가, 이 어찌나….
‘왜, 왜 자꾸 두근거리는 거야. 왜? 도대체 왜?’
나타샤의 얼굴에 당황스럽다는 감정이 언뜻 머물다가 사라진다.
그 모습에 클라우스는 ‘빙고’ 하고 중얼거리면서 속으로 낄낄 웃어댔다.
빈틈을 만들었고 그 틈 사이로 열병으로 인해 뜨거워진 기류를 흘려 넣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변태 요정이 알아서 제 성향을 찾아가기까지 지켜봐주는 것뿐이다.
“으으으….”
결국 오므려졌던 여인의 다리가 다시금 활짝 벌어졌다.
이전과 같이 나타샤의 예쁜 보지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전보다 조금 더 젖은 모양새다.
물기로 인해 번들거리는 것이 그냥 이대로 한 번 핥아줄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일단 약속한 부분은 이행해야 했다.
“마족도 내게 슬그머니 접촉해왔다.”
“여, 역시! 더러운 것들! 그렇게나 증오할 때는 언제고….”
“마족들 편을 드는 건 아닌데, 그들보다는 오히려 인간 측 귀족들이 나를 더 증오했을 거다. 평민 주제에 너무 잘 나서. 그래서 다른 평민들이 들고 일어날까봐 두려워서.”
클라우스를 견제하기 위해, 더 나아가서는 사령관 직에서 내쫓기 위해.
귀족들은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짓 그리고 참으로 바보 같은 짓들을 많이도 벌였다.
그런 노력과 시간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이 세계는 인간 귀족들이 최악, 최약의 세력이었다.
“아무튼 그들이 내게 접촉해왔다. 내용은 뭐, 뻔하지? 너와 같다, 나타샤.”
“역시 그들도 클라우스, 당신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다리 또 오므린다. 힘 줘. 또 다물면 그 때는 정말 나간다. 그리고 바로 마족들이랑 만나서 자세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야.”
“….”
“부디 나를 마족들에게 넘기지 말라고. 아름다운 요정 아가씨.”
분명한 협박, 아무리 봐도 강요에 불과한 말들.
하지만 클라우스는 교묘하게 그 사이에 마치 부탁하는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자신을 마족들에게 넘기지 말라고, 이왕 새 배를 탈 거면 자신도 서부 연합이 더 낫다고.
그러니까 자신을 실망시키지 말고 얌전히 따라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요정 아가씨는 덤이었다.
“누구죠? 마족 측에서 누가 접촉을 한 거죠? 혹시 아까 봤던 그 마왕이….”
“그것까지 알려주면 반칙이지.”
“뭐라고요?”
“답을 더 듣고 싶다면 내가 입을 열도록 더 노력을 해봐.”
클라우스의 손이 여인의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그 바람에 화들짝 놀란 나타샤가 다급히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으나 클라우스의 경고를 떠올렸는지 입술을 깨물면서 그 자세를 유지했다.
“그보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건가?”
“아, 아아….”
“손을 들어. 손가락을 세우고는 네 질구에 넣어. 얼마나 넣든 상관없어. 네가 좋은 만큼만 해. 그리고 움직여. 움직여서 네가 가버리는 꼴을 내게 보여라. 나타샤.”
“파렴치한…! 변태 인간! 그,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니! 너, 너무 해요.”
“너무하다니. 내가 직접 탐하는 건 신사라도 된다는 건가? 오히려 이게 더 낫지 않나?”
“절대 아니에요! 어, 어떻게 남자가 보는 앞에서 여인이 스스로 가는 꼴을 보이라는 건지….”
“불만 있으면 관둬. 그러면 돼. 나도 딱히 아쉬울 건 하나도 없거든.”
꾸욱-.
입술을 앙다문 나타샤는 천천히 팔을 움직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리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자위야 그녀도 해본 적이 있다.
인간이고 요정이고 수인이고 마족이고, 모두가 성에 대한 욕구가 다 있다.
그리고 그게 충족이 안 되면 스스로라도 해결하는 게 당연한 결과다.
다만 문제는 클라우스에게 했던 말 그대로 남 앞에서 대놓고 한 적은 절대 없다는 것.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런 짓을 하겠는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동시에 가장 은밀한 일들 남 앞에 보여야 하는 것이다.
모든 이성체는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을 들키면 거기에서 가장 처참한 감정을 느낀다.
지금 클라우스는 바로 자신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도대체 저런 남자가 어떻게 전쟁 영웅이 된 거야! 다 헛소문 아니야? 인간들이 제 잘못들을 가리기 위해서 거짓된 영웅을 만든 게 아니냐고!’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곧 그녀는 고개를 내저어야만 했다.
클라우스라는 인물이 거짓이라면 인간들은 그렇다 치고 요정, 수인, 심지어 마족까지도 그를 경외하면서 어떻게든 접점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을 하겠는가.
실력, 재능, 능력, 경험과 지략까지, 저 남자의 모든 게 진짜다.
그러니 자신이 이렇게 치욕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러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클라우스에게 모든 야욕이 박살나고 처참하게 패배한 마족들이 그를 끌어들이려고 현재 자신과 경쟁 중인 것이지 않겠는가!
“딴 생각 하지 말고.”
“으응!”
이때, 남자의 손길이 부드럽게 보지를 훑고 지나간다.
음핵은 물론이고 음순과 질구까지 완전히 만지고 가는 그 느낌에 짜릿한 감각이 나타샤의 등골을 타고 순식간에 머리까지 치고 올라갔다.
“얼른 해봐. 언젠가 너를 품에 안고 소중히 대해줄 그런 남자를 상상하며 찌걱거렸던 그 손놀림. 설마 자위도 안 했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러면 오히려 실망할 것 같은데.”
“부, 부끄러움도 없는 건가요?!”
“내가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해도 네가 하면 했지 난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물끄러미 나타샤를 바라보는 클라우스.
시간 끌면 너만 손해라는 걸 알려주듯 미소를 짓자 나타샤는 자신이 너무나도 불리한 싸움임을 역시나 자각하고는 침음을 내뱉었다.
‘바, 방법이 없어….’
사흘, 딱 사흘이다.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 이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 시간은 사흘이 전부다.
그 시간 안에 어떻게든 저 남자를 흔들어야만 한다.
그래서 그가 벨라루스를, 하다못해 자신을 생각하면서 고민할 여지는 만들어야만 했다.
‘심지어 여기서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다가는… 마족들이…!’
인간, 수인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과 마족을 비교한다면 차라리 그 둘이 낫다고 할 수 있었다.
클라우스는 서부 연합의 사람이다, 그러니까 가진다고 해도 서부가 가지는 게 맞다.
여태까지 그와 실컷 싸우고 죽이려고 했던 마족 놈들이 갑자기 왜 끼어든단 말인가!
“흐으으….”
결국 나타샤는 클라우스의 협박에, 그리고 회유에 굴복하고 말았다.
대충 허벅지쯤에 멈춰있던 팬티를 붙잡은 그녀는 무릎 아래 종아리까지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손을 더듬거리며 손가락으로 갈라진 틈새를 살며시 벌렸다.
찌걱-.
“예쁘네.”
“그, 그런 말 하지 마요. 제발, 제발….”
“정말 예뻐서 하는 말이야. 너무 예뻐서 지금이라도 그냥 널 취하고 싶을 정도로.”
참으로 열불이 나는 말인데, 또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었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 남자는 자신을 그저 치욕스럽게 만들고만 있는데.
도대체 왜 자신은 자꾸만 두근거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이러고 있는 건지.
“하, 할게요….”
클라우스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은 채로 나타샤는 벌어진 보지 살 틈으로 다른 손가락을 사용해 그 위에 자리하고 있는 조그마한 공알을, 여인의 진주알을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으으읏….”
질구 안으로 손가락을 넣은 것도 아니고 다만 진주알을 살살 만지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여태까지의 그 어떤 자위보다도 더 강렬하고 진득한 쾌감이 나타샤를 휩쓸었다.
어찌나 그 자극이 상당한지 나타샤는 바로 앞에 남자가 앉아서는 모든 것을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로 다리를 더욱 활짝 벌리고는 본격적으로 진주알을 문질렀다.
“아, 아아아! 흐윽! 하그으으!”
무아지경. 말 그대로 나타샤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자위에 취했던 적은 결단코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얼른 끝내야겠다는 마음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몸이 덜덜 떨리는 와중에도 너무 기뻐서 웃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 나 진짜 왜 이래… 미, 미쳤나봐.’
스스로를 타박하는 이성과는 달리, 본능은 시끄럽고 일단 더 만지라고 소리를 지른다.
여기서 혹여나 끊어지면 아주 기분 더러울 테니 알아서 처신하라고 위협도 한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동족도 아니고 인간 남자가 두 눈 뜨고서 바라보고 있는데!
하지만 그런 나타샤와의 머리와는 달리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처음에는 위아래로, 그 다음은 옆으로 문지르며 이리저리 진주알을 괴롭혔다.
그러다가 그 민감한 곳을 한 번 꼬집고 싶다는 유혹이 미치도록 일었다.
그렇게 하면 분명 부끄러운 꼴을 보일 거다.
남자 앞에서 볼썽사납게 가는 모습을 보이는 거다.
그러니까 그러지 마, 그러면 안 돼, 그러면….
“가는 모습 보여주면, 네 제안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지 않을까 싶은데.”
핑계거리가 생겼다, 부끄러움에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좋은 핑계.
사실은 스스로가 지금의 쾌감보다도 더 한 것을 원하는 주제에 말이다.
나타샤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여인의 손이, 손끝이, 솟아오른 조그마한 진주알을 강하게 꼬집었다.
“아윽! 아, 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