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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2장 - 가지고 싶다면 싸워라 (18/341)



〈 18화 〉2장 - 가지고 싶다면 싸워라

다른 생도들의 눈을 피해서 나타샤의 방으로 향하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을 요정 여인.
그런 나타샤를 조금씩 망가트리는 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이들에게 걸려서 그걸 망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들어오셨나요? 클라우스 교수님?”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방 한구석에서 나타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듯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같이 흘러나왔다.


“그래요. 잡다한 소리 필요 없어요. 거두절미하고 그 이야기라는 걸 들어보고 싶어서 말이죠.”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준비해서 나갈 것이 있어서요.”
“난 차보다는 커피 쪽이랍니다.”
“참고할게요.”




물론 나타샤가 내놓는  차나 커피 같은 기호식품이 전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달콤하고, 훨씬  중독성 강한 뭔가가 나올 것이다.
 모습을 기대하면서 클라우스는 자리에 앉아 나타샤를 기다렸다.


잠시 후,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나타샤는.

“준비 끝났어요. 자, 어떤가요?”


생도복은 어디다가 다 벗어던졌는지, 거의 헐벗은 모습으로 클라우스 앞에 나타났다.
속옷으로도  가리지 못 하는 풍만한 가슴, 그리고 선명하게 선이 보이는 팬티.
그 외에는 어떤 옷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앞에  나타사였다.




‘주제에 노력은 참 많이도 하네.’

일단 노력이 가상하니 조금은 놀란 척이라도 해주자.
솔직히 말해서 나타샤의 몸은 확실히 꼴리는 육감적인 몸매였으니까.
클라우스는 그리 생각하며 일부러 넋이 나간 표정을 지어주었다.




“….”
“후후후. 뭐에요? 전쟁 영웅, 남부의 악마가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다니.”


전에는 침대에 앉은 채로 다 벗겨서 그런지  몰랐을 수도 있다, 라고 나타샤는 생각했다.
지금처럼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을 받은 채 당당히 서서는  늘씬한 팔다리와 몸매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제 모습은 어떤 이성이라도 혹할 만한 것이리라.


특히 어제 밤부터 거울을 바라보며 연습한 자세와 표정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만만이었던 클라우스의 표정에 당황과 욕망이 잠깐 깃들다 사라지는  파악할 수 있었던 나타사였다.



‘시작이 좋네. 이대로 조금만 더 하면 오늘 넘어올 수도 있겠어.’

확실히 이런 짓은 부끄러웠다, 무척이나 상스러웠다.
요정 일족의 여인으로서 고작 남자 하나 유혹하겠다고 옷을 다 집어던지고 거의 나신이 가깝게 된 채로 은밀한 곳까지 보여주며 서있는 지금 상황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혹하고자 하는 상대가 다름 아닌 클라우스.
대륙 전쟁의 영웅, 서부 연합을 구해낸 남자이나 그 마족들에게 악마라고 불리는 자다.
그렇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럴 만한 가치는 확실히 있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결정을 하니 부끄럽다는 감정은 흐릿해지다가 곧 전부 사라졌다.
이왕 이렇게  거  남자가 알려준 대로, 그리고 자신이 연습한 대로 유혹한다.
지금 당장 그가 넘어온다는 그림은 그리지도 않는다.
다만 흔들리기만 해도 자신으로서는 성공적인 하루가 될 것이라고 나타샤는 생각했다.



“어머, 우리 교수님 눈 빠지겠네.”

부끄러워하며 제 몸을 가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인이 아니다.
지금 클라우스의 앞에 서있는 이는 오히려 은근히 제 몸을 내보이며 마치 자랑하듯, 보고 싶다면 실컷 보라는 듯 포즈를 취한 채 남자 이성을 와르르 무너트리는 그런 여자다.


자신의 매력을 아는 여인은 그것을 무기로 활용할 줄 안다, 그리고 그 무기로 남자를 날카롭게 공격하여 굴복시키거나  포로로 만들 줄도 안다.
나타샤는 바로 그 부분을 빠르게 받아들이고는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크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는 클라우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나타샤를 응시한다.

굉장히 아름답기는 하다만 그게 전부라는 듯, 자신은 딱히 관심이 없다는 그런 표정.
물론 나타샤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치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겨서는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뭐에요? 설마 제가 어제까지의 그 맹한 모습으로 나설 거라고 생각했나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리 빨리 이용해 먹을 줄은 몰랐거든요.”
“당신 말이 맞아요. 저도 제가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다 교수님 때문이에요. 자꾸만 나를 도발했잖아요? 무시했잖아요? 그러니까 분한  있죠? 변하자. 어떻게든 변해서 저 자신만만한 인간을 한 번에 격침시켜 버리자!”
“….”
“다행히도 그게 어느 정도 먹힌 모양이네요. 제 말이 맞나요? 클라우스 교수님?”



클라우스는 딱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곁눈질로 나타샤를 살피다가 작은 한숨을 내뱉고는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나타샤는 클라우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꾸만 웃음이 피어올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당당하던 남자가, 자신을 깔보는  하던 남자가 이렇게 바짝 위축된 모습을 보일 줄이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네?’

짜릿했다. 마족의 미간  가운데에 화살을 박아줄 때보다도 더욱 짜릿한 감정이 들었다.
저 남자를 조금이나마 밀어냈다, 계속 밀리기만 하던 자신이 그를, 클라우스를 밀어냈다!
서부 연합은 물론이고 마족들조차 은근히 두려워한다던 그 남부의 악마를 자신이 말이다!!



“하아, 하아….”



그런 곳에서 오는 흥분 때문이었을까.
나타샤는  몸이, 그리고 제 마음이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과도할 정도로 달아올랐다는 사실을 미처 눈치 채지 못 했다.




“만져보고 싶죠?”
“이미 그제도 어제도 마음껏 만졌다만. 별 감흥이 없던데.”
“지금은 다를 거예요. 장담해요. 그러니까 손 좀 줄래요?”



클라우스는 별 다른 저항의 기색 없이 순순히 제 손을 내주었다.
그러자 그 손을 잽싸게 낚아챈 나타샤는 얼른 제 가슴 위에 그걸 얹고서는 어떠냐고 묻듯이 클라우스를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제만 해도 그렇게 바라보면 부끄럽다고 징징대더니.”
“누가 징징댔는지 모르겠네요. 제가요? 전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관두죠.”


손끝에서 비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부드러움이, 그리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말캉함이 동시에 전해진다.
과장 조금 보태서 천국이란 걸 만질 수 있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만약  요정의 상대가 보통 인간 남자였다면 아마 게임은 진작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니야.’


나타샤의 아름다움? 인정한다. 당연히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러니까 실컷 박아줬지.
그녀의 몸? 엄청나게 꼴린다. 율리아를 제외한다면 무조건 가져가야  여인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게 바로 나타샤 벨라루스니까.


하지만 거기에 취하지도, 넘어가지도, 함몰되지도 않는다.
까딱 잘못 넘어갔다가 어떤 방식으로 휘둘리고 고생을 했는지 자신의 머리가 기억한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조련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 역시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 스킬, ‘열병’ 이 발동 중입니다. -


 여자는 여전히 모르고 있겠지만 스킬은 아직도 그녀에게 걸려있다.
그리고 나타샤가 눈치조차 채지 못 한 바로 그 순간에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녀를 불살라먹으며 도저히 그걸 꺼트리지 않고는 배기지 못 하는 이로 만들 것이다.

“아름답네요.”
“네?”
“아름답다고요, 당신.”


그에 맞춰서  귀여운 요정에게 기름을 끼얹는다.


자신이 클라우스를 태우고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자신이 기름을 뒤집어쓰고  활활 불타오를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  채로.
이걸 또 좋다고 받아들이고는 혼자 좋아 죽을 것이다.


“…그런 말은, 진작 해줬어야죠.”
“어제까지는 제 강점도 제대로 이용 못 하는 멍청이 같았는데 오늘은 달라보여서.”
“그래요? 후후후. 오늘은 어떤데요? 이제는 벨라루스 가문의 여인 같아보이나요?”
“확실히 그러네요. 그리고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고.”
“걱정 마요. 당신을 벨라루스로 데려가고 싶을 뿐이지 잡아먹을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후 이 여자가 정말 제대로 마음을 다잡았나 시험해볼 겸 손을 내려서 그 풍만한 가슴을 조금 힘을 줘서 쥐어본다.



말캉-.



“앙!”




크흡,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다.
저렇게 오버해서까지 신음을 내지를 필요는 없었는데.


일부러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과도한 연기를 하는 것도 있겠지만 거기에 클라우스 몰래, 그리고 자신도 몰래 마음 속 깊숙이 숨기고 있던 긴장이 더  쾌감으로 작용하는 것이기도 했다.

더해서 여전히 발동 중인 열병 스킬의 영향이기도 했고 말이다.



“좋네요.”
“아흥! 여, 연습했거든요. 소리를 내야 할 때, 부끄럽지 않아야 할 때, 숨기지 말아야 할 때.”
“….”
“아무래도 지금이  그 순간인 것 같네요. 그렇죠?”

나타샤는 그렇게 말한 후 클라우스의 목을 두 팔로 가볍게 껴안았다.
 후 살살 뒷걸음질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자신을 따라 걷게 만들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다음은 알죠?”
“뭘 알아요.”
“아이, 그러지 말고요. 여자가 이렇게까지 해줬으면 그 다음은 당신이 나서야죠.”
“….”

또 주제도 모르고 까불기 시작한다.
확실히 옷까지는 부끄러운 기색 없이 훌훌 벗어던졌다.
그래, 그거 하나는 확실하게 칭찬해주겠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다른 여자들은 그렇게  하나?
이 다음이 중요하다, 남자를 유혹할거면 그 남자가 견디지 못 하고 여인의 가랑이를 벌리고 보지에  물건을 꽂게 만드는 것이 가장 핵심이 되는 일이다.
거기까지 남자를 이끌지 못 한다면 여태까지의 모든 것들은 다 부질없는 짓이다.


“난  모르겠는데요.”
“네?”
“아름다워요. 네, 확실히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길가에 피어있는 꽃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 그걸 꺾어서  품에 안느냐 아니면 그냥 지나가느냐는 그 ‘꽃’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 아니겠습니까?”
“무슨….”



나타샤가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자신이 이렇게 유혹하면 클라우스가 견디지 못 하고 바로 자신을 탐할 것이라고.
속옷 정도는 거침없이 걷어내고 달려들 것이라고, 그렇게 말이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누구 마음대로 그렇게 생각해? 유혹하고 싶다면, 먹히고 싶다면 거기까지만 하고 멈추는 게 아니라 다 벗고 가랑이 벌리고 넣어달라고 물을 줄줄 흘리고 있어야지.’



어디 건방지게 이 정도 했으면 할만큼 했으니 나머지는 네가 하라고 말을 할까.
클라우스는 속으로 그렇게 나타샤를 비웃으면서 검지로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밀어 침대 위로 여인을 넘어트렸다.

“아앗.”


일부러 과장되게 넘어지며 갑자기 가련미 뿜뿜 모드로 전환한 나타샤.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는 이렇게라도 남자 마음을 돌려보려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이쪽은 이 상황을  번이고 반복하는 미친놈이라서 말이다.

“나타샤. 나를 유혹하고 싶다고 했죠?”
“네. 그게 조건이잖아요? 그렇게 하면 당신이 벨라루스 가문으로 가주겠다고요.”
“분명 그렇게 말했죠. 당신은 나를 유혹하고 거기에 넘어가면 그쪽 부탁을 들어준다.”
“…혹시 약속을 이제 와서 취소하겠다, 뭐 그런 말은 아니겠죠?”
“설마요. 그 정도로 미련하거나 겁쟁이였다면 전쟁 영웅 칭호 달고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혼자 해봐요.”




순간 나타샤는  눈을 깜빡이면서 클라우스를 바라봐야만 했다.
지금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그가 뭘 잘못 말했나 싶어서.

허나 유감스럽게도 나타샤는 잘못 듣지 않았다.
또한 클라우스는 잘못 말하지도 않았다.
아주 정확하게 말한 것이다, 아주 정확하게 들은 것이다.

“혼자 해보라고요.”
“무, 무슨 말을…”
“이상하네요. 조금 맹한 구석은 있어도 귀까지 안 좋은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말 직후 클라우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거기에 남은 건 시리도록 차가운 표정,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뿐이었다.



“나타샤 벨라루스.”
“네, 네?”
“속옷  벗어. 나한테 벗겨라, 뭐 그런 소리 하지 마. 먹힐 여자가 부탁할 생각 말고 알아서 다 벗고 구멍 드러내 보이고 엎드리란 말이다.”



고압적이다 못 해 상대방을 완전히 무시하는 언행.
이렇게 되면 아무리 나타샤라도 해도 화를  수밖에 없다.
약속이고 뭐고 이렇게 개무시를 받으면서까지 그걸 이행할 이유는 없으니까.

“당신….”




하지만 그녀는 벌컥 화를 내려다말고 그대로 멈춰버렸다.
화가 나긴 하는데, 정말 화를 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자꾸만 가슴 한 켠이 간질거리는 것이 뭔가 이상하다.



“벗어. 네 스스로.”


명령조의 말, 평소의 나타샤였다면 역정을 냈을 법한 말투.


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 음부를 가리고 있던 팬티를 천천히 내리는 중이었다.

‘나, 나 왜 이래?’




머리는 왜 그러냐고 소리치는데, 몸은 닥치라고 일갈한다.
그냥 조용히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벌려.”


…스륵.

여인의 다리가 벌어지고, 그 사이에 연분홍빛 꽃잎이 모습을 드러낸다.
살짝 물기에 젖은 모습이 무척이나 자극적이고 또 색스럽기 그지없다.


“혼자 해봐. 나타샤.”
“호, 혼자… 하라고요?”
“그래.  손가락으로 네 구멍 쑤셔보라고.”



시작은 남자 앞에서 혼자 자위하고 혼자 가는 것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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