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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1장 - 교수입니다. 전쟁 영웅이 아니라. (14/341)



〈 14화 〉1장 - 교수입니다. 전쟁 영웅이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순간 클라우스는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순식간에 마왕을 덮쳐서는 벽이든 침대든 몰아붙이고는 그대로 범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여태까지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여인들을 안았고 셀 수도 없는 섹스를 했지만 율리아만한 여인은, 그녀의 몸만큼 자극적인 것은 단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율리아의 숙부조차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겁탈하려고 했다.
서부 연합의 여러 종족조차 맹독이 든 장미라고 부르며  아름다움은 인정했다.
심지어 속살은 또 어떻고, 율리아는 어지간한 남자는 한 입에 잡아먹는 요물, 그야말로 명기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런 여자가 바로 앞에서 자신은 어떠냐는 말로서 남자를 유혹한다.
마왕을 품게 해주겠다, 세상 어느 누구도 하지 못 한 일을 네게 허락하겠다.


만약 지금이 첫 회차였다면 장담컨대 클라우스 자신은 그 유혹을 참지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발정난 개처럼 제 물건을 흔들며 여인의 보지를 마구 쑤셔댔을 것이다.



‘미친, 역시 마왕이다. 치명적이어도 너무 치명적이야,  여자.’


솔직히 반칙 아닌가 싶다.
지금은 몰라도 몇 년 후면 힘이면 힘, 두뇌면 두뇌 어디  곳 압도적이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어지간한 미녀는 감히 명함도  내밀 미모에 남자 홀리는 달콤한 냄새를 잔뜩 풍기면서 저러고 앉아있기까지 하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벌써부터 이 지랄 떨면 안 된다.
저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큰 거 한 방 몰아닥치니 그것에 대비를 해야….


“어떤가요, 클라우스 교수님.”




방금 전까지 예의 바른 생도 하나가 앞에 앉아있었다면.
지금은 그딴 거 다 벗어던지고 원하는 건 반드시 취해야겠다는 마왕 전하가 앉아계셨다.
살짝 기울어진 얼굴하며 우아하게 다리 꼬고 앉아있는 모습하며, 거기에 더해서….




탁, 탁, 탁-.


제 생도복의 가장 위에 있던 단추를 풀어내고 희고 고운 목덜미를 드러낸다.
그리고  밑의 단추 하나를 더 풀어내서 아찔한 쇄골 라인을 보여준다.
거기까지만 해도 충분할 터인데 단추 하나를  풀어서는 아예 어깨와 가슴골까지 살짝 보여주면서 마무리를 가한다.




‘…시발.’


 그림, 이 상황, 이 대치.
 번도 아니도 여러 번을 겪었는데, 이미 저 여자를 셀 수도 없이 많이 탐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은 잔뜩 흥분해서는 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로 우람해졌다.



‘안 그래도 어지간해서는 안 참고 다 쑤셔댔더니 율리아만 보면 자동으로 사정 준비가 끝나는 몸이 되었지. 이거 좆됐네. 내가 조교를 하는 건지 당하는 건지도 모르게 되었어.’



율리아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 한다.
애당초 그녀는 이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정상적인 생명체.
하지만 클라우스는  번이고 그녀와 정사를 나누며 서로의 몸을 아주 실컷 탐하던 지난 회차를, 과거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머리고 몸이고 거기에 맞춰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뭐하는 짓입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저 파도에 휩쓸린다.
그렇지 않아도 율리아를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번의 회차 중 저 여자의 유혹을 참지 못 하고 사고를 쳤던 적도 있었기에 더더욱 긴장을 해야 했다.

일부러 더 크게 분노한 모습을 보인다, 맹수가 으르렁거리듯 목소리를 내리깐다.
나는 화났다, 나는 발정나지 않았다, 나는 저 여자를 여기서 몸 성히 보낸다. 일단은, 일단은!!


“클라우스 교수님.”
“당신, 마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동부 마족들의 군주라는 존재. 그런데 그게 뭡니까. 마족들은 원하는  있으면 가랑이 벌리고 기다리는  종족 규율이라도 된답니까?”
“….”
“실망입니다. 어이가 없군요. 아무리 요정들이 그런 제안을 했다고 하지만 설마 마족까지, 심지어 일족의 군주라는 자가 그런 모습을 보일 줄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나를 놀립니까? 실컷 이용당하고 쫓겨난 자라고 조롱이라도 하는 겁니까?”
“….”
“당신 마왕이 맞기는 합니까? 진짜 마왕은 어디 따로 있고 그럴싸한 여인을 대충 위장시켜서는 아카데미 안에 밀어 넣은 거 아니냔 말입니다.”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전, 마왕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후우우. 클라우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어떻게 잘 넘어갔다, 저 여인을 자빠트리지 않고 무사히 시련을 넘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 율리아와 만나게 되었다.


우람해졌던 육봉 선생을 잠재우고, 진심으로 흔들렸던 표정을 지워내고.
클라우스는 여전히 남자 마음 따위 마음대로 쥐고 흔들  있다는 자세를 하고 있으면서도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은 마왕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죠?”
“교수님이 말한 그대로, 그리고 제가 말한 그대로에요. 어쩌면 저는 마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말이요.”
“이상한 소리 마세요, 율리아 생도. 이미 당신의 얼굴은 노출된 적이 있고 그걸 어지간한 대륙의 실력자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위장한다고 해서 위장이 되는 외모도 아니죠. 당신은 마왕이 맞아. 동부 마족들의 절대 군주, 마왕이 맞다고.”
“군주란 무엇입니까. 위에서 내려다보며 아래에 있는 이들을 보듬고 그들이 최소한 배를 곯지 않도록 살피며 못해도 억울한 일로 제 목숨 끊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군주 아닌가요? 그런데 저는.”



제 두 손을 내려다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 율리아.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도 도도하던 여왕님 포스  어디 가고 갑자기 가련한 모습 펑펑 터지는 모습이 되었다.



“누군가를 보듬고 살필 힘도 없어요. 그게 왕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데.”
“율리아 생도.”
“전 말이죠. 힘이 필요하고, 명성이 필요하고, 권위가 필요해요. 그래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카데미에 왔어요. 여전히 지지부진한 평화 분위기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서. 서부 연합의 실세들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서. 그렇게만 할  있다면, 그렇게만 일이 진행된다면 자연스레 저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는 올라갈 것이고 감히 군주를 농락하려는 건방진 자를 제 손으로 쳐낼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었다.
 마왕이, 그 율리아 아그네사가 제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았으니까.
이미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클라우스로서는 그녀가 말하는 부분에 한  거짓도 없음을 확인할  있었고 그만큼 이 당시의 율리아가 다급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급박한 여인의 빈틈을 파고 들었다.

결과적으로 군주를 농락하려던 율리아의 숙부는 처형되었지만.
정작 자신은 그 율리아를 앞에 두고서 이리저리 굴리면서 제대로 실세 놀이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조금은 양심에 찔리기도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율리아가 뭐든 좋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자신이 힘껏 밀어주겠다며 대신 자신의 곁만 떠나가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말이다!




“율리아 생도.”
“제가  이런 말을 하냐고요. 조금 전 클라우스 교수님께서 당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말해주셨으니까요. 그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내 말이 다 진실이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거짓말이 섞여있을 수도 있는데.”
“제 말에도 모든 게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거짓말이 섞여있을 수도 있죠.”



미안한데 이미 이쪽은 그쪽 수를  읽고 있어서.
율리아는 죽어도 모를 진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든 이미 클라우스는 진작 다 알고 있다.


회귀도 회귀지만  외에 상대방의 대략적인 마음을 읽는 독심술 스킬도 가지고 있다.
반복되는 회차로 인해 이놈은 이렇고 저놈은 저렇다, 라는 것들을 정리하다보니 갑자기 생긴 스킬이었는데 아주 유용한 스킬  하나였다.




- 스킬 ‘독심술’을 발동합니다. -
- 현재 상대방은 그 어떤 거짓말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세상 어느 누구도 클라우스를 속일 수는 없다, 다만 속였다고 착각할 뿐이다.
착각한 채로 귀엽게 허튼 짓을 하다 걸리면 남자는 당연히 죽고 여자는 괜찮으면 먹다가 버리고 생각보다 더  만하면  그만큼 더 사용해준다.

이상이 클라우스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세상에서 사는 법이었다.

“…나를 동부로 끌어들이고 싶다, 이겁니까? 율리아 생도. 아니, 율리아 아그네사 마왕.”
“그렇습니다. 클라우스 사령관님.”
“이유는?”
“말했다시피 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요. 당신이 상상하는  무엇보다도  끔찍하고 비참한 수준으로. 난  사람이 필요해요. 믿을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그러면서 능력 있고 그 어떤 유혹 앞에서도 내게 충성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능력 있다는  외에는 나와 하나도 맞는  없는데.”
“그 힘든 시기에 당신은 당신을 믿는 이들을 위해서 싸웠어요. 이미 그것만으로도 당신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충분한 증거가 되는데요.”
“….”
“그리고 당신이 말했잖아요. 당신을 진정 믿어주고 밀어줄 수 있는 자의 밑에 있고 싶다고. 그게 군인으로서 당신이 꾸었던 꿈이라고.”
“확실히 그렇게 말하기는 했습니다.”
“제가 그 사람이 되어줄게요. 나를 위해서 충성을 바치면 안 되는 건가요?”



미래의 일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클라우스의 관점에서 율리아는 긁지 않은 1등 복권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 심지어 율리아 본인조차도 자신을 이미 망하는 게 확정되어 있는 꽝이 가득 들어간 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클라우스가 제 제안에 따를 이유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자그마치 마왕 자신을 내어주겠다는 미친 조건까지 내건 것이리라.




‘초조하겠지. 숙부의 세력은 날이 가면 갈수록 커지는데 자신은 마지막 희망으로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아카데미를 택했더니 강의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정치적 대립에 교수  인재 빼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종족들을 보고 있으니까.’



잠시 뜸을 들인다, 마치 자신이 율리아의 제안에 흥미를 느낀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
동시에 정말 저 남자가 제 거래 조건에 응하게 되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미지의 일에 조그마한 두려움을 보이는 율리아를 더 보고 싶어서.



“….”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지만 저 여자도 속으로는 바들바들 떨고 있을 것이다.

과거 숙부에게 겁탈 당할 뻔 했던 적도 있고 허울만 왕이지 실상은 곁을 지켜주는 호위조차  없는 허수아비인지라 심하게는 귀족들이 그녀를 강간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감히 마왕을 탐하다니 삼대를 멸해야 할 죄였으나 실권이 없는 율리아로서는 비명을 지르며 죽을힘을 다해서 도망치는 게 전부였다.


아마 그 기억으로 인해, 그 고통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탐욕이 많기로는  어떤 종족보다도  하는 인간이고 여인이 무방비로 있으면 일단 덮치고 싶어 하는 것이 남자의 본능이다.



 앞에서 스스로를 완전히 노출시킨 채로 앉아있는 율리아.
두려움이 일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이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 무대도 완성되었겠다. 슬슬….’




시작해볼까.



“율리아 생도.”

그녀를 부른 후 자리에서 일어선 클라우스가 율리아의 곁으로 다가온다.
여태까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던 그녀는  상체가 일부 노출된 상황에서 클라우스가 다가오니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옷을 추스르고 도망갈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자리를 지켰다.


 남자를 요정들에게 내어주면, 그리고 숙부가 그 요정들과 손을 잡는다면.
자신은 이 마왕 자리에서도 언젠가 밀려날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숙부든 아니면 다른 자들이든 몰려들어서는 제 몸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빨아들이고 마시며 남김없이 먹어치울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 하면 뺏긴다. 그리고 뺏기면,  적이 된다.’




견디자, 앞일을 생각하고 견디자.
치욕스럽고 한스러우며 끔찍하기 짝이 없지만 최소한 상대는 자신이 먼저 내주어서 다가오는 이가 아니던가, 심지어 그 남부의 악마 ‘클라우스’ 사령관이 아니던가.


그 정도면 괜찮다, 그래. 마왕이 제 몸 내어주겠다고 하는 존재가 대륙 전쟁의 영웅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받아들일  있다.

“오늘 당신과 나누었던 이야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스륵-.


훤히 드러나 있던  어깨와 가슴골, 그리고 목이 다시금 가려진다.
흘러내렸던 생도복이 원위치로 돌아가고 풀어졌던 단추는 다시 입을 다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율리아가 고개를 드니, 그 앞에는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옷을 정리해주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당신이 아름다운  인정합니다. 뭐 몸매에 자신이 있는  이해해요. 하지만 율리아 생도? 나는 그렇게 축 늘어진 자보다는 당당한 이가  좋습니다. 그러니 진정 나를 끌어들일 생각이라면 세상 그 누구보다 당당한 여인이 되어서 다시 찾아오세요. 그 때는 당신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지금은 놓아준다. 이럴  좋다고 들이대 봤자 얻는 게 하나 없으니까.
어차피 머지않았다, 곧 율리아의 숙부가 그녀를 겁탈하라고 인간 측에 은밀히 서신을 보낼 것이고 마족들에게 복수할 기회가 왔다고 좋다고 하면서 그대로 행하는 놈들이 나오게 된다.

그 때 다가가도 된다, 그 때  여자를 안아도 된다, 그게 최고의 방법이다.

“클라우스 사령… 교수님.”
“첫 강의  보도록 하겠습니다, 율리아 생도.”

그러니까, 지금은 놓아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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