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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1장 - 교수입니다. 전쟁 영웅이 아니라. (11/341)



〈 11화 〉1장 - 교수입니다. 전쟁 영웅이 아니라.

스킬 ‘열병’ 은 말했다시피 마력 운용이 뛰어난 이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자신이 뭔가 더러운 술수에 이용당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대처를 하니까.

그런 이유로 율리아는 물론 세실리 정도만 되어도 의미가 없는 스킬이라고  수 있다.


차라리 다른 스킬들이 훨씬 더 낫다고  수 있으나 몇몇 여인들, 예를 들자면 지금 클라우스의 품에 안겨서 연신 달뜬 숨을 쉬고 있는 나타샤 같은 경우에는 예외로 둘 수 있었다.



‘마력 운용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면 열병은 아주 훌륭한 스킬이지. 고통스럽지도 않고 도저히 참을 수도 없는 것도 아니고, 딱 적당하게 타올라서는 자꾸만 당사자를 괴롭히고 갈등하게 만드는 스킬이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열병 스킬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서 클라우스는 거기에 ‘감언이설’ 스킬, 그리고 여태껏 회귀를 반복하면서 알고 있던 나타샤 벨라루스라는 요정에 대한 모든 것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그녀를 굴복시켰다.


물론 나타샤 본인은 자신이 굴복한 게 아니라 클라우스를 유혹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를 자신의 가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스윽, 스으윽-.

“아으으응…!”

열병으로 인해 민감해진 몸, 그렇게나 멸시하던 ‘인간’ ‘남자’ 한테 제 몸이 농락당하고 있는 사실에서 오는 묘한 쾌감, 마지막으로  여자가 어느 부위, 어떤 상황에 민감한지 전부  알고 있는 남자의 경험까지.

팬티 위를 눌러주고 만져주고만 있을 뿐인데도 달뜬 신음을 내뱉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나타샤 생도.”
“하읏! 흐윽!”
“나타샤 생도?”
“왜,  그래….”
“말이 짧군요. 나는 분명 교수고, 당신은 분명 생도라고 했을 텐데요?”
“하지만, 하지만… 지, 지금 당신도 나도, 교수도 생도도 아닌 것 같은데…?”




네가 나를 유혹하고 있다, 그런 탈출로를 열어주었더니 정말 그걸 굳게 믿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교수와 생도 사이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일이 아니냐, 이렇게 묻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지, 틀렸어요. 나타샤 생도.”
“흐윽…?”
“남자를 유혹하려면  정도 가지고 되나요? 인간을, 남자를 너무 무시하는군요. 당신이 요정이라고 해서 미소 한 번 지으면 넘어올 정도로 인간이, 남자가 그렇게 미련한 존재는 아니랍니다. 유혹을  거면 제대로 해야죠.”
“하지만, 하지만 지금 그러고 있잖아… 요.”
“이거?”


보이지도 않고 보고 있지도 않지만 여인의 약점을 찾는 건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물기로 촉촉이 젖은 곳, 거기서 질구를 찾아  번 강하게 꾸욱 눌러주니 나타샤가 ‘흡!’ 하고 몸에 바짝 힘을 주고는 신음을 참는다.



“나타샤 생도. 내가 누구죠?”
“크, 클라우스 교수님….”
“지금은 교수죠. 하지만 과거에는 누구였을까요.”
“서부 연합의 남부 사령관, 전쟁 영웅.”
“그래요. 전쟁 영웅이었죠. 상당히 낯 뜨거운 호칭이긴 하지만 그게 사실이니까. 그러면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그 전쟁 영웅으로 사는 동안 내 옆에 얼마나 많은 유혹들이 있었을까요?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제 아름다움을 뽐내며 나를 가지려고 했을까요.”
“….”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어지간한 남자라면 홀라당 넘어갈 그런 경험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지요.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나타샤 생도는 이해가 가나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럴 수밖에,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여자, 남자를 개무시하는 그런 여인이고 당연히 상대방을 유혹한다 내지는 내 것으로 만든다 따위의 경험은 물론이고 생각조차도 없었던 이다.

“지금의 나타샤 생도는 형편없다는 겁니다.”
“뭐, 뭐라고요?”
“형. 편. 없. 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그러자 나타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며 눈동자에 불꽃이 튄다.
스킬과 갖가지 요소들로 인해 저항할 염두조차 내지 못 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직전이었는데 이렇게 돌변해서는 잔뜩 화가 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요정답게, 여인의 힘이 강한 모계 사회의 여자답게 상대에게 모욕을 당하자 자존심 강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바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나타샤에게는 불행하게도 상대가 보통 인간도, 보통 남자도 아니었다.
작게 보자면 산전수전 다 겪은 전쟁 영웅이요, 크게 보자면 수십 번을 죽고 또 죽으며 마침내 여기까지 다다른 창조주라고 할  있었다.

‘어디서 감히 송곳니를 드러낼까.’




가끔 가다가 틱틱대는 것까지는 받아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다, 특히나 요정은 더더욱.
그 오만하고 자존심 더럽게 강한 것들은 무조건 짓밟아 놓는 것이 편했다.



“으읏….”
“겨우 손가락으로 몇  건드렸다고 이렇게 젖어서는, 난 아직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남자를 유혹하겠다는 여자가 혼자 좋아서 앙앙거린다? 이게 바로 형편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아니에요. 아니야! 내가 형편이 없을 리가!”
“말했죠? 전쟁 영웅으로 활약하던 당시 나를 한 번 꼬드겨보겠다고 달라붙던 여인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고. 그녀들을 품에 안으면 그녀들은 물론이고 나도 잔뜩 흥분해서는 위험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그 여인들은 제 할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죠. 하지만 당신은?”

스윽, 스으윽-.


조금씩 흘러내린 애액으로 인해 긴 자국이 생긴 곳을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그럴 때마다 연신 흠칫거리는 여인의 희고 고운 허벅지를 바라보면서.
클라우스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나타샤의 귓가에 속삭였다.


“형편없어. 정말 실망이야.”
“크, 클라우스….”
“남자한테 받아먹기만 하는 여자. 남자는 배가 차기는커녕 식사조차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먹었다며 질질 흘리고 있는 여자. 이런 게 요정이라니, 이런 게 벨라루스의  고귀한 일원이라니. 나타샤 생도라면 내가 조우했던  여자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한창 젖어가던 팬티에서 천천히 손을 떼어낸다.
그러자 나타샤는 탄식을 내뱉고는  그러냐는  클라우스를 쳐다본다.

“잘난 게 하나도 없어. 이러면 조금 실망인데.”
“시, 실망? 나한테 실망을 했다고?”
“그래. 당당하게 나를 벨라루스로 데려가겠다고 해서 그런 저급한 여인들과는 뭔가 다른 걸 보여줄까 기대했어. 그런데 이렇게나 형편없는 여자라니. 벨라루스 가문이 나랑 연을 맺으려는  아니라 척을 지려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야.”
“조금 전까지, 조금 전까지 나를 원한다고 했잖아요. 저를, 저를 드리면 벨라루스 가문으로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약속을 어길 생각인가요?”
“아니지, 아니지. 물건을 받았는데 그 물건을 열어보니 불량이었다, 내지는 하자가 있다. 그러면 당연히 그에 대한 반품 및 환불 요청을 할  있는 거야. 우리 간에 거래는 그런 거지. 내가 생각보다 능력이 없는 남자라면 벨라루스는 나를 다시 쳐낸다. 반대로 내가 받은 여인이 별로이면 약속 취소하고 없던 일로 한다. 이게 당연한 거야, 나타샤 생도.”
“내가, 내가 그렇게도 형편이 없다는 건가요?”
“빛 좋은 개살구야. 겉은 아름답고 농익은 모습인데, 속은 제대로 영글지도 못 했어.”



나타샤는 절대 어린 아이가 아니다.
다 큰 처자, 알  다 아는 여인,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는 고귀한 요정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정면으로 부정당했다.
심지어 인간에게, 그리고 남자에게 아주 처참하게 말이다.



“흥미가  떨어지는군.”


클라우스는 그렇게 말한 후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당연히 진짜 일어나서 이 방을 나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확실히 나타샤가 가지고 있는 몸에 비해서 남자 다루는 능력이 전혀 없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인의 매력이 전혀 없느냐? 당연히 그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도 무시하던 인간 남자에게 하나씩 발견 당하고 또 개발 당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나타샤가 가진 최고의 무기이자 클라우스를 유혹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본인은 그런 상상은 꿈에도  하고 있겠지만.’



막 클라우스가 일어서려고 침대를 짚는 순간이었다.


무척이나 다급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분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나타샤가 그의 손목을 꽤나 강하게 붙잡고는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너무해요.”
“뭐가?”
“당신은, 당신은 저한테 사흘의 기한을 줬어요. 그런데 그 사흘이 되지도 않았는데, 아직 이틀째인데 갑자기 찾아와서는 그리 압박하면 그건 공정하지 않잖아요.”
“오늘 안 되는 일이 내일이라고 되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러겠죠. 하지만 당신이 그랬잖아요. 나는, 저는 생도이고 당신은 교수라고. 저는 가르침을 받으러 왔고 당신은 가르침을 주기 위한다고 말이에요.”
“…그런 어조로 말하기는 했지. 그런데 그게 왜?”


나타샤는 다음 말을 듣고 싶다면 일어서지 말라는 듯 클라우스의 팔을 잡아당긴다.

원래라면 이렇게 매달리는  자체에 큰 거부감을 보이는 여인이지만 스킬들도 제대로 들어가고 있고 무엇보다 ‘너는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정말 형편없기 짝이 없다.’ 라는 평가까지 들었으니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

그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 클라우스를 적대시여기는 게 옳겠지만 스킬로 인해서 그런 마음은 약해지고 반대로 이 남자에게 인정을 받고 다른 여자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존재가 되어서 이 건방진 인간을 자신에게 매달리게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역으로 강해졌다.

“…가르쳐줘요. 내일까지, 약속한 시일까지 가르쳐줘요. 당신을 유혹했던  더러운 것들이 어떤 술수를 썼는지 내게 직접 가르쳐달라고요.”
“그리고? 내일까지 가르쳐준 다음에는 뭐 어떻게 할 건데.”
“다시 내일부터 사흘을 해서 당신을 유혹할게요.  남자로 만들어서, 제 품에 스스로 안기게 만들게요. 만약 제가 해내지 못 하면 당신과의 거래는 끝이고, 반대로 제가 해내면.”
“그 때는 두 말 말고 벨라루스 가문으로 귀의하라?”
“네. 맞아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 여자는 스스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스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왜냐고? 이런 나타샤의 모습을 벌써  번은 더 봤으니까.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 여인이 단순한  아니다, 멍청한  아니다.
여태까지 많은 방법, 갖가지 경우의 수를 확인했기에 이런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던 거다.

결국 스킬을 쓰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시작하여 차근차근 이 건방진 요정 여인을 조교해 나가는 게 가장 쉽고 좋다는 그런 결론.



‘열병 스킬이 이래서 좋아. 훌륭한 선생 스킬이랑 시너지가 확실하거든. 율리아도 이게 먹혔다면 어렵지 않게 밑에 깔고 차근차근 교육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단 말이지.’




뭐, 그래도 크게 아쉽지는 않다.
열병 말고도 율리아를 자빠트릴 계책은 얼마든지 있으며 무엇보다 스킬만으로 지배하기에는  여러 모로 성이 다 차지 않기도 했다.


마왕 율리아 아그네사는 이 소설에서 약속된 승리자, 그리고 지배자다.
그런 여인을 완벽하게 손아귀에 쥐려면 스킬만으로는 부족하다, 몸이고 마음이고 자신의 흔적을 가득 남기고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 하게 해야 한다.

“어떤가요.  정도면… 이 정도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나야 상관은 없는데 정말 괜찮겠어요, 나타샤 생도? 대충 보아하니 남자의 ‘ㄴ’ 자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당신 말대로 그 저열하기 짝이 없는, 변태 그 자체인 나를 만족시키고 당신에게  빠지게 만들 수 있겠어요? 벨라루스 가문이 대륙 전쟁의 영웅을 품을  있겠어요?”
“제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예요. 그리고, 정확히 나흘 후에 당신이 나한테 푹 빠져서는 어찌 할 줄 모르게 만들어 드리죠.”
“호오.”
“두고 보세요. 감히 여인을 무시한 죄, 요정을 무시한 죄, 그 죗값을 치르게 될 거예요.”



어이구, 무서워라. 무서워서 아주 그냥 기대가 다 되네.
저 대사도 최소한 5번은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저리도 당당한 목소리로 선언하듯 말한 나타샤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아앙! 더,  넣어주세요! 교수님, 교수님! 좋아! 좋아아앙!’ 하며 제 손으로 활짝 보지를 보이는, 말 그대로 색욕에 물든 요정이 되어버린다.

“뭐, 좋아요. 네 말대로 아직 약속한 사흘이 다 지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가 쳐들어온 거니 그 정도 거래는 따라줘야겠군요.”
“….”
“그러면 마저 이어서 할까요?”
“이어서 하다뇨?”
“방금 전까지 하던 거. 남자는 여자를 달구고 여인은 그런 남자가 먼저 견디지 못 하고 달려들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유혹하고 빈틈을 찾아 파고드는 강의. 이어서 해야죠, 나타샤 생도.”

다시금 나타샤의 뒤에 앉은 클라우스가 가볍게 팬티를 눌러본다.
그의 손길에  한 번 여체가 움찔! 하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타샤는 이전과는 달리 신음을 내뱉는다거나 달뜬 숨소리를 토해내지 않았다.
마치 해보라는 듯이, 잔뜩 가르쳐보라는 듯이, 자신은 그걸  흡수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담담한 기색으로서 앉아있을 뿐이었다.


‘우리 나타샤 생도의 강의에 대한 열의에 박수를 치면서.’



강의를 재개하는 클라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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