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1장 - 교수입니다. 전쟁 영웅이 아니라. (7/341)



〈 7화 〉1장 - 교수입니다. 전쟁 영웅이 아니라.

“클라우스 교수님. 당신의 군사적 능력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전투 마법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르겠군요. 최전선에서 군을 지휘하며 싸웠다하지만 가장 선두에 서서 직접 마족들과 부딪친 적은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이 맡아야 할 부분은 전투 마법이 아니라 군사학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이튿날, 클라우스가 예상했던 대로  교수 하나가 슬쩍 다가와서는 바로 시비를 턴다.


정식으로 강의가 있을 때까지는 그냥 조용히 쉴 생각이었다만, 이런 놈을 완전히 박살내서 남은 인생을 내내 데굴데굴 구르게 해주는 건 사양치 않는다.
클라우스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대놓고 자신을 도발하는 귀족 마법사 나부랭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족 기록에도, 연합 측 기록에도 내가 전투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말이 남아있을 텐데요. 리텐트 교수님. 총장님 역시 객관적으로  능력을 판단하여 이 교수직에 앉힌 것이고 말입니다. 갑자기 그리 나오면 이쪽으로서는 상당히 불쾌한데.”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전쟁 영웅이 무력이 약해서는 면이  서니 그런 말을 넣어서 살짝 띄워준 거다, 그런 말이라도 하고 싶은 겁니까?”

상대는 침묵하는 것으로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그 반응에 클라우스는  번이나 마주하는 상황임에도 다시 한 번 기가 막힌 한숨을 내뱉어야만 했다.

자신이 직접 전투에 나선 적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예 나서지 않은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한 번 나서면 어지간한 마족 무장은 명함도  내밀 수준으로 날아다니며 적들을 학살하고 다녔다.


그가 나서지 않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율리아를 위해서, 정확히 말하자면 율리아에게 경계를 사지 않고 은밀하게 그녀의 몸과 마음 전부를 점거하기 위해서였다.


‘네게 시비나 털리자고 전쟁에서 날뛰고 싶은 걸 참은 게 아니란 말이다.’

서부 연합에 속하는 요정도, 수인도 전쟁 영웅인 자신을 나름 존중한다.
하다못해 그로 인해 1차 대륙 전쟁을 포기해야 했단 마족조차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여긴다.

헌데 정작 클라우스 덕분에 간신히 살아난 인간 왕국들은 그놈의 귀족 우월주의가 전쟁 전보다 훨씬 심해져서는 전쟁 영웅조차 평민이라는 이유로 개무시를 하고 있다.




어차피 실권도 없고, 군권도 다 내려놓았고, 하는 짓은 아카데미 교수이니 만만하겠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 이렇게 자신을 자극하는 모양인데….

“그러면 이번 기회에 보여드리겠습니다. 내가 전투 마법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좋습니다. 마침 저도 마법으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으니 클라우스 교수님의 실력을 증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응. 아니야, 이 등신아. 부족해도 너무 부족해서 문제야.


이번 기회에 감히 평민 주제에 자꾸 다른 이들의 시선을 모으는 옛 전쟁 영웅을 격침해서 왕국 내부의 평민들 기세를 눌러둘 속셈, 그에 더해서 그냥 귀족 출신 교수라는 자신의 인지도도 많이 올리고 싶은 모양인데.


‘꿈 깨.’



대련이 시작된 후에도 클라우스는 자리를 지키고 섰다.
빈틈투성이에 이게 대련인지 아니면 마법 공연인지조차 구별하지 못 하는 모양의 상대.
수식을 그리며 주문을 외우는데  모습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였다.

어떤 병신이 얼굴 마주보고 싸우는데 저런 것 준비할 시간을 준단 말인가.
일반 마법과 전투 마법은 그 기초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막 뭔가가 폭발하고, 불꽃이 일고, 얼리고 하는 그 따위 것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가장 적은 마력으로 가장 효과적인 피해를 준다, 그게 전투 마법의 기본 중 기본이다.
때문에 ‘마법’ 하면 으레 떠오르는 그런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다만 아주 순수한 마력을 응집시켜서 그것으로 적을 공격하고 또 스스로를 방어해낼 뿐.



“하아앗!”



등신 새끼가 아주 ‘나 지금 공격합니다!’ 라고 광고를 찍고 자빠졌다.
더 볼 것도 없이 간단하게 마력을 쏘아 보내 정확하게 귀족 교수의 마법을 파훼해냈다.
온갖 수식을 그린다고 지랄했는데 정작 클라우스는 손짓 한 번으로 그걸 깨트리니 귀족 교수는 무척이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급한 대로 다음 마법을 준비하는 꼬락서니가 그저 웃기기만 하다.
저런 실력을 가지고 전투 마법을 운운하다니, 제 손에 뒈진 마족들이  인간을 본다면 아마 사지를 찢어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등신 새끼. 더  것도 없다.’



조금 전보다  배는 더 압축된 마력을 날려 보낸다.
그 마력 덩어리는 귀족 교수가 생성한 거대한 화염구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산산조각을 냈고 그대로 뒤돌아서서 도망치려는 남자의 등판을 한 치의 자비도 없이 후려쳤다.


와직!-

“끄아아악!”


꽤나 멋들어진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엎어지는 귀족 나부랭이.
꺼헉! 꺽! 하고 사람 죽어가는 소리를 내자 몇몇 사람들이 달라붙어 그의 상태를 확인한다.

분명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교수는 사람 죽는 반응을 보이며 꺽꺽거리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생도들은 저마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거나 탄성을 내뱉으며 클라우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재수 없는 귀족 출신이긴 하지만 리텐트 교수가 일반 마법에 있어 나름 실력이 있는 상대임은 확실했다.
그런데  교수를 클라우스가 마력 응어리 단  발로 박살냈다.
이것으로 클라우스의 전투 마법 실력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은 잠잠해질 것이었다.



‘오늘 일로 전투 마법 강의에 생도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게 하는 건 성공적이군. 덤으로 확실하게 메시지도 전달해두었고.’



전쟁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러는 동안 점점 잊어갔다.
서부 연합이 왜 살아남았는지, 동부 마족이 왜 패배했는지.
결코 뒤집을 수 없었던 전쟁을 어느 누가 뒤집었는지 말이다.

거기에 클라우스는 마력 응어리 단 두 개로 상기시켜주었다.
그걸 가능하게 한 이가 바로 이곳에 교수로서 근무하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개나 소나 나대지 말고, 최소한 자신과 제대로 해볼 수 있는 ‘급’을 갖춘 이만 앞에 서서 제안을 하든 협박을 하든 뭘 하든 하라고 말이다.


클라우스는 일부로 소리 나게 손을 탁탁, 털고는 입을 열었다.

“총장님께 미안하게 되었군요. 기껏 뽑아두었는데 새로운 교수를 찾아야 할 테니.”

저 귀족 나부랭이는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등뼈가 부러졌고, 신경까지 눌려서 사지마비가 왔을 테니까, 그렇게 평생을  테니까.


귀족을 병신으로 만들었으니 말이 좀 많이 나돌겠지만 먼저 대련을 요청한 쪽은 저놈이고 자신은 공격을 ‘방어’ 하는 모습을 취했고 놈이 몸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다가 등판에 그 ‘방어 목적을 띤’ 마력 응어리를 직격 당했으니 강하게 반발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리에는 인간 생도들만 있는 게 아니다.
요정, 수인, 그리고 마족들까지 아주 골고루 섞여서는 이 대련을 지켜보았다.

어떻게 봐도 먼저 시비를 튼 놈이 실력 부족으로 인해 그 대가를 치른 것인데 거기에서 아카데미의 교수를, 그것도 과거 전쟁 영웅이라 불렸던 이를 압박한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일뿐더러 다른 종족들 앞에서 인간 체면  구기는 짓이다.

그러니 귀족 하나 박살난 것으로 과하게 태클이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클라우스는 그걸 전부 다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상대방을 불구로 만들었다.

‘어디 보자, 율리아가… 오케이, 저기 있네.’




생도들 사이에 섞여서 클라우스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마왕, 율리아 아그네사.
그녀는 현재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띤 채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끽하고 있었다.
마족들에게 악마라고 불리던 남자가 인간 귀족 따위한테 지는 건 절대 불가능하니까.


까부는 놈 하나 반병신으로 만든 것보다 율리아가 만족했다는 게  즐거운 클라우스였다.
이렇게 친근하게 한 걸음씩 다가가서,  입에 잡아먹으면 된다.




이쯤하면 오늘의 이벤트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몸을 돌리려던 찰나.
갑자기 클라우스의 옆쪽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라우스 교수님. 혹 가능하시다면 저와도 대련을 해주시겠어요?”

내가 무슨 펀치 머신인 줄 아냐? 전투력 측정은 다른 놈 붙잡고 해. 라고 중얼거리며 쿨하게 무시하려던 클라우스는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율리아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나타샤 급은 충분히 되는 특등품이 등장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이 타이밍에 나서는 걸로 분기점이 잡혔나보군.’



 여인이 자신에게 대련을 청하는 건 인간 귀족 교수를 박살낸 직후.
그리고 한창 강의를 진행하면서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된 후로 나뉜다.
아무래도 이번 회차에서는 그 중 전자가 선택된 모양이었다.



“이름.”
“마족 출신의 세실리 레블랑 생도입니다.”

세실리 레블랑, 마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귀족 가문  하나인 레블랑 가문의 막내 딸.

원래는 율리아의 숙부 편에 서서 그녀와 대립하는 존재인데 그녀가 가진 전투 능력이나 아름다움이 꽤나 아쉬워서 클라우스가 손수 조교를 해서 유용하게 써먹었던 적이 있기도 했다.




겉으로는 마왕을 지근거리에서 호위하는 충성스러운 신하였지만 실상은 밤마다 클라우스가 자신을 불러주지 않을까, 명령대로 열심히 마왕을 보필했으니 보상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애액을 잔뜩 흘리며 얼른 넣어달라고 아양을 떠는 그런 여인으로 만들어서 말이다.



‘저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든 그냥 먹고 버리든 딱히 상관은 없었지.’



애당초 마왕과 부딪치는 인물이라서 그런지 세실 리가 사라진다고 해서 진행이 꼬인다거나  그런 류의 문제는 발생한 적이 없었다.
다만 박음직스러운 구멍 하나가 줄어드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저 여자를 어찌 할까, 클라우스는 고민에 빠졌다.

율리아는 모든 것의 최종 목표이기에, 그리고 나타샤는 나름 이용할 구석이 많은 요정 가문의 여인이기에 천천히 접근했다.
하지만 세실 리가 속한 레블랑 가문은 율리아의 숙부를 지지하는 세력이다.


율리아 입장에서는 언젠가 싹 쓸어버려야 할 성가신 존재라는 소리.
마왕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레블랑 가문의 마족과는 연을 맺지 않는  좋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는 사이, 그의 침묵을 허락으로 생각했는지 세실리는 클라우스 앞에 섰다.
평민 출신 교수와 귀족 교수와의 대련에 이어, 그리고 이제는 과거 대륙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간 교수와 그 전쟁에서 패퇴했던 마족 출신의 생도의 대련이다.


재미난 구경을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하게 되자 생도들은 하나같이 흥분했다.
특히 마족과 전쟁 영웅의 대련이라는 부분은 마족 생도들을 크게 흔들기 충분했다.




‘…먹고 버리든, 아니면 데리고 가든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이렇게 시선이 모였는데 곱게 보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마족을 상대로 명성을 쌓은 자신이 마족 생도에게 패배한다?
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망신도 그런 개망신이 없을 것이다.

몸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다, 대신  처참하게 짓밟아준다.
자신은 아직 충분히 현역으로 뛸  있는 미친 새끼라고 확실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율리아를 포함하여 점찍어둔 여인들에게 외친다, 한 눈 팔지 말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라고.




“시작할까요?”
“네, 클라우스 교수님.”



샤아아아-.


시작 신호와 동시에 세실리의 주변에 두 개의 마력 화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클라우스가 사용하는 응어리와는 다른 형태라고 할  있었는데, 출력 강도는 응어리보다 약해도 제어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샥!-

그 중 하나가 클라우스의 팔을 노리고 정확히 날아들었다.
다른 생도들 입장에서는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마력 제어였지만 클라우스가 보기에는 아직 솜털 가득한 애송이라고   있었다.



‘지금의 율리아도 저것보다는 빨라.’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미리 준비해두었던 마력 응어리를 날려 보낸다.
그러자 클라우스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던 화살이 갑자기 퍽! 소리와 함께 반투명한 가루로 변해 바스라지다가 곧 사라졌다.



“?!”



주변 생도들은 물론이고 세실리조차 크게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래 마법을 마법으로 방어하면 마력 간의 충돌로 인해 작던 크던 폭발이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였다.
헌데 클라우스의 반격은 그 당연한 결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놀랄 필요 없습니다. 이게 나와 세실리 생도 간의 수준 차이니까요.”
“무슨….”


반사적으로 입을 열던 세실리는 입술을 깨물고는 재차 마력 화살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위치를 팔에서 배로 옮기고, 마력 밀도도 훨씬  조밀하게 구성한다.
방금  일격은 어느 정도 상대 파악을 위한 위력 정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팔을 노린 것이고, 마력 밀도도 적당하게 조절해서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과거 전쟁 영웅이라 불리던 남자는 마치 애들 재롱을 보듯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수준의 마력으로 그걸 우습게 바스러트렸다.




‘역시 남부의 악마, 우리 가문 사람들도 여럿이 저 남자와 남부군 손에 의해 전사했어.’



인정하기 싫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저 남자는 강하다,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하다, 솔직히 지금  공격으로도 승부를 낼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먼저 나선 싸움이니 최선을 다 한다.
자신은 자랑스러운 레블랑 가문의 일원이니까, 부모님이 사랑해마지 않는 딸이니까!



“하앗!”

방심하면,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크게 다칠 겁니다.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세실리는 과연 남부의 악마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곧 그녀는, ‘어?’ 하고 바보 같은 탄식을 내뱉어야만 했다.



파식!-
파스스….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던 마력 공격이 눈앞에서 또 한 번 가루가 되어 흩날린다.
거대한 마력 폭발 따위는 없었다, 마치  수준이 딱 이 정도라고 말하듯 정말 처참하게 부서져 내리는 아지랑이들이 전부였다.




‘마, 말도 안 돼.’

말이 되는 일이야? 이게 어떻게 가능해? 아니야, 이건 아니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저게, 저게 어떻게….


“세실리 생도의 실력은 잘 봤습니다. 그러면 이제.”


남부의 악마라 불리던 남자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뗀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특별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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