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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금태양이 되었다-141화 (141/148)

〈 141화 〉 NTO­001

* * *

네토루가 있었던 제1독립기동부대는 온갖 구역을 돌아다녔다. 그 안에는 제39구역처럼 엘프란디아와 맞닿아 있는 국경지대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일까.

네토루는 제1독립기동 부대에 있으면서 엘프들이 조종하는 성기병을 여럿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침투에 특화된 은밀 기동으로 유명한 레인저 부대도 있었다.

한때 숲의 유령들이라고 불렸던 특수 부대.

버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프랑기아와 엘프란디아 사이에서는 많은 국경 분쟁이 있었고, 그때마다 프랑기아는 레인저 부대의 기습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사령관들의 관측을 피해 움직이는 엘프들의 은밀 기동은 프랑기아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았다. 그들은 붙여진 별칭대로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유령들이었다.

물론 버그가 생겨난 이후로 레인저 부대의 기습 공격을 두려워할 일은 사라졌다. 네토루 역시 레인저 부대는커녕 엘프들과 싸워본 적이 없었고 말이다.

오히려 버그를 섬멸하기 위해 작전 도중에 서로 몇 번 도움을 주고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였다.

비록 한때 서로 많은 피를 흘렸다고 하지만 정체불명의 세력 앞에서는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좋든 싫든 말이 안 통하는 버그보다는 나으니까 말이다.

“···잠시만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라니? 그게 왜 여기에 있어?”

“글쎄. 나도 내가 잘못 본 거면 좋겠는데···.”

카렌이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다. 하지만 네토루가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 리가 없었다. 혼란스러운 건 네토루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경을 넘어서 도시 안쪽까지 들어왔다고?’

깜깜한 밤인 탓에 확실하게 볼 수 없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성기병의 형태가 아무리 봐도 엘프란디아 측의 성기병이었다.

게다가 발소리 역시 성기병 치고는 묘하게 가볍다.

덕분에 점점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혹시나 하던 생각에 확신만 들 뿐이었다.

─쿠우우우웅

어둠 속에서 커다란 음영이 점점 다가오며 흔들릴 때마다 등줄기로 차가운 식은땀이 흐른다.

불길하다.

카렌의 말대로 애초에 엘프란디아에 있어야 할 것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침습? 이 와중에?’

네토루는 엘프란디아의 상황을 모른다.

하지만 프랑기아처럼 상황이 좋지 않은 건 그쪽도 매한가지일 터.

자기 땅 지키기 힘든 상황에 다른 나라를 침공할 여력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왜 저게 여기서 돌아다니는 거지?

설령 침습이 이유라고 해도. 만약 프랑기아를 공격할 생각이라면 이곳에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쯤 성기병들이 있는 주둔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옳다.

이곳은 지난 전투로 인해 폐허가 된 구역이었다. 기껏 침투한 성기병이 이곳을 어슬렁거려봤자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오히려 시간 낭비였다.

‘···무언가를 찾고 있다?’

정체 모를 성기병을 눈여겨보던 네토루는 문득 성기병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까부터 계속 주변을 살피는 모양새가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움직임이 멈추었다.

믿기 싫지만 성기병의 시선이 멈춘 곳은 카렌과 네토루가 있는 곳이었다.

“······!”

설마 저 녀석은 우리를 찾고 있던 건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걸 깨닫자 네토루의 행동은 빨랐다. 이 안에 있다가는 저 녀석한테 죽는다.

“······카렌, 뛰어!”

“으··· 응!”

콰아아아앙─!

두 사람이 움직이기 무섭게 방금까지 숨어 있던 건물의 외벽에 균열이 생겼다.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 검을 휘두른 것이다.

외벽에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생겨난 균열을 보며 네토루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파일럿이 저렇게 건물에 검을 휘두르는가.

더욱이 다른 존재도 아닌 엘프가 말이다. 네토루가 아는 엘프는 저런 식으로 무식한 공격을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위이이이이잉!

여전히 침습 경보를 알리는 소리가 도시를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가운데, 네토루는 카렌을 데리고 건물 안에서 빠져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어 있던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사라진 두 사람을 찾듯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아무리 성기병이라고 해도 사람을 쫓는 게 쉬울 리가 없다. 게다가 무너진 건물이 많은 탓에 사람이 숨을 곳은 많고, 성기병이 추격을 위해 비집고 들어올 통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덕분에 어떻게든 도망치는데 성공했지만 아까부터 의문이 멈추지를 않는다.

저 녀석이 우리를 쫓는 것도 그렇고, 방금 전에는 건물 안에 숨어 있는 우리를 어떻게 찾은 걸까.

그러한 의문이 들던 그때였다.

달리고 있던 네토루는 어깨에 들쳐메고 있던 나츠오에게서 순간 불길한 감각을 느꼈다. 그렇기에 네토루는 망설임 없이 나츠오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만약 깨어난 거면 다시 기절시키든가 해야 했다. 아니면 이번에는 아예 팔다리를 부러뜨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츠오는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날렵한 움직임으로 땅을 짚더니, 바닥에서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며 네토루와 거리를 벌렸다.

“···나츠오.”

이후 적당한 거리에서 멈춘 나츠오는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한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네토루는 낯설게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다.

고개를 든 나츠오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붉은 눈동자가 불길하게 빛나고 있을 뿐.

“뭐야···. 나츠오의 눈이 왜 저렇게···.”

네토루가 싸울 때는 의식을 잃고 있던 탓일까. 카렌은 저런 나츠오를 지금 처음 보는 듯했다.

나츠오는 그런 카렌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오로지 네토루만을 물끄러미 응시하고는 말했다.

“네토루 형···. 너무 취급이 나쁜 거 아니야?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바닥에 내던질 수가 있어.

친근한 목소리. 네토루는 피식 입가를 비틀었다.

“그러게 좀 더 은밀하게 움직이지 그랬어?”

그러나 입가에 맺힌 미소와 다르게 네토루는 차가운 눈으로 나츠오를 응시했다. 방금 전에 나츠오는 분명 네토루를 공격하려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츠오를 살펴보던 네토루는 미간을 좁혔다. 역시 사람이 너무 바뀌었다. 마치 다른 존재가 몸 안에 있는 것처럼.

분위기. 표정. 어투. 눈에 보이는 사소한 모든 것이 이상하다.

하지만 차마 확신까지는 못하던 그때였다. 옆에서 나츠오를 가만히 보고 있던 카렌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너···. 누구야?”

“카렌···. 내가 누구라니? 나츠오잖아. 너랑 몇 년을 함께했던 소중한 소꿉친······.”

“웃기지 마! 네가 나츠오라고? 내가 지금 그걸 믿을 거 같아?”

“······”

말을 끊으며 목소리를 높인 카렌이 주먹을 쥐며 째릿 나츠오를 노려보았다.

그 기세가 상당했던 탓일까. 잠시 몸을 움찔한 나츠오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놀란 듯 눈을 끔벅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어색한 웃음이었다. 마치 살면서 지금 처음 웃어보는 것처럼.

폐건물 안에서 싸울 때도 나츠오는 분명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츠오는 나츠오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나츠오는 아무리 봐도 이질적이다.

“이거, 너무 빨리 들켰군. 역시 소꿉친구라는 건가? 생각보다 눈치가 좋아.”

나츠오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표정을 찡그리는데, 방금 전에 보여준 웃음만큼이나 어색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카렌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분노와 울음이 섞인 처절한 표정이었다.

“···너. 정체가 뭔데 지금 나츠오의 몸을 빼앗고 있는 거야? 혹시 악마라도 되는 거야?”

카렌의 말에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나츠오는 그저 히죽 웃었다.

그러면서도 나츠오는 흘깃 카렌의 뒤를 쳐다보았다.

그런 나츠오의 시선에 순간 뇌리에 모래알 같은 번뜩임이 스쳐지나간 네토루는 흠칫했다.

······이 녀석 설마.

안 그래도 점점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이쪽의 위치를 향해 똑바로 말이다. 어쩐지 이쪽의 위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싶었는데 설마 이게 전부 나츠오 때문이었던 건가.

네토루는 혀를 찼다. 지금 나츠오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나츠오 때문에 시간을 끌었다가는 성기병에 잡힐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네토루는 판단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옆에 있던 카렌의 몸을 움켜안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꺄아앗? 네, 네토루?”

“도망쳐야 해.”

“뭐? 하, 하지만···. 그러면 나츠오가?”

“미안. 그렇지만 우리 둘이 살아서 나가는 게 더 중요해.”

네토루는 망설임 없이 달렸다. 그리고 나츠오는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마치 자신이 굳이 쫓을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단지 나츠오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미 늦었어.”

쿠우우우웅─!

그 순간 네토루가 가던 방향 쪽으로, 진로를 방해하는 건물을 깨부수고 녹빛의 성기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었다.

몇 걸음 못가서 무너지는 건물을 피해 다급히 뒤로 물러선 네토루는 미간을 좁혔다.

“···다른 성기병이 더 있던 건가?”

잘 보니 처음에 쫓아왔던 녀석이랑 다른 기체다.

이 주변을 배회하던 엘프란디아 성기병은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최악이다. 이걸 보아하니 제법 신경 써서 준비했나보다. 설마 앞뒤로 성기병한테 포위당하다니.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 했고, 아무리 네토루라도 성기병을 상대로는 뭘 어떻게 해볼 수 없다.

쿠웅···. 쿠우웅···.

절체절명의 위기. 주변을 둘러봐도 도망갈 방법은 없다.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 특유의 날렵한 몸체를 이끌고 다가온다.

네토루는 품에 안고 있던 카렌을 꼬옥 쥐었다. 왼팔이 욱신거린다. 부러진 팔로 사람을 안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가.

‘···어쩔 수 없나.’

여기서 이대로 전부 붙잡힐 수는 없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사는 게 좋다. 다가오는 성기병을 보며 네토루는 카렌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렌. 내 말 잘 들어. 내가 저 녀석의 시선을 끌 테니까 너는···.”

“···싫어.”

그런데 네토루가 말을 끝내기도 전이었다. 품에 안겨 있던 카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토루는 미간을 좁혔다.

“지금은 어리광부릴 때가 아니야. 카렌.”

“···나는 싫다고. 싫은 건 싫은 거야···. 지금 나 혼자 도망치라고 할 생각이잖아?!”

그것은 절규와 같은 목소리였다.

심지어 어느새 목을 끌어안은 채 울고 있는 카렌을 보며 네토루는 쓴웃음을 지었다.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걸까. 나는 그냥 너라도 살았으면 싶은 건데.

쿠우우우웅─!

건물을 부수고 들어온 탓일까. 어깨에 쌓인 잔해를 흘려대며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 두 사람의 코앞으로 걸어왔다.

네토루는 차분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죽음이 무섭진 않다. 단지 카렌을 어떻게 살릴 수 없나 생각만 할뿐.

이 아이를 어떻게 살릴 수 없을까.

네토루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몸을 굽힌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이 손을 뻗는다.

쿠우우웅!

네토루는 그 손길을 피해 카렌을 안은 상태로 땅을 박찼다. 그가 미끄러지듯 수미터를 움직이기 무섭게 그 직후 성기병의 손이 쿵하고 지면을 파헤쳤다.

상황은 절망적이지만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 그냥 당해줄 생각은 없다.

일단 마지막까지 발버둥친다. 이대로 어떻게든 도망치다보면 탈출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네토루는 다리에 힘을 주며 성기병의 움직임에 모든 감각을 곤두세웠다. 한순간 돌파구가 생기면 곧바로 꿰뚫고 달려나갈 것처럼 말이다.

이윽고 또 다시 성기병이 손을 뻗을 때였다.

키이이이잉─!

엘프란디아 성기병의 손이 닿기 직전, 병장기가 부딪치는 시끄러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와 동시에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격류를 느끼며, 카렌을 껴안고 있던 네토루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손을 뻗던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을 막아서는 존재가 보였다.

“······!”

네토루의 눈이 살짝 커졌다.

창을 들고 있는 새하얀 성기병. 그러면서도 카렌의 것과 비슷하게 생긴 그것은──.

란의 성기병이었다.

─뭐야 카렌이랑 누렁이네? 왜 두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거야?!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네토루와 카렌을 보며 란의 성기병을 타고 있던 린의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소리친다.

동시에 네토루와 카렌을 지키듯 엘프란디아의 성기병을 밀쳐내며 린이 다시 싸울 자세를 잡자,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인지한 네토루가 외쳤다.

“···린! 그 녀석이랑 정면에서 싸우면 안 돼! 그건 네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뭐?

엘프란디아의 레인저 부대는 프랑기아로 치면 기사들에 가까운 존재였다. 린과 란의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 이대로 싸웠다가는 무조건 필패였다.

하지만 네토루가 경고를 하기 무섭게,

엘프란디아 성기병이 땅을 박차며 린에게 덤벼들었다.

란의 성기병에 타고 있는 린이 곧바로 대응했고···.

티이잉─! 타앙─!

······믿기 어렵게도.

두 사람의 싸움은 백중지세였다.

한밤중에 창날과 검날이 섬광을 만들어내며 화려하게 맞부딪친다. 예상치 못하게도 린은 엘프란디아의 레인저를 상대로도 물러섬이 없었다.

오히려 빈틈을 찾아 위협적인 공격을 하고 있었다.

린이 빈틈을 노려 창날을 찌르자 미처 피하지 못한 엘프란디아 성기병의 어깨에 커다란 상처가 생겨났다.

네토루는 그걸 보며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어째서?”

─뭐야. 왜 그렇게 겁을 준거야? 괜히 쫄았잖아!

싸우면서 승기를 느낀 걸까.

엘프란디아 성기병을 몰아붙이며 린이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로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네토루는 그런 린을 보고도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린이 저렇게 잘 싸웠나?

분명 나쁘지 않은 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레인저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리가.

자세히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네토루는 곧 무언가를 눈치챈 듯 미간을 좁혔다.

“···이상해. 움직임이 너무 굼떠.”

린을 상대하는 레인저의 공격이 이상할 정도로 서툴렀다. 그건 마치 제대로 사고를 못 하는 어린애한테 무기를 들려준 것만 같았다.

속도와 힘은 좋았으나 공격하는 패턴이 단순하고, 쓸데없이 동작이 컸다.

어째서 저런 거지.

그러한 의문 속에서 문득 잊고 있던 걸 깨달은 네토루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나츠오의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게 보였다.

어느새인가 망연한 얼굴이 된 나츠오가 카렌을 껴안고 있는 네토루를 쳐다보더니 입술을 짓씹었다.

후회. 한탄. 분노. 질투. 죄책감.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다르게 보면 오로지 인간만이 지을 수 있는 감정적인 얼굴.

거기서 네토루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기에 서 있는 건 정체 불명의 무언가가 아닌, 나츠오 본인이었다.

다행히 완벽하게 지배당한 건 아닌 걸까.

이윽고 네토루와 시선이 마주친 나츠오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더니, 등을 돌려 다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침 그가 도망치는 경로에는 처음에 네토루와 카렌을 쫓던 엘프란디아 성기병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달리던 나츠오는 땅을 박차며 그 손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엘프란디아 성기병은 마치 처음부터 목적이 나츠오였다는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구역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네토루는 입술을 깨물고는 말했다.

“···카렌. 여기는 린과 란에게 맡기고 부대로 돌아가자.”

"응... 그래야겠지."

안타깝게도 성기병 없이 계속 여기 있어봤자 방해만 될 뿐이었다. 그 사실을 카렌도 알고 있는지 점점 멀어지는 나츠오를 바라보다가 네토루의 옷자락을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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