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여기사
* * *
“하읏···. 으읏···. 보, 볼드로이 경?“
“왜?”
“그, 그러니까···. 아앙!”
케레네는 말을 전부 잇지 못하고 보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삽입감에 고개를 쳐들었다.
자궁구를 꾹 짓뭉개듯 거침없이 들어오는 강렬한 압박감이 어마무시했다. 질 내부가 그의 것으로 가득 차며 강제로 확장되는 아픔이 그녀를 괴롭혔다.
찌걱···. 찌걱···.
대련을 앞둔 그 순간 콕피트 안으로 울려 퍼지는 것은 두 남녀의 살덩어리가 부딪치는 천박한 소리였다. 조종석 위에 엎드려 있던 케레네는 볼드로이의 허리 놀림을 따라 인형처럼 몸을 들썩였다.
“아윽···. 으윽!”
커넥팅을 위한 조종석이 애액으로 축축하게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볼드로이는 사정감이 밀려오는 걸 느끼며 케레네의 얇은 허리를 강하게 틀어쥐었다.
“으윽···!”
몸 안에 깊숙이 박혀 든 볼드로이의 자지가 꿀렁이기 시작했다. 케레네는 몸 안으로 들어오는 정액과 마력을 느끼며 그대로 조종석 위에 털썩 엎어졌다.
“하아···. 하악···.”
호흡이 가파르다. 조종석에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맞대면서 숨을 허덕이던 케레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곧 대련인데 이래도 되는 걸까.
물론 볼드로이 경이 자만하는 건 이해한다. 세레스가 자신의 커플링 파트너를 신뢰하는 건 그렇다 쳐도, 정작 그 파트너가 타고 있는 건 세레스가 아닌 웬 기관 출신이었으니까.
그래도···. 왠지 불안하다.
케레네는 오기 전에 보았던 세레스의 눈을 떠올려보았다. 불안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결코 패배자의 눈이 아니었다.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자신하던 걸까.
그러한 의문을 품고 있을 때였다.
“으읏?”
숨을 정리하던 케레네는 갑자기 팔이 잡아 당겨지는 걸 느꼈다. 우악스러운 손길이다. 이윽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인가 그녀의 코앞에는 애액과 정액으로 더럽혀진 볼드로이 경의 자지가 있었다.
그가 조용히 손으로 케레네의 머리를 눌렀다.
“으읏···.”
그 손짓의 의미를 깨달은 케레네는 자연스레 볼드로이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고, 강하게 빨아들이며 요도 안에 남아 있는 정액을 마저 정리한다.
기분이 좋은 건지 볼드로이 경의 입술 사이로 신음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그의 하체 아래에서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넘기던 케레네가 고개를 조심스레 들고는 물었다.
“···볼드로이 경. 그래도 이제 대련인데, 시작도 전에 너무 힘을 빼는 거 아닌가요?”
당연하지만 전투 전에 섹스를 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여성 파일럿이든, 남성 파일럿이든, 두 사람 모두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케레네는 벌써부터 온몸에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볼드로이 경은 한 번 성관계를 시작하면 쉽게 놔주지 않으니까. 격렬하고, 제멋대로다. 섹스 역시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케레네의 물음에 볼드로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케레네, 걱정 마. 상대가 저런데 이 정도는 핸디캡은 줘야지 않겠어?”
네토루라는 사내는 그렇다 쳐도, 정작 그 사내가 다루는 여성 파트너는 아직 성인조차 안 된 어린 소녀였다. 위협이 될 리가 없다.
아무리 남성 파일럿이 조종을 잘해도, 여성 파일럿이 받쳐주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볼드로이는 케레네가 자신의 물건을 말끔히 정리하는 걸 확인하고는 말했다.
“케레네. 거기까지 하고, 이제 커넥팅 준비해.”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케레네는 허벅지 사이로 흐르는 끈적끈적한 액체를 느끼며, 흐트러진 슈트를 정리하고는 조종석에 엎드렸다.
그렇게 성기병과 커넥팅이 진행되고, 그녀의 등줄기에서 불그스름한 선 줄기와 함께 떠오른 조정간을 볼드로이가 강하게 쥐었다.
“흐읏!”
섹스로 인해 민감해진 몸 때문일까. 조정간을 잡았을 뿐인데 케레네는 파르르 몸을 떨고는 신음을 흘렸다. 그와 동시에 두 가랑이 사이로 꿀렁꿀렁 흘러나오는 정액이 조종석 위로 뚝뚝 흘러내렸다.
볼드로이는 케레네의 외설스러운 뒷모습을 눈요기하며 뚝뚝 목을 가볍게 풀었다. 그 순간 사정을 끝마친 남성 특유의 권태롭던 표정은 사라지고, 날카롭게 조여진 기사의 눈빛이 떠올랐다.
‘···네토루라고 했나.’
케레네가 갑자기 웬 기관 출신 파일럿을 상대해달라고 했을 때는 뭔가 싶었다. 기껏 기관 출신 하나 상대하자고 움직이는 건 귀찮았으니까.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제법 강단 있는 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기야. 아무리 퇴출당한 반푼이라고 해도 세인트 미샤르 기사단 출신의 여기사를 다루는 놈이다. 그런 파일럿이 평범하면 오히려 곤란하다.
하지만 정작 여기사인 세레스가 아닌 기관 출신의 소녀로 뭘 하겠다는 건가. 이쯤 되면 괜히 이겨봤자 이쪽의 자존심만 긁히는 꼴이다.
원래 볼드로이는 네토루라는 사내를 그냥 가볍게 짓눌러주고 끝낼 생각이었다.
아무리 커플링 파트너인 케레네 부탁한 일이라고 해도, 세인트 미샤르의 기사가 기관 출신 파일럿을 상대로 싸웠다는 것부터가 별로 남들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기사를 감히 기관 출신 따위로 상대하겠다고 할 줄이야. 이쯤되면 성기병 팔 한 짝 정도는 가져가야지 이 화가 풀릴 것만 같았다.
“으윽···. 흐읏!”
순간 너무 마력을 강하게 밀어 넣어서 그런가. 케레네가 몸을 살짝 비틀며 얼굴을 붉혔다. 그녀의 야릇한 신음 소리에 볼드로이는 피식 웃었다.
일단 기동 준비는 이동 정도로 해둘까. 섹스로 몸을 미리 달궈놔서 그런지, 평소보다도 케레네의 감도가 좋았다. 조정간을 쥐는 감각이 썩 나쁘지 않다.
그렇게 기동을 앞두고 있자니 음성 채널이 열렸다.
─···393부대 사령관 리엔입니다.
“예. 듣고 있습니다.”
─일단 두 사람의 요청에 따라 이번 대련을 수락하기는 했지만, 이제 곧 있을 엘프란디아 탐색 활동에서 지장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물론.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팔 한 짝만 가져가는 것이다. 그 정도면 여성 파일럿이 다음 임무 날짜 내내 조정작업을 하면 충분히 수복할 수 있는 부상이니까.
─두 사람의 대련 장소는 포인트 28입니다.
그 순간 눈앞에 스크린이 떠오르고 지형지물과 함께 위치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성기병의 대련이 비좁은 부대 안에서 가능할 리가 없다. 그렇기에 도시 밖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위치 확인했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베를레앙 경이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베를레앙 경이 말입니까? 그게 무엇입니까.”
웬 아침부터 의무실에서 쉬고 있을 분이 무슨 말을 남긴 걸까. 볼드로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리엔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하더군요.
2.
포인트 28은 비교적 주변에 장애물이 없는 드넓은 평원이었다. 저 멀리 자그마한 동산들이 몇 개 보이는 것 빼고는 시원스러울 정도로 대지가 쭉쭉 뻗어져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전투가 있던 건지 며칠 전에 죽은 버그들의 시체가 여럿 보인다.
볼드로이는 부패가 진행되면서 안에 있던 기계 장치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버그들의 시체를 가로지르며 목표 지점에 도착하였다.
조정간을 잡아당겨 뒤를 돌아보자 마침 따라오던 새하얀 성기병도 멈춰 섰다. 볼드로이는 새하얀 성기병을 물끄러미 응시하였다.
서로의 무장은 똑같다.
하지만 성기병의 체급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성능부터가 다르다. 케레네의 성기병과 비교하면 눈앞에 있는 새하얀 성기병은 너무 왜소했다.
아무리 기관 출신 여성 파일럿이 열심히 몸 안에 마력 신경계를 구축해도, 설계의 근본적인 한계상 여기사의 것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
애초에 기관이라는 곳은 버그들과 싸울 수 있는 파일럿들을 속성으로 육성하기 위한 곳 아닌가.
남성 파일럿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여성 파일럿이 그 역량을 받아주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볼드로이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렇지만 방심할 생각은 없다. 이건 서로의 자존심을 건 승부였으니까. 진심을 다하는 게 옳겠지.
방금 전에 베를레앙 경이 조심하라고 한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을 터.
그는 음성 채널을 열고는 네토루에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대련에서 지면 케레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도록.”
현재 대련이 성사된 것은 네토루가 케레네를 천박하다고 모욕한 것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지금 같은 자리를 만들었을리가 없다.
─그렇게 하지. 하지만 반대로 내가 이기면 너는 어떻게 할 거지?
“큭···. 내가 지면?”
볼드로이는 피식 웃었다. 저 녀석은 정말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차피 그럴리 없겠지만, 뭐가 좋을까.
그러다가 문득 그의 눈에 자신의 파트너가 보였다. 여전히 가랑이 사이로 남자의 정액을 흘리고 있는 천박한 케레네의 모습이 말이다.
···천박한 년이라. 어떻게 보면 틀리지 않을 수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볼드로이는 착 하고 케레네의 엉덩이를 때리고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러면 너한테 몸이라도 대주라고 하지. 네가 말한 천박한 년 답게 말이야.”
“네···?!”
생각지 못한 말에 화들짝 놀란 케레네가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3.
사실 네토루는 볼드로이한테 세레스와 카렌한테 사과하라고 할 생각이었다. 세레스한테는 케레네가 모욕적인 말을 했던 것을, 그리고 카렌한테는 기관 출신 따위라고 무시했던 말을 말이다.
그런데 이건 무엇일까.
─그러면 너한테 몸이라도 대주라고 하지. 네가 말한 천박한 년 답게 말이야.
“······”
저 녀석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자신의 커플링 파트너다. 그것도 수년간 같이 해온 여자란 말이다. 그런데 저런 제안을 하다니.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니면 자신이 반드시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가.
마침 이야기를 같이 듣던 카렌이 중얼거렸다.
“네토루. 기사들은 원래 전부 저래···?”
당연하지만 카렌에게도 볼드로이의 제안은 제정신으로 들려오지가 않았다. 지가 뭔데 커플링 파트너한테 저렇게 물건 취급을 하고 있는 건가.
만약 자신이 저런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면, 당장 커플링 파트너를 때려쳤을 것이다.
“글쎄···. 전부 저렇지는 않지. 내가 보기엔 저 녀석이 유독 성격이 삐뚫어진 것 같은데.”
확실히 여기사를 자기 물건 취급하는 기사들이 많기는 하다. 실제로 여기사들 본인 조차도 그러한 취급에 별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으니.
혹시 세레스도 예전에 저런 취급을 받은 걸까.
네토루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케레네의 성기병을 노려보았다.
이윽고 볼드로이가 말햇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