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7 엘프란디아
“하앙···. 흐읏···. 으읏!”
세레스는 허리를 움직였다. 다리에 힘을 주고, 허벅지를 들어 올리며, 위로 붕 떠오르듯 올라갔던 허리를 아래로 내린다.
찌걱···. 그러자 두 남녀의 살덩어리가 맞닿는 소리가 한차례 울려 퍼지고, 세레스는 몸 안쪽의 깊숙한 곳에서 강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네토루의 자지가 자궁을 때린 것이다. 아니, 이건 정확히 세레스가 그렇게 유도했다고 하는 게 옳을까. 지금 이 상황을 리드하는 건 세레스였으니까.
네토루는 그저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의 몸 위에서 허리를 놀리는 여인의 모습을 말이다. 음란하게 허리를 흔드는 건 오롯이 세레스뿐이었다.
“하아···. 하윽···. 으윽···.”
확실히 네토루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니 평소보다도 체력소모가 크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몸 위에 올라타서 그런가. 묘하게 균형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네토루의 손과 연결하듯 깍지 낀 채, 그에게 의지해야만 했다.
제 몸을 혼자 놀리는 것도, 쾌락 속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의식을 집중하는 것도,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렇지만 왠지 멈출 수가 없다.
크게 몸을 띄우며 그의 물건을 몸 안에 깊숙이 박아넣을 때마다 자극에 떨리는 네토루의 허리도 그렇고, 그의 입술 사이로 조그맣게 흘러나오는 신음소리 때문이었다.
방금까지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해주고 있는 입장이라 그럴까. 그 차이에서 생겨나는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며 세레스는 그의 몸 위에서 나름 열심히 움직였다.
왠지 보고 싶어졌다. 네토루가 엉망진창으로 변하는 얼굴을 말이다. 이 남자에게도 분명 약한 점은 있을 터. 매번 당하기만 하는 건 억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세레스에게는 너무나도 높은 목표였다. 며칠 전에 겨우 처녀에서 벗어난 여인에게는 무리한 과욕.
“하흑···. 아, 으으···.”
끝내 먼저 멈춘 것은 세레스였다. 아랫배가 저릿하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허리는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덜덜 떨렸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쾌락과 절정의 여운이 한계를 넘은 것처럼 아래에서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했다가는···.
“꺄아아?!”
“세레스. 멈추지 마.”
“흑. 아, 안돼···. 여기서···. 흐아앙!”
세레스가 멈추자 네토루가 벌을 가하듯 가만히 있던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세레스는 그 율동에 맞추어 허리가 강제로 튕겨졌다. 잘 단련된 남성 파일럿의 육신은 강인하다. 제 몸 위에 여자 한 명 올려놓고 튕겨올리는 건 별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학···. 앙···. 머, 멈춰요···. 나, 이러면···.”
“괜찮아. 참을 필요 없으니까.”
“아, 아니···. 으읏!?”
입술 사이로 계속해서 천박한 신음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이것 역시 당연하지만 세레스의 의지와 상관없는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예전에 언니들이 말했던가.
남자들은 연기 해주는 걸 좋아한다고. 일부러 신음소리를 내주면 좋다고. 하지만 지금 경험해보니 굳이 연기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렇게 알아서 야한 소리가 흘러나오는데 말이다.
혹시 내가 그만큼 변태인 건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세레스는 신음 소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하악···. 으읏! 앙···. 앙···!”
어느새인가 주도권이 바뀌었다. 세레스는 네토루가 허리를 튕길 때마다, 애처롭게 간신히 버틸 뿐이었다. 그녀의 허리가 몇 번이나 강제적으로 붕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몸 안에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충격에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찌걱. 찌걱···.
침대가 흔들리고 서로의 살덩어리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그 안에서 추잡하게 들려오는 물소리가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네토루가 나직이 말했다.
“세레스. 손 푼다.”
“하악? 흐으읏···. 으으읏!? 소, 손?”
갑자기 손은 왜? 그러한 의문을 풀 여유도 없이.
네토루는 깍지 낀 손을 풀더니 자유롭게 변한 두 손을 세레스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던 세레스의 커다란 유방을 쥐었다. 그것도 손가락 틈새로 살이 뭉텅 튀어나올 정도로 강하게.
“하앙···! 지, 지금···. 시, 싫은데···.”
“계속 흔들리는 게 안타까워서.”
“아니···. 이건···. 그냥 당신이 만지고 싶어서···!?”
“물론 그것도 있고.”
남자는 이렇게 가슴이 좋은 걸까. 네토루는 허리를 튕기면서도, 세레스의 가슴을 희롱했다. 마치 장난감마냥 그의 손길을 따라 형태가 바뀌었다.
“아앙···. 그, 그렇게 강하게 주무르지 마요···. 지금 너무 예민···. 꺄악?!”
청개구리 같은 사내였다. 말로 부탁하기 무섭게 오히려 꾸욱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레스는 히익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쳐올렸다.
전깃불 튀기듯 올라오는 쾌락에 허억, 하고 폐가 울리며 숨이 뭉텅이째 토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레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호응하던 허리와 엉덩이는 물론이고, 네토루의 몸을 타고 있던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또 절정에 이른 것이다. 이것이 몇 번째지?
“···으읏···.”
잘 모르겠다. 세레스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절정의 여운만을 즐겼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다른 걸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버티지 말고, 이리와. 괜찮으니까.”
“하아···. 하윽···. 정말···.”
네토루가 팔을 잡아당기자 힘없이 끌려간 세레스는 그대로 그의 품 안에 안겼다.
땀으로 질척해진 몸. 그런 상태로 안기니 서로의 피부가 착 달라붙는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썩 나쁜 감촉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긴밀하게 이어지는 기분 좋은 불쾌감이라고 해야 할까.
네토루도 이런 식으로 서로의 살결이 맞닿은 게 마음에 드는 건지 세레스의 등을 더 강하게 누르며, 품속에 안고는 입을 맞추었다.
츄릅···. 춥···.
목이 타오른다. 세레스는 그러한 갈증을 풀듯 네토루의 침을 받아먹었다. 그러다가도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며 서로의 혀를 얽혔다.
그렇게 절정에 잠긴 몸으로 키스를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서서히 여운이 가시기 시작하자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되면 서로 단순히 섹스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원래 목적은 이게 아닐 터.
분명 세레스는 지금 그와 단순히 섹스를 즐기려고 온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다가는 그냥 섹스만 하다 끝나게 될 것이다.
그제야 원래 목적을 깨달은 세레스가 그의 가슴께에 손을 올리며 일어서고는 말했다.
“치, 치료한다며요···. 언제 할 거예요?”
“아, 그거. 해야지.”
흐리멍텅해 보이던 세레스의 눈동자에 총기가 돌아오자, 네토루는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자신의 몸 위에 추잡하게 허리를 놀리는 세레스의 모습은 상당히 볼만했으니까. 점점 능숙해지는 그 몸짓을 보고 있자니 발기에 힘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빳빳해질 정도였다.
“어때. 몸에 긴장은 풀렸어?”
“···풀린지는 오래네요. 지금도 당신 자지가 제 몸안에 있고요. 하읏···.”
세레스는 여전히 자신의 몸 안에서 존재감을 내뿜어내고 있는 네토루의 자지를 느꼈다. 도저히 기세가 죽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절정을 경험한 세레스는 이제 두려울 지경이었다. 이대로 계속 상대해주다가는 정말 몸이 어떻게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머리도 이제는 혼미해서 제대로 의식을 차리기 어려웠다.
“그러면 다시 몸을 세워봐. 이제 정말로 커플링 연공법 해야 하니까.”
그리 말한 네토루가 몸을 일으켜 세워준다. 그런데 어째 잡는 곳이 이상했다.
“···. 아니, 이럴 때는 손이나 잡아줘요. 가슴 잡지 말고···. 으읏···.”
몇 번의 절정으로 한없이 예민해진 몸이다. 그가 가슴을 움켜쥐자 세레스는 머리가 눈을 질끈 감으며 치밀어오르는 감각을 간신히 참아냈다. 쾌락에 머리가 핑핑 돌며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오므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음부 안에서 느껴지는 이질감과 딱딱함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다. 몇 분 동안이나 계속 안에 있던 탓에 몸이 적응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네토루의 몸 위에서 쾌락에 신음하고 있자니, 세레스는 네토루가 다시 깍지를 끼워주며 손을 잡아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부터 마력 패스를 만들 거야.”
“하아···. 으읍···.”
“마력 신경계에 의식을 집중해. 지금부터는 나도 움직이지 않고 집중할 거니까.”
“세, 섹스는···. 이제 끝인가요?”
“뭐, 이제 할 거 해야지. 계속 이렇게 즐기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흐응. 이미 자기는 맘대로 즐겼으면서. 하앙···?! 허, 허리··· 가만히 있어···. 으윽! 윽···!”
“세레스. 투덜거리지 말고.”
“하악···. 으윽··· 앙···!”
몸이 들썩일 때마다 입술을 짓씹으며 쾌락을 참는 세레스의 모습을 눈여겨 본채, 네토루는 그녀의 몸 안에 직접 마력 패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매끄러웠고, 형성된 마력 패스 또한 굉장히 확장된 상태였다.
이건 단순히 세레스의 자궁구에 직접 접근해서 마력 패스를 만들어낸 덕분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균열에서 거품 섞인 애액과 함께 흘러나오는 네토루의 정액 때문이었다.
정액은 마력 패스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종의 보조제 느낌이었다. 네토루가 괜히 세레스의 자궁 안쪽까지 정액을 흘려 넣은 게 아니었다.
“에···? 무슨 이렇게 마력 패스가···?”
“봐. 대단하지?”
뒤늦게 서로 간에 연결되고 있는 마력 패스를 인지한 세레스가 놀란듯 눈을 크게 떴다. 네토루는 깍지낀 그녀의 손을 강하게 쥔 채 말했다.
“이제부터 너한테 마력 패스의 주도권을 넘겨줄 거야. 그러면 평소에 커플링 연공법 하듯이 마력을 소화하면 돼.”
“···정말 그냥 그러면 끝이에요?”
“응.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알았어요···. 그러면 지금 바로 시작할게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세레스가 눈을 감기 무섭게,
마력 패스를 통해 그녀의 몸 안으로 네토루의 마력이 빨려 들어가더니, 그녀의 하복부에 있던 마력 각인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력을 소화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네토루는 아까 말했던 대로 세레스에게 마력 패스의 주도권을 전부 넘겨준 채, 오로지 그녀의 마력 신경계 접속하는 것에 의식을 집중했다.
당연하지만 효율적인 면에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예를 들어 키스로 만들어내는 마력 패스는 단순히 외부와 외부의 연결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세레스의 자궁에 맞닿은 상태로 하면, 외부가 아닌 그녀의 몸 내부에 직접 마력 패스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섹스 직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정신적인 교감이 높을 때였다.
그런 점에서 사실 손을 잡아주는 걸로도 여성 파일럿의 마력 신경계에 접속할 수 있지만,
네토루가 평소에 굳이 키스라는 행위를 고집하는 건 정신적인 교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키스보다도 제일 이상적인 방법은 섹스를 통한 교감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네토루가 연결된 마력 패스를 통해 접속한 세레스의 마력 신경계를 하나둘씩 살펴보며, 손상된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있을 때였다.
찌걱···. 찌걱···.
문득 네토루는 의식을 방해하는 감각을 느꼈다.
뭔가 싶어 보니 커플링 연공법 중이던 세레스가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흐응···. 흐윽···.”
귀두가 세레스의 질 내벽을 긁어낸다. 네토루는 가만히 있지만, 세레스 스스로 자신의 성감대를 찾아 몸을 흔들고 있었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싶었지만, 얼핏 보아하니 정작 자기 스스로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마력 각인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흔들림 없는 걸 보니 커플링 연공법에 몰두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이건 그저 무의식적인 몸짓에 불과했다.
그 귀여운 몸짓에 네토루는 피식 웃었다.
···뭐,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어차피 ‘치료’라고 하지만 네토루는 단지 세레스의 마력 신경계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켜주는 것뿐이었다. 즉 특정 시점에서부터는 계속해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소리였다.
“세레스. 끝났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
“흐윽? 버, 벌써요?”
“왜? 아쉬워?”
“아, 아쉽기는···. 그냥, 생각보다 빨라서··· 흐앙!?”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세레스의 얼굴에서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이 맴돌고 있었다. 그걸 보던 네토루는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서로의 위치가 뒤바뀐다. 네토루는 세레스를 침대에 눕힌 채 허벅지를 벌렸다.
그러자 정액이 꿀럭꿀럭 흘러나오는 음부와 붉게 달아오른 보짓살이 보였다. 네토루는 그 음란하고 천박한 모습을 흘겨보다가 세레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 싫으면 여기서 끝내고.”
“······”
고민하는 기색. 잠시 고민에 잠기듯 침묵하던 세레스는 축축하게 젖어 있는 침대보를 움켜쥐고는 쓰윽 시선을 피하더니 물었다.
“···솔직히, 당신 아직 만족 못 한 거죠?”
만족 못 한 건 나뿐만이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네토루는 굳이 그런 걸 말하지는 않았다. 지금 세레스가 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그는 그녀가 원하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계속하고 싶은데. 역시 안 되겠어···?”
“···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네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세레스가 대답했다.
정말이지 솔직하지 못한 여인이다.
방금 먼저 유혹한 건 본인이었으면서 말이다.
다행히 아직 밤은 길었다. 그렇기에 네토루는 세레스가 울먹일 때까지 품에서 놓지 않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잠자리에서는 새침스럽게 굴 수 없도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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