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5 엘프란디아
침대 위로 이끌려지고 몇 분이 지났을까.
어느새인가 입고 있던 원피스가 네토루의 손에 의해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 그것은 상냥함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 난폭한 손길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첫날밤과는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때 그는 하나하나 전부 조심스러웠다만, 지금은 어딘가 날짐승 같았다.
네토루의 몸 아래에 깔린 상태로 가두어진 모양새도 그렇고, 마치 사냥감이 도망가지 못하게 속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썩 나쁜 감각은 아니었는지라 세레스는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싶은 기분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그 위압적인 행동에 세레스는 두려움이나 불만보다는 왠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세레스는 곧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방금까지 네토루가 귓가에 고맙다고 속삭이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에서 너무나도 커다란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금뿐만이 아니다. 항상 보면 네토루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낮에 케레네한테 붙잡혀 있을 때는 그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든든했지만 가끔씩 짓궂은 아이처럼 매몰차게 굴 때는 괜히 가슴만 아프다.
그냥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면 안 되는 걸까?
그러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순간 그런 생각을 품고 있을 때였다.
“으읍···.”
츕···. 츕···. 혀와 혀가 얽히는 소리가 추잡하게 귓가에 스며들며, 배꼽을 타고 오르던 네토루의 손길이 이윽고 세레스의 봉긋한 가슴 위로 닿는다.
키스에 집중하던 세레스는 그 손길에 잠시 몸을 떨었지만,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상냥한 손길에 안심하고는 저도 모르게 힘을 풀고 말았다.
속옷 위를 주무르는 네토루의 손길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옷을 벗길 때는 난폭했으면서도, 정작 이런 쪽은 상냥함과 배려가 느껴졌다.
파일럿용 브래지어와 함께 가슴이 네토루에게 희롱당하는 상황 속에서, 세레스는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강하게 부딪쳤다.
그렇게 키스가 짙어지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면서도, 낯선 감각이 세레스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온몸이 무르게 변하는 듯한 야릇한 감각. 이제 곧 이어질 행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하아···. 우웁···.”
그리고 그러한 세레스의 변화를 세심히 눈에 세기던 네토루는 조용히 웃었다.
새빨갛게 변하는 세레스의 얼굴과 점점 긴장감이 풀리듯 온몸의 저항이 사라지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여인에게서 느껴지는 건 어린 여자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풋풋함이었다. 사실 세레스가 부대원들 중에서 연장자라고 하지만 그래봤자 부대원들 사이에서 그럴 뿐이었다.
다른 곳에 가면 여전히 어린 나이로 취급받을 여자였다. 단지 제393부대가 특수함 때문에 자기 스스로 연장자인 척 애쓰고 있을 뿐이지.
네토루는 세레스의 볼 옆에 흘러 다니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고는 만족스레 웃었다.
“···예쁘네.”
“으읏···.”
저번도 그렇고 역시 이런 칭찬에 약한 걸까. 세레스가 시선을 피하며 부끄럽다는 듯이 눈가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촉촉하게 물기 어린 눈이 괜스레 더 가학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세레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괜히 영혼 없는 소리 마요. 저번에도 계속 예쁘다, 예쁘다 반복했던 거 알아요?”
“하지만 사실인 걸 어떡해.”
“우웁···!”
나긋나긋하게 이야기를 할 시간조차 아쉽다. 네토루는 다시 세레스의 입술을 훔쳤다. 그녀와 숨결을 교환하고, 타액을 밀어 넣으며, 체온을 나눈다.
세레스는 영혼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투덜거리지만 네토루의 말에는 그 어느 하나 거짓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들어 묘하게 귀여워지고 있는 세레스였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친밀감과 애정이 느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병원에 있을 때 파트너 걱정돼서 아침을 가져와 준 것만 해도 그렇다. 커플링 파트너 관계를 떠나 남자로서 이걸 어떻게 사랑스럽게 안 볼 수가 있을까.
물컹.
네토루는 키스를 계속하면서도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상냥하던 손길이 갑자기 억세게 변하자 놀란 듯 키스 도중에 혀를 내빼던 그녀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괜찮다고 말하듯 네토루가 시선을 마주하자 그녀는 안심한 듯 다시 키스에 집중했다.
가슴을 주무르자, 손가락 끝으로 구름을 파고는 듯한 부드러움이 있다. 하지만 역시 아쉽다.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파일럿용 브래지어가 그 감미로운 감촉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네토루는 세레스에게 말했다.
“벗길게.”
그 요구에 세레스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시선만 쓰윽 피할 뿐. 무언의 긍정이었다. 새침스러운 눈빛이 마치 마음대로 하라는 것처럼 투덜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런 쪽으로는 역시 표현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걸까. 피식 웃던 네토루가 세레스의 파일럿용 브래지어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세레스가 살짝 등을 띄워주며 호응해주자 벗겨내는 건 쉬웠다.
이윽고 그동안 파일럿용 브래지어에 압박되어 있던 세레스의 흉부가 거침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야 숨통이 트이듯 모양새 좋게 퍼지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압도적인지라 네토루는 순간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
한 손에 잡히질 않을 커다랗고 새하얀 유방. 그러면서도 그 첨단에는 옅은 분홍빛 유두가 수줍게 몸을 피고 있었다.
게다가 가슴 큰 여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가슴 처짐 따위는 없이, 조각된 것처럼 꽉 잡힌 형태로 모양새 좋은 물방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건 세레스가 평소에 자기 수련에 열중한 결과물일 것이다. 마력 신경계를 구축하기 위해 여성 파일럿들이 하는 운동-필라테스는 몸을 가꾸는데도 큰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이미 저번에도 한 번 눈으로 보았다. 직접 입에 물어보기도 하고, 만족할 때까지 만져보았다.
하지만 첫 번째에서는 느낄 수 없던 색다른 기쁨이 있었다.
“···예뻐.”
그렇기에 그 순간 네토루의 입에서는 그런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 이것에 이거 말고 무슨 표현이 필요할까.
그 칭찬에 세레스의 얼굴은 더욱 붉게 변하더니 끝내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려버렸다.
“···아. 제발···. 그 말 좀 그만 해요···. 듣는 입장에서는 부끄러워서 죽을 거 같으니까···.”
“네가 그러니까 더 참을 수가 없는데.”
“으윽···. 하앙···.”
네토루는 세레스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그 가냘픈 피부 위를 깨물듯 애무를 했다.
그러자 세레스의 입 밖으로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서 세레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키, 키스···. 자국 새기지 마요.”
“왜?”
“애들이 볼 수도 있어요···. 그, 그러면 조금 곤란하니까···.”
“흐음···.”
부대원들한테 보이기 싫은 걸까. 확실히 남에게 마음 편히 보여줄 흔적은 아니다. 게다가 목덜미 부근에 흔적이 남으면, 슈트를 입어도 가리기가 힘들다. 게다가 샤워실도 같이 쓰니···.
그렇지만 세레스가 이렇게 말하니 괜스레 더욱 들어주기가 힘들었다. 네토루는 목과 쇄골 사이를 파고들며 그녀의 피부에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뭐, 어때. 이 정도는 애들이 봐도 상관없잖아.”
“예? 자, 잠시만···. 윽!”
뭐라고 말하려던 세레스가 중간에 입을 꾹 다물었다.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던 네토루가, 돌연 그녀의 분홍빛 첨단 끝을 툭툭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한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유방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했다. 하지만 정말로 감탄할 것은 그 감촉이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쥐면 쥘수록 손가락이 더욱 깊숙하게 가슴에 파묻히고 있었다. 세레스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가슴은 남자를 매혹하는 감미로움이 있었다.
“하윽···. 하지 말라니까···. 안 그래도 저번에 숨기느라 얼마나 곤란했는데···.”
“그래서, 혹시 들켰어?”
“드, 들키지는 않았는데···. 흐윽!”
몸을 밀어내도 몇 번이나 파고들며 애무를 가하자 세레스도 끝내 포기한 듯, 도리어 네토루를 품에 안아주기 시작했다. 의외로 그녀가 빨리 포기하자 네토루는 잔잔한 웃음을 흘렸다.
“걱정 마. 잘 안 보이는 곳에 할 테니까.”
“···읏.”
목덜미는 확실히 노출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쇄골 아래의 젖가슴은 어떨까. 네토루는 그녀의 가슴에 파묻히듯 유방을 강하게 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수줍게 고개를 들고 있는 유두를 혀로 굴리며, 입에 넣어보기도 했다. 한 동안 그러고 있자니 품에 안아주고 있던 세레스가 돌연 풉 웃음을 터뜨렸다.
“으응···. 그거 알아요? 당신, 지금 강아지 같아서 너무 낯간지러운 거.”
“왜? 그래서 싫어?”
“싫은 건 아니고···. 그냥, 뭐 그렇다고요.”
아무래도 세레스의 성감대는 목덜미 쪽인 듯했다. 의외로 가슴 쪽은 감도가 낮았다. 계속 가슴을 애무했지만, 세레스의 얼굴을 보니 쾌락을 참기보다는 간지러움을 찾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 나쁘지 않다. 감도가 낮으면, 그만큼 높여주면 그만이니. 처음부터 야한 여자보다는,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며 개발해주는 것도 남자로서의 큰 즐거움이다.
세레스의 가슴을 괴롭히던 네토루는 다른 한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세레스도 그 움직임을 느꼈는지 시선을 아래로 향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네토루는 그런 그녀의 의식을 자신 쪽으로 되돌렸다.
“우웁···”
입술을 맞추고 강제로 턱을 당겨 올린다. 그렇게 세레스가 키스에 몰두하도록 의식을 돌릴 때쯤.
“흐읍··?!”
세레스의 허벅지 사이를 은밀히 파고들던 네토루의 손가락이 그녀의 균열에 닿았다. 옆으로 밀어젖힌 속옷 사이로 그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흐앙···! 으읏···! 가, 갑자기··· 거길···.”
정작 가슴을 만져도 별 반응이 없던 그녀가 온몸을 비틀며 낯선 감각에 괴로워했다. 그녀의 몸 안쪽은 따스하고 끈적거렸다. 몇 번 헤집었을 뿐인데 추잡한 물소리가 귓가에 선명히 들려오고 있었다.
네토루는 생각 이상으로 흘러나오는 애액에 내심 놀라면서도, 균열 안쪽으로 밀어 넣었던 손가락을 조심스레 빼내며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세레스. 이거, 보여?”
“흐아···?”
세레스는 멍한 눈으로 네토루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투명하면서도 끈덕지근한 액체가 그의 손가락을 타고 질질 흘러내렸다.
그걸 잠시 멍하니 보던 세레스는 뒤늦게 액체의 정체를 깨닫고는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 반응을 귀엽다는 듯이 지켜보던 네토루는 피식 웃고는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던 그녀의 애액을 살짝 핥아보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흘겨보던 세레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엣···? 그, 그걸 갑자기 왜 먹어요!”
“뭐, 어때.”
“아니···. 흐앗···!”
네토루는 세레스의 허벅지 사이를 살짝 벌리고는 다시 그녀의 균열 안쪽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세레스가 뒤늦게 허벅지 사이를 닫았지만, 그래봤자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흐응···! 으읏···!”
애액으로 젖은 균열은 남자의 손가락을 너무나도 손쉽게 받아주고 있었다. 몸 안쪽에서 그의 손가락 끝이 꿀럭일 때마다 세레스는 비음 섞인 신음 소리를 쉴 새 없이 흘려댔다.
“하악···. 하읏···!”
몸이 이상하다. 뜨겁고,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찌걱. 찌걱.
음란한 물소리. 그것은 그녀의 몸에서 나는 소리였다. 툭툭 네토루의 손가락이 질 내부를 휘저을 때마다 세레스의 몸 역시 실이 이어진 인형처럼 휘어졌다.
머릿속이 점점 새하얗게 변한다. 등줄기를 내달리는 낯선 쾌락은 마치 항거할 수 없는 폭력과도 같았다.
그게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세레스는 숨을 허덕이며 저도 모르게 그의 팔뚝을 잡아 말렸다.
“자, 잠시만요···. 잠시 휴식 시간을···.”
그런데 네토루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저 두 눈을 마주한 채 살포시 웃어주고는 입술을 맞춰온다.
“아앙···. 시, 싫어···. 우읍!”
세레스는 그의 키스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입술도 자연스레 열린 채, 그와 혀를 뒤섞었다. 하지만 키스에 몰두하는 건 불가능했다. 점점 아래에서 들려오는 음란한 소리가 질척하게 변해갔고, 몸의 떨림을 어떻게 제어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순간 시야가 흐릿하게 변하는 걸 느끼며 세레스는 몸을 세차게 떨었다.
“하으으읏···?!”
쾌락에 젖은 애처로운 비명이다. 그것이 세레스의 입 밖으로 숨김없이 토해졌다. 그녀의 등줄기가 침대 위에서 붕 떠오르고, 네토루를 껴안고 있던 팔에 더욱 힘이 강해졌다.
네토루는 자신의 등을 파고드는 세레스의 손톱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것 나름대로 그에게 큰 자극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절정에 이르렀을까.
세레스는 꺾일 것처럼 휘어지던 몸을 그대로 침대 위에 힘없이 떨구고는 숨을 허덕였다. 그때마다 그녀의 형태 좋은 가슴이 아름답게 출렁였다.
“하아···. 하아···.”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다. 세레스는 거친 숨만을 몰아쉬는데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쾌락의 여운이 계속 그녀를 괴롭힌 탓에, 발가락 끝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꼼지락거렸다.
그렇게 한동안 침대 위에 너부러져 있자니,
뒤늦게 의식을 되찾은 세레스는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네토루를 찾았다. 그는 마침 옷을 탈의하고 있었다.
구릿빛 피부. 그러면서도 튼실하게 자리 잡은 크고 작은 근육들이 세레스의 눈동자에 비추어졌다.
이윽고 그가 마저 바지와 속옷을 벗자 안에 숨겨져 있던 커다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저번에 저런 걸 몸 안에 넣었던 건가?
순간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보고 있자니 네토루는 세레스의 허리를 자신 쪽으로 천천히 끌어당기며, 수줍게 닫혀 있던 그녀의 허벅지를 천천히 벌리고는 세레스의 팬티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슬슬 치료를 시작해볼까. “
네토루는 침대 위에 힘없이 너부러져 있던 세레스를 품에 강하게 껴안고는 강제로 일으켰다.
이윽고 정신을 차렸을 때.
어느새인가 세레스는 네토루의 위에 올라탄 상태로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 이건···.”
“치료 방법은 간단해. 지금부터 섹스하면서 커플링 연공법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돼. 간단하지?”
네토루는 두 손을 뻗어 자기 몸 위에서 균형을 잡던 세레스의 손과 연결하고는 그리 말했다.
거기서 세레스는 순간 생각했다.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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