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2 엘프란디아
성기병 파일럿들에게 있어서 커플링 파트너라는 건 참으로 미묘한 존재였다.
이성과 동료.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관계라고 해야 할까.
젊은 남녀가 콕피트라는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며 목숨 걸고 싸우는데, 둘 사이에 깊은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을뿐더러,
대부분의 기관 출신 파일럿들은 개방적인 성교육을 받는다. 남녀 관계만큼이나 서로의 커플링 파장을 맞추기 좋은 수단은 없으니까.
성교는 서로의 친밀감과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기에 굳이 같이 잠자리를 같이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더라도, 파트너의 성욕을 관리해주는 걸 의무라고 가르치고 있을 정도였다.
애초에 성기병 파일럿들은 매일 같이 버그들과 목숨 걸고 싸우는 존재들이었다.
매 전투마다 죽음의 순간들을 끊임없이 겪으면서,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고, 폐쇄적인 군대 특성상 성욕을 풀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다.
그러니 이성인 커플링 파트너에게 의지할 수밖에.
그렇기에 종종 있는 이야기다. 서로 연인 사이는 아니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남녀관계를 즐기는 성기병 파일럿들이 말이다. 그걸 흔히 커플링 파트너를 넘어선 섹스 파트너라고 하든가.
······하지만 그건 세레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기관 출신이 아닌 엄격한 교육과 관리가 이루어지는 기사단 출신이었고,
성에 개방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폐쇄적이었다.
그렇기에 솔직히 말해서 세레스는 여전히 네토루의 치료 방법이 여전히 낯설었다. 치료 방법이 서로 입술을 맞추는 것인데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게다가 평범한 입맞춤도 아니었다. 서로의 혀가 얽히며, 타액을 교환할 정도의 질척질척한 키스였다.
아무리 커플링 파트너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이 있는 법이다. 그 정도 되는 행위를 단순히 커플링 파트너라고 태연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 네토루하고의 키스가 정말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었다면, 선뜻 응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레스에게 네토루는 아직 커플링 파트너에 불과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단지 그 정도 관계.
현재로서는 그러했다.
물론 첫 경험을 그에게 주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와 몸을 섞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길 정도로 헤프게 변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네토루와 잠자리를 가졌던 건 커플링 파장을 맞추기 위해 필요했으니까···. 그래서 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 나름대로 평범한 커플링 파트너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 섹스요?”
머리가 붕 뜨는 기분이었다. 세레스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끼며 그를 빤히 노려보았다.
일순간 자색 눈동자가 힐끗 날카로워졌다. 농담이라면 가만히 안 두겠다는 것처럼.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죠?”
“내가 이런 걸로 농담할 거 같아?”
“하, 하지만···. 무슨 방법이 그래요!”
“그야, 섹스가 네 마력 신경계에 제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으읏! 복, 복도에서 그런 이야기 꺼내지 마요! 남이 들으면 어떻게 해요?”
“뭐, 어때.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역시 뻔뻔하다. 어깨를 으쓱이는 네토루의 모습에 세레스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세레스에게 네토루의 능력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그렇지만 대충 어떤 힘인지 이해는 되고 있었다. 아마 예상이 맞다면 그는 여성 파일럿의 마력 신경계에 접근할 수 있는 듯했다.
다만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통로가 필요했고, 그것은 당연히 마력 패스였다. 지금까지 네토루가 마력 신경계를 안정시켜주기 위해 해주었던 키스도 그러한 마력 패스를 만들기 위해서였겠지.
거기까지 이해한 세레스는 다시 한번 복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 몸짓에 자색빛 긴 생머리가 정신없이 흔들거렸다.
‘치료 방법이 섹스라니.’
···확실히 키스보다 더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입과 입을 연결해서 마력 패스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당연하지만 여성의 마력 신경계가 존재하는 자궁구에 직접 접근하여 마력 패스를 만들어내는 게 효과적이니.
하지만 그걸 이성적으로 이해해도, 생각지 못한 수단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다만 그렇다고 네토루와 또 잠자리를 가지는 것에 엄청나게 거부감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네토루는 세레스의 첫 상대였고, 며칠 전에도 데스웜을 상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그와 한두 번은 더 잠자리를 가지는 걸 이미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게다가 네토루 하고의 첫 경험에서 별로 나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그는 상냥하고, 친절했다. 예전에 언니들은 첫날밤에는 괴로울지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파과의 아픔이 있을지언정, 적어도 괴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그렇다.
이제 겨우 처녀에서 벗어난 세레스에게 섹스라는 건 가벼운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중요한 전투를 앞둔 것처럼. 긴장하고, 결심해야 하는 중대한 무언가였다.
“······거짓말 아니죠? 정말로 섹스로 제 마력 신경계를 안정시켜줄 수 있다고요?”
“만약 거짓말이면?”
네토루가 슬적 입꼬리를 당기며 웃었다. 그건 마치 상대의 반응을 떠보는 듯 하면서도, 어딘가 장난기 많은 애처럼 짓궂은 미소이기도 했다.
···정말이지. 이 남자는 이럴 때도 장난인가.
“거짓말이면 정말로 가만히 안 둘 거예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런 식으로 선 넘는 장난은 싫으니까요.”
세레스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아무리 성기병 파일럿들이 개방적이라고 하지만 성희롱에 둔감한 건 아니었다. 네토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꺼냈다면 당장 뺨을 맞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그 순간 네토루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거짓말 아니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 게다가 이번 임무에서 너를 빼놓고 가기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
마치 네가 정말로 필요하다는 것처럼, 네토루의 목소리에 담긴 진심이 세레스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장난스럽던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진지해지니 세레스는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괜스레 얼굴만 화끈거렸다.
“으···. 그렇게 말하면···. 너무 비겁해요.”
그래서 한동안 우물쭈물거리던 세레스는 아까부터 자연스레 허리춤에 감겨 있는 그의 팔을 쓰윽 밀어내며,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왔다.
그렇게 네토루에게서 떨어져 나온 세레스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은연히 그의 눈을 피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우리 해요, 그러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 때문에 케레네와 척을 진 네토루니까. 그런데 이번 임무에서 정작 세레스 자신이 빠져버리면 곤란했다.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개를 숙이며 복도 바닥을 내려다보던 세레스는 스스로를 그리 납득시켰다.
2.
“츄룹···. 우웁···. 꿀꺽···. 춥···.”
턱이 아프다. 하지만 케레네는 멈추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갯짓을 반복했다. 입안에 남자의 자지를 물고서 목구멍 안쪽까지 밀어 넣는다.
처녀 시절에는 헛구역질을 종종 했지만, 이제는 수년간 반복한 탓에 익숙해진 구강성교였다.
케레네는 자지를 손에 쥔 채 능숙하게 파트너의 귀두를 오물오물 자극했다. 볼 안쪽에 비비면서도, 가끔은 목 깊숙이 삼킨 채 강하게 빨아냈다.
끝내 그 자극을 견디지 못한 걸까.
“으윽···!”
케레네의 파트너가 신음을 흘리더니 두터운 양손을 뻗어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당겼다.
그 힘에 케레네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입안에 그의 자지를 밀어 넣었다. 숨이 막힌다. 코끝이 그의 치골에 닿을 정도로 고개가 당겨졌다.
“케레네···!”
“우웁?! 우우웁!”
이름이 불리자 그게 신호였다는 듯이 케레네는 귀두를 빨아올렸다. 이윽고 자지가 꿀렁이나 싶더니 그녀의 입안에서 정액이 사정되기 시작했다.
젊은 남성이다. 게다가 육체적으로 극한까지 단련하는 기사답게 사정양은 엄청났다. 순식간에 볼이 부풀어 오른 케레네는 사정이 끝나자, 입을 살짝 벌리며 입안에 담겨 있는 정액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케레네의 침과 뒤섞인 새하얀 액체.
그것이 케레네의 입안에서 홍수처럼 흘러 다녔다.
혀를 깔딱이며 정액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어렸다. 그것은 정복욕에 취한 남자의 오만스러운 웃음이었다.
그 미소를 확인한 케레네는 입을 닫고는 남자의 정액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전부 삼키지는 못했다.
아니, 삼키지 못한 척했다.
“콜록···. 컥···. 우웁···.”
사레에 걸린 것처럼 기침과 함께 입술 밖으로 남자의 정액이 새어 나왔다. 케레네의 침이 뒤섞인 끈적끈적한 정액은 그녀의 턱선을 따라 가슴골 위로 흘러내렸다.
원래는 좀 더 깔끔하게 집어삼킬 수 있었지만 케레네는 일부러 입술 밖으로 침을 흘렸다. 그가 이런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너무 능숙한 것보다는 풋풋한 면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하윽···. 죄송해요···.”
다급한 얼굴을 연기하며 케레네는 자신의 가슴골에 사이에 흘러내린 정액과 침을 손가락 끝으로 닦아 올리며 혀로 할짝였다.
다행히 그 노력이 통한 걸까. 케레네의 파트너는 입가를 씰룩이며 케레네의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쓸어만졌다.
“아니. 괜찮아. 뭐, 오늘은 양이 좀 많았으니까.”
“우읍···.”
다시 입안에 남자의 자지가 들어온다. 정액과 침으로 더러워진 물건을 깨끗이 하라는 의미였다.
케레네는 그의 것을 입에 물면서, 무릎을 꿇은 그대로 눈동자를 살짝 들어 올린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동시에 눈가에서 눈물이 살짝 글썽이는 몸짓은 순종적인 여인의 모습이었다.
당연하지만 남자는 이번에도 만족했다는 듯이 웃으며 케레네의 머리카락을 쥔 채 허리를 움직였다.
그 허리 놀림에 입안에서 그의 물건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였다. 케레네는 간신히 숨을 들이 삼키는 척하면서도 그 몸짓에 호응해주었다.
···역시 남자들은 이런 걸 너무 좋아한다니까.
케레네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요도 안에 남아 있던 정액을 빨아주고 있을 때였다.
“좋아. 이건 여기까지 하고. 몸 돌려.”
“으읍···. 네.”
이제 구강성교는 질린 걸까.
케레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몸을 돌렸다. 침대 위에 엎드린 채, 엉덩이를 그에게 향하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치부를 벌리기 시작했다.
“읏···.”
남자가 손을 뻗어 케레네의 얇은 허리를 강하게 쥐었다. 으드득. 아프다. 남성 파일럿의 강한 악력이 연약한 여자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당연하지만 그 난폭함 속에 애무 따위는 없었다. 그는 케레네의 머리채와 허리를 붙잡으며, 그대로 보지 안에 자신의 자지를 삽입했다.
애액이 부족한 질 내부는 가뭄이 든 것처럼 메말라 있다. 그녀의 몸은 아직 남자의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준비가 덜 끝난 상태였지만, 빡빡하게 밀려오는 통증과 이물감은 이제 익숙했다.
“윽···! 아읏···!”
케레네는 남자의 허리 놀림에 맞추어 허리와 엉덩이를 움직였다. 질의 조임에 의식을 집중하고, 인위적으로 꾸며낸 신음소리를 흘리며 연기하였다.
찌걱. 찌걱.
그럴 때마다 그녀의 화려한 붉은 머리카락과 커다란 유방이 물결쳤다. 유려하게 뻗은 그녀의 등줄기가 그의 시선 아래에서 희롱당했다.
그런데 그걸로 부족했던 걸까. 케레네의 머리카락을 손에 쥔 채, 허리를 놀리던 그가 다른 한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내려찍었다.
찰싹─!
“흐윽!”
남자의 손바닥이 케레네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아프다. 하지만 아픔을 호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쾌락에 잠긴 소리를 연기하였다. 이 남자는 그걸 좋아하니까.
찰싹─!
“흐앙!”
철썩···!
“하아앙!”
몇 번이나 반복되는 손길에 새하얀 엉덩이 위로 하나둘씩 손자국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몸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쾌락에 젖어서가 아닌, 단순히 남자의 난폭한 폭력이 만들어낸 통증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는 아픔을 호소하지 않고 이번에도 신음을 흘리기 바쁜 여인을 연기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머리채를 붙잡힌 채 그의 것을 몸 안에 받아들이는 걸 반복했을까.
“···윽! 케레네!”
“네···. 흐윽! 아, 안에···!”
이윽고 질을 거쳐 자궁 안으로 강렬한 무언가가 흘러들어오는 걸 느끼며 케레네는 몸을 떨었다.
한순간 가해지는 엄청난 자극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발가락과 두 허벅지가 파르륵 떨렸다.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남자의 정액은 상당한 마력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그런 것이 마력 신경계가 위치한 자궁구에 흘러들어오면 여성 파일럿에게는 엄청난 자극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 대량의 마력을 몸 안에 받아내는 것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섹스로 인한 쾌락의 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단지 마력 신경계에 가해지는 자극으로 인한 일시적인 흥분과 떨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의 파트너가 그걸 알 리가 없었고, 앞으로도 딱히 이해할 생각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남자의 사정이 끝나자 케레네는 붙잡혀 있던 몸이 자유롭게 변하는 걸 느끼며,
그대로 침대 위로 힘없이 너부러졌다.
“하아···. 후웁.”
“하앗···. 하윽···. 으윽···.”
두 남녀의 신음소리가 바쁘게 뒤얽힌다. 애액과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이불 위로 쓰러져 있던 케레네는 하복부가 통증으로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난폭하게 남자의 물건을 받아들였던 그녀의 둔덕은 피를 흘릴 것처럼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섹스가 끝난 케레네에게 절정의 여운은 없다. 단지 아픔과 허덕임만 남을 뿐. 그러니 그 안에는 섹스에 대한 즐거움이나 기쁨도 없었다.
······정말이지. 그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지난 수년간.
케레네는 여자로서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에게 현재 섹스라는 건 단지 ‘파트너’를 기쁘게 하기 위한 봉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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