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5 조정 작업
결국 마지막은 세레스가 입으로 한 번 더 사정을 받아 주었다. 다만 정액을 입안에 삼키는 것까지는 무리였는지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뱉어버렸다.
─맛이 없어요···. 이런 걸 어떻게 먹어요?
그래도 턱이 아프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끝까지 해주는 것이 참 재미있는 아가씨였다.
나중에 펠라 하는 법부터 알려줘야 하나.
세레스가 턱이 아프다고 할 법도 한 게, 워낙 어설펐던 탓이 컸다. 남자 경험이 없으니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거다. 그러니 남자를 사정을 시키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그렇지만 네토루는 온전히 그녀의 판단에 맡긴 채 봉사를 즐겼다. 첫날부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별로 좋은 판단이 아니었으니까.
우선, 몸으로 직접 한 번 고생해보는 게 좋았다.
그리고 사실 허리춤 아래에서 열심히 턱짓하는 여인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법이었다.
“벌써 간 건가?”
일어나보니 어째 옆이 허전하다 싶었는데 어느새인가 세레스가 침대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섹스가 끝난 새벽에 여러 핑계를 대며 강제로 옆에 재웠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자기 방으로 간 듯했다.
어쩌면 부대 샤워실에서 부대원들 몰래 몸을 씻으려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리 방안에 개인 세면대가 있다고 하지만 자궁 안에 깊숙이 흘러 들어간 정액을 씻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세레스가 평범한 여성이었다면 피임 관련해서 꽤나 걱정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는 사후 피임약은 물론이고 콘돔조차 없는 세상이니까. 그러니 여성의 질 내에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사정하는 건 사실상 임신하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세레스는 성기병 파일럿이었다.
어제 망설임 없이 세레스의 자궁구에 정액을 흘려 넣은 것은 그녀의 마력 신경계에 자극을 주어 마력에 대한 체질을 바꾸어주기 위한 것이었고,
세레스가 성공적으로 커플링 연공법을 했다면 마력을 흡수당한 정액은 그대로 힘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니 정액이 그녀의 난자에 도달해서 수정 후, 자궁 안에 착상할 일은 없었다.
네토루가 마지막에 마력 신경계의 문양이 빛나는 걸 확인한 건 그래서였다. 혹시라도 커플링 연공법을 하지 않고 있었다면 꽤나 곤란해지니까 말이다.
뭐, 그러다가 정말 극악의 확률을 뚫고 임신하면···. 책임져야겠지.
파일럿으로서 가치를 잃은 여성 파일럿이 부대에서 나가서 뭘 하겠는가. 평생 배운 거라고는 성기병을 타고 파트너와 커플링 하는 것뿐인데.
물론 애를 낳으면 다시 복귀할 수 있겠지만, 그쯤 되면 다른 사람과 커플링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반적인 수단’으로는 서로 커플링 파장이 맞을 리가 없을 테니까.
매번 새로운 여성을 상대할 때마다 하던 고민을 오늘도 다시 한번 고뇌하며, 네토루는 세레스가 사라진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록 세레스는 사라졌지만, 그녀가 흘린 처녀혈만이 이불자락에 위에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빨면 사라지려나?”
잠시 그런 고민을 하던 네토루는 피식 웃으며 이불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중에 부대원들 몰래 따로 빨래를 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2.
다행히 버그들은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대원들은 평상시처럼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도록 긴장했다.
비록 지금은 지켜보는 쪽으로 결정했지만, 버그들이 특정 이상으로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이면 이쪽도 결국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후방에 있는 도시까지 뚫리는 건 막아야 하니까.
“390, 391, 392, 394부대에서 오늘 지원 병력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지원 병력은 얼마나 오는 겁니까?”
“각 부대에서 소대 하나씩입니다.”
“···끄응. 그거, 애매하군요.”
모든 부대원들이 전술 지원 장치 - 아이기스 앞에 모여 있는 가운데,
질문을 던졌던 챈들러가 표정을 찡그렸다.
리엔의 말에 따르면 지원 병력이라고는 성기병 16기 정도가 끝이라는 거니까.
각 부대마다 편제는 자유로웠지만, 일반적으로 소대 하나에 보통 성기병 4기가 배치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성기병 16기 정도로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기가 어렵다. 데스 웜이 어느 정도의 무력을 지녔는지 정확히 알지를 못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데스 웜이 만든 지하 통로로 지상에 올라온 버그들의 숫자도 범상치 않다. 단순하게 숫자만 보더라도 부대 하나가 전멸할 각오로 총력을 다해 싸워야 할 수준이었다.
‘어제보다 숫자가 더 늘어난 건가.’
심지어 리엔이 부대원들 보라고 띄워준 맵에는 어제보다 버그들의 숫자가 더 늘어난 상태였다. 아마 새벽 중에도 계속 기어 올라온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신경 쓰이는 건···.
버그 무리에 은근슬쩍 합류한 엔트 무리였다.
‘귀찮은 놈들이 왔군.’
엔트는 흔히 보이는 녀석들이 아니었다. 녀석들은 아무런 전투 능력 없이 순수하게 수송 능력에만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격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스파이더든, 로커스트든, 센티페드든 종류 가리지 않고 화기를 무장한 버그는 총과 포탄을 아낌없이 쏘아대길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녀석들이라고 탄이 무한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전투 내내 마음껏 쏘다 보면 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버그 무리는 무지성으로 앞만 보고 공격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기에, 탄의 보급에서는 크게 문제를 겪을 일이 없었다.
탄이 다 떨어지기 전에 먼저 전멸하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간혹 버그들이 성공적으로 침투하고,
본래 목표로 했던 구역을 점령 한 후 방어를 시작하면서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전투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귀신처럼 후방에서 대기하던 엔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버그들이 전투에서 사용할 탄과 포탄을 가득 들고서 말이다.
게다가 버그가 아무리 화기와 기계로 무장했다고 하지만 결국 근본은 생명체였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만한 힘을 내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했는데, 즉 ‘식량’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순수하게 수송 능력에 특화된 엔트는 탄과 식량의 보급을 담당하는 버그였다.
그러니 그런 괴물 놈들이 이곳에 나타난 걸 볼 때,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다.
‘저 녀석들은 아예 이곳에 자리를 잡을 생각인가.’
만약 이대로 저 녀석들을 내쫓는데 실패하면, 제39구역은 버그들을 생산하는 커다란 공장이 되겠지. 그건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었다.
혹시라도 정말 여기서 여왕이 둥지를 틀면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버그들도 문제지만, 주변의 땅이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하게 되는 것도 크나큰 문제였다.
‘점점 일이 커지는 군.’
이렇게 엔트까지 나타났으니, 내심 상급 부대에서 어떻게든 사령부를 설득해 기사단이라도 보내주었으면 하는 게 네토루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기사라는 것들은 자만심 강한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그들이 지닌 무력은 믿을만 했으니까 말이다.
현 상황에 혀를 차던 네토루가 리엔에게 물었다.
“상급 부대에서는 지원 병력이 없는 겁니까? 기사단에서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면 좋았을 텐데요.”
“기사단은 이미 다른 곳에 투입 중이라 지금으로서는 힘들다고 합니다.”
“다른 곳이라면···?”
“···제가 듣기로 제7구역 쪽에 새로운 둥지가 들어섰다고 하더군요.”
“······”
네토루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과연···. 확실히 바쁠 만하다.
새로운 둥지가 나타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제7구역은 수도와 제일 가까운 구역 중 하나였다.
귀족들이 거품 물며 아주 환장할 만한 곳에 둥지를 틀었으니 기사단이 바쁠 수밖에 없겠지. 더욱이 이건 단순히 귀족들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 시민들한테도 제7구역과 제39구역,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조건 제7구역을 선택할 것이다.
“대신. 한 가지 약조가 있었습니다.”
그때 리엔이 허공에 띄워놨던 맵을 확장시켰다.
그러자 제39구역의 영역에서 벗어나, 국경 지대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데스 웜 공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기사단의 주도하에 엘프란디아 측과 접촉을 하기 위한 대규모 탐사를 진행할 거라고 합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안 그래도 엘프란디아의 국경 지대에서 넘어오는 버그들이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걸 기사단에서 해결해주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만···. 그 전에 지금 상황을 먼저 무사히 해결하는 게 우선이지만 말이다.
2.
아침부터 진행된 회의가 끝나고, 네토루는 세레스와 함께 격납고로 불려갔다.
아스나가 성병기가 393부대에 수송되는 동안 커플링 파장을 검사하고 싶다고 해서였다.
덕분에 네토루는 격납고 안에서 아스나가 만족할 때까지 세레스와 커플링을 해야만 했다.
이윽고 아스나에게서 오케이 신호가 떨어지자 네토루 혼자 콕피트 밖으로 나왔다. 세레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성기병 조정 작업까지 하고 싶다고 아스나에게 말한 탓이었다.
그렇게 성기병 활성액에 완전히 몸을 담그고 있는 세레스의 모습을 얼마나 구경하였을까.
네토루는 시선을 돌려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까부터 아무런 말 없이 서류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아마 저 서류 안에는 커플링 파장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벌써 몇 분간이나 지속된 침묵 속에서,
네토루는 아스나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
비록 아스나가 부대 안의 성기병을 관리하는 정비 반장이라고 하지만 기름 냄새 나는 기술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과학자들이 입을 듯한 폼이 넓은 새하얀 가운을 걸친 채, 그 안에 있는 새하얀 와이셔츠와 골반이 두드러지는 H라인 치마는 잘 차려입은 듯한 오피스룩을 연상케 했다.
게다가 새하얀 목덜미가 드러날 정도로 깔끔히 묶어 올린 포니테일 때문인지, 딱딱한 분위기의 사장 비서라는 느낌도 조금 났다.
…뭐 실제로 리엔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정비 반장도 아스나의 일이지만 평소에는 리엔을 보조하는 일도 많이 하는 듯했다. 듣자 하니 아스나 역시 마법사인지라 최악의 경우에는 임시로 리엔 대신 사령관 역할도 가능하다고 하던가.
다른 건 몰라도 다재다능한 여인인 건 분명했다.
다만 문제는 그런 유능한 아가씨가 아까부터 계속 거리를 둔 채 미지근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불러낸 쪽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니 썩 유쾌하지는 않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아무런 말이 없을까.
아무튼,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한 가지 물어봐도 돼?”
드디어 아스나가 입을 열었다. 네토루는 따분함에 지쳐서 하고 있던 하품을 멈추고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세레스랑 어젯밤에 섹스라도 한 거야?”
그리고 그녀의 당돌한 질문에 네토루는 무심코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커플링 파장에서 꽤나 재미난 변화가 있었나 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ENPEKO님, 섀도유아님, 헤으응님, 한율님 후원 감사합니다!
린과 란 일러스트 후원자 명단
(에어프라이님─200코인
NeoGGM─10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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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율님─10코인)
데스 웜 완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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