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4 라벤더 차
원래는 세레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카렌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내일을 위해 잠은 자야 할 거 아닌가.
게다가 정해진 취침시간도 있다. 리엔이 이걸로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부대의 룰은 지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방문 앞에 섰을 때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네토루의 방문 앞에서 카렌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침을 꿀꺽 삼켰다.
─앙···. 으응···. 으읍!
세레스의 신음 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비록 방 안쪽의 일이었지만 귀를 기울이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덕분에 카렌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네토루의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말이다. 이런 걸 듣고도 모르면 멍청이다.
지금, 설마···.
찌걱, 찌걱, 찌걱──!
─앙···! 앙···! 흐으윽!
점점 소리가 강해진다. 기분이 좋은 걸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레스의 신음을 들으며 카렌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두 남녀의 살이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
서로가 서로를 갈구하는 애달픈 신음.
어젯밤 세레스는 이 방에서 울었다. 그리고 오늘도 울고 있다. 완전히 다른 의미로 말이다.
도대체 하루 만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어째서 저 두 사람이 방 안에서 저렇게 격렬하게···.
그 의문을 고민하고 있자니, 어렴풋이 떠오르는 막연한 지레짐작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가능하겠어? 나야 성병기 같은 거 써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거 어지간히 커플링 파장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 없다던데?
─······해내야죠.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린의 물음에.
욕탕에서 보여주었던 세레스의 결연한 표정.
그건 설마···. 이걸 말했던 걸까.
그래서 세레스는 그런 표정을 하고 있던 걸까. 네토루와 섹스하는 걸 고민하고 있어서···.
아직 성인이 아니지만 카렌도 알건 다 안다.
커플링 파트너끼리의 섹스가 서로의 커플링 파장을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말이다.
“······”
찌걱찌걱···. 침대가 흔들리고, 남녀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인 천박한 소리. 하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음란해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특히나 저 안에서 제일 좋아하던 언니와 며칠 전만 해도 커플링 파트너였던 남자가 격렬하게 섹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카렌으로서는 맨정신으로 듣기가 힘들었다.
여기서 나와야 한다.
일단 오늘은 못 들은 척 머릿속에서 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껏 회복한 세레스와의 관계가 다시 서먹서먹해질 것 같았다. 저렇게 흐트러져 있는 세레스의 소리를 듣고도 태연하게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
하지만 어째서일까.
발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어느새인가 카렌은 무의식적으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자리를 피하기보다는 좀 더 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가슴 안쪽에서 꽈리를 틀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카렌은 지금까지 누군가가 섹스를 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다. 카렌이 아는 거라고는 그저 막연하게 책으로 배운 얄팍한 지식이 전부다.
이 세상에서 남녀 관계에 대해 알아낼 방법은 책으로 읽거나, 오로지 말로 전해 듣는 것뿐이었다.
생생하게 ‘남의 행위’를 볼 수단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방 안에서 일어나는 남녀 사이의 성관계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기회는 난생 처음이었으니까.
게다가···. 친하게 지내던 언니라면 더더욱.
카렌은 지금 세레스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읍! 으윽! 하앙···!
욕탕에서 올곧고 진지한 얼굴을 하던 그녀가, 지금은 남자의 밑에 깔려 저렇게 울고 있다.
여자는 섹스하면 저렇게 기분 좋은 걸까.
어젯밤 그렇게 서럽게 울던 그녀가, 지금은 이렇게 네토루한테 음란한 소리를 낼 정도로···?
그러면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나도 저렇게 남자의 배 밑에 깔린 채 교성을 지르는 걸까?
애초에 성관계라는 건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남자의 그것이 비좁기 짝이 없는 입구를 뚫고 여자의 몸 안에 들어올 수는 있는 건가?
“······”
지금은 세레스가 저렇게 울고 있지만,
언젠가는 카렌,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섹스라는 건 카렌에게 이제 그다지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성인이 되고서 상대와 마음이 맞고, 커플링 파장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면 그때는 첫 상대가 누가 되는 걸까.
역시 내 첫 상대는······.
─하아아앙!
“······!”
그때였다. 세레스의 신음 섞인 비명에 멍하니 있던 카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세레스가 갑자기 왜 저렇게···.
그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방 안의 상황에 귀를 기울여봐도 더 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러면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다.
방금 그 소리는 세레스가···.
꿀꺽.
생각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카렌의 빈약한 지식과 경험으로는 방 안에 있을 세레스의 모습을 완전히 상상해낼 수가 없었다.
“···흐윽.”
대신 카렌은 어느새 허벅지 사이를 비비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랑이 사이가 축축하다. 점점 속옷이 젖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가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 걸까?
누가 이걸 보면 곤란하다.
그렇지만 손이 멈추지를 않는다. 속옷 위를 덧그리듯 손가락이 계속해서 움직였다. 꾹 누르자 속옷의 천 너머로 꽉 닫힌 균열이 느껴졌다.
“아읏···.”
이윽고 카렌은 손가락 끝에서 묻어나오는 추잡한 소리에 얼굴을 붉혔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물소리가 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몸에서 말이다.
이러다가 누가 보면 어떻게 하지?
찌걱. 찌걱.
순간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손을 멈출 수가 없다.
혹시 이것도 오버 히트 때문인 걸까. 한 번 열이 오르기 시작하니 하복부에서 욱신거림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감각이었다.
이윽고 이성과 충동 사이에서 고민하던 카렌은 균열 안쪽으로 반 마디 정도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하앙···. 윽···. 으응···.”
그러자 그 순간 카렌의 입 밖으로 억누르지 못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음란하고, 천박한 음성. 그러면서도 찌걱찌걱 말을 듣지 않는 손가락이 계속해서 균열 안쪽을 긁어댔다.
분명 평범한 자위인데,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자극이 너무 강렬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어째서지?
혹시 저 두 사람이 섹스하는 것 때문에?
그게 나랑 무슨 관계라고.
끝내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흐윽···. 아, 안돼···.”
발치에 힘이 풀리며 머리가 핑핑 돌자, 카렌은 네토루의 방문 앞에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감각. 시야가 뿌옇게 변하고, 몸이 파들파들 떨린다. 흥분과 쾌락이 마약처럼 온몸에 퍼져나갔다.
그 상태로 카렌은 균열 안쪽을 자극하던 손가락을 꺼내어 눈앞에서 천천히 펼쳐보았다.
“으윽···. 뭐, 뭐야···. 이게···.”
그러자 투명한 액체가 카렌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타고 질질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내가 미쳤나 보다.
자신의 추잡스러운 행위에 카렌이 아연한 얼굴로 반쯤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였다.
─저벅저벅
“······!”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방 안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손가락을 타고 찐득찐득하게 흘러내리는 자신의 애액을 멍하니 바라보던 카렌은 다급히 호흡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벽에 손을 짚고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절대로 이런 모습 따위는 보여줄 수 없었다.
특히 저 녀석한테는···.
2.
눈앞이 껌껌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방안의 불은 꺼져 있었다. 그나마 창밖에서 밀려 들어오는 은은한 달빛만이 시야를 희미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세레스는 자신의 나신 위로 올라와 있는 이불자락을 느끼며, 몸을 뒤척였다.
배꼽 아래에서 남자의 손길이 느껴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남자는 자연스럽게 세레스의 허리를 팔로 두른 채 누워있었다. 아무래도 기절한 동안 계속 이렇게 있었나 보다.
게다가 은근슬쩍 가슴을 만지는 것이···.
내가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건가. 잠시 한숨을 쉬던 세레스는 그냥 놔두기로 했다. 어차피 남자들은 전부 이럴 테니까. 적어도 그녀가 알기로는 그렇다.
“일어났어?”
몸을 뒤척이는 소리를 들은 건가. 여전히 무덤덤한 목소리다. 하지만 왠지 예전보다는 그 안에 부드러운 울림이 있었다.
혹시 한 번 몸을 섞었다고 이런 걸까.
세레스는 어렴풋이 윤곽만 보이는 네토루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고는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죠?”
“글쎄. 대충 5분 정도? 오래는 안 지났어.”
“······”
오래 안 지났다니···.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정신을 잃은 건가?
그것에 놀라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였다.
“꺄!?”
돌연 볼 옆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깜짝 놀란 세레스는 몸을 움찔거렸다. 갑자기 이게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네토루가 말했다.
“너무 놀라지 마, 그냥 물이니까. 목마르지 않아?”
“······”
안 그래도 목이 마르기는 했는데···.
마침 갈증을 느끼던 세레스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내미는 유리컵을 받아들었다. 그러면서도 뒤늦게 이불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이건 전부 자신이 만든 것이다.
···이러니까 갈증을 느끼지. 이걸 보면 네토루가 배려해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른 여자들도 이렇게 성교 중에 몸 안에서 많이 흘리는 걸까.
이러면 뒤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모르겠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으니.
그렇다고 네토루 혼자 처리하게 놔두는 건 어딘가 찝찝하다. 애초에 이걸 부대원들 몰래 처리할 수는 있는 걸까? 만약 들키면 뭐라고 변명하지?
세레스는 침대 위에 남아있는 성교의 흔적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컵을 두 손으로 꼬옥 쥔 채 천천히 물을 입에 머금었다.
오늘 처음 남자를 받아들인 탓일까. 아랫배 안쪽으로 칼로 째는 듯한 욱신거림이 남아있었다.
그러면서도 쾌락의 한 가닥이 하복부에 남아 아픔을 완화해주고 있었다. 생소한 감각이다. 세레스는 아직도 몸 안에 잔류하고 있는 여운을 느끼며 허벅지 사이를 부비적거렸다.
그 순간 가라앉던 쾌감이 되살아났다. 덕분에 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자연스레 호응해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라서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정작 깊게 생각해보면 마냥 싫지는 않았다는 게 세레스의 가슴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주체할 수 없는 쾌락에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른 건. 솔직히 말해서 그건 짐승에 가까운 무언가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세레스는 자궁구 안에 깊게 스며든 그의 정액을 느끼며 하복부를 쓸어 만졌다.
뜨겁고, 난폭하다.
그의 마력처럼 정액이 배 안쪽에서 난폭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건 그저 착각이겠지만. 이건 단지 정액이 품고 있는 농밀한 마력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아무튼, 자궁구에 남아 있는 정액 덕분에 마치 커플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마력 신경계가 활성화된 상태였다.
이러니까 마치 온몸이 그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니, 어쩌면 틀린 말은 아닌가. 이번 성교는 그의 마력에 몸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것이기도 했으니까.
마력 신경계가 활발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탓인지 자궁 안쪽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끼며 세레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게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요.”
세레스가 네토루와 성관계를 맺은 건 전부 커플링 파장을 위해서였다. 성병기든 뭐든 위험한 싸움이 될 테니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만약 없으면?”
그런데 네토루가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그렇게 보였다. 세레스는 표정을 찡그렸다.
“···없으면 곤란해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그런 끔찍한 소리하지 마요.”
“만약 없으면 될 때까지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건 또 무슨···. 흐응···.”
또다시 뻔뻔한 말과 함께 네토루가 세레스의 몸을 끌어안더니 목에 입술을 맞추며 애무를 가했다. 아직 몸이 덜 식은 건지, 세레스는 쾌감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신음이 세어 나왔다.
“자, 잠시만···. 또 할 거예요?”
“아니, 그건 무리겠지. 안 그래도 처음이라 무리했을 텐데, 여기서 괜히 더 했다가는 아예 마력 신경계도 무리가 갈걸? 지금도 내 마력을 소화하느라 힘들 텐데.”
“으응···. 그런데 갑자기 왜···.”
“그냥 이런 스킨십이 좋으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가만히 있어 줘.”
“으으···.”
저렇게 부탁하니까 거절할 수도 없다. 세레스는 네토루의 등을 쓸어 만지며 그가 만족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뭐가 좋은지 그는 젖가슴을 주물렀다가도, 목덜미를 핥는 걸 반복했다.
이러니까 마치 커다란 개가 자신을 덮친 것 같다.
견종을 따지면···. 골든 리트리버인가?
아니, 그건 너무 순한 개이고···. 그런데 또 고민하자니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다.
“······응?”
그런 고민 속에서 세레스는 문득 느꼈다. 여전히 딱딱하게 세워져 있는 그의 자지의 감촉을 말이다. 덕분에 이 남자가 왜 이러는지 대충 알았다.
아마 만족하지를 못한 거겠지. 역시 내가 처음이라 많이 봐주고 있던 걸까. 세레스도 내심 느끼기는 했다. 이 남자가 얼마나 배려해주고 있는지 말이다.
···정말이지. 이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잖아.
세레스는 네토루의 가슴을 밀어냈다. 그는 의아한 얼굴로 반쯤 덮치고 있던 몸을 뒤로 물렸다. 세레스는 그의 눈을 또렷이 바라보며 말했다.
“비켜요. 입으로 해줄 테니까.”
“괜찮겠어?”
“그렇게 계속 흥분한 상태로 놔두면, 아프잖아요?”
“······”
네토루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사실 안 아프나? 잘 모르겠다.
이윽고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안 깨물 거지?”
“···안 깨물어요. 이상한 짓 안 하면.”
“그러면 머리 만져도 돼?”
“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싫다고 해도 만질 거잖아요.”
“뭐, 그렇기는 하지.”
나참···. 솔직하고 뻔뻔한 그의 대답에 세레스는 새침한 표정으로 서서히 몸을 굽혔다.
그리고는 그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역시 부족했던 건지 그의 것은 무척이나 단단한 상태였다. 세레스는 머리를 매만지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밤이 길어질 듯했다.
······이러면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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