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1 라벤더 차
그가 브래지어를 벗기고, 침대 위로 이끌었을 때는 곧바로 관계가 시작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세레스의 예상은 틀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서, 그리 말하더니 난데없는 네토루의 행위가 세레스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읏.”
계속 이어지는 낯간지러운 감각에 세레스는 신음을 숨기지 못한 채 이불자락을 손으로 꼬옥 쥐었다.
잠시 방의 천장을 응시하던 세레스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렸다. 그러자 배꼽 아래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네토루가 서서히 올라오는 게 보였다.
“으응···.”
아까부터 도대체 애도 아니고 이게 뭘까. 세레스는 그의 혀가 피부 위를 할짝댈 때마다 느껴지는 간지러운 감각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허벅지부터 시작된 그의 입맞춤은 어느새인가 배꼽에 이르러 이제 젖가슴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낯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세레스가 끝내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다, 당신···. 이제 그만 해요···.”
“뭘.”
“지, 지금 하고 있는 그거요!”
“싫은데.”
“으으으···.”
잠시 눈이 마주친 네토루가 뻔뻔스레 피식 웃는다. 거기서 느껴지는 그의 확고한 의지에 이불자락을 쥔 세레스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네토루는 이걸 계속할 생각이다.
그 증거로 지금도 그는 세레스의 몸에 정성스레 입을 맞추면서도, 돌연 피부를 입술로 살짝 깨무는 식으로 세레스의 몸 위에 붉은 자국을 새기고 있었다.
“으읏!”
그래, 마치 지금처럼.
어느새인가 쇄골 인근까지 올라온 그가 돌연 세레스의 가슴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젖가슴을 손으로 강하게 쥔 채 형태를 찌그러뜨린다.
그 짤막한 아픔 속에서 정체 모를 감각이 등줄기를 가로질렀다. 몸이 간헐적으로 튕겨 오른다. 세레스는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억누르지 못한 채 발가락 끝을 꼼지락거렸다.
점점 등줄기가 오싹해지며, 자꾸 허벅지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까보다 몸이 예민해지는 게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는 무리다. 세레스는 다시 한번 말했다.
“그, 그만···. 부탁이니까···.”
“싫다니까.”
“아읏···. 당신,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예요?”
“글쎄. 내가 만족할 때까지?”
이 남자는 내가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좋은 걸까. 잠시 눈이 마주한 그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아니,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인다.
“쭙···.”
다시 그가 가슴팍 위로 애무를 시작했다. 세레스의 새하얀 피부 위를 네토루 혀끝이 천천히 기었다. 그의 말랑한 혀끝의 부드러움과 끈적끈적한 침이 온몸에 새겨지고 있었다.
정말 이 남자는 내 몸의 모든 곳에 흔적을 새기고 나서야 만족할 생각인 걸까?
그런데 그건 탐욕스럽지만, 얄밉게도 그 끝에는 상냥함이 있다. 그래서 세레스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으읏···. 흐앙···.”
끝내 그 감각을 견디지 못한 채 세레스의 입 밖으로 달뜬 신음 소리가 흘렀다.
이젠 소리를 숨기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그저 낯간지럽기만 하던 것이 이제는 너무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피부가 있는 모든 곳에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움찔거렸다.
세레스는 차라리 그가 키스를 해줬으면 했다.
그러면 그녀는 키스에 몰두하면서, 그가 무엇을 하든 최대한 의식하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모든 신경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애써 의식을 딴 데로 돌리려고 하면 계속 잇자국을 새긴다.
마치, 이쪽에 집중하라고 벌을 주는 것처럼.
“세레스. 너무 신음 소리 참으려고 하지 마.”
문득 그가 고개를 들더니 그리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은 어느새 세레스의 입술 밑을 매만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입안으로 들어올 듯한 그의 손가락을 느끼며 세레스가 고개를 저었다.
“시, 싫어요···.”
“흠. 나는 정말로 참지 않으면 좋겠는데. 신음을 참으려는 표정도 귀엽지만, 그래도 네 목소리는 특히 음색이 아름다우니까.”
네토루가 상냥히 뺨을 쓰다듬더니 그리 말했다.
솔직하고, 담백한 그의 말에 세레스는 두근거림보다는 창피함을 느꼈다.
귀엽다느니, 아름답다니···. 자꾸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듣는 입장에서는 너무 부끄러웠다.
“당신···. 그 말 좀 그만하면 안 돼요? 저보고 아름답더니···. 귀엽다더니···.”
“하지만 사실인데?”
“하읏···.”
짓궂은 미소와 함께 다시 네토루가 고개를 숙여 목덜미를 빨았다. 피부가 그의 입안에 끌려가는 자극 속에서도 세레스는 방금 네토루가 했던 말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세레스. 아름답네.
브래지어를 벗길 때부터 그는 계속 세레스에게 칭찬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딱히 대단한 미사여구 따위를 갖다 붙이는 건 아니지만, 그 말 안에서 느껴지는 네토루의 진심에 세레스는 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흐윽!?”
이윽고 목덜미를 훑던 그의 숨결이 귀에 도달했다. 세레스는 깜짝 놀라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귀, 귀는 왜? 으윽! 깨, 깨물지 마요!”
“뭐 어때? 이것도 예뻐서 그런데.”
“······흑.”
그의 대답에 세레스는 입을 앙 다물었다.
또다. 또 예쁘다고···.
이 남자는 너무 말하는 게 자연스럽다.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부끄럽지 않은 건가?
혹시 다른 여자한테도 이러는 걸까?
아니면 나한테만 이러는 걸까?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랫배에서부터 올라오는 아찔한 감각이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그만! 이제 제발 그만 해요···.”
무섭다.
그 정체 모를 낯선 감각이 돌연 무서워진 세레스는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귀까지 정복했으니 된 거 아닌가.
이제는 세레스의 온몸이 그가 새긴 키스 자국으로 붉게 변해 있었다. 이쯤 되면 탈의실에서 슈트를 어떻게 갈아입어야 할지 진심으로 고민될 정도였다. 누군가가 이걸 봤다가는 부대원들에게 대놓고 네토루와 관계를 맺었다고 자랑하는 꼴이었다.
“···뭐, 이건 여기까지 할까.”
다행히 부탁이 통한 걸까. 그리 중얼거린 네토루가 몸을 뒤로 물리자, 세레스는 허덕이던 숨을 정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넘기며, 그렇게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자니,
“······아.”
문득 세레스는 발견할 수 있었다.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괴롭다는 듯이 빳빳하게 세워져 있는 네토루의 것을 말이다.
그것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혈관이 맥동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무섭게 생겼다. 하지만 세레스는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저런 게 이제 내 몸 안에 들어오는 건가.
세레스는 침을 꿀꺽 삼킨 채 네토루의 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그럴까. 왠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게다가 기억하던 것보다도 굵기는 물론이고 크기가 훨씬 크다. 좀 더 흉측하게 생겼다.
원래 자지라는 게 저렇게 큰 거였나?
한참을 멍하니 네토루의 것을 바라보던 세레스는 결심한 듯 몸을 굽히며, 그의 앞으로 기어갔다.
그리고는 흘러내리는 자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그의 하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바로 코앞에 그의 자지가 있었다. 세레스는 살짝 입을 벌린 채 그것을 노려보고는 말했다.
“···이제는 제가 해드릴게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의 자지를 쥔다. 당장이라도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거웠다. 그런데 여기에 손길이 닿자 반갑다는 듯이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세레스는 그 움찔거림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남자도 이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뭔가 이 남자라면 뻔뻔스럽게 반응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귀여웠다.
“할 수 있겠어? 처음에는 거북할 텐데.”
“···그렇지만 저만 편하게 있을 수는 없죠.”
남녀 관계를 잘 모르는 세레스도 안다.
방금까지 네토루가 뭘 하고 있던 건지.
그건 단순히 그녀를 괴롭히거나, 그의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흔히 전희라 불리는, 관계 직전의 준비과정이었다. 여성을 위한 남자의 봉사.
그러니 이제는 이쪽이 해줄 차례였다.
“···뭐, 일단 기대 좀 해볼까.”
네토루의 손이 자연스레 머리 위로 올라온다. 세레스는 그걸 쳐낼까 싶다가도, 그냥 놔두기로 했다. 어차피 조종석에 있을 때 이러던 남자였다.
세레스는 제일 먼저 살짝 벌리고 있던 입으로 그의 자지를 할짝였다.
혀끝으로 느릿하고, 신중하게 기둥부터 훑는다.
“······으음.”
그러자 조금 짠 맛이 났다. 그리고 미끌미끌한 액체와 남자의 진한 체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도, 왠지 이제야 그와 섹스를 하고 있다는 게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지금 내가 남자의 성기를 핥고 있는 건가. 그것도 강제로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말이다.
분명 어젯밤만 해도 이런 건 생각도 못 했는데.
세레스는 혀끝에 남아 있는 네토루의 맛을 음미하면서도 하룻밤 만에 180도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으음··· 츄릅···. 추웁···.”
그렇지만 혀를 움직이는 건 멈추지 않았다. 최대한 그를 기쁘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세심하게 기둥을 핥고, 가끔씩 첨단을 입에 물며 빨아보는 등 나름 노력을 했다.
그런데···.
“···음.”
무언가 이상한 게 있던 걸까. 세레스는 그의 자지를 입에 문 채로 시선만 살짝 들어 올려보았다. 그러자 왠지 쓴웃음을 지으며 고민하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세레스는 천연스럽게 눈을 꿈벅였다.
혹시 내가 무언가 실수한 걸까?
너무 강하게 물어서 아프다거나···.
괜스레 걱정된 세레스가 조용히 물었다.
“웁···. 꿀꺽. 왜 그러세요? 뭔가 실수라도···?”
“···아니. 실수라고 할 건 아니고.”
쓰윽···. 네토루의 손이 상냥하게 머릿결을 쓰다듬는다. 세레스는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 남자라면 전부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미묘한 침묵이 맴돌던 그때, 네토루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너는 지금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보다는 즐기는 법부터 배워야 할 거 같네.”
“즈, 즐기는 법이라니···.”
그게 무슨 의미인가. 그걸 생각할 여유도 없이 세레스는 몸이 질질 끌려가는 걸 느꼈다. 네토루는 세레스의 몸을 움켜쥐고는 순식간에 획 돌렸다.
“꺄앗? 자, 잠시만···. 지금 이게···.”
“좋아. 이게 좋겠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인가 네토루가 세레스의 두 허벅지 밑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세레스는 그의 몸 위에 올라탄 채, 눈앞에는 그의 것이 당당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남녀의 위아래가 바뀐 채 서로의 성기를 바라보고 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세레스가 놀란 눈을 하던 그때였다. 이어서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강한 자극에 세레스는 본능적으로 허벅지를 오므렸다.
“흐앙···!”
“신음 소리를 들어보니, 노력한 보람이 있네. 게다가 이곳도 제법 질척질척하고.”
뭔가 싶어 아래를 쳐다보니 어느새 네토루가 손가락으로 팬티를 빗겨 벌린 채, 드러난 균열 사이로 혀를 밀어넣고 있었다.
“거, 거기를 왜 핥아요!”
“왜? 뭐가 문제라도 있어?”
“거, 거기는···.”
“설마 더럽다, 뭐다 말할 거면 조용히 있어.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깨끗하고 예쁘니까.”
지금 저것도 칭찬이라고 하는 걸까?
당황하던 세레스는 번뜩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획 돌렸다. 방금 그가 온몸을 물고 빨았으니, 그걸 이쪽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린 채 그의 것을 앙 깨물었다.
반응은 확실했다.
“으윽? 야, 갑자기 그러면···.”
“우웁···. 꿀꺽···. 이건 벌이에요. 또 이상한 소리를 할 거면 여기다가 벌을 줄 거니까···.”
“······”
이런 건 생각지 못한 걸까. 네토루가 황당한 눈으로 쳐다본다. 세레스는 그 시선에 처음으로 승리감을 느끼며 무심코 쿡쿡 웃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팬티를 끌어 내리고, 균열 안쪽으로 혀를 밀어 넣던 네토루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동작이 멈추더니 놀란 듯 중얼거렸다.
“······세레스. 너, 정말 처음이었냐?”
“······”
이 남자는 이걸 이제야 안 걸까.
세레스는 아무런 대답 없이 조용히 그의 자지를 다시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이라···.
세레스는 왠지 그 단어가 우습게 느껴졌다.
그가 생각하는 처음의 기준이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세레스에게 진정한 의미로 첫 상대는,
이제는 폐인이 되어 사라진 옛 파트너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네토루였다.
그것은 분명 제대로된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지금 세레스는 복수 때문이 아니라,
확실한 자기 의지로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세레스는 혹시라도 그날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빨을 세우지 않도록 노력했다.
솔직히 짭조름한 맛도 그렇고, 미끌미끌한 남자의 애액도 그렇고, 별로 반가운 맛은 아니지만.
입안에서 다시 피 맛까지 느끼고 싶진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린과 란 일러스트 후원자 명단
(에어프라이님 NeoGGM 광휘
미여정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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