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0 라벤더 차
─스르륵
세레스가 입고 있던 원피스가 힘없이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안에 숨겨져 있던 새하얀 피부와 우아한 몸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속옷만 걸친 세레스의 나신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그 탓인지 부끄러움에 붉게 물든 얼굴도 그렇고, 특히 깨끗하고 올곧은 그녀의 자색 눈동자가 긴장한 듯 떨고 있는 모습은 무척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것만 보더라도 지금 그녀가 얼마나 용기를 내고 있는 건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설마 세레스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정말 그 멘탈 약한 아가씨가 맞단 말인가?
놀란 감정을 입안에 삼킨 채 네토루는 세레스의 몸을 찬찬히 구경하였다. 그것은 남성으로서 어떻게 주체할 수 없는 본능이었다.
쭉 뻗어 있는 그녀의 보기 좋은 다리부터 시작해서 복숭아를 연상캐하는 하얗고 동그란 엉덩이와 적당히 살이 붙어 있는 탐스러운 두 허벅지. 그렇게 유려한 형태의 골반과 얇은 허리의 배꼽을 훑어 올라가던 시선은 이윽고 그녀의 가슴에 머물렀다.
그동안 계속 슈트로 숨겨져 있던 몸매만 보고 있던 탓인지 어딘가 현실감 없게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언제까지 계속 쳐다보기만 할 거예요.”
노골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운 걸까. 손으로 자기의 가슴을 슬쩍 가리던 세레스가 고개를 떨구었다. 방금까지 당돌하게 시선을 마주하던 아가씨가 이제는 부끄럽다면서 시선을 피하고 있다.
세레스의 그러한 풋풋한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로 남성 경험이 전무한 어린 처녀 같았다.
하지만 여기사가 그럴 일은 없을 텐데. 남자 경험만큼은 세레스도 제법 있을 것이다. 젊은 기사가 이런 여인을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그 탓에 네토루는 무언가 하려던 말을 입에 삼키고는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보아하니 세레스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듯 했다. 누가 봐도 그녀에게 이 상황을 주도할 능력은 없어 보인다. 지금 그녀가 원하는 건 남자가 자신을 이끌어주는 것이었다.
거리를 좁힌 네토루는 시선을 내리깔고 있던 세레스 턱을 조심스럽게 위로 당겨 올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물었다.
“세레스. 나는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을 건데, 괜찮겠어?”
“······”
세레스는 입을 오물거렸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머뭇거림도 잠시였다.
곧 세레스의 자색 눈동자에서 흔들림이 사라졌다.
이미 모두 각오하고 왔다는 것처럼 몸의 떨림도 사라진다. 그 순간 그녀는 단지 고결한 무언가를 품고 있는 여인처럼 순결한 눈을 하고 있었다.
“어젯밤에 당신이 저한테 말했죠.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이 글러 먹었다고.”
“그랬지.”
“그러면 당신이 저한테 직접 한 번 알려줘 봐요. 당신이 생각하는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네토루는 피식 웃었다. 어째서인지 남자를 도발하는 듯한 당돌한 제안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속옷만 입은 상태로 하고 있으니 제법 매혹적이었다.
이런 것에 끌리지 않을 남자는 없겠지. 게다가 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레스였다. 그러한 사실이 묘한 이질감을 불러오고 있었다.
방금 전의 대사도 그렇고, 지금 같은 상황도 그렇고, 본래 성격의 세레스라면 절대로 하지 못할 행동이다.
그렇지만 세레스가 갑자기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는 됐다.
아마 커플링 파장을 위해서겠지.
중요한 전투를 앞두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일이다. 덕분에 남녀 간의 달콤한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것은 아직 세레스와 내 관계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거겠지.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여인으로서 세레스가 아닌,
그저 커플링 파트너로서 찾아온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당장 어젯밤만 해도 내 방 안에서 그렇게 서럽게 울던 아가씨다. 하루 만에 그러한 관계로 진전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겠지.
“읏···.”
네토루는 천천히 그녀의 볼을 쓸어만 졌다. 그 손길에 세레스는 흠칫 놀라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이쪽을 조심스레 쳐다보기만 할 뿐.
체격 탓에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세레스의 모습은 뭔가 나이에 맞지 않게 귀여웠다. 긴장하는 얼굴도, 불그스름한 볼도 모두 사랑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곧 일어날 일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소심한 눈초리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그런 세레스의 표정과 긴장을 즐기듯 말없이 구경하고 있자니, 세레스가 먼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다음에 이어질 행위를 기다렸다.
그건 마치 자신에게 키스해달라고 소리 없이 보채는 것만 같았다. 거기서 끝내 유혹을 버티지 못한 네토루는 조용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으읍···. 츕···.”
이미 콕피트 안에서 몇 차례나 반복했던 일이다. 그렇기에 키스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세레스의 분홍빛 입술은 부드럽고 산뜻했다. 그리고 딱히 지금 같은 상황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진한 라벤더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숨결이 서로의 안으로 집어 삼켜지고, 입술이 열리며 혀와 혀가 뒤얽히기 시작했다.
“으응···. 우웁···. 쮸웁···.”
세레스는 어색하지만,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혀를 움직이며 네토루의 것을 받아들였다. 자기가 먼저 혀를 내밀며 장난에 어울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레스는 소심했다.
귀엽다고 하면 나름 귀엽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키스는 너무 어설프다. 그녀가 하는 거라고는 상대방의 혀를 툭툭 건드리며, 미끌미끌 어루 만져주는 게 전부였다. 이러니까 정말로 경험 없는 아가씨를 상대해주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이런 어설픈 세레스가 싫지는 않지만, 그런데 이런 걸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네토루는 그녀의 입안을 침범하며, 자신의 타액을 강제로 밀어 넣는 것을 반복하다,
“···우웁. 하아···. 쭈웁···.”
그대로 키스를 유지한 채 네토루는 그녀의 등줄기를 따라 왼손을 움직였다. 움푹 파인 세레스의 등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
그 손길을 느끼는 건지 세레스가 눈꺼풀이 희미하게 떨리는 게 보였지만,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이윽고 그렇게 내려가던 네토루의 손이 세레스의 말랑말랑한 살덩어리에 닿았다. 네토루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강하게 움켜쥐어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놀란 듯 세레스가 입술을 떼고는 쳐다보았다.
“읏. 가, 갑자기···. 하앙···.”
두 허벅지 사이로 파고든 왼손이 엉덩이를 쥐고 있자 어느새 세레스는 목덜미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다. 잘 익은 복숭아처럼 색이 진하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그녀의 허벅지 안쪽까지 깊숙하게 들어가서 손을 대보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진도가 빠르다.
세레스의 반응을 생각하면 그랬다가는 괜한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정도가 적당하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관계를 맺기 전에 긴장감을 풀어줄 분위기와 과정이었다.
“으읏···. 응···. 너무 장난치지 마요···.”
그러나 이것도 부끄러운 걸까. 네토루의 가슴팍에 손을 댄 채 기대고 있던 세레스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또 세레스 특유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세레스를 보며 네토루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이 이가씨는 남성 경험이 많이 없는 듯하다.
기사단에서 있던 파트너는 도대체 뭘 가르쳐준 걸까. 이런 여자를 아껴두는 건 멍청한 짓인데.
당연하지만 하지 말라고 안 할 네토루가 아니었다.
“세레스. 고개 들어.”
“으응···. 네.”
세레스가 순순히 고개를 들자 네토루는 다시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손으로 엉덩이를 쥐었다 피며 그녀를 괴롭혔다.
방금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정작 거부는 하지 않는다. 단지 혀를 섞으며, 키스에 집중하기 위해 네토루의 목 위로 팔을 두르고 있을 뿐.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건 변함이 없는 건지, 하체 아래로 짓궂은 손장난을 할 때마다, 쉴 새 없이 세레스의 표정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읍. 쮸웁···. 으읏···.”
달뜬 숨소리와 부끄러움으로 얼룩진 표정.
부대원들에게 항상 온화한 미소를 보여주던 그녀가 지금은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변해 있다.
보면 볼수록 괴롭히는 맛이 있는 아가씨였다.
그렇기에 네토루는 더욱 세레스를 괴롭히기 위해 이번에는 그녀의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세레스가 손을 움찔거렸지만, 흥미롭게도 막기는 커녕 오히려 목을 감고 있던 팔에 힘을 주더니 좀 더 혀를 내밀며 키스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으응···. 츕···.”
세레스의 소리 없는 허락에 네토루는 그대로 세레스의 가슴을 약하게 움켜쥐어보았다. 속옷의 부드러운 감촉 너머로 솜사탕 같은 그녀의 젖가슴이 선명히 느껴졌다.
강하게 움켜쥐면 당장 부서질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태로운 아가씨였다. 그래서 네토루는 긴장을 풀어줄겸 그녀의 브래지어 틈새로 손가락만 밀어 넣은 채 귓가에 속삭였다.
“생각해보니까 파일럿용 속옷이 아니네?”
“······딱 보면 알 잖아요. 왜, 파일럿용 속옷이 더 취향이에요?”
“아니, 그럴 리가. 다음에도 이런 걸 입고 와주면 좋겠는데.”
“다음이라니···.”
설마 세레스는 오늘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붉게 물든 얼굴로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는 세레스를 보며 네토루는 피식 웃었다. 검푸른 색의 청순한 느낌의 브래지어는 딱 세레스답다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네토루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던 왼손을 천천히 위로 올리며 그녀의 브래지어에 손을 댔다. 그리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세레스. 이거 풀게.”
“···맘대로요.”
세레스가 허락하기 무섭게 네토루는 그녀의 브래지어를 풀었다. 그러자 브래지어 안으로 숨겨져 있던 젖가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네토루는 온 시야가 그녀의 몸으로 가득 차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압도적인 절경에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남자의 손길을 타지 않은 듯한, 커다랗고 새하얀 유방과 분홍빛 유두가 깨끗한 색을 보이고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몸이었다. 그래서 네토루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세레스. 아름답네.”
“······읏.”
애써 꿋꿋하게 있기 위해 노력하던 세레스가 그 한마디를 견뎌지 못하고, 귓끝이 붉게 변하더니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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