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화 속 금태양이 되었다-54화 (54/148)

EP.54 NTL-001

1.

···대단한 전투력이었다. 혼자서 버그 무리를 상대하는 네토루의 모습은 직접 관측하고 있던 게 아니라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면 저도 지금 바로 합류하겠습니다.

혼자서 수십마리를 해치운, 그것은 가히 놀라운 과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네토루의 목소리는 평소 때처럼 무덤덤했다.

그 사실에 무심코 어색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다행히 위험은 넘긴 듯하다. 리엔은 어떻게든 해결된 상황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제39구역 안에서 관측되는 버그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관측을 피해 침투한 데스 웜의 땅굴을 통해 버그들이 지상 위로 계속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관측 영역의 밖에 지하 통로 같은 게 있는 듯했다. 수KM 짜리 길이의 커다란 통로가 말이다.

보통의 생명체라면 그런 걸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데스 웜의 커다란 몸체를 생각하면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도대체 지하 통로를 통해 진입 중인 버그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아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관측된 버그의 숫자만 해도 393부대의 전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데스 웜이 문제였다.

저 괴물에 대해서는 리엔 역시 아는 것이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저걸 위해 얼마나 많은 전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과연 393부대 전력으로 잡을 수는 있는 건지,

그 어느 하나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그래서 부랴부랴 39구역의 다른 부대들에게 지원 요청을 넣은 상태지만, 과연 그들이 얼마나 병력을 보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그들이 소대 하나라도 보내주면 다행이겠지.

사정 안 좋은 건 393부대뿐만이 아니었다. 빈약한 부대 상황은 다른 곳 역시 매한가지였다.

결국, 그들 또한 귀족들에게 멸시받는 39구역의 사령관들이었으니까.

‘···일단 그걸 쓸 수밖에 없는 건가.’

리엔은 현재 전술 마법탄을 생각 중이었다.

데스 웜이 만든 땅굴을 통해 결집 중인 버그 무리를 단번에 격멸하려면 역시 전술 마법탄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다만 문제는 정작 이걸 써도 데스 웜이라는 걸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47구역에서 성기병 부대가 괜히 물러난게 아닐 터.

그들도 분명 전술 마법탄을 사용하는 걸 고려 해봤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사용해봤을지도.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은 39구역 보다 더 많은 전술 마법탄을 보급 받았을 것이다.

‘···이걸로 죽이는 게 가능할까.’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정보···. 정보가 부족하다.

그 사실에 아이기스 안에서 쉴 새 없이 정보를 조합하던 리엔은 거듭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순간 네토루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왜 제가 물어봤을 때 알려주지 않은 겁니까. 분명 보고서를 받았을 때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던 것 같은데요.

싸늘하게 식은 그의 목소리가 뇌리에 선명히 재생된다. 리엔은 침음을 삼켰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당연하지만 리엔이라고 네토루에게 정보를 숨길 생각은 아니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단지 보고서를 받았을 때 정신이 없었을 뿐이었다.

엘프란디아 국경 지대에서 넘어온 버그들과 작성된 보고를 받고도 지원 요청을 무시하는 상급 사령부.

그리고 전투로 인해 손실된 부대 전력···.

그런 정신 없는 상태에서 데스 웜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나타나니 리엔이라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에게 정보를 숨긴 게 아니었다. 단지 혼란스러워서 정작 말을 못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보고서를 받았을 때는 반쯤 긴가민가한 상태였고 말이다. 애초에 47구역에 나타났던 녀석이 왜 39구역에 와 있단 말인가.

안 그래도 어수선한 부대 상황, 괜히 확실치 않은 정보로 혼란을 주기가 싫었다. 그래서 일단 한번 확인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리엔은 보고서를 받은 다음 날이 되자마자 곧바로 아스나를 파견하여 흔적을 확인했고,

데스 웜이라는 게 반쯤 확실히 되자 상급 사령부에 보고를 올려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렇게 정보를 전달받으면, 오늘 바로 부대원들에게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타이밍 좋지 않게 나타날 줄이야.

점점 꼬여 드는 상황에 리엔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관측 영역 안으로 돌아다니는 버그들의 움직임에 의식을 집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게 무슨?”

네토루를 쫓아 추격형 센티페드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던 리엔은 입을 살짝 벌리며 경악했다.

생각지 못한 의미의 충격이 뒷통수를 때렸다.

갑자기 녀석들이 후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치 더 이상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처럼 추격형 센티페드들이 하나둘씩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붉은점들이 점점 멀어진다.

리엔은 망연해졌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껏 리엔은 버그들이 후퇴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정말 네토루의 말대로 지금 버그들은 무언가 전략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건가.

이건 결코 좋은 변화가 아니었다.

2,

그 시각 네토루도 리엔과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는 질서 있게 물러나는 추격형 센티페드의 모습이 잘 보였다.

─···추격형 센티페드들이 물러나고 있습니다.

“···예. 마침 저도 보고 있습니다.”

리엔의 목소리는 어딘가 경직되어 있었다. 마치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고 있다는 것처럼.

그리고 그건 네토루 역시 비슷했다.

‘···후퇴라고?’

후퇴하는 게 뭐가 대단할 게 있다 싶겠지만 문제는 그 상대가 버그였다. 지금까지 녀석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오로지 적을 섬멸한다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후퇴를 한다는 것은,

이제 병력 보존이라는 선택지가 녀석들에게 새로 생겨났다는 소리였다.

그건 결코 반가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무식하게 저대로 계속 쫓아와 주는 것이 이쪽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어떻게든 각개격파의 형태로 버그의 숫자를 줄여놓을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추격형 센티페드들이 저렇게 망설임 없이 후퇴해버리면,

결국 다음 전투에서 병력 보충이 된 새로운 버그 무리와 함께 저 놈들을 다시 상대해야 했다.

3.

긴박한 상황은 쫓아오던 추격형 센티페드들의 갑작스러운 후퇴로 생각 이상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다만 그렇다고 현재 상황이 해결된 건 아니었다.

데스 웜은 여전히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그곳에서 대기 중이었고, 그 주변에는 지하 통로를 통해 땅으로 올라온 버그들이 진을 치고 있는 형세였다.

그 숫자는 물론이고 데스 웜의 존재가 너무 위협적인지라, 393부대로서는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었다.

현재 393부대의 전력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리엔은 다른 부대에 긴급하게 지원 요청을 한 듯했다. 그러니 지금은 다른 부대가 지원을 오기 전까지는 수비적으로 있는 게 최선이었다.

덕분에 갑작스럽게 땅밑에서 치솟은 버그들을 어쩔 수 없이 그냥 놔둘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부대원들은 일단 기지로 복귀했다.

신속한 대응을 하겠다고 성기병 안에 계속 눌러앉아 있어봤자 괜한 체력만 깎을 뿐이었다.

지금은 체력을 아껴두는 것이 좋다.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전투가 될 테니까.

그렇게 격납고에 성기병이 안착했을 때였다.

콕피트를 열고 나가려던 네토루가 멈칫하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세레스. 왜 가만히 있어?”

“그, 그게···. 말이죠.”

조종석에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세레스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라고 원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나가서 씻고 싶었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정확히는 허리가 빠진 것처럼 하체에 힘이 안 들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커넥팅을 풀었음에도 자궁 안쪽에서 열이 오르며, 머리도 어질어질한 것이···.

세레스는 이게 뭔지 잘 알고 있다.

‘···설마 오버히트인가?’

뒤늦게 증상을 깨닫자 세레스는 당혹스러웠다.

성기병 조종으로 오버 히트를 겪어보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오버 히트를 겪은 게 언제였지?

적어도 393부대에 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덕분에 이제는 이러한 감각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력 신경계가 있는 하복부에서부터 점점 올라오고 있는 열기에, 그 순간 세레스의 뇌리로 네토루의 말이 스쳤다.

─상황이 이러니 이번에는 완급 조절을 못 해줄 것 같으니까, 너무 원망하지 마. 아마 부대에 복귀하면 고생 좀 할 거야.

“······.”

확실히 그의 말대로다. 그의 경고가 정말로 현실이 되자 세레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경험상 이 정도 수준의 오버 히트면 해열제를 먹고서 한 두 시간 정도 푹 쉬어주면 된다.

이건 단지 단시간 급격하게 출력을 높인 탓에 찾아온 일시적인 반작용이었으니까.

“···너.”

그런데 그때였다.

콕피트 밖으로 반쯤 몸을 걸치고 있던 네토루가 심각한 얼굴로 다가왔다.

“왜, 왜요···.”

그것에 놀란 세레스는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그렇지만 네토루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왔다. 세레스는 조종석에서 얼어붙었다.

“자, 잠시만···.”

자연스럽게 이마에 네토루의 손이 올라왔다.

네토루의 손은 차가웠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뜨거운 건가.

“···역시 오버 히트인가.”

허락도 없이 이마에 손을 올려 열을 재보더니 네토루의 표정이 곧 심각해졌다.

···걱정해주는 건가.

덕분에 괜스레 긴장이 풀린 세레스는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정도면 한 두 시간이면 나아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건 없어요.”

“······.”

그런데 말을 듣고도 네토루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고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그가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를 말했고,

열 때문인지 멍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던 세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인가 턱이 자연스레 당겨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포이포이님 후원 감사합니다!

세레스 일러 후원자 명단

(에어프라이 졸린듯 앱없나 미르마루 천경

광휘 테조스 연초 팬텀_743 앱없나 스라

자중이 vnk9982님, 더콰, 태상군,

감자대신팝콘, 사라말아이솔

잠자는곰군, Mara Pen 파페포포님,

Hybroide 포이포이)

아직 미완성인데, 거의 다 완성 된?

내일이면 완성될 것 같네요. ------8/29 일러 리메이크 예정으로 삭제했습니다.

8/1 전술 마법탄 수정했습니다!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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