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화 속 금태양이 되었다-49화 (49/148)

EP.49 NTL-001

───탕!

로커스트의 총탄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몸체를 때렸다. 하지만 네토루의 맹렬한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중갑을 입은 기사의 그것처럼 네토루는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섬뜩한 섬광이 그어지고 무장하고 있던 화기와 함께 몸이 반 토막이 난 로커스트의 살점이 허공에 흩날린다.

주변을 둘러싼 로커스트들이 물러섬 없이 용감하게 싸웠지만, 압도적인 방어력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두려움을 느끼고 사방으로 흩어졌다면 오히려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겠지.

로커스트들이 아무리 사방을 둘러싼 채 총구에서 불을 뿜어도 네토루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마력 방출로 몸을 보호할 필요도 없다. 로커스트의 빈약한 화력으로는 세레스의 성기병에게 유의미한 데미지를 주기 어렵다.

네토루는 세레스의 성기병이 지닌 방어력을 굳건히 신뢰한 채 주변에 있던 로커스트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방적인 살육에 가까웠다. 긴장감이라고는 느껴볼 수 없는 무미건조한 싸움.

‘읏…….’

하지만 세레스는 그런 일방적인 전투에서도 그의 마력을 소화해내는데 집중해야만 했다.

몸 안에 받아들인 그의 난폭한 마력을 애써 달래며 제어하는 것도, 그가 조정간을 쥐며 움직일 때마다 끌려가는 듯한 하복부의 자극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으윽!”

네토루가 조정간을 당기며 돌연 땅을 박차자 신음소리와 함께 세레스의 등허리가 휘어졌다.

하복부 깊숙히 내달리는 강렬한 자극 때문이었다. 몸 안에 삽입된 그의 마력 덩어리가 어서 성기병의 동력을 이끌어내라고 보채고 있었다.

그러한 요구에 세레스가 저항하는 건 불가능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껄끄럽지 않으면 거짓말일 것이다. 서로 간의 협력 없이 일방적으로 휘둘러지는 경험은 여성 파일럿의 자존감을 깎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존감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커플링 파장이 맞지 않아서일까. 성기병이 움직일 때마다 모든 것이 툭툭 걸리는 느낌이 든다.

‘……흐윽! 저, 정말…!’

커플링 파장이 맞지 않으면 이렇게 힘들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체력 소모가 너무 심했다. 이건 마치 맞물리 수 없는 톱니바퀴가 강제로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도대체. 이 남자는…. 으응…!’

그가 맹렬하게 움직일수록 세레스는 몸 안에서 꿀렁이는 네토루의 마력을 더욱 선명히 느껴야만 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들어오는 마력이 자궁구에 위치한 마력 신경계를 두드렸다.

세레스는 이를 악물며 그의 마력을 몸 안에 받아내면서도, 속으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서로 간에 커플링 파장이 맞지 않을 경우 힘든 건 여성 파일럿 뿐만이 아니다. 남성 파일럿 역시 그만한 부작용이 있었다.

애초에 커플링이라는 건 상호간의 계약이다. 누구 한쪽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은 없었다.

그중에서도 남성 파일럿의 경우 커플링 파장이 맞지 않으면 성기병의 감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손발이 굳은 것처럼 제대로 성기병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찰나의 반응이 중요한 총탄과 포탄이 날아드는 전장 속에서, 이건 엄청난 문제점이었다.

그리고 마력 연소율 역시 문제다.

남성 파일럿이 아무리 몸 안에 마력을 흘려 넣어도 정작 여성 파일럿 쪽에서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10 정도의 마력을 제공해도 정작 그 절반도 제대로 연소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러한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서, 남성 파일럿은 더욱 많은 마력을 여성 파일럿에게 밀어 넣어야 했다.

즉, 마력 소모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끝내 마력 탈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애초에 네토루의 마력부터가 체질적으로 세레스에게 적합한 속성이 아니었다. 세레스가 그의 마력이 유난히 난폭하다고 느끼는 건 그래서였다. 몸이 그의 마력을 이물질로 판단하여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감도, 낮은 마력 연소율.

이런 요소를 생각하면 네토루 역시 쉽지는 않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끊임없이 그러한 의문이 떠오르던 그때,

“……흐윽!?”

별안간 또다시 성기병의 출력이 높아진다. 그 반동을 버티지 못한 세레스는 신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고개를 쳐들며 숨을 토해냈다. 순간 의식이 날아갈 듯한 새하얀 아찔함이 엄습해왔다.

“세레스. 조금만 참아. 이제 곧 끝나니까.”

그런데 여전히 네토루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힘든 기색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세레스는 그런 네토루가 그저 괴물처럼 느껴졌다.

─키이이익!

“흐으윽! 으읏…!”

로커스트들의 단말마와 세레스의 신음소리가 몇 차례나 계속 뒤섞인다. 네토루가 로커스트들을 벨 때마다 조종석에 있는 세레스 역시 괴롭다는 듯이 몸을 들썩였다.

“하악…. 하악…. 으윽….”

남자의 마력을 소화하느라 마력 신경계가 무리한 탓일까. 몸의 체온이 너무나도 뜨겁다. 그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조종석 위로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세레스는 그저 헛웃음을 흘렸다.

네토루, 이 남자에 대해서는 정말 알면 알수록 어처구니없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성기병의 낮은 감도는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듯한 풍부한 전투 경험으로 해결하고,

파트너의 낮은 마력 연소율은 그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압도적인 마력으로 해결한다.

파트너의 몸 안에 이렇게 강압적으로 많은 양의 마력을 쑤셔넣는 건 그래서겠지.

안 그래도 연비가 안 좋은 여기사의 성기병이다.

그런데 여기서 마력을 소화하는 마력 연소율까지 낮으니, 그러한 단점까지 고려하여 네토루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마력을 삽입하는 것이다.

아마 네토루에게 파트너를 괴롭힐 의도까지는 없을 거다. 이건 단순히 네토루의 좋지 않은 버릇일 게 분명했다. 낮은 파장 일치율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나쁜 버릇.

‘으읏…. 이거…. 어떻게든 고쳐줘야….’

세레스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새 마력 패스가 넓혀지며, 또 다시 네토루의 마력이 밀려들어왔기 때문이다.

마력 패스의 주도권이 없는 이상 그의 마력이 몸 안에 삽입되는 걸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세레스는 성기병을 움직이기 위한 살아있는 동력원과도 같았다.

정말이지 싫다. 이런 감각이 세레스는 너무 싫었다.

마치 한 남자만을 위해 도구가 된 듯한 감각.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지배당하는 감각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세레스는 그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었다.

그의 마력을 몸 안에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조금의 손실도 없이 성기병의 동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애쓴다.

원치 않더라도 이제 이런 전투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제 이 남자가 내 커플링 파트너니까.

애초에 이런 건 어젯밤에 모두 각오한 일 이었다. 그러니 괜히 쓸데없이 반항하는 것보다는 빨리 적응하는 게 앞으로의 전투에 좋을 것이다.

그리고 사적인 감정의 영역에서 벗어나 세레스는 이성적으로 네토루의 판단을 이해하고 있었다.

네토루는 지금 순수하게 다른 부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일부러 로커스트들의 시선을 끄는 중이었다

리엔이 더 이상의 전력 손실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의 성향이 그러해서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런 식으로 정면에서 아무렇지 않게 총탄을 받아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세레스의 성기병 뿐이라는 점이었다.

다른 부대원들이 타고 있는 성기병의 빈약한 방어력으로는 이런 로커스트의 경기관총 포화도 치명적인 데미지가 될 수 있었다.

애초에 ‘기관’에서 만들어진 성기병의 방어력을 ‘기사단’에서 만들어진 성기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이게 ‘세레스’라는 여인의 제대로 된 사용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 네토루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네토루가 시선을 끌어주자 다른 부대원들의 전투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전투 종료.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윽고 리엔의 목소리가 음성 채널을 통해 전해졌다. 아무래도 관측된 버그가 모두 섬멸된 듯하다.

비록 적의 숫자는 적었다고 하지만,

전장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전투 내내 네토루의 주도권 아래에서 정신없이 끌려가던 세레스는 그제야 숨을 정리할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으응….”

성기병이 멈추자, 세레스는 조종석에 몸을 기댄 채 바쁜 숨을 정리했다. 폐가 끊임없이 산소를 요구하며, 흉부가 괴롭다는 듯이 들썩였다.

그러다가 세레스는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뒤에 있는 네토루가 은근슬쩍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제도 이러더니 오늘도 또 이런다.

‘…남자는 이런 게 좋은 건가?’

딱히 남자 좋으라고 기른 머리는 아닌데….

그 모습을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던 세레스는 자신을 머리카락을 만지는 네토루를 그냥 놔두기로 했다.

세레스는 지친 듯이 조종석 위로 몸을 늘어뜨렸다. 지금은 모든 것이 마냥 귀찮게 느껴졌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 네토루도 말이다.

세레스는 네토루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나은 편인가.’

이정도면 다행히 어제보다는 몸에 무리가 덜 온 편이다. 전투 내내 유지하고 있던 성기병의 한계 출력도 비교적 어제보다는 낮았고, 마력 방출 같은 건 전혀 쓰지 않았으니.

아마 네토루가 적당히 배려해준 거겠지. 마침 버그의 숫자도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건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커플링 파장’이었다.

일치율 ─ 29.5407%.

다른 파일럿들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바닥을 기는 수치. 보통은 70%가 넘어야 정상이다.

그러니 이렇게 커플링 파장이 맞지 않으면 결국 서로의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삐거덕거리는 부품을 서로 강제로 끼워맞춰봤자 오래 못 가듯이 말이다.

그래서 세레스는 앞으로의 전투가 걱정이었다.

‘…이게 이 남자 나름대로 완급 조절 한거면.’

만약 이 남자가 진심으로 싸우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걸 생각하자니 세레스는 네토루를 상대할 용기가 안났다.

그리고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이런 사내를 혹시라도 카렌이 계속 상대했다면 정말로 카렌이 망가졌을 것이다.

아무리 살펴봐도 네토루, 이 남자는 기관 출신의 파일럿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했다. 게다가 심지어 카렌과 네토루의 파장 일치율은 자신의 것보다 더 낮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세레스…. 아니, 세레스 언니! 지금 내가 아예 파트너를 다시 바꾸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스와핑만 가끔 하자고…. 그것도 안 되는 거야?

절대로 카렌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세레스는 네토루를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는 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네토루.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요?”

“뭘?”

“혹시라도 부대에서 카렌이 스와핑을 요구해도 절대로 받아주지 마세요.”

“……”

어려운 요구도 아닌데 네토루의 표정이 순간 미묘해졌다. 그 얼굴을 보자니 세레스는 어딘가 조급해지는 걸 느꼈다.

“…솔직히 이 정도 부탁은 들어줘도 되잖아요. 애초에 당신의 커플링 파트너는 이제 저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네토루는 대답이 없었다. 단지 어느새인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있을 뿐.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세레스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이게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이야기인 건가?

그렇지만 어떻게든 네토루를 설득해야 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던 그때였다.

“흐윽!?"

비명과 함께 세레스는 몸을 비틀었다. 돌연 몸 안을 꿰뚫고 들어오는 네토루의 마력 때문이었다. 세레스는 그 자극을 견디지 못한 채 조종석 위에서 처연하게 몸을 떨었다.

설마 괜한 요구를 한다고 벌을 준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너무나도 서러운 일이다. 안 그래도 오늘 그가 원하는대로 다 해주지 않았는가.

그러니 파트너로서 이 정도 부탁 정도는…….

돌연 밀려오는 서러움에 울먹이는 얼굴로 조종석의 손잡이를 꽈악 쥐며 이를 악물고 있자니 네토루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세레스.”

“…왜요.”

“지금 건 미안한데,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 아직 전투가 안 끝났으니까.”

“……?”

지금 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설마 이걸 변명이라고 하는 걸까. 당연하지만 세레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뒤늦게 리엔의 경고가 음성 채널로 전해졌다.

─모두 거기서 빨리 벗어나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땅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vnk9982님, 더콰, 태상군, 감자대신팝콘, 사라말아이솔님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봅니다! 후원이 와장창 쏟아지네요 헤헤.

세레스 일러 후원자 명단

(에어프라이 졸린듯 앱없나 미르마루 천경

광휘 테조스 연초 팬텀_743 앱없나 스라

자중이 vnk9982님, 더콰, 태상군,

감자대신팝콘, 사라말아이솔)

현재 진행 중인 일러

세레스(현재 진행 중) -> 린과 란 (이미 외주 들어감) -> 카렌& 성기병(노벨에서 제공 표지)

이왕 그림체는 통일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림 작가 분은 한 분으로 통일 했습니다.

그분한테 4차 외주까지 들어가 있는 상태인데, 아무튼.

부족한 자금 사정상

먼 미래의 일로 지금 추가로 생각 중인게,

세레스 커플링 상태로 뒤 돌아보는 장면,

여성 파일럿들이 탈의실에서 환복하는 모습?

대충 이 정도 생각 중입니다.

H씬 좀 욕심을 내볼까 했는데 작가님이 너무 야한 건 그릴 수가 없다고 하네욧.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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