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화 속 금태양이 되었다-35화 (35/148)

EP.35 파트너 스와핑

1.

……아무런 저항도 할 수가 없다.

온몸 구석구석까지 그의 마력이 뿌리를 뻗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선 따위로 전신이 구속된 듯한 강한 압박감이 숨이 탁 하고 막혀왔다.

그 순간 세레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마력만 꾸역꾸역 받아먹은 채, 그가 원하는 대로 성기병의 동력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체념에 가까운 상태에서 계속 그의 마력이 하복부 깊이 밀려들어오며 새겨지는 가운데,

온갖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오랜 기억이 하나둘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멍청하고, 저항할 의지조차 없던, 한없이 순종적이었던 어린 소녀의 삶이었다.

마지막에는 끝내 자기 아비조차 죽이는 걸 멈출 수 없던…. 그런 어리석은 시절.

그래서일까, 원치 않아도 몸이 알아서 순응하고 만다. 기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피가 메마르듯 몸이 떨렸다.

그리고 그러한 틈새를 파고들듯,

순종해라. 복종해라. 헌신하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보이지 않은 거무칙칙한 목소리로 바뀌어 끊임없이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더 이상 듣기 싫다. 그래서 세레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오감을 닫고 몸을 웅크렸다. 딱딱한 조종석의 감촉만이 그녀를 상냥하게 받아주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사방이 뱀으로 가득 찬 것만 같다. 콕피트 안으로 듣기 싫은 기억들이 소리가 되어 메아리친다.

샤르륵… 샤르륵….

그때 뱀의 울음소리 같은 속삭임이 뇌의 모퉁이를 툭 하고 건드렸다. 그러자 또다시 잊고 있던 오랜 기억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그것은 어린 시절, 교관이 던졌던 물음이었다.

여성 파일럿은 무엇인가.

이때 나는 뭐라고 답했었지?

남성 파일럿을 위한,

남성 파일럿을 위하여….

남성 파일럿을 위해…?

구역질이 난다.

스스로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말들의 연속이다. 뭣도 모른 채 방실방실 웃으며 교관의 칭찬에 기뻐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이런 건 싫다. 나는 그때하고는 다르다.

그 나약했던 시절하고는….

───!

결연히 입술을 곱씹던 그때였다. 세레스는 뭉텅이째 밀려 들어오는 난폭한 마력이 돌연 하복부를 꿰뚫는 걸 느꼈다. 그 난폭함을 견디지 못한 마력 신경계가 비명을 지르듯 떨렸다.

“………읏!”

그렇게 콕피트 안으로 숨길 수 없는 세레스의 신음 소리가 한차례 울려 퍼지고,

조종간을 쥐고 있던 네토루가 냉담하게 말했다.

“세레스.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해. 정신 사나우니까.”

“……”

몸을 떠는 그대로 세레스는 이를 악물었다. 아무렇지 않게 채찍질하는 네토루의 난폭함도 싫었지만,

정신 사납다고…? 커플링을 통해 연결된 의식의 흐름이 이 남자에게는 그냥 귀찮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그 순간 세레스는 억울함을 느꼈다.

적당히 하라니.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 차갑고 무신경한 경고에 주먹을 꽈득 쥔 세레스는 항변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아….

마치 네가 뭘 할 수 있냐고 말하는 것처럼,

싸늘하게 식은 남자의 삭막한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끝내 입술만 달싹이고, 아무런 말을 못 하던 세레스는 시선을 피했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2.

“……”

네토루는 미간을 좁혔다. 커플링 탓에 세레스의 정체 모를 감정들이 슬금슬금 전해지고 있는 탓도 있었지만,

눈치 보면서도 마력 패스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세레스의 행동이 왠지 우스웠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울먹이고 있던 주제에…. 설마 이제 와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반항하는 건가?

‘…이렇게 귀찮은 여자였나?’

만약 카렌이었다면 툴툴거리면서도 주도권을 흔쾌히 내주었을 것이다.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니까.

원활한 전투를 위해서는 여성 파일럿이든, 남성 파일럿이든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게 낫다.

하지만 네토루는 그냥 세레스를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가 뭘 해도 마력 패스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건 불가능했으니. 계속 시도하다가 알아서 자기 혼자 지쳐 포기할 것이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전투다.

이제 곧 목표 지점에 도착한다. 전투에 앞서 네토루는 성기병을 움직이는 감각에 집중해보았다.

의외로 커플링 파장은 양호할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히 남자에게 길들여진 몸 답게 주는 대로 마력을 잘 받아먹는 것도 그렇고,

생각보다 세레스의 감도가 높다. 성기병을 움직이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그 사실에 만족하며 네토루는 최대한 세레스의 성기병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당연하지만 세레스의 성기병은 카렌의 성기병과 조작하는 감각이 많이 다르다.

성기병이 땅을 밟을 때마다 지면이 파이는 깊이는 물론이고 그 무게감과 소리마저도 훨씬 무겁다.

중세시대 때 무거운 갑옷을 껴입은 채 전장을 나선 기사들이 이러했을까.

그러면서도 넘치는 힘을 당장 사용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카렌의 성기병이 기동과 민첩성에 특화된 경전차라면, 세레스는 강한 힘과 방어력으로 적을 짓뭉개는 중전차였다.

네토루는 세레스의 성기병에 대해 파악하면서도, 세레스가 몸 안에 구축한 마력 신경계에도 의식을 집중했다.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건 그녀가 구축한 마력 신경계의 설계도였으니까 말이다. 잘 훈련된 여기사의 몸은 하나도 빠짐없이 좋은 연구 대상이었다.

연결된 마력 패스를 통해, 그녀의 마력 신경계에 접속하고, 그 구조를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본다.

하지만 그중에는 네토루가 아직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드문드문 존재했다. 그건 아직 세레스의 마력 신경계가 전부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겠지.

세레스는 지금 그녀의 모든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이렇게 단순히 움직이고 있는 중에 모든 능력을 사용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

……일단 한 번 전투를 치러봐야 하는 건가.

네토루는 리엔이 데이터 링크로 갱신해주고 있는 적들의 구성 정보와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포인트 406.

경로 선상으로 이곳에 접근 중인 버그들의 숫자는 물론이고, 병력 구성 또한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다.

스파이더 6기와 그 외로 로커스트들이 전부.

전형적인 ‘짜투리 병력’ 들이다.

포탄을 쏘아대는 스파이더만 정리하면, 경기관총으로 무장한 로커스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학살할 수 있다. 세레스하고의 첫 커플링 전투를 시험하는데 이상적인 형태였다.

이윽고 목표 지점에 도달하자, 계속 관측 중이던 리엔이 말했다.

─포인트 406에서 대기. 버그가 확인되면 섬멸 바랍니다.

3.

버그들이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

네토루는 소대원들을 인근에 대기 시킨 채, 아까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지근한 침묵을 깼다.

“세레스. 세인트 미샤르 기사단에 있던 원래 네 파트너는 어떤 녀석이었지?”

똑같은 질문의 반복이었다. 조용히 있던 세레스가 뒤를 돌아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거 더 이상 안 묻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내가 언제?”

“……”

그만해달라고 해서 그만했지만, 정작 그러겠다고 대답한 기억은 없다.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세레스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물론 그래봤자 무섭기는커녕 가학심을 불러오는 귀여운 표정이었지만. 성숙한 여인이 이런 애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아마 어린 시절에 사람에게 화를 내는 걸 제대로 배우질 못한 거겠지. 종종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의 분노를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모르는 바보들이.

네토루가 지켜본 세레스가 바로 그러했다.

그래서 하는 행동이 음흉하고 비겁해지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으로서 제대로 마주할 용기나 방법을 모르는 거니까.

‘이런 여자가 어떻게?’

본래 세레스가 어떤 사정을 지니고 있는지 깊게 알 생각은 없었지만, 이쯤 되면 네토루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여자가 뭔 일을 겪었기에 기사단에서 쫓겨난 걸까.

“……”

네토루는 세레스의 대답을 기다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단지 시선을 피하며 입을 꾹 다물 뿐. 말할 생각이 없다는 소리 없는 항의에 네토루는 피식 웃었다.

그래,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원래는 전투가 끝나면 하려고 했지만, 역시 너무 거슬린다.

세레스의 시선, 표정, 감정, 그 모든 것들이 네토루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네토루로서는 볼 수 없는, 누군가의 그림자였다.

지금 이 여자는 ‘네토루’라는 사내를 투영하여 과거의 무언가에 홀려있다.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하며, 이런 꼴이 되어 있는 거겠지.

네토루는 그게 너무나도 불쾌했다.

지금 커플링 하고 있는 건 나인데, 왜 과거의 망령 따위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가.

무서워하더라도 나를 무서워하고,

원망하더라도 나를 원망해야 한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야만 했다.

지금 세레스의 커플링 파트너는 네토루였다. 누군지 모를, 세레스의 옛 파트너가 아니라.

───!

그 짜증을 풀어내듯 네토루는 세레스의 조종간을 당겼다. 그러자 새침하게 있던 세레스의 허리가 당겨지며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윽! 또, 왜요?

그나마 이제는 제대로 쳐다보는군. 네토루는 세레스의 옅은 보라색 눈동자를 뚜렷이 응시하며 나직이 말했다.

“네 원래 파트너가 어떤 녀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히 나랑 비교하지 마.”

“…비교 안 했어요.”

다 큰 여인이 애처럼 말대답하는 꼴이 우습다.

네토루는 말을 계속했다.

“세레스. 어설픈 거짓말은 하지 마. 정말로 내가 모를 거 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우리 커플링 중이야. 그러니까 나도 네 생각이나 감정 정도는 희미하게 알 수 있다는 소리지.”

“……”

실제로 흐릿하지만 세레스의 감정은 네토루에게 몇 번이나 전해졌다.

마치 그녀의 삶을 표현하는 것처럼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진흙탕 같은 감정 덩어리들.

두려움, 원망, 후회, 자괴감 따위로 점철된 그것들은 커플링으로 연결된 네토루에게도 썩 달가운 감정들이 아니었다.

여기사들은 전부 이러한 것인가.

네토루는 여기사의 삶에 대해서는 보기만 했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애초에 커플링을 해봤던 것도 아니고, 대화도 해볼 일이 많이 없었다.

기사들이라는 건 오만한 존재였고, 그 시녀처럼 뒤따르는 여기사들도 당연히 대화를 나눌만한 기회가 없었다. 네토루 역시 결국 평민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직접 하는 것도 우습지만, 세레스.  나는 네 옛날 파트너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아둬.”

“…당신이 뭐가 다르다는 건가요?”

“뭐가 다르냐고?”

흔들리는 세레스의 눈동자를 보며 네토루는 피식 웃고는 조정간을 놓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세레스의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세레스는 놀란 듯 몸을 떨면서도 크게 뭐라 하지는 않았다.

“많이 다르지. 애초에 같을 수도 없고.”

허리까지 닿는 세레스의 긴 자색 머리카락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매끄럽다. 비단결 같다는 게 이런 것일까. 단순히 이러한 자태만 보면 정말로 좋은 여자인 건 분명한데 말이지….

세레스를 희롱하듯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던 네토루는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네 옛날 파트너처럼 어설픈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만 집중해.”

오만한 말에 세레스의 눈망울이 커졌다. 어딘가 아연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둘 사이로 음성이 날아 들어왔다.

─누렁이. 버그들이 왔어.

린의 목소리다. 그녀의 말대로 확인해보니 지근까지 도달한 버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소형 자동차만 한 로커스트들이 앞열을 유지한 채, 그 뒤를 스파이더가 따라오고 있었다. 로커스트를 방벽 삼아 몸을 사리고 있는 스파이더들의 움직임은 제법 그럴듯했다.

포탑을 지닌 스파이더를 처리하려면 저 두텁게 전열을 유지하는 로커스트들을 먼저 뚫고 가야 할 터.

이제 세레스와의 잡담은 끝이다.

네토루는 다시 세레스의 조정간을 쥔 채 소대원들에게 포지션과 작전을 설명했다.

내용은 간단했으나, 곧바로 반발이 일어났다.

─…아니, 잠시만. 누렁이, 미쳤어? 뭘 하겠다고?

─네토루 씨. 그런 게 가능하나요?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네토루는 린과 란의 반발을 이해했다. 확실히 그들이 보기에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무식했으니까. 하지만 말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네토루는 그저 우직하게 행동에 나섰다.

─세레스 언니! 그 녀석 도대체 뭔 생각인 거야!?

린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들으며,

네토루는 세레스의 성기병을 이끈 채 버그들이 움직이고 있는 경로 앞에 혼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키리리릭?

그러자 질서정연 하게 움직이던 버그들이 곧바로 적을 인식하고는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메뚜기 형태의 로커스트들이 전열 보병의 그것처럼 빈틈없이 전열을 이루었고, 그 뒤에 있던 스파이더들의 포구가 세레스의 성기병에게 한 번에 모였다.

누가봐도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네토루는 흔들림없이 차분하게 성기병의 출력을 높였다.  그러자 별 저항 없이 그 의지에 순순히 따라주던 세레스가 조용히 물었다.

“…당신. 여기사랑 커플링 해본 적 있어요?”

“아니.”

무슨 말을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네토루는 어깨를 으쓱였다.

“세레스. 네가 처음이야.”

“예? 자, 잠시만! 그런데도 당신은 설마……!?”

세레스의 경악 어린 말이 끝나기도 채 전이었다.

───콰아앙!

스파이더들의 포격과 동시에 로커스트들이 일제 사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무수한 총탄과 포탄이 오로지 하나의 적을 꿰뚫기 위해 매섭게 날아온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광경이었지만 네토루는 조용히 호흡을 흘리며 세레스의 성기병에 의식을 집중했다.

네토루라고 아무 생각 없이 나선 건 아니다.

그가 믿는 것은 세레스의 능력이었다.

“아니, 사람이 무모해도 정도가 있지…!”

시끄럽게 떠들다가도 강대한 마력을 쑤셔 넣은 탓인지 세레스가 말을 잃고서, 커넥팅에 집중한다. 네토루 역시 괜찮은 건 아니었다.

많은 마력을 끌어올려서 그런 걸까.

깊은 현기증과 함께 두개골을 여는 듯한 두통.

그러한 것들을 껴안으며 총탄과 포탄이 바로 눈앞까지 닥쳐온 찰나의 순간, 네토루는 세레스의 성기병이 지닌 능력을 끌어올렸다.

이윽고 주변의 대기가 흔들리며 색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꾸드드득!

──콰아아아앙!

날아오던 총탄과 포탄이 바로 코앞에서 보이지 않는 방벽 따위에 부딪힌 것처럼 멈춰서고, 찌그러지며, 끝내 폭발했다.

그 여파로 폭풍과 잔해를 흩뿌리면서도 그 어느 것도 세레스의 성기병에 닿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성기병의 방패이며, 곧 갑옷과도 같았다.

흔히 마력 방출이라 불리는 기술이었다.

안타깝게도 아직 카렌의 성기병으로는 불가능한,

오로지 다년차의 성숙한 여성 파일럿의 성기병만이 가능한,

그리고 그중에서도 기사단 출신의 세레스에게 특화된 능력.

“하아… 하아…. 다, 당신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요…!?”

죽다 살아난 탓일까. 숨을 허덕이면서도 세레스가 도끼눈으로 사납게 노려보았다. 네토루는 그 표정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제야 그럴듯하게 화를 내는 건가.

세레스의 치켜 올려진 눈매는 무섭기보다는 고혹적이었다. 그 순한 얼굴로도 이런 표정이 가능했던 건가. 그래 처음부터 이럴 것이지.

“그 표정, 마음에 드네.”

“…도대체 갑자기 또 무슨 소리를. 으읏!?”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숨을 정리할 여유도 없이 네토루는 세레스의 조정간을 잡아당겼다.

네토루는 그대로 보이지 않는 힘을 세레스의 성기병에 두른 채 땅을 박찼다.

마력 방출은 많은 마력을 잡아먹는다. 덕분에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짧으나, 다행히 그 이상으로 적들의 숫자 역시 적었다.

현실이었다면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돌진하는 것은 상당히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위였으나,

이 세계에서는 잘 훈련된 기사라면 가능했다. 아니, 정확히는 잘 훈련된 여기사가 필요하다고 해야겠지.

네토루는 마력 방출로 만들어낸 방벽에 의지한 채, 그대로 앞을 막아선 로커스트들을 중전차처럼 힘으로 밀어버리고는 뒤에 있던 스파이더의 몸에 검을 박아 넣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운말, 이불킹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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